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이, 그들만의 아지트 대해부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20.05.18 10:47:26
  • 호수 12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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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인도 왔다 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서울 이태원 관련 코로나19 확진자가 133명으로 집계됐다(지난 14일 정오 기준). 0시 기준 131명보다 2명이 늘었다. 중앙방역대책본부(이하 방대본)에 따르면 확진자 133명 중 이태원 일대 클럽 방문자는 82명이다. 나머지 51명은 이들과 접촉한 사람들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19 확진세가 ‘N차 감염’으로 번지고 있다.

당초 초발 환자로 지목된 용인 확진자 A씨는 지난 2일 새벽 이태원 소재 클럽을 다녀온 후 확진됐다. 그후 지역발생 환자는 지난 10일 26명이 나온 데 이어 11일 29명, 12∼13일 22명을 기록했다. 방역당국이 이태원 클럽 관련 조사 기간 및 범위를 지난달 24일부터 지난 6일까지 이태원 일대 유흥시설 방문자들로 넓히면서, 진단검사는 지난 14일에만 2만여건이 진행될 정도로 확대됐다. 

황금연휴 때 
클럽에 집합

용인 확진자 A씨는 이태원 게이클럽을 방문해 논란이 일자 이에 대해 사과했다. 7일 <국민일보>는 A씨가 이날 자신의 SNS에 ‘아직 코로나가 종식되지 않은 상황임에도 연휴 기간 여행 및 클럽 방문은 변명할 여지없이 저의 잘못’이라고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A씨는 지난 1일 밤부터 2일 새벽까지 이태원에 있는 총 세 곳의 클럽을 방문했으며, 세 곳의 당일 방문자 수는 2000여명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또 A씨와 함께 이태원 클럽을 방문한 안양시 거주 20대 남성도 추가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A씨는 “추가적인 루머와 억측들이 돌고 있는 것 같아 말씀드린다. 여행 및 클럽은 증상이 없는 상태서 이동 및 방문했으며, 2일 저녁부터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클럽은 지인의 소개로 방문했고 클럽의 경우 호기심에 방문했기 때문에 오랜 시간 머물지는 않았으며 성소수자를 위한 클럽, 외국인을 위한 클럽, 일반 바 형태의 클럽들이 포함됐다”고 강조했다.


해당 클럽 중 한 곳은 6일 페이스북을 통해 “영업일 모두 매일 클럽 내부를 자체적으로 방역하고 입장 시 발열 체크, 발열 여부와 해외 방문 이력 등을 포함한 방명록을 작성하고 재입장 시 필수 손 소독 절차, 마스크 착용 확인 등의 절차를 거쳤으나 확진자 동선에 노출됐다”며 “해당 확진자에 대한 추측성 소문과 신상 공개 등은 자제해달라”고 전했다. 

밤만 되면 종로서 다함께 모여
수면방 중독…매주 가는 사람도

방송인 홍석천 역시 이태원 클럽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와 관련해 “지금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지난 12일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성소수자는 자신의 정체성이 가족, 지인, 사회에 알려지는 게 두려운 게 사실”이라면서도 “지금은 용기를 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물론 ‘아웃팅’(성 정체성이 타인에 의해 강제로 공개되는 것)에 대한 걱정이 크다는 건 누구보다 잘 안다. 하지만 지금은 그 무엇보다도 본인과 가족·사회의 건강과 안전이 우선”이라며 “다행히 ‘익명 보장’ 검사가 가능하다고 하니 지금이라도 당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방역 당국과 의료진,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쏟은 그동안의 힘과 노력이 헛되지 않게 지금 당장 용기를 내서 검사에 임하길 간곡히 권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홍석천의 이 같은 발언은 A씨가 다녀간 이태원 클럽 중 성소수자들이 자주 찾는 곳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클럽 방문자들이 신분 노출 때문에 검사를 꺼린다는 지적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 용산 워크스루 선별진료소 ⓒ문병희 기자

A씨의 동선으로 파악된 K, Q, T 클럽 모두 게이클럽으로 밝혀졌다. 


지난 1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어느 게이가 알려주는 이번 사태의 심각성’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자신을 20대 성소수자라고 밝힌 B씨는 “나는 은둔형(숨기는 스타일)이 아니기 때문에 게이가 어떻게 노는지, 패턴은 어떻게 되는지 조금이나마 알고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다수의 게이들이 이렇다는 거지 내가 대표성을 가지는 건 절대 아니다”라며 설명에 들어갔다.

