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헌금 쓰나미 '박근혜 낙마' 3대 시나리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17 16:5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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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커지는 책임론 "9월에 퇴장한다?"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그야말로 쓰나미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 캠프 측의 한 인사는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을 '쓰나미'라는 한 단어로 표현했다. 실제로 지난 2일 검찰이 공천헌금 의혹에 대한 수사 착수 사실을 밝힌 이후 국내 주요일간지의 정치면은 관련 기사로 도배되다시피 했으니 쓰나미라는 그의 비유가 무척 적절하다고 느껴졌다. 발 빠른 정치권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박 후보의 '낙마 시나리오'가 흘러나오고 있다. 사안의 심각성 때문이다. 공천헌금 의혹 쓰나미에 휩쓸린 박근혜 후보의 세 가지 낙마 시나리오를 <일요시사>가 유추해 봤다.

현재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의 낙마설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지난 4·11 총선 당시 비례대표 자리를 놓고 거액이 오갔다는 이른바 '공천헌금 수수 의혹'이 정국을 뒤흔들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이 지목한 현영희 새누리당 의원은 공직후보자추천위원회 위원인 현기환 전 의원에게 "비례대표 후보 공천을 받도록 도와 달라"며 3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 현 의원은 지역공천에서 탈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례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제19대 국회에 입성했다.

몸통은 박근혜?
친박 실세도 수사

현 전 의원은 검찰의 수사공표 다음날 "심대한 명예훼손"이라고 주장하며 부산지검에 자진 출두했지만 이미 검찰은 다량의 증거를 확보하고 분석 중이다. 현 의원도 어느 정도 혐의를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후보 캠프 측은 이를 개인적 비리로 치부하며 선 긋기에 나섰지만 상황이 녹록치만은 않다.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현 의원이 다른 친박계 인사들에게도 후원금을 전달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기 때문이다.

'박근혜 키드'로 불렸던 손수조 새누리당 미래세대위원장마저 현 의원과의 연루설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만약 이 같은 의혹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박 후보는 책임론을 피할 수 없다. '비박계 학살' '박근혜 사당화' 논란까지 겪어가며 비상대책위원장으로 당시 선거를 총지휘한 것은 누가 뭐래도 박 후보였기 때문이다.

<시나리오1>
스스로 불출마선언


이번 공천헌금 사태를 계기로 정치권에서 회자되고 있는 박 후보의 낙마 시나리오 중 가장 가능성이 높은 것은 지지율이 폭락하거나 책임론에 직면한 박 후보가 스스로 불출마선언을 하는 상황이다.
박 후보의 낙마를 예상하는 정치전문가들은 "이번 사태에도 공고한 지지율을 근거로 '박근혜 대세론'를 무너뜨리기엔 역부족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이번 사태는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아직 박 후보의 지지율이 공고한 것은 지지자들이 이번 문제를 개인적 비리로 치부하고 있기 때문인데, 수사결과에 따라 친박계 의원 다수가 연루돼 있다면 치명적일 수 있다. 또 이번 사건은 유죄를 입증하기도 어렵지만 무죄를 입증하기도 어렵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는다 해도 무죄추정 원칙에 의한 증거부족일 뿐이다. 야권에선 대선이 끝날 때까지 이 문제를 물고 늘어질 것이 뻔한데 이로 인해 지지율이 계속 떨어진다면 당내에서도 박 후보 책임론이 형성되어 박 후보가 스스로 불출마선언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어제까진 1위였는데…" 초대형 악재에 '휘청'
"손수조 너마저?" 박근혜 목 조여드는 검찰

또 다른 전문가는 "전당대회 돈봉투사건으로 당명을 바꾼 지 겨우 6개월이 지났는데 그 정도의 쇄신안이 아니라면 이번 사태를 극복하기는 힘들다. 모든 정치적 이슈가 공천헌금에 묻혀버리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박 후보와 새누리당의 지지율이 무섭게 빠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사태에 대해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책임지겠다는 말이 나오는데 현재 상황에선 (당시 책임자인) 박 후보의 전격 사퇴라는 카드 외에는 별로 효과가 없을 것이다. 지지율이 곤두박질 쳐 대선 필패가 분명해진다면 박 후보가 당의 승리를 위해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시나리오2>
당내 경선에서 패배

박 후보의 두 번째 낙마 시나리오는 당내 경선에서 패하는 것이다.

