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속의 진주’를 잡아라!

각종 규제로 아파트 분양시장이 실수요자 위주로 개편되면서 부동산시장에서 저평가됐던 지역들이 재조명을 받고 있다. 이들 지역은 다양한 개발호재와 합리적인 가격 등이 부각되면서 주거환경 개선 및 시세차익에 대한 기대감으로 분위기 반전 중이다.

저평가 지역이 재평가되면서 지역을 대표하는 주거 중심지로 변모하는 사례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실수요는 물론 투자수요의 관심까지 불러모으고 있다. 저평가 우량지는 대규모 개발사업 추진으로 미래가치가 높지만 노후화로 인해 주거 선호도가 낮은 지역을 말한다. 이들 지역은 부동산 가치가 낮게 평가된 지역인 만큼 상대적으로 집값도 저렴해, 추후 재평가를 받을 시 가격 상승의 여지가 충분하다.

영등포

대표적인 지역으로 서울 영등포구, 성동구, 강서구를 들 수 있다. 먼저 영등포구 일대는 과거 노후주택이 밀집해 있는 데다 공업지대라는 인식이 강해 서울에서도 주거 선호도가 낮은 지역으로 꼽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타임스퀘어, 디큐브시티 등 인근으로 대형 복합쇼핑몰이 잇따라 들어서고 신길뉴타운, 영등포뉴타운 등 대규모 정비사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성수동

다음으로 성수동이 있다. 과거 낡은 공장지대로 인식됐던 곳이 각종 개발이 진행되며 선호도 높은 주거지로 변신한 사례다. 도시재생을 통해 문화 콘텐츠의 특성을 살려 수제화거리, 카페거리 등 준공업지를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을 뿐만 아니라, 서울숲 등 쾌적하고 우수한 주거환경이 조성되며 살기 좋은 주거지로 거듭났다.


초고층 주상복합이 들어서면서 강남보다 높은 가격이 형성됐다. 10년 새 집값은 2배가량 뛸 정도로 신흥 부촌으로 자리매김했다. 독특한 외관과 한강 전망이 우수한 주상복합단지들은 유명 연예인들의 매입이 이어지면서 랜드마크로 급부상 중이기도 하다.

등촌동

서울 서남권의 대장주인 마곡지구 후광효과, 대형 교통호재 등 개발호재가 봇물 터지는 등촌동 아파트가 저평가돼 관심을 끌고 있다. 서울 강서구 등촌동 집값이 최근 들어 가파른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데 이웃한 마곡지구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상황에서 일종의 갭 메우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2016년 이후 마곡지구로 젊은 근로자들이 유입되면서 상대적으로 집값이 저렴한 등촌동으로 직주근접 수요가 몰리며 집값 상승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은 마곡지구가 폭발적으로 오를 때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이에 따른 갭 메우기를 하며 집값이 폭발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보인다.

등촌동 일대는 여의도 접근성도 뛰어난 만큼 여의도 개발 계획도 최근 급격한 상승의 또 다른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마곡지구의 비싼 아파트 가격에 부담을 느낀 수요자들이 인근의 비교적 저렴한 주거타운인 등촌동 일대로 눈을 돌리면서 등촌동 부동산 가격이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각종 규제로 실수요자 위주 개편
저평가 우량지 내 신규 단지 눈길

등촌동 부동산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는 원인으로 마곡지구 후광효과 외에도 최근 이곳에 강북횡단선 착공(2021년 예정), 월드컵대교 개통(2020년 말), 원종홍대선(서부광역철도) 가시화 등 초대형 개발호재가 줄을 잇고 있다.


강서구 등촌동은 노후주택 비율이 99%(전체 1만8574가구 중 1만8431가구)로 강서구(83.7%)에서 가장 높다. 지난해 8월 서울 강서구에서 분양한 ‘등촌 두산위브’는 지하철 9호선 가양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다. 주변에 백석초, 마포중, 마포고 등 학교와 홈플러스, CGV 등 편의시설 등이 가까운 올인빌 단지로 청약 당시 1순위 평균 43.82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난 3월 기준으로 2~3억 선의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

해운대

지방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포착돼 수요자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대표적인 곳으로 부산 해운대와 대구 서구가 있다. 먼저 부산은 해운대 일대의 변신이 가장 획기적이었다. 해운대구는 1994년 관광특구로 지정돼 국제적인 관광도시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특히 1991년부터 부산 최초의 계획도시인 해운대 신시가지 조성사업이 시작됐고, 새 아파트 공급이 활발해지며 인구 유입도 이뤄졌다.