그는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 황금연휴였잖냐? 마침 그 기간에 이태원 클럽이 3주년이라 사람이 더 많았다”며 “유명인사, 연예인들도 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황금연휴에 (클럽)3주년까지 겹쳐 조선 8도 지방에 사는 게이들이 전부 상경해 난리가 났었다. 방명록이 있으면 뭐하나, 전부 다 허위로 적고 입장하고 마스크는 대기할 때만 썼다”며 “클럽 안에서 미모 자랑을 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부연설명했다.

이태원발
확진자↑

한 게이클럽의 입장료는 일반 클럽과 비교해 입장료부터 다르다. 금요일의 경우 남자는 1만원, 여자는 3만원이고 토요일의 경우 남자는 15000원, 여자는 5만원이다. 

한 네티즌은 “입장료가 비싼데도 불구하고 게이클럽을 입장하는 여자들은 추파를 던지는 남자들이 없어 자유롭게 놀다가 갈 수 있기 때문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실제로 게이클럽에 여자들도 출입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사태와 본인의 방황을 계기로 <기독일보>에 제보한 이 동성애자는 “게이클럽은 제가 알기로 ‘종태원’(게이들이 종로와 이태원을 합쳐서 부르는 말)과 부산에 한 군데 있다”며 “K클럽은 게이 클럽이어서 입장료가 남성은 저렴하고 여성은 비싸다”고 소개했다.

그는 “T는 클럽이지만 드랙쇼로 유명하다”며 “이곳은 남성만 입장이 가능하지만, 가끔 운영진과 친분이 있는 여성 연예인들도 볼 수 있다. 최근에도 손모씨가 다녀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드랙쇼는 남성이 복장부터 분장, 생각, 행동까지 여성처럼 하는 공연을 말한다. 춤과 노래 립싱크, 패션쇼, 연기, 코미디 등 장르를 가리지 않는다. 
 

▲ 이태원 코로나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킹클럽 ⓒ문병희 기자

성 소수자를 위한 ‘호빠’(호스트바)는 대구, 부산, 종로, 이태원 등에 존재하며, 술값은 수십만원에 달하고 ‘선수’ 테이블 봉사료가 별도인 경우도 있다. 일부 바에서는 ‘2차’(동성 성관계)가 존재하며, 게이가 아니면서도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강제 공개
아웃팅 우려

또 서울과 부산 쪽에는 게이 마사지숍이 있으며, 마사지사를 고객이 선택할 수 있고 역시 성행위도 이뤄질 수 있다고도 한다.


그는 “동성애자, 즉 게이들은 ‘이반시티’라는 커뮤니티 사이트와 어플을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성욕을 해결한다”며 “활동하는 동안 점차로 동성애자들의 세계가 제 생각보다 훨씬 넓고 크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반시티는 LGBT KOREA(엘지비티 코리아)에 의해 1999년 5월 ‘화랑’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됐으며, 이후 2000년 11월 ‘이반시티’로 이름을 바꿔 인터넷 포털 서비스·전자 상거래·비디오 제작업·출판업·문화산업·온라인 쇼핑몰 등의 사업을 하고 있는 한국 최대 남성 동성애자 웹사이트다. 2017년 1월 기준으로 회원 수 22만명, 하루 접속자 수 5만∼6만명에 달하고 있으며, 그 수는 계속 증가 추세다.

지난 10일 이 사이트의 한 커뮤니티에는 “이태원이나 ’블랙‘ 다녀온 애들아, 절대 검사 받으러 가지 마”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에는 ‘자취하고 사이버강의 듣는 대학생이면 상관없지만, 직장인이면 무조건 버텨’라며 ‘어차피 걸릴 가능성도 없고 니들이 걸렸으면 지역사회 감염도 시작됐다는 것이니 팬데믹이 올 때까지 무조건 버텨. 어차피 안 죽고 대구처럼 팬데믹이 오면 동선 공개도 안 돼. 그냥 최대한 많은 사람이 걸리길 빌자’라는 내용이 담겨있었다.