새누리당 대선경선후보 비박 4인은 이번 공천헌금 문제를 위기로 보기보다는 기회로 보고 있다. 심지어 일부 비박주자 캠프에서는 이번 공천헌금 문제가 더욱 확산되길 바라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박 후보를 누르고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후 쇄신을 기치로 선거를 이끌어 나간다면 대선 승리도 결코 이루지 못할 꿈은 아니라는 계산이다.

한 비박주자의 선거캠프 관계자는 "지금은 한 자릿수 지지율이 나오지만 우리 후보가 새누리당의 단독 대선후보가 돼도 지지율이 그렇게 나오겠느냐"며 "당의 대선후보가 되면 표 확장성은 오히려 박 후보보다 뛰어나 박 후보의 지지자들을 모두 흡수하고 중도층의 표까지 일부 가져오면서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검찰의 수사진행상황에 따라서는 비박주자들이 오는 8월19일로 예정 된 새누리당 대선경선투표일을 연기해야 한다고 주장할 가능성도 있다. 검찰이 수사에 속도를 내면서 매일 같이 새로운 의혹들이 터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아직도 박 후보와 비박주자들 간의 지지율 격차는 엄청나지만 앞으로 치명적인 의혹이 몇 가지 더 추가로 제기될 경우에는 아무리 박 후보라도 승리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는 분석이다.

<시나리오3>
후보 출마자격 박탈

마지막으로 세 번째 낙마 시나리오는 박 후보가 사건에 직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출마자격을 박탈당하는 상황이다. 아주 낮은 가능성이지만 수사과정에서 박 후보가 이번 공천헌금 사건을 직접 주도해 당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금품수수가 이뤄진 정황이 밝혀질 가능성도 있다. 이러한 경우엔 당연히 박 후보가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또 박 후보가 공천헌금을 직접 주도하진 않았더라도 최소한 이를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는 사실만 밝혀져도 치명적이다. 게다가 자금 일부가 박 후보의 대선캠프로 흘러간 정황이 밝혀진다면 당 차원에서 박 후보의 출마자격을 박탈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정치전문가들은 현재 밝혀진 정황들로 볼 때 이러한 가능성은 매우 낮다면서도 "실제로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최악이다. 새누리당에선 어떤 쇄신책을 내놔도 이미지를 복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비박주자 4인도 박 후보와 함께 대선정국에서 매장될 가능성이 크다. 과반수에 육박하는 원내 제1당조차 해체시킬 수 있는 초대형 악재"라고 설명했다.

한편 현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박 후보가 실제로 낙마하게 된다면 다가올 18대 대선의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진다.

복잡한 대선 방정식
정답은 어디에?

새누리당에선 김문수 대선경선후보가 가장 유력한 다음 주자다. 하지만 김 후보가 과연 안철수 서울대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이길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당초 새누리당에서는 안 원장을 이길 필승카드로 안 원장에 대한 다양한 검증 작업들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당의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가 '공천비리'라는 악재로 낙마한 상황에서 이 같은 네거티브는 역풍에 직면 할 수 있다.

안철수 검증 카드를 쓸 수 없게 된다면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정국에서 힘 한번 제대로 못써보고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 새누리당이 파격적인 당외 주자를 영입할 가능성도 있다. 후보로 거론되는 여러 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파격적인 인물은 바로 안 원장이다. 대선 최대의 라이벌인 박 후보가 낙마한 상황에서 안 원장이 손쉽게 대권을 잡는다면 앞으로 국정을 운영해 나가는 데 있어 148석을 가진 새누리당의 지원은 무척 큰 힘이 될 것이 틀림없다. 안 원장의 정책적 색깔 역시 중도적이라 새누리당과 안 원장이 조금씩 양보한다면 결코 이뤄질 수 없는 조합은 아니라는 평가다.