센텀시티와 마린시티 일대에는 고급 아파트가 들어서며 해운대는 중산층이 거주하는 세련된 도시로서의 이미지도 확보하게 됐다. 경상권 일대 최고가 아파트로 정평이 난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는 작년 3월 전용 222㎡가 41억4340만원(68층)에 거래되며 작년 부산 지역 최고가 아파트로 기록된 바 있다.

서구

다음으로 최근 대구 서구는 대구 내 주거 최선호 지역으로 꼽히는 수성구의 집값 상승률을 앞섰다. KB부동산시세 자료를 보면 지난 1년간(2018년 5월~ 2019년 5월) 서구의 3.3㎡당 평균매매시세는 6.88%(770만원→823만원) 오르며 대구 전체(4.39%)는 물론 수성구(6.83%) 집값 상승률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현상은 장기간 부동산 가격 상승에서 소외돼 있던 서구를 중심으로 다양한 개발호재가 가시화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서구는 약 1만2000여가구의 대규모 주택정비사업이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어 주거환경 개선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등촌역 퀸즈포디엄 삼익= 서울시 강서구 등촌동 511-4번지 일대에 즉시 입주 가능한 소형 아파트인 ‘퀸즈포디엄 삼익’이 공급 중이다. 9호선 등촌역 역세권에 조성되는 투룸 및 스리룸 후분양 아파트다. 서울 지하철 9호선 등촌역이 도보 3분 거리에 위치해 있어 우수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지하철을 이용하여 여의도까지는 10분대, 강남은 20분대에 도착이 가능하다. 

9호선이 연결되는 마곡지구는 LG사이언스 파크를 비롯한 34개 대기업 등 약 61개 기업이 입주할 예정이다. 풍부한 배후수요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할 수 있어, 등촌역 인근에 만들어지는 등촌 스톤힐 아파트의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하 2층에 휘트니스센터 등의 편의시설이 제공된다. 풀옵션 빌트인(에어컨, 냉장고, 공기청정기 등)의 혜택과 비교적 가벼운 분양가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지하 2층에서 지상 최고 14층, 총 2개동으로 구성 예정이다. 총 104세대로 전용면적은 31.82㎡ 26세대, 32.07㎡ 26세대, 46.33㎡ 26세대, 47.77㎡ 26세대로 구성된다.

개발호재 실현에 따라 
향후 시세차익도 가능

봉제산의 숲세권 안에 들어 쾌적한 환경을 자랑한다. 목동문화체육센터와 목동 종합운동장도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강서구 및 양천구, 마포구 일대의 생활 인프라를 누리기에 적합하고 김포국제공항도 멀지 않다. 공항대로로 올림픽대로까지 차량 10분이면 진입할 수 있다. 편리한 교통 외 생활 편의성도 우수하다. 


1㎞ 이내에 이마트, 홈플러스, NC백화점, 현대백화점 등이 인접해 있어 생활 인프라가 안정적이다. 등촌초등학교, 백석중학교, 영일고등학교가 모두 도보 5분 정도 거리에 위치해 있어 학세권을 형성하고 있다. 교통 및 개발호재도 있다. 강북횡단선(목동~청량리 2021년 착공 예정)과 원종홍대선 개발 예정이다. 인근 양천구 목3동이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됐다. 입주는 2020년 4월 예정. 자금관리는 무궁화신탁이 맡았다.
 

▲동양라파크 사당= 서울시 동작구 사당동 235번지 일대에 위치할 ‘동양라파크 사당’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지하 4층, 지상 34층, 10개동, 총 1559세대의 대단지로 이뤄진다. 전용면적은 인기가 많은 중소형 타입인 49㎡·59㎡A·59㎡B·59㎡C·74㎡·84㎡ 등으로 구성된다. 내부는 3~4bay 판상형 위주 설계가 적용된다. 남향위주 배치로 우수한 채광과 통풍을 자랑한다. 최근 선호도가 높은 ‘수납기능 강화’ 펜트리 공간 및 드레스룸이 적용됐다. 천정고는 우물형 천정 설계로 탁 트인 개방감과 넓은 실내공간을 연출했다. 

