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정치인과 사생아의 ‘위험한 관계’ 추적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8.02 10: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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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대 대선서 '사생아 파문' 또 터진다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권력자의 어두운 비밀을 알고 있던 신하는 구덩이를 파고 마음에 두고 있던 말을 토했지만 그의 말은 대나무 숲의 메아리를 타고 온 마을에 퍼졌다. 이렇게 한번 퍼진 소문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임금님 귀가 길다’라는 식의 확대 재생산만 낳을 뿐. 선거철이면 빠짐없이 재현되는 정치인 관련 루머도 마찬가지다. 흠집내기성 의혹 제기는 물론 각종 유언비어와 마타도어가 난무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대권 때마다 빠짐없이 등장하는 루머가 있으니, 바로 ‘정치인과 사생아’ 논란이다. 그 은밀한 사생활을 들춰봤다.

 

최근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 전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예비후보의 사생아 논란을 제기하고 나서 파장이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과거 우리 정치사에서 유명 정치인들의 ‘사생아’ 얘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올 때마다 국민들의 주목을 받고 호기심을 자극했던 것도 사실이다. 이제는 의례적인 루머로 굳어져가고 있는 ‘정치인들의 사생아 의혹’. 사실과는 무관한 소문일까, 루머를 가장한 진실일까.

호적엔 2남 3녀
실제는 3남 4녀? 

김영삼(YS) 전 대통령의 ‘숨겨놓은 딸 가오리’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YS의 사생활이 본격적으로 도마에 오른 것은 1992년 민자당 대선후보 때였다. 그 해 2월 20일자 <LA매일신문>에 ‘김영삼 씨의, 숨겨둔 딸 가오리, 뉴욕에 거주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시작으로 21, 23일자 등 총 3회에 걸친 시리즈 해부기사를 통해 국내외 언론에서 동시다발적인 보도가 나왔다.

미주 한인 대표 언론인 LA <선데이저널>의 기사요약에 따르면 ‘YS가 한창 정치권에 갓 입문하고 국회의원 재선 등에 고심하던 시절인 60년대 초반 S요정 출신 이경선씨라는 여인과의 외도를 통해 ‘가네꼬 가오리(金子 香織 : 한국명 주현희)’라는 딸을 낳았다는 내용의 ‘사생활’과 관련한 비화였다.

당시 이 같은 내용이 세간에 알려지자 국내에서는 YS의 숨겨둔 딸 가오리의 이야기가 널리 회자됐다. 나중에는 의혹이 눈덩이처럼 커져 “숨겨진 딸뿐만 아니라 아들도 있다더라”는 소문까지 나돌았다.


<LA매일신문>은 잇따른 보도를 통해 인륜과 천륜을 져버린 민자당 대통령후보의 사생활에 대한 부도덕성을 공격하며 대통령후보로서의 사실과 진실을 국민 앞에 밝힐 것을 촉구했지만 당시 집권여당이었던 민자당 측과 YS 캠프진은 즉각 성명서를 내고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닌 일부 부도덕한 세력들의 제14대 대선을 코앞에 두고 정치적 위해를 가하기 위한 음모라고 반박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 숨겨진 딸 ‘가오리양’으로 곤욕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비슷한 소문에 시달려

YS는 즉각 <매일신문>의 기사를 전재하여 보도한 한국의 <인사이더월드> 발행인 손충무씨를 고소하고, 검찰은 5일 만에 손씨를 구속시키는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후 YS는 대통령에 당선 되었고 숨겨놓은 딸의 진실은 철저히 은폐된 채 대중의 관심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소문이 ‘객관적 사실’로 굳어진 것은 YS가 임기를 끝마친 지 2년 가량이 지난 2000년 1월이다.

당시 자신을 ‘가네코 가오리’라고 밝힌 여성이 YS를 상대로 친자확인 소송을 낸 것이다. 그러나 모친인 이모씨가 선고 2주를 남기고 돌연 고소를 취하해 세간의 궁금증을 자아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가오리의 생모인 이씨는 그해 미국 LA에서 <선데이저널>과 인터뷰를 갖고 1960년대 초반 YS와의 만남, 가오리의 출산 이후, 일본인에게 양녀로 입양시킨 사연 등을 적나라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지난 2009년 10월엔 자신이 YS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던 한 남자가 YS를 상대로 친자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YS는 이와 관련해 유전자검사명령에도 응하지 않고 소송대리인도 선임하지 않는 등 일절 대응 하지 않았고, 결국 지난해 2월 친자확인 소송에서 패소하면서 ‘법정득남’을 했다.


