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허 찌른 ‘정치9단’ 박지원 속내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8.06 10: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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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8천만원으로 '대어'를 낚겠다고?"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자신에 대한 수사를 '정치적 탄압'으로 규정하며 세 차례에 걸친 소환요구에 모두 불응해온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검찰에 전격적으로 출석했다. 얼핏 보면 검찰의 압박과 여론의 뭇매를 견디다 못한 박 원내대표가 드디어 항복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박 원내대표가 검찰의 허를 찔렀다고 평가했다. 정치권이 박 원내대표를 향해 "역시 정치9단"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는 이유는 과연 무엇일까?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가 지난달 31일 검찰에 기습적으로 출석하자 수사팀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박 원내대표의 검찰 출석은 기자들은 물론이고 같은 당 의원들도 뉴스를 보고 알았을 정도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당일 오전에 이해찬 대표에게 출석 의사를 밝힌 것을 빼고는 아무도 몰랐다고 전해진다. 측근들은 물론 검찰 역시 출석 1시간 전에야 이 같은 사실을 통보 받았다고 하니 무척 파격적인 행보임에 틀림없다.

당황한 검찰

때문에 검찰은 수사를 시작하면서 약 2시간여 동안이나 박 원내대표에게 인생역정을 묻는 등 허둥지둥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고 한다. 검찰의 이 같은 수사방식에 대해 일각에서는 박 원내대표의 긴장감을 누그러뜨리기 위한 의도적인 심리전이 아니겠냐는 해석도 내놨지만 정치9단 박 원내대표에게 통할 리가 만무해 설득력이 떨어진다. 따라서 대부분의 정치권 관계자들은 갑작스런 박 원내대표의 자진출석에 제대로 준비를 하지 못한 검찰이 시간을 벌려 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검찰은 박 원내대표가 지난 2007년 가을 서울 여의도의 한 음식점에서 임석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3000만원을, 그리고 이듬해 3월에는 목포의 한 호텔에서 2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보해저축은행 오문철 회장에게서는 2010년 목포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검찰 수사와 금융감독원 검사가 잘 마무리되도록 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3000만원을 받은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검찰은 이 같은 혐의에 대해 박 원내대표를 대상으로 다음날 새벽 1시까지 무려 10시간 동안이나 강도 높은 조사를 벌였지만 결정적인 증거를 제시하진 못했으며 오히려 박 원내대표가 검찰이 제기한 의혹들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 수준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검찰에 출석하기 전까지만 해도 박 원내대표는 사면초가의 상황이었다. 정치적 탄압이 명백한 수사에는 응하지 않겠다며 버텼지만 이미 체포동의요구서가 국회에 상정되기 직전이었고, 새누리당에서는 표 단속에 나서며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처리를 벼르고 있는데다 민주통합당 내부에서조차 "당당히 검찰조사에 응하라"라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었다.

8월에 예정된 임시국회 역시 박 원내대표를 보호하기 위한 방탄국회가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졌다. 또 수사에 응하지 않는 것이 실제로 불법사실이 있기 때문이 아니냐는 의혹도 점점 커져만 갔다. 계속 검찰 수사에 불응할 경우 향후 대선 정국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부담까지 있었다.

그런데 박 원내대표의 기습적인 검찰 출석 한번으로 이 모든 상황이 순식간에 역전됐다. 정치권이 박 원내대표를 향해 "역시 정치9단"이라며 입을 모으고 있는 이유다.

소환 보이콧하다 검찰 기습 출두 노림수는?
'방탄국회' 논란 짐 벗고 정국 주도권 장악

우선 박 원내대표는 8월 임시국회가 방탄국회라는 논란의 짐을 훌훌 벗었다. 이미 검찰에 제 발로 찾아가 성실히 조사에 응한 만큼 방탄국회라는 새누리당의 비판은 설득력을 잃게 된 것이다. 게다가 새누리당에게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 표결은 정국의 주도권을 되찾을 중요한 분수령이었다. 정두언 의원의 체포동의안 부결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새누리당으로서는 박 원내대표의 체포동의안이 통과되든 안 되든 무조건 남는 장사였지만 박 원내대표의 자진출두로 모든 것이 무산됐다.

검찰 수사도 사실상 벽에 부딪혔다. 검찰은 필요하면 박 원내대표를 한 두 차례 더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8월 임시국회가 열리면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다시 소환하기란 사실상 불가능 하다. 민주통합당은 이미 8월 임시국회 소집요구서를 단독으로 제출한 상태다. 또 검찰 자진출두를 통해 박 원내대표가 결백하다는 주장은 더욱 힘을 얻게 됐다. 무혐의에 대한 자신감이 없었다면 박 원내대표가 자진 출두를 결정하지 못했을 것이란 주장이다.

8월 임시국회를 통해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내곡동 사저 의혹 등에 관한 국정조사는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잔뜩 수세에 몰렸던 박 원내대표는 '역발상의 선택' 한번으로 오히려 대공세를 펼칠 수 있게 됐다.
박 원내대표의 기습으로 허를 찔린 검찰은 전열을 가다듬고 역공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번 사태를 통해 박 원내대표에 대한 수사가 한명숙 전 총리 때와 같이 무죄로 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졌다.


검찰은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한명숙 전 총리를 금품수수 혐의로 기소한 바 있다. 당시에도 검찰은 한 전 총리의 혐의 입증을 자신했지만 당사자의 진술 외에는 마땅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면서 결국 무죄로 판결났다.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만약 검찰이 확실한 물증을 가지고 있었다면 이번 검찰 조사에서 제시하고 박 원내대표를 꼼짝 못하게 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장장 10여 시간에 걸친 조사를 벌이고도 돈을 줬다는 사람들의 진술 외에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만 봐도 검찰이 박 원내대표를 정치적으로 탄압하기 위해 억지주장을 펼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고 주장했다.

역발상의 선택

또 이 관계자는 "대선을 불과 5개월 여 앞둔 중요한 시점에 제1야당의 원내대표를 금품수수 혐의로 소환해놓고 검찰이 앞으로의 수사과정에서 국민들이 납득할 만한 증거를 제시 못한다면 스스로 '정치검찰'임을 자인하는 꼴"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검찰이 정말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결정적인 증거를 가지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어찌됐든 박 원내대표는 이번 검찰 출석을 통해 여러 가지 실익을 챙기게 됐다"며 "박 원내대표의 원맨쇼에 검찰과 정치권이 놀아난 듯한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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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