도보 2분 거리에 남성역이, 10분 거리에 서울 지하철 2호선 낙성대역이 자리해 더블 역세권의 장점을 누릴 수 있다. 또한 인근에 주민센터, 문화회관, 사당시장, 대형마트 등 생활편의시설이 다수 위치해 있다. 단지 내에는 골프연습장, 작은도서관, 복지센터, 어린이집 등 커뮤니티 시설이 조성돼 생활에 부족함이 없다. 자녀 교육에 있어서도 행림초, 남성중, 동작고 등의 학교가 인접해 자녀를 둔 세대주의 편의를 높였다. 

남성역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로 일반분양 아파트 대비 30~40% 이상 저렴한 분양가를 자랑한다. 그동안 사당동은 불편한 교통으로 인해 부동산시장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뉴타운 개발사업 및 서리풀터널 개통 등 부동산 호재가 잇따르며 강남을 잇는 신흥생활권으로 급부상했다. 이 지역에 들어서는 아파트에 실수요자들 관심이 쏟아지는 이유다.

분양 관계자는 “가격이 저렴한 만큼 향후 시세차익도 기대해 볼 수 있다”며 “상대적으로 저평가 되어왔던 사당동에 들어설 동양라파크 사당을 주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순천 금호어울림 더파크 2차= 금호산업은 전남 순천시 서면 선평리 613번지 일원에 짓는 ‘순천 금호어울림 더파크 2차’ 분양에 나선다. 지하 1층, 지상 최고 18층, 6개 동, 전용면적 84~99㎡, 349세대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별 세대수는 84㎡A 194세대, 84㎡B 35세대, 84㎡C 35세대, 84㎡D 31세대, 99㎡ 54세대 등이다.


강청수변공원 앞에 조성돼 조망권 및 자연환경이 우수하다. 강청수변공원에는 아이들의 상상력을 키워주는 기적의 놀이터와 축구장, 인라인스케이트장, 족구장 등 다양한 운동시설을 갖추고 있다. 광역교통망도 우수하다. 남해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진출입이 편리한 순천IC가 가까워 광주 및 광양, 부산 등 주요 도시로의 이동이 편리하다. 버스정류장이 단지 인근에 위치해 있고, KTX 순천역도 가깝다. 순천 시내 이동이 편리한 삼산로와 백강로가 단지와 인접해 있다. 

단지 1.5㎞ 내에 동산초, 용당초, 향림중, 순천여중, 팔마고, 효산고, 순천제일고 등 초·중·고교의 교육시설이 밀집돼 있다. 생활편의시설도 마련돼 있다. 차로 5~10분 거리에 홈플러스, 이마트, NC백화점, 중앙시장 등이 위치해 있다. 또 CGV, 메가박스, 순천시청, 순천병원 등의 생활편의시설도 가깝다. 

단지를 남향 및 판상형 위주로 배치해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다. 특히 전 세대를 지역 내 선호도가 높은 중대형(전용84㎡이상)으로 구성했다. 대부분 4bay 신평면(일부타입) 설계를 적용해 입주자 라이프스타일에 맞는 공간 활용이 가능하다. 전용 84㎡ B타입은 강청수변공원 조망이 가능한 3면 개방형 설계를 적용해 조망권과 채광이 우수하다. 입주자 편의를 위해 전 가구에 드레스룸이 제공된다. 수납공간이 우수한 펜트리(일부세대)와 알파룸(일부세대) 등이 마련될 예정이다.

분양가는 3.3㎡당 평균 900만원 초반대로 책정돼 인근 분양 단지보다 저렴하다. 계약자의 자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계약금 2회 분납(1차 1000만원 정액제) 및 중도금 60% 전액 무이자 융자 혜택을 제공한다. 계약 즉시 분양권 전매가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강청수변공원 일대에 브랜드 아파트가 연달아 공급돼 매매가격도 일제히 오르고 있는데, 쾌적한 주거 환경에 굵직한 대형 개발 계획 등이 예정돼 지역의 신흥 생활권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수요자들이 많이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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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