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민중은 꽃이다’ 최민화

회화로 나타난 <삼국유사>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갤러리현대서 최민화 작가의 개인전 ‘Once Upon a Time’을 준비했다. 최민화가 1990년대 말 처음 구상하고 20여년 동안 치밀하게 준비한 동명의 연작 ‘Once Upon a Time’만을 모은 첫 번째 전시다. 60여점의 회화와 40여점의 드로잉, 에스키스를 함께 선보인다. 
 

▲ 최민화_인왕이 아즐가_2018_캔버스에 유채_97x130.3cm

“내게 신화를 다루는 일은 오늘의 문제를 다루는 것과 같다.” 최민화는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민중미술을 대표하는 작가로 잘 알려져 있다. 그의 작품세계는 1982년부터 본명 최철환 대신 ‘민중은 꽃이다’는 의미로 사용하기 시작한 민화라는 예명서 잘 드러난다. 

고대 시공간

그 이름처럼 최민화의 작품 속 주인공은 언제나 민중, 이 시대를 하루하루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그는 굴곡진 한국 현대사의 흐름에 내던져진 민중이 처한 부조리한 현실과 실존적 고민을 인물화나 역사화라는 가장 오랜 회화의 장르로 캔버스에 포착했다. 

‘잘 살아보자’는 구호 아래 숨 가쁘게 진행된 근대화 과정서 주류 사회로부터 소외된 부랑자의 모습을 강렬한 색채와 표현주의적 붓질로 담은 ‘부랑’ 연작, 민주화 투쟁의 뜨거웠던 역사적 현장을 대형 걸개그림으로 기록한 ‘유월’ 연작, 50대 작가가 동시대를 함께 사는 청춘들이 도시를 방황하며 배회하는 유령 같은 모습을 회색빛이 강조된 쓸쓸한 분위기의 화면에 그린 ‘회색 청춘’ 연작 등이 대표적이다. 

20여년간 그린 연작
한자리에 모은 전시


‘부랑’ ‘분홍’ ‘유월’ ‘회색 청춘’ 등 문제적 연작을 이어가던 최민화는 1980년대 중반부터 태국과 인도 등을 여행하기 시작했다. 여행을 통해 그는 한국적 전통 서사와 그에 걸맞은 상징적 이미지의 부재를 느꼈다. 

그는 ‘분홍’ 연작을 마무리하던 1990년대 말부터 <삼국유사>를 바탕으로 한반도의 고대 시공간을 캔버스로 소환하는 새로운 연작 ‘Once Upon a Time’ 제작을 시작했다. 이 연작은 2003년 대안공간 풀에서 열린 개인전에 처음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상상력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는 화가의 창조적 관점서 머나먼 옛 이야기를 한국적 도상으로 만드는 ‘조선상고사 메모’ 연작을 발표했다. 영화 홍보용 브로마이드나 상품 광고 포스터, 확대 복사한 다른 사진가의 사진 등 대량 생산된 이미지 위에 유화 물감으로 한국 상고사에 등장하는 웅녀와 해모수, <공무도하가> <서동요>의 주인공을 그려 넣은 작품이다. 

이 같은 이미지의 전유와 변용은 ‘20세기’ 연작, ‘20세기 회화의 추억’ 연작 등으로 확장됐다. 20세기 연작에선 1937년 난징 대학살부터 1980년 광주 학살 현장까지 20세기 세계 곳곳서 자행된 대량 학살의 결정적 순간을 포착한 유명 보도사진을 출력해 그 위에 유화물감으로 색을 덧입혔다. 
 

▲ 최민화_공무도하가_2020_캔버스에 유채_97x130.3cm

20세기 회화의 추억 연작은 20세기 대중문화의 아이콘이라 할 만큼 친숙한 영화 배우들의 이미지를 피카소, 베이컨, 달리, 워홀 등 20세기 미술사를 대표하는 화가들의 시그너처 스타일을 정교하게 반복하는 유희적 그림 그리기를 시도한 작품이다. 