비박 4인 "잘하면 대권 잡는다" 동상이몽
"박근혜 낙마 시 수십 가지 경우의 수 생겨"

반면 박 후보가 낙마하게 된다면 안 원장도 대선에 불출마할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안 원장 스스로가 본인의 저서 <안철수의 생각>을 통해 "야권의 대선후보가 제자리를 잡으면 나는 자연스럽게 원래 자리로 돌아가려고 했다"고 밝힌 만큼 박 후보의 낙마로 야권의 승리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라면 안 원장이 대선에 출마할 명분이 없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이 아예 대선후보를 내지 않아 안 원장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경선후보 간의 싸움이 될 수도 있고, 제3의 후보들이 우후죽순으로 출마할 것 이라는 등 수십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한 정치전문가는 "공천헌금 의혹이 매우 심각한 사안임에는 틀림없지만 박 후보가 대선 출마를 포기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며 "박근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가장 유력한 후보다. 낙마할 경우 대선 정국에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아주 낮은 가능성이라고 해도 정치권에서는 이 같은 시나리오를 만들어 내고 그에 대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박근혜 낙마하면
누가 가장 득 볼까?

반면 야권의 한 관계자는 "공천헌금이라는 구시대적 비리가 지난 총선 과정에서 발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당시 선거를 총 지휘한 박 후보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최근에는 친박계 인사들이 비리에 줄줄이 연루되어 있다는 언론보도까지 나오는 상황에서 박 후보의 낙마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가 아니겠냐"며 "이러한 상황에서도 뻔뻔하게 버티는 시나리오가 오히려 비현실적"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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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1000억 오세훈 한강버스, 아라호 흑역사 오버랩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시가 돛을 올린 한강버스가 고장 끝에 결국 멈췄다. 과거 ‘아라호 사업’도 재조명되고 있다. 아라호 사업은 2010년대 초반 경인 아라뱃길을 중심으로 관광 활성화와 교통난 해소를 위해 인천시와 공동으로 수백억원을 들여 기획한 수상 교통 프로젝트였다. 아라호는 시민들의 외면과 운영 적자로 인해 자취를 감췄다. ‘반면교사’로 삼았던 걸까? 서울시는 한강을 따라 운행되는 수상 교통수단으로, 서울 전역을 연결하는 새로운 교통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으로 지난 18일 한강버스 운항을 시작했다. 여의도, 잠실, 뚝섬 등 주요 한강변 거점과 지하철역을 연계해 시민과 관광객 모두가 이용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는 게 핵심이다. 관광이냐 출퇴근이냐 서울시는 한강버스를 통해 관광 교통수단을 넘어 서울을 ‘한강 중심의 스마트 모빌리티 도시’를 만들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운항이 중단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9일 오전 시청에서 열린 주택 공급 대책 관련 브리핑 도중 “한강버스 관련 입장을 밝히지 않을 수 없다”며 “시민 여러분께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이어 “열흘 정도 운행 통해 기계적·전기적 결함이 몇 번 발생하다 보니 시민들 사이에서 약간 불안감 생긴 것도 사실”이라며 “이번 기회에 (운항을) 중단하고 충분히 안정화시킬 수 있다면 그게 바람직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시는 이날부터 10월 말까지 한강버스 시민 탑승을 중단하고 성능 고도화와 안정화를 위한 무승객 시범 운항을 한다. 