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정치인과 사생아의 ‘위험한 관계’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2 10: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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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서 '사생아 파문' 또 터진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권력자의 어두운 비밀을 알고 있던 신하는 구덩이를 파고 마음에 두고 있던 말을 토했지만 그의 말은 대나무 숲의 메아리를 타고 온 마을에 퍼졌다. 이렇게 한번 퍼진 소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임금님 귀가 길다’라는 식의 확대 재생산만 낳을 뿐. 선거철이면 빠짐없이 재현되는 정치인 관련 루머도 마찬가지다. 흠집내기성 의혹 제기는 물론 각종 유언비어와 마타도어가 난무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대권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루머가 있으니, 바로 ‘정치인과 사생아’ 논란이다. 그 은밀한 사생활을 들춰봤다.

 

최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예비후보의 사생아 논란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유명 정치인들의 ‘사생아’ 얘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올 때마다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의례적인 루머로 굳어져가고 있는 ‘정치인들의 사생아 의혹’. 사실과는 무관한 소문일까, 루머를 가장한 진실일까.

호적엔 2남 3녀
실제는 3남 4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딸 가오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YS의 사생활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것은 1992년 민자당 대선후보 때였다. 그 해 2월 20일자 <LA매일신문>에 ‘김영삼 씨의, 숨겨둔 딸 가오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시작으로 21, 23일자 등 총 3회에 걸친 시리즈 해부기사를 통해 국내외 언론에서 동시다발적인 보도가 나왔다.

미주 한인 대표 언론인 LA <선데이저널>의 기사요약에 따르면 ‘YS가 한창 정치권에 갓 입문하고 국회의원 재선 등에 고심하던 시절인 60년대 초반 S요정 출신 이경선씨라는 여인과의 외도를 통해 ‘가네꼬 가오리(金子 香織 : 한국명 주현희)’라는 딸을 낳았다는 내용의 ‘사생활’과 관련한 비화였다.

당시 이 같은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YS의 숨겨둔 딸 가오리의 이야기가 널리 회자됐다. 나중에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숨겨진 딸뿐만 아니라 아들도 있다더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LA매일신문>은 잇따른 보도를 통해 인륜과 천륜을 져버린 민자당 대통령후보의 사생활에 대한 부도덕성을 공격하며 대통령후보로서의 사실과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촉구했지만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자당 측과 YS 캠프진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일부 부도덕한 세력들의 제14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적 위해를 가하기 위한 음모라고 반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숨겨진 딸 ‘가오리양’으로 곤욕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소문에 시달려

YS는 즉각 <매일신문>의 기사를 전재하여 보도한 한국의 <인사이더월드> 발행인 손충무씨를 고소하고, 검찰은 5일 만에 손씨를 구속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후 YS는 대통령에 당선 되었고 숨겨놓은 딸의 진실은 철저히 은폐된 채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소문이 ‘객관적 사실’로 굳어진 것은 YS가 임기를 끝마친 지 2년 가량이 지난 2000년 1월이다.

당시 자신을 ‘가네코 가오리’라고 밝힌 여성이 YS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모친인 이모씨가 선고 2주를 남기고 돌연 고소를 취하해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오리의 생모인 이씨는 그해 미국 LA에서 <선데이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1960년대 초반 YS와의 만남, 가오리의 출산 이후, 일본인에게 양녀로 입양시킨 사연 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10월엔 자신이 YS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던 한 남자가 YS를 상대로 친자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YS는 이와 관련해 유전자검사명령에도 응하지 않고 소송대리인도 선임하지 않는 등 일절 대응 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2월 친자확인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법정득남’을 했다.


의혹 ‘단골 주인공’
여직원과 여비서

대선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12월 인터넷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노무현의 숨겨놓은 딸 의혹’을 놓고 진실공방전이 벌어졌었다.

대선 당시 <오노뉴스> 운영자이자 전 방송작가 김세동씨가 “노무현씨가 세칭 ‘인권변호사’ 시절인 1980년에 자기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여직원과 성관계를 맺어 딸을 낳았다”며 “이 딸이 현재 노무현씨의 형 노건평씨 호적에 입적되어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인터넷상에 유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노건평, 민미영 부부의 호적등본 등 관련서류를 첨부해가며 “민미영씨가 지난 81년 혼인 전 딸(희정)을 입적했으며, 그 후 지난 83년 노건평씨와 혼인신고를 했는데 이는 그 과정을 볼 때 상당한 의혹의 소지가 있다”며 그럴듯한 가설까지 내세웠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찬반 양측으로 갈려 맹렬한 설전을 보이기도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김씨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위반혐의로 수원 구치소에서 구금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김씨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대한 비방문건을 인터넷 상에서 퍼 날랐다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2003년 석방된 후에도 수원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할 뜻을 내비췄다. 당시 그는 “아직 판결이 끝난 것이 아니다. 검찰은 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자의 사생활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도 이뤄졌어야 한다”면서 “머리카락이나 체모로 DNA검사가 이뤄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나의 유죄 여부를 알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큰 선거 때만 되면 ‘믿거나 말거나’식 루머 난무

퇴임 후 사생아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경우도 있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경우다. 소문은 DJ가 1970년, 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여비서였던 김씨와의 사이에 낳은 딸이 있다는 것이다.

2005년 4월 19일, SBS의 시사 프로그램인 <뉴스추적>은 ‘DJ의 숨겨진 딸’이라고 주장하는 30대 여성에 대해 특종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는 ‘대하’라는 고급 한정식 집에서 당시 김대중 신민당 국회의원을 처음 만났다”며 “자신은 7~8세 무렵부터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찾아가 생활비를 타오곤 했으며 조풍언을 통해 아파트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뉴스추적> 보도에 대해 DJ 측은 숨겨진 딸이란 없다고 분명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6년 4월 16일, DJ의 숨겨진 딸로 알려진 김씨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DJ의 사생아라는 주장을 부인하면서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김씨는 “모친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고, 모친이 돈을 받아오게 시켜 지난 2000년까지 김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았다”며 “어린 꼬마였던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킨 어머니가 지독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거용’ 악성루머
이번 대선에도?

2007년 한 차례 ‘사생아 존재여부’에 휩싸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예비후보는 YS의 차남 현철씨의 ‘사생아 관련 발언’ 보도로 이번 대선 역시 구설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7월19일 후보청문회에서 ‘자녀가 있다’는 시중의 소문에 대해 “내가 애가 있다는 말이 떠도는데 DNA검사라도 받겠다”며 “그래야 그 자식의 부모를 위한 길”이라고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

현철씨와의 인터뷰를 실은 <월간중앙> 7월호는 이에 대해 “요즘은 더 구체적인 얘기가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이 낳은 자식이 올해 30세 정도이며 일본에 산다”는 정가의 풍문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주자들의 사생아 의혹 제기에 관계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캠프에서는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18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과 같은 큰 선거 때 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온갖 괴소문과 갖은 루머들이 난무한다.

문제는 ‘루머’라는 게 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좀처럼 진위가 밝혀지지도 않고 또 사실과는 관계없이 확대 재생산돼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또 선거가 끝난 후에는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져 루머의 진실여부는 중요치 않게 된다.

정치지형의
‘새판’ 고민할 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하필 선거철만 되면 왜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하는 건지. 왜 권력은 꼭 이렇게 피를 먹고 자라야만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

흑색선전이든 음해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치고 빠지기식 정치인들의 모습이 아니다.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 후보비방이 아닌 정치지형의 ‘새판’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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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