이번 개인전서 선보이는 Once Upon a Time 연작은 2018년 최민화가 이인성미술상을 수상한 것을 기념해 대구미술관서 열린 회고전 ‘천 개의 우희’서 ‘조선적인 너무나 조선적인’이라는 타이틀로 처음 선보였다. 그리고 이번 갤러리현대서 준비한 전시서 주요 작품의 실체가 비로소 공개됐다. 

최민화는 Once Upon a Time 연작을 통해 한국인의 인문학적 상상력의 영토를 무한 확장하는 새로운 타입의 도상을 제시하고 있다. 그는 고대를 제대로 읽고, 알고, 느끼고, 보기 위해서는 국경과 민족, 인종과 종교 등을 엄격히 구분 짓는 서구의 근대적 역사 개념서 벗어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고려 후기 승려 일연의 역사서 <삼국유사>를 서사적 뼈대로 삼은 이번 연작은 고조선과 고구려, 백제, 신라, 가야 등의 건국 신화, 영웅의 탄생과 고난, 성장과 성공의 감동적인 드라마, 농경과 유목의 삶이 혼재한 고대의 풍속과 생활문화 등 인류 보편적인 흥미로운 이야기에 주목했다. 

평범한 사람들의 모습에 관심
인물화·역사화로 화폭에 담아

관람객은 1층 전시장서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익숙하면서도 낯선 신화적 인물의 기념비적 초상을 만날 수 있다. 동굴 안에서 마늘과 쑥을 먹으며 인간이 되길 바랐던 단군신화의 웅녀와 호녀, 주몽과 동이, <서동요>의 선화공주와 서동 등이 그 주인공이다. 신화적 의미를 강조하는 보석으로 장식된 이국적인 복장, 인물의 내면까지 드러내는 표정과 몸짓, 캐릭터를 돋보이게 하는 화면의 구도와 배경 등이 보는 이의 흥미를 자아낸다. 
 

▲ 최민화_주몽_2020_캔버스에 유채_130.3x97cm

지하 복도 전시장에는 최민화가 민중적 시각으로부터 흥미를 느낀 인물들의 모습이 자리한다. 물에 빠져 죽은 남편과 그의 죽음을 슬퍼하는 <공무도하가>의 주인공인 백수광부와 처, 내면의 서러움을 격렬한 춤사위로 표현하는 <동동>의 여인 등이 관람객과 만난다. 지하 안쪽 전시장에서는 Once Upon a Time 연작이 진행된 지난 20여년 동안의 타임라인을 확인할 수 있다.  

창조적 관점

미술사학자 김계원은 “Once Upon a Time 연작서 최민화는 누구보다 고도의 필력과 기예를 갖춘 작가임을 증명하고 있다”며 “Once Upon a Time을 관통하는 스타일이야말로, 작가가 역사를 형상화하는 방법이면서 동시에 <삼국유사>를 현대적 언어로 번안하는 전략, 나아가 주제물의 동시대성을 확보하고 관객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jsjang@ilyosisa.co.kr>

 

[최민화는?]

최민화(본명 최철환)는 1954년 서울시 종로구 통의동서 태어났다.

신일고등학교를 졸업한 1974년, 홍익대학교 미술교육학과에 서양화 전공으로 진학했다.

1976년 자화상으로 ‘부랑’ 연작을 처음 시작했다.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입체 작품으로 표현한 ‘시민’을 서울현대미술제에 출품했으나 안기부의 검열로 강제 압수됐다.