의혹 ‘단골 주인공’
여직원과 여비서

대선 열기가 한창이던 지난 2002년 12월 인터넷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노무현의 숨겨놓은 딸 의혹’을 놓고 진실공방전이 벌어졌었다.

대선 당시 <오노뉴스> 운영자이자 전 방송작가 김세동씨가 “노무현씨가 세칭 ‘인권변호사’ 시절인 1980년에 자기 사무실에서 근무하던 여직원과 성관계를 맺어 딸을 낳았다”며 “이 딸이 현재 노무현씨의 형 노건평씨 호적에 입적되어 있다”는 내용을 담은 글을 인터넷상에 유포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는 노건평, 민미영 부부의 호적등본 등 관련서류를 첨부해가며 “민미영씨가 지난 81년 혼인 전 딸(희정)을 입적했으며, 그 후 지난 83년 노건평씨와 혼인신고를 했는데 이는 그 과정을 볼 때 상당한 의혹의 소지가 있다”며 그럴듯한 가설까지 내세웠다.

해당 글을 접한 네티즌들은 찬반 양측으로 갈려 맹렬한 설전을 보이기도 했으나 우여곡절 끝에 김씨가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 방지법’ 위반혐의로 수원 구치소에서 구금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김씨는 결국 노무현 대통령 후보에 대한 비방문건을 인터넷 상에서 퍼 날랐다는 이유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김씨는 2003년 석방된 후에도 수원지법에 항소장을 제출할 뜻을 내비췄다. 당시 그는 “아직 판결이 끝난 것이 아니다. 검찰은 내가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노무현 당선자의 사생활에 대한 객관적인 조사도 이뤄졌어야 한다”면서 “머리카락이나 체모로 DNA검사가 이뤄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나의 유죄 여부를 알 수 있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큰 선거 때만 되면 ‘믿거나 말거나’식 루머 난무

퇴임 후 사생아에 대한 의혹이 불거져 나온 경우도 있었다.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경우다. 소문은 DJ가 1970년, 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할 당시 여비서였던 김씨와의 사이에 낳은 딸이 있다는 것이다.

2005년 4월 19일, SBS의 시사 프로그램인 <뉴스추적>은 ‘DJ의 숨겨진 딸’이라고 주장하는 30대 여성에 대해 특종보도하기도 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 여성은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통해 “어머니는 ‘대하’라는 고급 한정식 집에서 당시 김대중 신민당 국회의원을 처음 만났다”며 “자신은 7~8세 무렵부터 어머니의 심부름으로 김 전 대통령의 동교동 사저를 찾아가 생활비를 타오곤 했으며 조풍언을 통해 아파트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당시 <뉴스추적> 보도에 대해 DJ 측은 숨겨진 딸이란 없다고 분명히 말하지는 않았지만 “사실과 다르다”는 뜻을 내비쳤다.

그러나 이듬해인 2006년 4월 16일, DJ의 숨겨진 딸로 알려진 김씨는 <문화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DJ의 사생아라는 주장을 부인하면서 사건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당시 김씨는 “모친으로부터 김 전 대통령의 숨겨진 딸이라는 얘기를 듣고 자랐고, 모친이 돈을 받아오게 시켜 지난 2000년까지 김 전 대통령 측으로부터 생활비를 지원받았다”며 “어린 꼬마였던 나에게 이런 일을 시킨 어머니가 지독하다고 생각한다”며 어머니에 대한 원망을 드러내기도 했다.

‘선거용’ 악성루머
이번 대선에도?

2007년 한 차례 ‘사생아 존재여부’에 휩싸였던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경선 예비후보는 YS의 차남 현철씨의 ‘사생아 관련 발언’ 보도로 이번 대선 역시 구설수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박 후보는 지난 2007년 7월19일 후보청문회에서 ‘자녀가 있다’는 시중의 소문에 대해 “내가 애가 있다는 말이 떠도는데 DNA검사라도 받겠다”며 “그래야 그 자식의 부모를 위한 길”이라고 결백을 주장한 바 있다.

