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사건>산부인과 의사와 ‘우유주사’의 두 얼굴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15 12:5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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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도구가 되고 시체 애호증에 시달리고…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일명 ‘기억상실 우유’라 불리는 마취유도제 ‘프로포폴’. 이 약을 강남의 한 산부인과 의사로부터 주기적으로 투여 받던 30대 여성이 갑자기 사망했다. 의사는 시신을 여성의 차에 싣고 한강변에 유기했다.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을 죽음에 이르게 했다는 ‘우유주사’ 프로포폴. 희대의 사건에 등장하는 이 약은 두 사람의 관계에서 어떤 역할을 했던 것일까. 그리고 의사가 프로포폴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건 무엇일까. 캐면 캘수록 나오는 의혹들. ‘산부인과 의사 시신유기 사건’을 심층 취재했다.

산부인과 의사의 시신유기사건 수사가 거듭될수록 추악한 진실이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 사건은 초기 단순의료과실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으나, 용의자 김모(45·산부인과 전문의)씨가 숨진 이모(30·텐프로 유흥업소 종업원)씨와 내연관계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의 전모가 하나 둘 밝혀지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가
놓은 그 주사는…

사건 당일 김씨가 이씨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밤 11시 병원으로 불러냈다는 점, 이씨의 몸에서 김씨의 정액이 발견된 점, 이씨 사망 후 시신유기 과정에서 김씨의 아내가 가담했다는 점, 수면유도제인 미다졸람과 마취제 프로포폴 투약 뿐 아니라 13가지 약물을 섞어 투여했다는 점 등이 드러나면서 복잡하게 전개되고 있다. 그날 이 둘에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성수대교 남단 사거리에 있는 H산부인과 병실 안. 산부인과 전문의 김씨는 링거에 담긴 수면유도제 미다졸람 5mg과 생리식염수를 이씨에게 투약했다.

이씨가 “평소 맞던 프로포폴과 다르다”고 하자 김씨는 “이것도 효과가 괜찮다”며 안심시켰다. 수면유도제가 혈관을 타고 온 몸으로 퍼지자 이씨는 이내 잠들었다.


그리고 20여분 후 잠에서 깼다. 이씨가 깨어나자 김씨는 다시 포도당 영양제 1L가 담긴 링거에 수술용 마취제, 진통제, 항생제, 비타민제 등 10여 종류의 약품을 섞은 뒤 투약했다.

약방울이 흘러들어가는 것을 확인한 김씨는 이씨와 병실에서 성관계를 갖기 시작했다. 이후  이씨는 다시는 눈을 뜨지 못했다. 두 번째 링거에는 사람의 호흡을 서서히 멈추게 하는 치명적인 약물이 섞여 있었다.

이씨의 사망사실을 알게 된 새벽, 김씨는 부인을 대동하고 다시 병원을 찾아 병실에 숨져있는 이씨의 시신을 휠체어에 옮긴 뒤 한강공원 잠원지구 주차장에 버리고 도주했다.

“우유주사 맞을래요?” 꾀어내 주사 놓고 성관계
의료상식에서 벗어난 마취제 13가지 짬뽕투약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사건 전날인 7월 30일 밤(8~11시로 추정) 이씨에게 먼저 “우유주사 언제 맞을래요?”라는 문자 메시지를 보냈고, 이씨 또한 “오늘요 ㅋㅋ”라고 답장했다. 당시 김씨는 술을 마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문자를 받은 이씨가 병원에 도착한 것은 30일 밤 11시쯤. 김씨는 다음날 자정 이씨에게 우유주사를 투여했지만, 그것만 놓은 게 아니었다. 수술용 마취제의 일종인 나로핀, 베카론, 리도카인 및 비타민제 비콤, 진통제 케로민, 항생제 박타신 등 10종류의 약품을 섞어 투약했다.

이 가운데 3개는 마취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심장에 영향을 주는 나로핀과 리도카인, 인공호흡기 없이는 사용할 수 없는 전신마취제 베카론이다. 낯선 약들이 불안해서인지 이씨는 스마트폰으로 베카론, 리도카인, 박타신의 용도를 검색하기도 했다.


경찰조사에서 김씨는 “수면유도제는 내가 잠을 못 잔다고 간호사에게 직접 받아왔고 마취제는 제왕절개 수술이 끝난 수술실에서 다른 의사와 간호사 몰래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김씨가 지난해 6월부터 이씨의 집에 6차례 드나들며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세 차례 투여하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을 확인했다.

1년 전 환자와 의사로 알게 된 두 사람은 이씨가 회복된 뒤 함께 식사를 하며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가까워졌고, 이후 3~4개월에 한 번 정도 만나 성관계를 나누는 사이로 발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로 포장한
의도적 살해?

그렇다면 김씨는 왜 이 많은 약들을 한꺼번에 섞어 이씨에게 투약한 것일까. 김씨는 이씨가 잠이 오지 않고 피곤하다고 해 많은 약을 썼을 뿐이라고 말했지만, 10년차 전문의가 투약 방법이 다른 마취제들을 섞어 쓸 경우의 위험성을 몰랐다는 건 설득력이 약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씨가 이씨에게 주기적으로 투약한 프로포폴은 세계적인 팝스타 마이클 잭슨을 죽음에 이르게 한 마취유도제다. 우윳빛을 띠고 있어 일명 우유주사라고도 불리는데 수면을 유도해 피로를 풀어주는 약물로 알려져 있어 유흥업소 종업원 사이에서는 ‘힘주사’라고 불린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부작용 발생 시 해독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 약을 이른바 ‘죽음의 마취제’라고까지 부른다. 현행법상 향정신성의약품 품목에서 빠져 있어 관리 소홀로 인한 오·남용 소지도 충분하다는 게 이들의 우려다.

