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상반기 드라마 라인업 분석

여풍, 웹툰, 의학…안방 노린다

[일요시사 취재2팀] 함상범 기자 = 각종 영상 플랫폼과 콘텐츠가 늘어나고, 52시간 근무제로 인해 촬영 현장에는 찬기가 불며 일부 방송사가 월화드라마를 잠정 중단하는 등 드라마 시장이 위축되는 것으로 보였지만, 그래도 드라마는 드라마다. 시청자들은 일주일 내내 색다른 이야기로 생산되는 드라마를 즐기고 있다. 좋은 이야기와 뛰어난 배우들을 보고 있자면, 어느덧 현실을 잊고 드라마 안으로 빠져들게 된다. 여전히 매력적인 드라마는 2020년에도 다양한 키워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훔칠 전망이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김혜수·김희선·김태희

2020년 상반기 드라마의 키워드는 ‘여풍’ ‘스타 귀환’, 웹툰 드라마와 의학의 네 가지로 압축된다. 최정상 여배우들이 오랜만에 안방을 찾으며, 대부분 여성 중심으로 서사가 전개된다. 아울러 ‘빅네임’의 배우들이 안방을 찾아 시청자들과 소통할 전망이다. 

톱 여배우 셋
‘여풍’ 주도

스타 배우들은 물론 메가 히트작을 가진 스타 제작진도 돌아온다. 이야기의 주요 기반으로 자리잡은 웹툰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드라마화될 전망이며, 언제나 타율이 높은 의학드라마 역시 올 상반기 시장의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먼저 2020년에는 그간 얼굴을 자주 보지 못했던 스타들이 대거 귀환한다. 배우 김혜수와 김희선, 김태희가 대표적이다. 세 배우는 올해 상반기 드라마시장의 ‘여풍’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포문을 여는 배우는 SBS <하이에나>의 김혜수다. 2016년 <시그널> 이후 4년 만의 안방 복귀다. 변호사들의 물고 뜯고 찢는 하이에나식 생존기를 그린 작품으로 김혜수는 돈과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변호사 정금자로 나선다. SBS <뿌리깊은 나무> <별에서 온 그대>의 장태유 PD의 신작이다. 

KBS2 드라마 <직장의 신>과 tvN <시그널>, 영화 <타짜> <차이나타운> <굿바이 싱글> <도둑들> <국가부도의 날> 등 인물이 밝든 어둡든 언제나 인상 깊고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해온 김혜수는 이번 작품을 통해 파격을 더할 계획이다. 상대 배우인 주지훈의 멱살을 잡고 인상을 찡그리고 있는 표정과 얼굴에 덕지덕지 붙은 상처, 트레이닝 복에 정장을 걸친 패션 등 포스터를 통해 풍기는 이미지로는 그가 어떤 연기를 펼칠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관능적이면서도 유쾌하고, 강렬하면서도 예측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소개된 정금자는 기존 문법에 없는 캐릭터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17년 비(정지훈)과 결혼한 뒤 방송활동을 잠정 중단하다시피 했던 배우 김태희가 2015년 SBS <용팔이> 이후 5년 만에 드라마로 나선다. 국내 대표적인 미인으로 오랫동안 군림해온 그의 복귀작은 tvN <하이바바, 마마>다. 죽은 아내가 사별의 아픔을 딛고 새 인생을 시작한 남편과 딸 앞에 다시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약 49일간의 리얼 환생 스토리다.

박보영(<오 나의 귀신님>)과 신민아(<내일 그대와>)의 매력을 극대화하는 데 일가견이 있는 유제원 PD와 KBS2 <고백부부>의 권혜주 작가가 뭉쳤다. 

김태희는 아이 한 번 안아보지 못한 아픔에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엄마 차유리로 분한다. 상대 배우는 tvN <비밀의 숲>과 <슬기로운 감빵생활> 등에서 입지를 굳힌 이규형이다.

김혜수·김희선·김태희…여풍이 분다
김은숙·노희경·연상호 스타작가 복귀

제작진에 따르면 김태희는 2006년 월드컵서 붉은 악마로 응원하다 첫사랑을 느끼는 모습부터, 풋풋한 연애를 거쳐 결혼에 골인하는 모습 등 로맨틱한 면모를 보여준다. 연기적인 측면서 다소 아쉬운 평가를 받아왔던 김태희가 결혼 후 첫 작품인 이번 작품서 기존과 달라진 연기를 선보일 수 있을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제작진은 “김태희가 이규형과 함께 극중 인물의 감정선을 세밀하게 쌓아 올려나가고 있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국내 미인 계보서 빠질 수 없는 미모의 김희선도 판타지 장르의 <앨리스>로 나선다. 이 드라마는 시간여행을 내세운 작품이다. 과거로의 첫발을 내딛는 공항이자 시간 여행자들만 머무는 호텔로 인해 비극이 일어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김희선은 극 중 물리학자 윤태이를 맡는다. 시간여행의 비밀을 밝히게 될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형사 진겸(주원 분)과 만나 비밀을 풀어나간다. ‘방부제 미모’를 자랑하는 그는 20∼40대까지 나이대를 넘나드는 연기를 선보인다.