1981년 한국을 떠나 미국과 멕시코에 거주했고, 이듬해 1년 2개월 동안의 해외 거주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1980년대 민중미술 운동에 참여하며 활동가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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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단독] 정보사, ‘북한 무인기’ 30대 남 수차례 접촉 확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당사자’라고 주장한 30대 오모씨의 행위와 이력을 두고 파장이 일고 있다. 그는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이자 ‘평양 무인기 작전’을 목적으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 이사였다. 2년 전부터의 행적도 수상하다. 정보사령부 휴민트 요원들과 수차례 접촉해 사실상 대북 공작을 준비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지난 17일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오씨와 정보사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형성된 건 2024년 5월 이후다. 정보사와 오씨와의 접촉은 A 대령의 승인하에 이뤄졌다. 그는 정보사 블랙요원 명단 유출 사건 이후 속초 HID 부대장을 마치고 돌아온 인물로 조직개편 TF(태스크포스) 팀장 및 기반조성단장을 맡았다. 수상한 접촉 앞서 윤석열정부 대통령실 출신인 오씨는 윤정부 시절 ‘북한 무인기 대통령실 상공 침투’에 대응할 목적에서 설립된 무인기 설계·제작 업체의 이사로 근무했다. 그는 지난 16일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공개한 무인기 외관과 위장 무늬, 색 등이 자신이 북한으로 보낸 무인기와 일치한다”며 북한에 무인기를 보낸 목적에 대해 “북한 우라늄 공장의 방사선과 중금속 오염도 측정”이라고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무인기를 북한으로 보냈다는 취지로 읽힌다. A 대령은 ‘정보사 기능·역량 강화’를 위해 추가적인 수도권 안가 설립을 기획했다. A 대령의 계획대로 B 소령은 오씨와 C 상사는 김모씨를 접촉했다. B 소령은 휴민트(HUMINT·820·인간정보) 요원이다. 이들은 오씨와 김씨를 통해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려 확보한 영상 증거를 확인했다. 이 시기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언급했던 정보사의 국방과학연구소(ADD) 접촉 및 무인기 개발 의혹이 시작되던 때와 겹친다. 당시 정보사는 ADD에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느냐”고 문의한 바 있다. ADD 관계자는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했다”고 내란 특별검사팀에 진술했다. 정보사 간부는 “누구의 지시로 국방과학연구소에 드론과 관련해 연락했냐”는 특검팀의 질문에 “문상호의 지시였고 문 전 사령관이 원천희 전 국방정보본부장에게도 관련 내용을 보고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오씨의 영상 증거가 북한의 상황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A 대령은 이후에도 B 소령과 오씨의 접촉을 허가했다. ‘지속적 협력 관계’가 된 것으로 풀이된다. A 대령은 오씨에게 이른바 ‘협조비’를 제공한 의혹을 받는다. 사비가 아닌 ‘정보사 공작금’ 수십만원을 정기적으로 전달했다는 게 골자다. 이 같은 행위는 정보기관과 협조·정보원 간 이뤄지는 통상적 거래로 알려져 있다. 실제 정보기관은 국제범죄 및 마약 관련 첩보를 제공한 ‘야당’에게 많게는 수백만원의 금품을 제공하기도 한다. 정보사가 오씨의 행위를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2024년 여름 ‘대북 공작’ 의심 정보사와 지속적 접촉 정보사·ADD 연락 시기 겹쳐 ‘김태효 안보실’ 연루설도 <일요시사>와 접촉한 복수의 정보기관 관계자들은 A 대령과 오씨가 일반적 협력 관계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대북 공작이라고 하기도 애매하다. 정보기관이라면 늘 하는 업무다. A 대령이 오씨에게 ‘무인기를 북으로 보내라’는 지시를 한 적이 없고 그저 오씨가 회사를 설립하는 데 지원해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A 대령의 부하인 B 소령은 오씨가 북한 전문 매체를 설립하는 데 도움을 줬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언론사는 오씨가 발행인으로 있는 곳으로 2025년 3월 중순부터 첫 기사가 작성되기 시작했다. 지난 11일을 끝으로 기사가 작성되지 않은 걸 보면 오씨가 언론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회사 운영에도 차질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 정보사 출신 한 소식통은 “오씨가 채널A 인터뷰에서 무인기를 세 번 날렸다고 하는데 그건 사실이 아닌 걸로 보인다. 