현철씨와의 인터뷰를 실은 <월간중앙> 7월호는 이에 대해 “요즘은 더 구체적인 얘기가 나온다. 박 전 위원장이 낳은 자식이 올해 30세 정도이며 일본에 산다”는 정가의 풍문을 전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주자들의 사생아 의혹 제기에 관계자들은 어이없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캠프에서는 법적대응도 불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18대 대통령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대선과 같은 큰 선거 때 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온갖 괴소문과 갖은 루머들이 난무한다.

문제는 ‘루머’라는 게 선거가 끝나기 전에는 좀처럼 진위가 밝혀지지도 않고 또 사실과는 관계없이 확대 재생산돼 당사자들에게 엄청난 타격을 준다는 것이다. 또 선거가 끝난 후에는 국민의 관심에서 사라져 루머의 진실여부는 중요치 않게 된다.

정치지형의
‘새판’ 고민할 때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하필 선거철만 되면 왜 누군가가 희생되어야 하는 건지. 왜 권력은 꼭 이렇게 피를 먹고 자라야만 하는 건지 의문스럽다.

흑색선전이든 음해든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치고 빠지기식 정치인들의 모습이 아니다. 개혁을 바라는 국민들의 열망을 담아 후보비방이 아닌 정치지형의 ‘새판’을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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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문정부 정조준’ 감사원 최후의 발악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파면 이후 새 대통령을 뽑아야 하는 미묘한 시기에 사정기관의 칼끝이 문재인정부를 향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들 기관에 대해 ‘바람이 불기도 전에 눕는다’고 비판한다. 권력의 향방에 따라 행보를 달리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과도기’ 상황에 놓여있다. 전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의 탄핵안 인용으로 파면됐고 새 대통령은 아직 뽑히지 않았다. 헌법은 대통령 궐위 이후 60일 이내에 대선을 치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대통령 권한대행이 존재하긴 하지만, 한정된 권한만을 행사할 수 있기에 우리나라는 이른바 ‘반쪽짜리 정부’ 상태에 있는 셈이다. 새 정부 앞두고… 대선 정국이 시작되면 국가기관에 종사하는 공무원의 움직임은 느려진다. 새 정부가 들어서면 이전 정부와 180도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 보고 변화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특히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 형태로 직에서 물러나면서 다음 정부는 여느 정부보다 ‘전 정부 지우기’에 몰두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상황서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기존 정책을 발전시키는 행보는 무의미하다고 보는 시각이 많다. 사정기관은 말할 것도 없다. 선거에 미칠 영향 때문에라도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는 편이다. 특히 유력 후보와 관련한 사건은 대선 이후로 미루는 경우도 허다하다. 자칫하다가는 ‘선거 개입’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 이번 대선은 선거 기간이 짧아 국민의 빠른 판단이 필요하다. 작은 사건이 대선에 나비효과를 일으킬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검찰과 감사원의 움직임이 심상찮다. 후보를 직접 겨냥한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전 대통령이 표적이 됐다. 이전부터 해온 수사와 조사의 결과를 내놓는다고 하기엔 시기가 미묘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24일 검찰은 문재인 전 대통령을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2021년 12월 시민단체 고발 이후 3년5개월여 만이다. 검찰은 문 전 대통령의 사위였던 서모씨의 항공사 특혜 채용 의혹 등을 수사해 왔다. 서씨가 취업했던 이스타항공 창업주인 이상직 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도 뇌물공여 및 업무상 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문 전 대통령의 딸인 다혜씨와 서씨는 기소유예 처분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문 전 대통령은 다혜씨, 서씨와 공모해 이 전 의원이 실소유한 이스타항공의 해외법인 격인 타이이스타젯에 서씨를 임원으로 채용하도록 했다. 