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남권 세 가지 호재

서울 서남권의 교통여건을 크게 개선시킬 세 가지 교통개발 사업이 마무리에 접어들면서 일대 부동산에 기대감이 감돌고 있다. 서울 강서구·양천구·영등포구·구로구뿐만 아니라 광명·안양 등 인접한 경기 지역 도시들이 수혜를 볼 지역으로 꼽히고 있다.

서남권의 주요 교통호재는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서울제물포터널), 월드컵대교 개통 등이다. 서울 서남권 부동산시장은 다른 서울지역에 비해 저평가돼 있다. 대표적으로 강서구·영등포구·구로구·금천구·관악구 일대가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들 지역은 미래 성장 잠재력과 비교해 부동산시장은 아직도 저평가됐다고 보는 시각이 많기 때문인데, 한때 최근 이곳에 굵직한 교통 등 개발 호재가 많아 향후 부동산 가격 상승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서부간선도로

먼저 개통을 앞둔 도로사업 중에서 도시계획 전문가들이 큰 변화를 기대하는 것은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이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는 영등포구 양평동 성산대교 남단과 금천구 금천IC를 잇는 10.33㎞ 구간을 양방향 4차선인 지하도로 건설하는 사업을 말한다. 2010년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고 2011년 착공하려던 계획이 미뤄지면서 2016년에야 첫 삽을 떴고, 오는 2021년 2월 개통 예정이다.

서부간선도로 지하화 사업 수혜지로는 서울 구로구 구로동 구일역 일대, 영등포구 양평동 일대, 신길뉴타운, 금천구 가산동 가산디지털단지 부근 등이 꼽힌다. 서부간선도로가 연장되는 만큼 경기 광명, 안양, 시흥, 안산에서 서울까지 차량으로 출퇴근하는 여건이 좋아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3개 교통개발 사업 마무리 단계
지금도 저평가…상승 여지 충분

서부간선도로는 도로시설 대비 교통량이 너무 많아 24시간 막히는 상습 정체 구간이기 때문에, 이 도로를 개선하는 것이 서울 서쪽 지역 거주자의 숙원사업 중 하나였다. 도로 개선 사업은 새로 놓는 철도나 지하철 건설 사업보다 집값을 크게 올리지는 못하지만, 도로 소음과 오염이 줄면서 지역민들의 주거 환경이 개선되고 도로와 인접한 상가는 접근성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 신길 센트럴자이

▲신길 센트럴자이(단지 내 상가)= 서울시 영등포구 신길동 337-246번지 일대에 ‘신길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를 분양한다. 신길뉴타운(신길재정비촉지구역) 12구역. 아파트 1008세대 배후 독점상권으로 기존 7호선 신풍역 역세권 입지에 2024년 개통 예정인 신안산선 개통 시 더블 역세권이 된다. 

스트리형으로 조성되는 신길 센트럴자이 상가는 108동에 10개 점포, 103동에 4개 점포로 선호도가 높은 1층 상가로만 구성된다. 전용면적 기준으로 37.65 ~53.32㎡로 다양하다. 편의점, 미용실, 세탁소, 커피전문점, 문구점, 중개업소, 베이커리, 패스트푸드점 등 생활밀착형 업종이 권장업종이다. 

신길뉴타운 초입상가로 고정수요는 물론 인근 초·중·고 및 근린공원 조성으로 유동인구까지 유입이 용이하다. 신길 센트럴자이 단지 내 상가는 신길뉴타운 완성 시 8733세대를 배후로 하는 항아리 상권형태로, 소비력이 높은 3040대 젊은층과 여의도나 7호선 라인 강남권 출퇴근 직장인들, 초중고가 많아 학생수요도 많다는 장점을 지녔다. 

국회대로

다음으로 국회대로 지하화(서울제물포터널) 사업이 있다.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은 경인고속도로와 연결된 국회대로(구 제물포로)를 지하화하는 민간사업이다. 총연장 7.55㎞ 중 순수 터널 구간(6.82㎞)의 도심지 장대터널로, 신월IC와 여의대로를 직접 연결하며 서울 도심교통의 핵심축인 올림픽대로와도 연결돼 서남권의 동서 교통축으로 재탄생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회대로 지하화 사업이 2021년 4월 개통되면 경인고속도로를 통과한 차량이 여의도까지 정체 없이 바로 진입할 수 있다. 또한 신월IC에서 여의도까지 출퇴근 통행시간도 54분에서 18분으로 36분 단축돼, 상습적인 교통정체가 발생되는 국회대로의 교통여건 개선 및 서울 서남권의 교통난이 해소될 전망이다.