시는 국내 최초로 한강에 친환경 선박 한강버스를 도입해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했다. 하지만 지난 22일에는 잠실행 한강버스가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고, 같은 날 마곡행도 운항 준비 중 전기 계통에 문제가 생겨 결항했다. 26일에도 운항 중 방향타 고장이 발생했다. 이 과정에서 운항 중단과 재개가 반복되자 운항 중단을 결정했다. 과거 아라호의 값비싼 교훈을 남겼지만, 실패 요인을 분석하지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되는 결과다. 한강버스 역시 또 하나의 혈세 낭비 사례가 될 수 있다. 서울시 한 관계자는 “아라호 사례를 철저히 분석해 이번에는 실질적인 시민 편익을 제공하고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한강버스가 서울의 새로운 교통 패러다임으로 자릴 잡을지, 아라호의 전철을 밟을지는 향후 몇 년간의 운영 성과에 달려 있다. 서울시 아라호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첫 임기 때인 2010년 서울시가 예산 112억원을 들여 만든 2층 유람선으로 지난 2009년 5월부터 1년5개월을 들여 건조됐다. 오 시장의 지시로 건조된 아라호는 시민들에게 저렴한 요금으로 공연과 한강특화공원 관람이 동시에 가능한 선상문화체험 기회를 제공한다는 영리 목적보다 공공문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민자 유치 대신 재정이 투입된 사업이었다. 당초 아라호를 한강에서 인천 앞바다까지 운항하는 관광 크루즈선으로 활용하려 했으나 여덟 차례 시범 운항과 21회 시험 운항만 했을 뿐 사실상 사업은 중단됐다. 제작 당시부터 경제적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논란을 빚었던 아라호는 정식 취항도 해보지 못한 채 팔렸다. 실제 운행이 어려운 상황에서 보험료와 유지비 등 관리 비용에만 연간 1억원이 들어간다는 점도 매각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112억원 들여 29억원에 판 아라호 출항 나흘 만에 고장…오, 좌불안석 아라호가 정식 운항에 나서지 못했던 배경에는 서해뱃길 사업을 둘러싼 서울시와 시의회의 갈등도 있었다. 오 시장의 아라호 활용 계획에 당시 더불어민주당이 다수인 시의회가 이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10월 고 박원순 전 시장이 취임 후 사업 타당성 문제로 매각을 결정하면서 오 시장의 한강 르네상스 사업이 백지화됐다. 결국 서울시는 아라호 매각을 결정한 후 지난 2013년 5월, 106억원의 예정 가격으로 매각 입찰에 나섰으나 응찰자가 없어 유찰됐다. 이후 2차 입찰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알만한 이들은 알겠지만, 선박 사업은 수요를 찾기 어려운 사업 중 하나다. 결국 서울시는 3차 매각 입찰에서 최초 예정 가격에서 10% 인하된 95억원으로 깎았지만 이마저도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았다. 이후 같은 해 11월, 4차 매각에서 15% 인하된 90억원에 입찰을 시도했지만 응찰자가 없어 가격 인하의 효과는 전혀 없었다. 그러다 서울시는 지난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지 못하자 결국 임대 쪽으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아라호가 정식 운항도 못한 채 6년 넘게 여의도 한강공원 선착장에 방치되면서다. 서울시가 제시한 사업 기간은 연말까지 8개월이고 한 차례 1년간 계약을 연장할 수 있었다. 당시 최저 임대료는 2억6300만원이었다. 아라호는 임대 사업을 시작해 건조 6년 만에 빛을 봤지만, 운항이 종료되는 시점까지 많은 우여곡절이 있었다. 한강의 애물단지로 전락했던 아라호는 지난 2016년 민간업체인 레츠고코리아가 임대사업권을 낙찰받아 3년간 운영하다가 2018년 이랜드그룹 계열사 이랜드크루즈로 사업권을 넘겨줬다. 이랜드크루즈가 사업권을 따낸 시점은 지난 2018년 3월이지만 실제 운영은 2019년 6월부터 시작됐다. 이전 사업자인 레츠고코리아가 서울시의 계약 위반을 주장하며 유람선과 시설물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랜드크루즈는 1년간의 법정 공방 끝에 지난 2019년 6월부터 운영을 시작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수익성 악화로 아라호의 임대 운영 사업을 1년 만에 접어야 했다. 