서씨는 2018년 8월 취업 이후 2020년 3월까지 타이이스타젯에서 급여로 약 1억5000만원, 주거비 명목으로 6500만원을 받았다. 집값 통계 조작 결과 발표 청와대 외압 정황도 나와 검찰은 서씨의 취업으로 문 전 대통령이 그간 다혜씨 부부에게 주던 생활비 지원을 중단한 점을 들어 문 전 대통령이 이 금액만큼 직접적인 경제적 이익을 봤다고 판단했다. 문 전 대통령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 직후 기자회견을 열었다. 윤 의원은 “터무니없고 황당한 기소”라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대한 보복성 기소”라는 문 전 대통령의 발언을 전했다. 윤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문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린다. 그는 “법정서 진실을 밝히는 것을 넘어 검찰권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행사되고 남용되고 있는지 밝히는 계기로 삼겠다”며 “수사권 남용 등 검찰의 불법행위에 대해 형사 고소하는 것은 물론, 검찰을 개혁하는 기회로 여기겠다”는 발언도 내놨다. 검찰 기소에 앞서 감사원도 문정부에 대한 감사 결과를 내놨다. 문정부 임기 동안 부동산 등 국가 통계를 광범위하게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청와대와 정부가 통계 작성 기관 등에 압박을 가한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지난달 17일 감사원은 ‘주요 국가 통계 작성 및 활용실태’ 감사보고서를 공개했다. 전국 주택가격 동향 조사(주택통계), 가계동향 조사(소득통계), 경제활동인구 조사(고용통계) 등을 감사한 자료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대통령비서실(11명)·국토교통부(7명)·한국부동산원(7명)·통계청(6명) 등 총 31명에 대해 징계 요구(14명)·인사자료 통보(17명) 등 엄중 조치하는 한편 국토교통부(이하 국토부)와 통계청 등에 통계의 정확성·신뢰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향후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도록 제도개선 통보 및 주의 요구를 처분했다. 검찰 기소 왜 지금? 감사원은 2023년 9월 대통령비서실·국토부·통계청·한국부동산원(이하 부동산원) 소속 22명 가운데 일부 주요 관련자에 대해서는 검찰에 수사 의뢰한 바 있다. 당시 장하성·김수현·김상조·이호승 전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 및 김현미 전 국토부 장관, 황덕순 전 일자리수석, 홍장표 전 경제수석, 강신욱 전 통계청장 등이 수사 의뢰 대상에 포함됐다. 감사원에 따르면 청와대와 국토부는 주택 가격에 대해 부동산원에 ‘통계 결과를 미리 알고 싶다’며 사전 제공하도록 지시했고 이 자료를 바탕으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통계 결과를 임의로 수정하고 통계 개선 명목으로 표본 가격을 조작하는 등 통계 왜곡을 은폐했다. 이렇게 집값 관련 통계 수치를 조작한 사례는 감사원 확인 결과 102건에 달했다. 청와대와 국토부가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구체적인 정황도 드러났다. 감사원에 따르면 외압은 2018년 1월 서울 양천, 성남 분당의 주택 매매 가격 주간 변동률 왜곡 등에 처음 시작됐고, 2018년 하반기 부동산시장이 요동치자, 객관적 근거도 없이 특정 지역 개발계획 철회 등 정부 발표 내용이 시장 안정에 효과를 준 것처럼 통계에 반영토록 요구했다. 감사원은 “국회·언론은 국정감사 등에서 주택 가격 동향 조사 변동률 등이 시장 상황 및 민간 통계 등과 다르다며 통계의 정확성·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으나 개별 표본 가격 등 구체적인 통계자료는 공개되지 않아 표본 가격이 시장가격과 격차가 벌어진 사실은 외부에 드러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감사원 감사 결과 문정부가 핵심 정책의 성과를 만들어내기 위해 통계를 조작한 사실도 드러났다. 문정부는 출범 때부터 ‘소득 주도 성장’을 일관되게 밀어붙였다. ‘양질의 일자리 만들기’도 정부 주도로 진행했다. 문제는 그 효과를 정부 차원에서 왜곡했다는 점이다. 감사원에 따르면 통계청은 2017년 각각 2·3·4분기 가계소득을 가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감소로 확인되자, 정당한 절차 없이 표본 설계에 없는 가중값을 임의로 적용해 가계소득을 증가시켰다. 부동산·고용 다 건드렸다 소득 불평등과 관련해서도 ‘마사지’가 들어갔다. 청와대는 2018년 1분기 소득5분위 배율이 역대 최악(5.95)으로 나타나자 통계청에 개인정보 등이 포함된 통계자료를 사전 제공하도록 부당한 지시를 했다. 