문재인의 한가위 데자뷔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20.09.21 10:55:31
  • 호수 12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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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 상황이…추미애도 조국처럼?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1년 전과 상황이 너무도 유사하다. 지난해 9월 문재인 대통령은 가족 비리 의혹에 휩싸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을 강행했다. 야당은 크게 반발했고,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는 여야의 극한 대립으로 삐걱댔다. 1년 후 21대 첫 정기국회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논란으로 시끄럽다.
 

▲ 조국 전 법무부 장관

1년 전, 국회는 정지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임명 강행으로 여야가 대치했다. 정기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연기되는 등 곳곳서 파행이 일어났다. 당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이하 한국당) 나경원, 바른미래당 오신환 원내대표가 의사일정에 대해 논의했지만, 꼬여버린 실타래를 풀지 못했다.

곳곳서 파행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조 전 장관이 국무위원으로서 출석하는 것에 야당이 반대해서였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는 청와대 앞에서 조 전 장관 임명 철회를 촉구하며 삭발을 단행하고 농성에 돌입했다. 여야 감정의 골은 깊었다.

우여곡절 끝에 20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열렸지만, 국회는 생산력을 보이지 못했다. ‘조국 블랙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정기국회의 꽃’이라 불리는 국정감사는 조 전 장관 가족 비리 의혹으로 뒤덮였다. 

막말과 욕설, 고성 등 정치권의 민낯이 국정감사 내내 울려 퍼졌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교육위원회, 정무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이하 기재위) 등 거의 대부분의 상임위에서 조 전 장관의 이름이 거론됐다. 제2의 조국 청문회를 방불케 했다.


특히 법사위 국정감사는 매일이 시한폭탄이었다.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수사를 묻는 질의가 주를 이뤘다. 민주당은 검찰이 다분히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먼지털이식 과잉수사’를 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반면 한국당은 정부여당이 피의사실 공표 의혹을 문제 삼아 검찰 수사에 압력을 넣고 있다며 대립했다. 

법사위 외에도 교육위에서는 조 전 장관 자녀의 특혜·입시 의혹, 정무위에서는 조 전 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 기재위에서는 조 전 장관 일가의 탈세 의혹 등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했다.

조 전 장관은 법무부 국감을 하루 앞두고 전격 사퇴했다. 검찰 개혁의 선봉장이 중도 낙마한 것이다. 1호 공약이 위기에 직면하자 문 대통령은 ‘추미애 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러나 추미애 카드 역시 위기를 맞았다. 

데자뷔다. 조 전 장관이 사퇴한 지 1년여가 흐른 뒤 21대 국회 첫 정기국회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아들의 ‘황제 복무’ 의혹으로 뒤덮였다.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한 야권은 연일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며 추 장관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추미애 블랙홀’이다. 야권은 추 장관 아들 의혹을 ‘제2의 조국 사태’로 규정, 공세를 펴고 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추 장관의 ‘엄마 찬스’로 특혜성 황제 복무를 지켜보는 국민은 작년 가을 조국 사태 때 교육의 공정성을 무너뜨린 조국의 ‘아빠 찬스’ 데자뷔로 느끼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추’ 자녀 문제 블랙홀 
국회의장석 난입…이번에도?

다음 달에 시작되는 국정감사는 ‘추미애 청문회’를 방불케 할 전망이다. 벌써부터 징조가 보인다. 서욱 국방부 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는 후보자에 대한 검증보다 추 장관 아들 의혹으로 가득했다.


민주당 설훈 의원은 “아무리 양심을 걸고(추 장관 아들 의혹을) 보더라도 이건 특혜를 준 것이 아니다. 있는 사실을 뒤집어서 덮어씌우기 하려는 것”이라고 주장했으며,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은 “당에서 아무리 조사해봐도 어떤 위법 사실도 없고 또 많은 것들이 정치적인 배경에서 조작, 왜곡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후보자가 검찰 조사를 이유로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자 “군인이 군인답지 않고 눈치나 보는 사람”이라고 질타했으며, 무소속 홍준표 의원은 “군인들이 왜 정치 쟁점의 중심에 들어오느냐. 부끄러움을 느껴야 한다”고 쏘아붙였다.
 

▲ 답변하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 ⓒ고성준 기자

서 후보자는 “군에서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들이 보였다. 행정적인 문제도 있었다”며 “이번 사건으로 인해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려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향후 국회 국방위서 이 문제가 최대 화두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법사위도 화약고다. 민주당은 추 장관 아들을 향한 국민의힘의 의혹 제기를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보고 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범을 저지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 민주당은 정공법을 시사했다. 

민주당은 출범 마지노선을 정기국회로 잡았다. 법사위 민주당 간사인 백혜련 의원은 “정기국회 내에는 당연히 처리돼야 하지 않을까(생각한다)”라고 전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이 공수처장 추천위원 선임과 관련해 비토권을 행사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은 국민의힘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안 처리를 강행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지난해 12월의 재현이다.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 법안인 공수처 설치법은 당시 한국당의 거센 반발 속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재석 177명 중 찬성 160명, 반대 14명, 기권 3명의 결과였다. 

한국당은 표결 결사 저지를 외치며 본회의장 국회의장석과 단상 인근을 에워쌌다. 문희상 당시 국회의장이 질서유지권을 발동했지만, 밀려드는 한국당 의원들에 의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화약고

아수라장이었다. 한국당 의원들과 이를 저지하는 국회 직원들이 뒤엉키자 민주당 의원들은 “직원들 괴롭히지 말고 내려오라”고 외쳤고, 한국당은 직원들을 향해 “당신들이 문희상 개인 경호원이야? 완전 사조직 직원들이야!”라고 소리쳤다. 이번 국회서도 비슷한 상황이 반복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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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