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리 내린’ 배달의 민족 여우짓

이재명이 무섭긴 무섭구나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음식 주문 앱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과다 수수료 논란과 관련해 공식 사과문과 상생안을 발표했다. 코로나19 사태로 자영업자들이 경영난을 호소하고 나선 가운데, 수수료율을 높인 배민을 향한 안티 여론이 고개를 들자 뒤늦게 수습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6일 배달의민족에 따르면 4월1일부터 앱 화면 상단에 노출되는 ‘오픈 리스트’가 ‘오픈 서비스’로 바뀌고, 중개 수수료는 기존 6.8%서 5.8%로 1%포인트 내린다. 개편된 오픈 서비스는 기존 오픈 리스트서 제공되던 중개 수수료를 감면하고, 무제한으로 제공되던 ‘울트라콜’을 3건으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독과점 횡포”

지금까지 배민은 배달 매출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앱 내 노출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현재 배달의민족은 앱 화면에는 오픈 리스트 3개 업소가 부문별 최상위에 올라가고 그 아래에는 월 8만8000원 정액 광고료를 내는 ‘울트라콜’이 자리한다.

오픈 리스트는 여러 음식점이 신청하더라도 한 번에 3개 업체만 무작위로 보이며 울트라콜에는 이용 중인 모든 업소가 등장 가능하다.

이 두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는 음식점들은 자연스레 상대적으로 눈에 덜 띄는 하단 화면으로 밀리게 된다. 이 같은 이유로 점주들은 소비자의 눈에 잘 띄게 하기 위해 울트라콜을 중복으로 신청해왔다.


이에 매장 중복 노출로 인한 고객 불만이 증폭되자 배민은 이른바 일부 점주들의 ‘깃발 꽂기’를 막기 위해 오픈서비스 방안을 내놨다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으로 오픈 서비스라는 이름으로 신청 업소 모두 노출이 가능해졌다. 기존 울트라콜은 하단으로 밀린다. 바로 이 오픈 서비스의 이용료가 월정액이 아니라 매출의 5.8%로 매겨지게 되는 구조다.

울트라콜 광고는 월 8만8000원만 내면 등록할 수 있으며 수수료 기반 광고인 오픈 리스트는 해당 광고 링크를 통해 발생한 매출의 6.8%에 해당하는 중개 수수료를 지불하는 시스템이다.

하지만 자영업자들 사이에선 결국 ‘광고료 인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배민 측은 중개 수수료를 낮춘 것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오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경쟁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상황서 중개 수수료가 1% 낮아진 건 큰 의미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매출 반 토막이 현실화된 실정에 이 같은 정책이 도의적으로 어긋난 ‘꼼수 개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자영업자 A씨는 “배민의 말처럼 오픈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는 경쟁할 수 없도록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상황서 중개 수수료가 1% 낮아진 건 큰 의미가 없다”며 “내용만 봤을 때는 우리를 위하는 상생 정책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국 전체적인 비용 부담은 늘어날 것”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갈수록 소비자들 사이서 배달 주문 비율이 높아지면서 업주들의 배달 앱 의존도도 자연스레 높아지고 있다. 이에 광고비 정액 지출서 수수료 정책으로의 변경은 장기적으로 봤을 때 고정 지출부담이 커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프랜차이즈업체 점주는 “광고비 인하 혹은 동결을 기대했던 소상공인들 입장에선 가뜩이나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서 우리를 위하는 척 광고 정책 변경이 무슨 소용이냐”며 “장기적으로 봤을 때 잘 되는 곳은 잘 되는대로 수수료가 올라가 불만이 나올 것이다. 자연스레 배달비를 높일 수밖에 없는 매장들도 늘어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소비자들 역시 치킨을 3만원대를 주고 먹게 되는 날도 머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 요금제로 수수료 인상하려다…
논란 일자 “개선책 마련”사과

이와 관련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아직 광고 정책이 정식으로 시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입점 업체 운영자 분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향후 지속적인 안내와 지원에 나설 것”이라며 “정액 광고료가 수수료로 바뀌었을 때 돈을 더 내는 경우가 있을 수 있지만 반대로 비용이 줄어드는 경우도 있다. 실제 내부 시뮬레이션 결과 절반이 넘는 52%가 광고비를 덜 내게 됐다”고 말했다.

지난 6일 이재명 경기지사는 배달의민족 수수료 개편을 독과점의 횡포로 규정하고, 이에 대항해 공공배달앱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 지사는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플랫폼기업 횡포 해결방안 고민할 때”라며 “경기도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보통 규모의 경제는 한계 비용 때문에 무제한적일 수 없는데, 기술혁명으로 디지털 경제는 한계 비용이 제로에 수렴해 규모의 경제가 수요가 있는 한 무제한일 수 있게 됐다”며 “대표적인 것이 플랫폼 경제인데, 대규모 플랫폼이 완성되면 이용자 증가에 따라 수익은 비례해 늘지만 비용은 거의 늘지 않아 독점적 지위를 구축하기 용이하고, 이를 이용한 과도한 이윤추구가 쉽다”고 설명했다.

또 “자영업자들의 고통이 극심한 이때 배달의민족 등 배달앱 업체들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일방적 이용료 인상으로 과도한 이윤을 추구하며 자영업자들을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6일, 논란이 되고 있는 요금 체계 변경과 관련해 공식 사과의 뜻을 밝혔다. 정액제서 정률제로 요금제를 바꾼지 6일 만이다. 우아한형제들은 또 새 요금제에 대한 반발을 의식해 4월에 한해 업주들이 낸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주기로 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코로나19로 외식업주들이 어려워진 상황을 헤아리지 못하고 새 요금 체계를 도입했다는 지적을 겸허히 수용하고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일부 업소가 광고 노출을 독식하는 ‘깃발 꽂기’ 폐해를 줄이기 위해 새 요금 체계 도입했지만 자영업자들이 힘들어진 상황 변화를 두루 살피지 못했다”며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나는 분들의 입장은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비용 부담이 늘어난 소상공인들을 위한 임시 대책도 내놨다. 김 대표는 “앞서 월 15만원 한도 내에서 3·4월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드리는 정책을 발표했는데 당장의 부담을 줄여드리기 위해 4월 동안은 상한을 두지 않고 내신 금액의 절반을 돌려드리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즉각 (새 요금제인) 오픈서비스 개선책 마련에 나서겠다”며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분들에 대한 보호 대책을 포함해 여러 측면으로 보완할 방법을 찾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새 요금제 도입 후 5일간의 데이터를 비교 분석해보면 비용 부담이 늘어나는 업주와 줄어드는 업주의 비율의 거의 같게 나타나고 있다”며 “데이터가 축적되면 향후 투명하게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고개 숙여


배민을 향해 “독점적 횡포”라고 비판했던 이 지사는 이날 배민 사과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배민의)성명은 원상복구에 대한 언급은 없이 또다른 이용료 체제 개편을 하겠다는 것인데, 반발 모면을 위한 임시 조치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배민의 사과는) 체제 개편으로 인한 이익증가(이용자의 부담증가)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으로서 사과의 진정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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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