서울시는 지하화한 국회대로 상부에 공원을 조성할 계획이다. ‘연트럴파크(마포구 연남동+미국 뉴욕 센트럴파크)’란 별명이 붙은 경의선숲길처럼 선형공원으로 만들어, 오는 2024년 완전 개방한다는 구상이다. 이 도로 지하화 사업들이 완료되면 한강 연결성이나 주변 경관, 도로 사정 등이 개선되면서 수혜지역 주거 환경이 좋아질 것으로 보이면서 양천구, 강서구, 영등포구 등의 지역발전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된다.
 

▲ 등촌동 스톤힐

▲등촌동 스톤힐(지역주택조합)= 서울 강서구 등촌동 365번지 일원에 들어서는 ‘스톤힐 등촌’에 대한 수요자들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총 924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로, 전용 49㎡, 59㎡, 84㎡로 구성된다. 도보 5분 거리에 9호선 등촌역이 위치한다. 

최근 마곡지구 내 기업들의 잇따른 입주로 수요가 증가하면서 높은 희소가치를 지닌 단지로 주목받고 있다. 등촌과 강북횡단선(예정)을 가깝게 이용할 수 있는 더블역세권 입지로 실수요자들에게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5월 마곡지구에 개원한 이대서울병원, 목동종합운동장 등 편의시설과 봉제산, 백석근린공원, 서울식물원 등으로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환경을 갖추고 있다. 단지 주변으로 홈플러스, 이마트, NC백화점이 자리 잡은 몰세권으로도 주목받고 있다. 등촌초, 백석중, 영일고, 대일고, 명덕외고, 진명여고 등 학군 또한 우수해 학부모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 관계자는 “9호선 등촌역을 이용해 여의도까지 10분대, 강남까지 20분대면 이동할 수 있는 것은 물론이고 추후 개통될 강북횡단선을 통해 서울 주요 노선과 GTX C노선으로 환승이 가능하다”고 전했다.

월드컵대교

마지막으로 29번째 한강대교인 월드컵대교도 착공 11년인 만인 올해 말 개통될 예정이다. 월드컵대교는 ‘제2의 성산대교’로 불리는데, 성산대교와 가양대교 사이에 길이 1980m, 왕복 6차선 규모다. 성산대교, 가양대교 교통체증을 해소하기 위해 건설하는 것으로, 서울 마포구 상암동과 영등포구 양평동을 잇는 왕복 6차선, 길이 1980m의 교량이다.

다리가 개통되면 성산대교와 양화대교의 교통량을 분산하는 한편, 마포구 상암동에서 양천구 목동, 염창동을 지나 올림픽대로로 진입하기가 용이해질 전망이다. 수혜지역으로 한강 이북에선 은평구 수색동 증산동, 마포구 상암동, 성산동, 망원동이, 한강 이남에선 강서구 등촌동, 양천구 염창동, 영등포구 양평동이 해당된다. 또 월드컵대교 주변엔 기업이 한창 입주 중인 마포구 상암DMC(상주직원 약 4만여명)와 입주가 시작된 강서구 마곡지구(상주직원 8만여명)가 있다.
 

▲ 등촌역 퀸즈포디엄 삼익

▲등촌역 퀸즈포디엄 삼익(아파트)=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511-4번지 일대에 즉시 입주 가능한 소형 아파트인 ‘퀸즈포디엄 삼익’이 공급 중이다. 지하 2층에서 지상 최고 14층, 총 2개 동으로 구성 예정이다. 총 104세대로, 전용면적은 31.82㎡ 26세대, 32.07㎡ 26세대, 46.33㎡ 26세대, 47.77㎡ 26세대로 구성된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촌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의도까지는 10분대, 강남은 20분대에 도착이 가능하다. 

9호선이 연결되는 마곡지구는 LG사이언스 파크를 비롯한 34개 대기업 등 약 61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풍부한 배후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어, 등촌역 인근에 만들어지는 등촌 스톤힐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강서, 양천, 영등포, 구로…
광명·안양 등 인접도 수혜

지하 2층에 휘트니스센터 등의 편의시설이 제공된다. 풀옵션 빌트인(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 혜택과 비교적 가벼운 분양가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다. 봉제산의 숲세권 안에 들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목동문화체육센터와 목동 종합운동장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다.

강서구 및 양천구, 마포구 일대의 생활 인프라를 누리기에 적합하고 김포국제공항도 멀지 않다. 공항대로로 올림픽대로까지 차량 10분이면 진입할 수 있다. 1㎞ 이내에 이마트, 홈플러스, NC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인접해 있어 생활 인프라가 안정적이고 등촌초등학교, 백석중학교, 영일고등학교가 모두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학세권을 형성하고 있다.

교통 및 개발호재도 있다. 강북횡단선(목동~청량리 2021년 착공예정)과 원종홍대선 개발 예정에 있다. 인근 양천구 목3동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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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