또 한 노동연구원에 ‘최저임금 인상으로 개인별 근로소득 불평등 개선’으로 보고·발표하도록 지시했다. 통계청은 청와대 지시에 따라 통계자료 제공 관련 보도 설명 자료 등을 사실과 다르게 작성·발표했다. 감사원 결과가 나온 이후 정치권은 들끓었다. 국민의힘은 ‘국기 문란 범죄’라고 주장했고 민주당은 감사원의 ‘표적 감사’라고 맞섰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이 모든 실패를 통계 조작으로 감추고 국민의 고통 위에 거짓의 탑만 쌓아 올렸다. 거짓의 탑이 무너지려고 하자 최재해 감사원장을 탄핵했다”며 “한술 더 떠서 이재명은 감사원을 민주당 자신들이 장악한 국회 아래로 이관해 손아귀에 틀어쥐겠다고 한다”고 비판했다. 반면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표본도, 지수 작성 방식도, 자료 수집 방식도 다른 통계를 동일선상에 비교할 수 없다는 것이 상식 중의 상식”이라며 “이미 전 정권이 돼버린 윤석열정권의 잔당들이 전 정권(문재인정부)의 숨통을 기어이 끊어놓겠다는 의지가 부른 희대의 사건”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감사원이 감사 결과를 발표한 시기도 지적했다. 한 최고위원은 “윤석열정부 출범 4개월 만에 착수한 감사를 새 정부 수립을 불과 47일 앞둔 때에 마무리한 저의가 대체 무엇인가”라며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겠다는 저열한 의도가 있지 않고서야 이런 짓을 할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감사원이 의도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주장으로 풀이된다. 북한 GP 파괴 두고도 수사 요청 민주 “해체 준하는 개혁” 반발 감사원은 지난달 24일에도 문정부 당시 군 인사 6명을 수사해달라 요청했다. 이들은 2018년 9·19 남북군사합의에 따라 북한이 파괴한 북한군 최전방 감시초소(GP)에 대한 우리 측의 불능화 검증을 부실하게 진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경두·서욱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해 국방부·합동참모본부 관계자들이 수사 요청 대상자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2018년 체결한 9·19 군사 합의에 따라 비무장지대(DMZ) 내 GP 10개씩을 파괴하고 1개씩은 원형을 보존하면서 병력과 장비를 철수시킨 뒤 상호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당시 군 당국은 북한군 GP 1개당 총 7명씩 총 77명으로 검증단을 파견해 현장 조사를 한 뒤 북한군 GP가 완전히 파괴됐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북한군 GP 지하시설의 존재 가능성이 제기됐다는 점이다. 우리 군 당국이 이 부분을 제대로 검증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왔다. 전직 군 장성 모임인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은 지난해 1월 이 내용을 포함한 북한군 GP 불능화 검증 부실 의혹에 대한 공익 감사를 청구했다. 그 결과가 이번 감사원의 수사 요청인 셈이다. 검찰의 문 전 대통령 기소와 감사원의 연이은 문정부 ‘공격’에 민주당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검찰과 감사원이 노골적으로 대선에 개입하며 ‘신 관권선거’를 주도하고 있다는 주장을 폈다. 민주당 조승래 수석대변인은 지난달 25일 국회 소통관서 브리핑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검찰이 문 전 대통령을 기소하고 감사원이 북한의 GP 파괴 관련 결과를 내놓은 이후다. 조 수석대변인은 “권력기관이 이제 대통령선거에까지 사실상 개입하고 있으니 기가 막힐 따름”이라며 “마지막까지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졸개이기를 자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은 내란 세력이 벌이는 최후의 저항을 국민과 함께 막아내고 내란 세력을 철저히 뿌리 뽑아 국민 주권을 돌려 드리겠다”고 강조했다. 대세 영향 미칠까? 앞서 민주당은 집값 등 통계 조작 관련 감사원 발표 이후 ‘해체에 준하는 개혁 대상’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민주당 전 정권 탄압대책위원회의 기자회견서 나온 발언이다. 민주당은 “독립 기관이라는 존재 가치를 상실한 채 내란 옹호 기관이라는 오명을 안은 감사원에 닥칠 결말은 하나뿐”이라고 말했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일어나기 전에도 문정부 표적 감사, 윤정부 부실 감사 등을 이유로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통과시켰다.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최 원장은 직무에 복귀했으나 감사원장이 국회로부터 탄핵 소추당한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