적어도 수십번은 날렸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북한으로 무인기를 날린 건 정보사 조직 차원의 지시가 아니라 오씨의 독단적 행동이다. 오씨와 접촉했던 담당자들도 그의 무리수 때문에 거리를 둬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서는 단순히 넘길 일이 아니라는 목소리가 거세다. 오씨가 대통령실 출신임과 동시에 정보사와 접촉한 배경을 명확하게 규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부 안보실 2차장 산하 정보현안대응팀에 파견됐던 HID 출신 오모 중령과 관련이 있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오 중령은 2022년 8월 국정원장 비서실에 근무하다가 다음 해 3월 대통령실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자신이 확보한 첩보를 인성한 전 2차장이 아닌 ‘안보실 실세’ 김태효 전 1차장에게 수차례 보고했다. 오 중령의 행위를 두고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비정상적 보고”라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김 전 1차장은 국방이 아닌 외교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대북 문제에 어떤 군사적 방법으로 접근해야 하는지 전략을 세우는 데는 신원식 전 안보실장보다 한 수 아래였다는 평가다. 사실상 ‘국방 문외한’인 김 전 1차장은 2023년 강원도 속초에 위치한 HID 부대를 방문했다. 그는 “2023년 6월 초 정보당국 관계자들과 HID 부대를 격려 방문한 바 있지만 1년7개월 전에 있었던 군 부대 격려 방문을 이번 계엄 선포와 연결 짓는 것은 터무니없는 비약”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평양 작전' 준비하려 일종의 테스트 아니었나 의심” "오씨 독단적 행동 무인기 날리라 지시한 적 없어” 정보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시사>에 “윤석열 전 대통령도 오려고 했다는 건 사실이다. 김태효가 그때 왜 왔는지 모르겠다. 와선 안 되는 건 아닌데 올 일이 없다.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가지 않는 해명”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정보사 관계자도 “윤 전 대통령이 오고 싶어 했고 안보실이 그의 HID 방문이 검토된 바 없다고 하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당시에 대통령 방문 가능성 때문에 대비 회의까지 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오 중령이 2023년 12월 안보실 2차장 산하 국가위기관리센터 정보현안대응팀에 들어가게 된 건 김 전 1차장이 HID를 방문한 직후다. 오 중령은 인 전 2차장의 통제를 받지 않았다. 인 전 2차장도 “공개된 자리서 말하기 어렵지만 제가 통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오 중령을 포함한 팀원들의 보고서는 인 전 2차장이 아닌 김 전 1차장이 검토했다. 안보실은 이 비밀 TF가 “규정화된 테두리 밖에서 대북 특수정보를 분석하는 팀”이라며 계엄과 관련해 정보사와 소통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또 “비밀 조직이 아니라 위기관리센터에 배치된 ‘정보융합팀’이다. 정보융합팀은 문재인정부의 정보융합비서관실을 대북 정보 분석에 특화시켜 슬림화한 조직으로, 2022년 5월1일 대통령직 인수위 브리핑서도 해당 조직의 신설 취지와 배경을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는 “정보사 차원에서 북한으로 무인기를 보내는 건 부담이 크다. 그래서 민간과 협업해 일종의 테스트를 진행한 후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안보실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적극적으로 기획 및 실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대북 공작 준비? 그러나 이는 아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았다. 오 중령의 경우 내란 특검팀 소환 조사에서 김 전 1차장에게 정보 보고를 했던 사실은 인정했으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기획하지는 않았다고 진술했다. 정부는 현재 군·경합동조사TF를 꾸려 무인기를 북한에 보낸 정확한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등을 수사 중이다. 무인기를 보냈다고 주장한 사람의 과거 이력과 정보사와의 접촉이 확인된 만큼 숨겨진 목적에 대해 수사가 이뤄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