강남의 D성형외과 이모 원장은 “프로포폴은 수면을 유도해 불면증을 없애고 피로를 해소하며 기분이 좋아지는 환각을 일으키는 효과가 있어 환각제 대용으로 일부 연예인들이나 유흥업소 종업원들 사이에서 많이 오남용 되기도 한다”면서도 “프로포폴뿐만 아니라 더 위험한 약물들을 두서없이 섞어서 투약했다는 것은 같은 의사가 봐도 비상식적이고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프로포폴 하나만 잘못 써도 사람이 죽을 수 있는데 거기에 또 다른 마취제를 섞었다니 의사가 제 정신이었냐는 것이다.

이쯤 되니 김씨의 ‘고의적 살인’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경찰 역시 혼합한 마취제로 사람이 사망할 수 있다는 전문의 의견을 토대로 미필적 살인을 포함한 ‘고의 살인’으로 보고 엄중 추궁했으나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는 못했다.

알고 보니
시체 성교 애호증?

사건 당시 김씨가 이씨에게 마취제를 투약하고 성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나자 일각에서는 김씨가 술에 취해 강한 성적 자극을 노리고 여러 종류의 마취제를 쓴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았다.

한 정신건강의학과 관계자는 “김씨의 과거 전력, 그리고 산모가 입원하는 병실에서 성관계를 맺은 정황 등을 볼 때 강한 성적 자극에 집착하는 성도착 증세도 보인다”며 “성적인 불만족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해소하려는 증상을 ‘성도착증’이라고 하는데 사회적으로 성공했더라도 성공하기까지 억압당했던 욕망들이 해소되지 못해 생기는 병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마취상태에선 사람이 죽은 사람처럼 축 늘어지기 때문에 ‘네크로필리아 증후군’(시체애호증·시신을 상대로 성행위를 하는 것을 좋아하는 일종의 정신질환)에 가까운 변태성향도 추측할 수 있다”며 “여러 종류의 마취제를 여성에게 투약한 것 역시 자신의 변태성욕을 채워주는 일종의 실험도구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씨가 일종의 약물들을 ‘최음제’로 사용했을 가능성도 제기되었는데 13가지 약물 가운데 ‘리도카인’이라는 것은 흥분을 누르는 약물인 반최음제로 알려져 있다.

즉 최음제와 반최음제의 조합, 혼돈상태로 섞이는 약물들이 이씨를 ‘실험도구’로 이용했을 가능성을 높인다고 이 관계자는 설명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미 몇 차례의 성관계를 나눈 여성을 상대로 자신이 일하는 병원으로 불러내 실험도구로 사용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다.

‘고의살인인가? 변태성욕자인가?’…커지는 의혹
“푸근하고 믿음 가는 의사” 실체에 산모들 충격

두 사람의 금전관계에 대한 의혹도 남았다. 경찰 관계자는 “두 사람의 채무관계에 특별한 정황이 포착되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가끔 연락을 할 때마다 약을 투약하고 성관계를 맺은 정황을 감안했을 때 김씨와 이씨가 서로 수면유도제와 성을 교환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치정에 의한 살인이었을까? 시신유기를 도왔던 김씨의 아내는 “둘의 관계를 전혀 몰랐고 단순의료사고인줄만 알고 남편을 도왔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를 두고 김씨와 아내가 다퉈 일어난 사건도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13가지 약물을 투약한 것인지,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

김씨의 실체가 드러나면서 그 누구보다 큰 충격을 받은 것은 해당 산부인과에서 김씨에게 진료를 받던 산모들이다. 평상시 많은 산모로 붐비던 H산부인과는 고 최진실을 비롯해 김주하 앵커, 축구선수 이동국 등이 거쳐 갈 정도로 강남 일대에서 ‘책임분만제’로 인기를 끌던 곳이다. 책임분만제란 담당의사가 당직이 아닌 날이라도 산모가 한밤중에 오면 달려와서 분만을 봐주는 시스템이다.

김씨 또한 사건이 일어나기 전부터 임산부 사이에서 ‘실력 있고 친절한 의사’로 소문이 자자했다. 그러나 사건 발생 및 언론 보도 이후 육아 관련 커뮤니티엔 H산부인과와 김씨의 얼굴·실명·프로필 등이 모두 공개됐다.

H산부인과를 다니고 있다는 한 네티즌은 온라인 임신·육아 커뮤니티에 “뉴스를 보고 너무 놀랐다. H산부인과 다니고 있는데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다른 산모들의 조언을 구했고, 또 다른 네티즌은 “H산부인과 시신유기한 그 의사한테 진료 받고 그 사람이 애 받아준 산모들 지금 너무 화날 것 같다. 아이의 첫 순간을 그렇게 더러운 손으로 받았다 생각하니 화가 치밀어 오른다”고 몸서리쳤다.

불륜남녀 침대에
누웠다니 ‘경악’

“가장 축복받아야할 순간이 그런 장소인건 싫다. 불륜남녀의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던 병원의 침대에 눕고 싶지 않다”는 네티즌도 있었다.

이 사건으로 땅에 떨어진 의사들의 윤리의식이 재론되고 있지만 동시에 성범죄를 저지른 의사의 자격을 박탈하는 내용의 관련법 제·개정 문제, 마약류의 관리문제 등이 우리 사회의 과제로 남았다.

이에 앞서 경찰이 단순 ‘사고사’로 정리한 여성의 죽음에 관한 실체적 진실은 어떻게든 밝혀져야 한다. 거짓말만 늘어놓는 의사의 자백에만 의존해 한 생명의 억울한 죽음을 만들어선 안 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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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