애물단지 전락하나 이랜드크루즈는 임대계약 갱신청구권(1년)마저 포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무렵부터는 주식회사 수가 임대사업권을 이어받았다. 이후 마지막으로 인더라인25가 지난해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사업하는 조건으로 서울시와 지난 2022년 12월 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1년 단기 임대계약이 종료된 이후에도 인더라인25가 철거하지 않아 서울시는 골머리를 앓았다. 아라호 운항은 멈췄지만, 선착장을 한 달째 무단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인더라인25는 계약 연장을 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서울시는 인더라인25를 상대로 명도소송, 점유 이전 금지 가처분, 행정 가처분 등 소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라호가 실패한 가장 큰 이유는 수요 예측 실패와 운영비 부담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아라호가 연간 수십만명의 승객을 유치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실제 이용객은 예측치의 30%에도 미치지 못했다. 또 노선 설계가 시민들의 일상적인 통근이나 이동과 잘 맞지 않았고, 요금 역시 육상 교통수단에 비해 비쌌다. 결과적으로 관광객 유치에도 한계가 있었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아라호는 철수될 수밖에 없었다. 아라호는 건조한 지 15년 만에 민간에 팔렸다. 지난 1월 서울시 한강 유람선 아라호는 5차례 입찰 끝에 약 28억5780만원에 팔려 민간업체에 인도됐다. 2013년부터 총 9번의 입찰을 시도한 결과 3분의 1 가격에 달하는 헐값에 팔린 셈이다. 당시 서울시에 따르면 아라호는 2024년 11월 말 공개입찰을 진행한 뒤 지난달 주식회사 마이랜드와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길이 58m에 688톤 규모의 아라호는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과 서강대교 남단을 오갔다. 승객은 총 310명까지 태울 수 있다. 음악회, 공연, 결혼식, 영화 상영을 위한 시설도 보유했다. 선착장에는 편의점, 치킨집 등 부대시설도 있었다. 아라호는 건조 후 15년 만에 매각되기까지 여러 우여곡절을 겪었다. 후임 고 박원순 시장이 2012년 사업을 백지화하면서 5년간 방치됐다. 2013년 5월 처음으로 공개입찰에 넘겨졌다. 시는 같은 해에만 총 4번의 입찰을 추진했으나, 입찰자가 없어 매번 무산됐다. 실패했지만 이번엔 달라? 서울시는 수의계약 방식으로도 매각을 시도했으나, 매각사의 자금 동원 문제로 불발됐다. 이에 시는 2016년 아라호를 매각하는 대신 민간 위탁하는 방향을 택했고, 2017년부터 민간 위탁을 통해 운영했다. 하지만 임대계약이 만료되면서 지난해 5월 말부터 운항이 중단됐다. 그러자 시는 다시 매각을 시도했다. 지난해 10월부터 총 5차례의 입찰을 진행했고, 같은 해 11월 말 입찰자가 나와 12월 매각 계약을 맺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그간 아라호의 위탁 운영은 선박 운항이 아닌 선착장 내 치킨집 등 부대시설 위주로 돌아갔다”며 “자연스레 선박도 노후화되고, 전반적으로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아 다시 매각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법적 분쟁으로 얼룩진 아라호를 통해 한강에 배 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경험했지만, 이번엔 다르다고 한다. 서울시는 이번 한강버스 사업에서 아라호의 실패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3가지 전략적 과제를 내세우고 있다. 먼저, 실제 수요 기반의 노선 설계를 강조했다. 또 관광 중심이 아닌, 출퇴근·생활 교통을 고려한 정류장 배치, 그리고 지하철·버스 환승과의 연계를 강화했다는 것이다. 합리적인 요금 체계를 내세우기도 했다. 기존 대중교통과의 환승 할인을 적용하고, 관광·레저용 프리미엄 서비스와 생활 교통 요금제의 이원화를 강조했다. 또 탄소 배출을 최소화한 전기·수소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했고, 실시간 교통 정보 제공 및 안전 관리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한다. 