이는 코로나19 확진 시 동선 공개 및 거주지, 직장 등 신상에 대한 정보가 알려지면서 아웃팅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팬데믹이 오길 기다려’ ‘최대한 많은 사람이 걸리길 빌자’라는 내용은 많은 이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해당 글로 인해 이번 게이클럽 이슈가 신천지와 다름없다며, 한국 질병관리본부의 능력을 무시하지 말라는 경고도 이어졌다.
 

▲ 서울 홍대클럽 거리

해당 게시글에 대한 논란이 불거지자 사이트 측은 공지 팝업을 통해 “현재 인터넷에 캡처돼 공유된 팬데믹 관련 게시글은 공식입장이 아니다. 사이트 이용자와 운영진은 도덕적인 사회규범을 준수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작성된 글의 댓글에도 글쓴이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반대하는 반응으로 나뉘어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동성애자들이 모르는 상대를 만나 관계를 맺는 찜질방도 수면 위로 떠올랐다. 서울 시내에만도 여러 곳이 존재한다. 서울 논현역 인근 ‘동성애 사우나’로 알려진 OO는 카페 홈페이지에 ‘남자만 가입 가능’이라고 돼있으며, 실제로 근육질의 체형만 입장이 가능하고 뚱뚱한 남성들은 들어갈 수 없다는 후기들이 올라오고 있다.

남성보다 여성이 요금 비싸
강남 제한적 입장 제한

이곳 카페들은 40대 이상은 출입이 되지 않고, 22세 이하는 무료 쿠폰을, 25세 이하에게는 할인 쿠폰을 발행 중이다. ‘언더웨어(Underwear)’ ‘누드(Nude Only)’ ‘음란한 체대창고(현역 체대생 무료)’ ‘금요 누드’ 등 요일별 이벤트의 야릇한 카피들로 초기 화면을 채우고 있다.

이런 사우나 또는 블랙수면방 등이 나이 제한을 두고 있는 반면, 이곳에 들어가지 못하는 중년들을 주 대상으로 하는 ‘게이 사우나’ OO은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에 위치했다. 종로 관철동에는 헬스장을 사용하면서 찜질방까지 이용할 수 있는 OOO도 있다.

이 밖에 이태원 지역 클럽들의 경우 사우나서 동성 간 성행위를 하는 경우가 많고, 손님이 많지 않은 일반 사우나 중 일부에선 남성 동성애자들이 암암리에 모여 성행위를 하는 일들이 있다. 서울대 입구와 가산디지털단지, 한성대 입구 등지의 일부 사우나가 여기에 해당한다.

한 사우나는 밤이 되면 찜방보다 더 많은 남성 동성애자들이 찾아오고, 다른 사우나는 행정명령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남성 동성애자들끼리 모여 성행위를 한다고 한다.

강남에 있는 수면방도 게이들이 많이 다니는 곳으로 유명하다. 이곳은 입장 조건에 철저하게 부합하는 이들만 출입 가능하다.
 

▲ 블랙수면방 입장 조건 안내문

입장 제한 조건으로는 ▲뚱뚱한 사람 ▲45세 이상 ▲복도서 라이터 켜는 사람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고 끼 부리는 사람 ▲금지약물 복용했거나 술에 취한 사람 ▲피부병이 있거나 전염병이 있는 사람 ▲타인을 촬영하거나 촬영 목적이 있는 사람 ▲폭력적이거나 시비 거는 사람 ▲과도한 문신으로 타인에게 공포감 주는 사람 ▲타인의 프라이버시 침해하는 사람 등이다. 

한 이용자는 “우리들도 이런 곳에 다니는 애들은 기피하지만 중독돼 매주 가는 사람들도 있다”며 “찜방은 비싸봐야 2만원”이라고 언급했다. 또 “확진자가 1명이라도 가면 그곳 특성상 감염 확률은 100%”라며 “문제는 이런 곳들은 질본서 확진자나 접촉자를 추적하는 모든 방법이 안 통하는 곳”이라고 설명했다.

커뮤니티
정보공유

아울러 “모든 사람들이 수건 한 장만 걸치고 돌아다니고 있기 때문에 전화기는 라커에 넣어놓고 꺼둔다”며 기지국 조회 방법도 힘들 것이라 했다. 그는 “99% 현금결제에 카드내역 조회도 안 되며, 이곳에는 CCTV조차 없어 추적도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현재 이곳은 확진자가 거쳐간 곳으로, 문을 닫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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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