서울시가 한강버스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들인 초기 사업비는 약 542억원으로 향후 발생할 총 사업비는 약 1500억~1750억원으로 예상된다. 아라호 사업비보다 10배가량 많은 혈세가 투입될 예정이다. 한강버스는 출·퇴근용 선박인 만큼 이용객을 충족하기 위해 여러 척의 선박이 필요하다. 지난해 3월 한강버스 운영사는 6척의 선박을 납품받는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현재는 첫 출항 이후 3척이 운항 중이며, 향후 6척의 선박이 모두 납품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밖에도 선착장 시설, 운영 시스템, 접근성 개선 등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포함돼 총사업비가 1000억원대 중반까지 증가한다. 묻지 마 10배로 베팅 6시에 나와야 9시 출근 아라호는 ‘유람선 제작’이 중심이고, 공연시설 등이 포함된 문화를 제공하기 위한 목적의 선박이었다. 시설 설계가 크고 복잡한 부분이 있지만, 수량이 하나라 규모 면에서 제한적이기에 한강버스와 다르다는 결론이다. 반면, 한강버스는 여러 척의 선박을 건조해야 하고, 선착장 설치 또는 보수도 그만큼 갖춰져야 한다. 또 전기 또는 하이브리드 선박을 도입한 만큼, 유지비용도 클 뿐만 아니라 홍보, 안전, 시험 운항 등 여타 부대 비용에 민간투자금 및 보조금 등이 혼합돼있어 사업비 증액은 여러 원인으로 발생한다. 한강버스 사업비가 초기 대비 크게 증가한 이유로 업체 선정 과정에서 계약 조건, 예상보다 오래 걸린 공정률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를테면 선박 제작 능력이 있는 업체와 없는 업체 간의 차이를 분석했는데, 일부 업체는 인프라가 부족하거나 준비가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아 계약이 무산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강버스는 대중교통 기능이 강조되면서 ‘출퇴근 수단’ ‘교통망 보완’ 등의 역할이 기대되는 상황이다. 따라서 초기 투자비가 크더라도 지속 운영을 통한 수요 확보가 전제된다. 하지만 계획 대비 수요가 예상만큼 확보될지, 운영비와 적자 보전 부담이 얼마나 될지는 논란 중이다. 한편,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나흘 만에 선박의 방향타 고장 등으로 잇따라 멈춰 승객들이 불편을 겪었다. 지난 23일 기준 누적 탑승객이 1만명을 돌파하는 등 시민들의 큰 관심을 받은 한강버스가 정시성 확보가 중요한 대중교통수단으로서 자리매김할 수 있을 지 의문이 커지고 있다. 매체에 따르면 지난 22일 오후 7시쯤 옥수선착장을 출발한 잠실행 한강버스가 강 한가운데서 20여분간 멈춰섰다. 결국 승객들은 종착지까지 가지도 못하고 도중에 내려야 했다. 한강버스 운영사는 고장 선박을 뚝섬 선착장에 접안한 뒤 승객들을 모두 하선시켰고, 뚝섬에서 잠실까지 구간의 운항을 취소했다. 지난 18일 정식 운항을 시작한 지 나흘 만에 발생한 일이다. 이 과정에서 제대로 된 안내 방송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탑승객은 “20분이 넘게 서 있었고, 안내 방송이 안 나오고 승무원도 안 계시고…. (뚝섬 선착장) 도착하기 2~3분 전에 승무원이 ‘이 배 잠실까지 안 간다’고 뚝섬에 다 내리셔야 된다고…”라고 말했다. 이 사고와 별개로 같은 날 오후 7시30분에 잠실 선착장을 출발할 예정이었던 마곡행 한강버스는 선박 고장으로 아예 결항됐다. 그 바람에 강서 방향으로 이동하려던 시민들은 황급히 다른 교통수단을 찾는 등 불편을 겪어야 했다. 승부수? 무리수? 서울시는 두 선박 모두 전날 밤 안정화 조치를 거쳐 다음 날인 23일 운항에는 차질이 없다고 밝혔다. 또 선내 안내 방송이 없었다는 주장에 대해선 한강버스 운영사가 이상을 감지한 뒤 원인을 파악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려 안내에 일부 지연이 있었다는 설명이다. 현재 한강버스는 마곡-망원-여의도-압구정-옥수-뚝섬-잠실 28.9km 구간을 상하행 7회씩 총 14회(첫차 11시) 운항하고 있다. 소요 시간은 마곡에서 잠실까지 127분이다. 여의도에서 잠실까지는 80분이다. 추석 연휴 이후인 다음 달 10일부터는 출퇴근 시간 급행 노선(15분 간격)을 포함, 평일 기준 왕복 30회로 증편한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