1990년대 찍었다 하면 화제몰이에 성공했던 김희선은 2007년 결혼 이후에도 SBS <신의> <참 좋은 시절> JTBC <품위있는 그녀> 등 출연 작품서 비교적 안정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비록 지난해 출연한 tvN <나인룸>이 주춤하긴 했으나 흥행력에서는 여전히 강력한 한 방이 있는 배우로 평가된다.

세 작품 외에도 여성 캐릭터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작품들이 즐비하다. 지난해 JTBC <스카이캐슬>을 시작으로 SBS <VIP>, KBS2 <99억의 여자>, tvN <블랙독>과 같은 여성 중심의 서사를 가진 드라마가 연이어 성공하고 있는 가운데 ‘여풍’을 선도하는 작품이 제작된다.
 

▲ (사진 왼쪽부터)낭만닥터 김사부2 하이에나 아무도 모른다

대표적인 작품 중 하나는 배우 김서형이 단독 주연을 맡은 SBS <아무도 모른다>다. 경계에 선 아이들의 사연과 아이들을 지키고 싶은 어른들의 이야기를 담은 미스터리 감성 추적극이다. 김서형은 형사 차형진 역을 맡아 연쇄살인 사건의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이야기에 깊이 공감하는 최연소 광수대 경감을 연기한다. 

또 최강희와 유인영, 김지영이 삼총사로 호흡을 맞추는 SBS <굿 캐스팅>도 여성 캐릭터 중심의 이야기로 전개되는 작품이다. 국정원서 밀려나 근근이 책상을 지키는 아줌마들이, 우연히 요원으로 차출돼 현장으로 위장 잠입하며 벌어지는 액션 코미디 드라마로 4월 첫 방송될 예정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탄탄한 연기력에 인지도 있는 여배우들이 드라마에 대거 출연하면서 여풍이 불고 있다. 아울러 최근 여성이 중심이 되는 사회 흐름과 함께 드라마서도 이러한 이야기가 공감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여성 중심 서사
이어지는 시즌제

여배우들 못지않게 남자 배우들도 대거 안방 문을 두드린다. 특히 군에서 전역한 톱스타들이 눈에 띈다. 먼저 최근 군 전역한 김수현은 KBS2 <프로듀사> 이후 5년 만에 tvN <사이코지만 괜찮아>로 팬들을 만난다. 180만원 보건 의료 인력으로 살아가는 정신병동 보호자와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앓는 동화 작가의 이야기다.

김수현은 정신병동 보호사 문강태를 연기한다. 훌륭한 피지컬과 탁월한 공감 능력 등 모든 매력을 갖춘 남성이다. 현재 서예지가 여주인공으로 결정된 가운데 최근 인기 급상승한 오정세도 합류했다.

배우 이민호는 김은숙 작가의 <더 킹:영원한 군주>로 복귀한다. SBS <상속자들>서 이미 한 차례 작업한 바 있는 이민호는 <더 킹:영원한 군주>서 대한제국 황제 이곤으로 분한다. <도깨비>를 통해 판타지 서사력을 입증한 김은숙 작가가 평행세계를 소재로 한 번 승부수를 던진 이 작품은 현재 촬영에 한창이다. 대한제국 황제 이곤과 누군가의 삶을 지키려는 대한민국 형사 장태을(김고은 분)의 이야기를 그린다. 

이 외에도 배우 주원은 <앨리스>로 나서며, 2PM 출신 배우 옥택연은 MBC <더 게임:0시를 위하여>서 이미 얼굴을 비췄다.

스타 제작진도 올 한 해 브라운관을 달굴 전망이다.

노희경 작가는 신작 <히어>서 <미스터 션샤인>으로 스크린뿐 아니라 브라운관서도 저력을 발휘한 이병헌과 영화 <미쓰백> 이후 JTBC <눈이 부시게>, MBC <봄밤> 등에서 연기력이 일취월장하고 있는 한지민, <보좌관>의 히로인 신민아와 20대 배우 중 가장 눈에 띄는 활약을 보이는 남주혁을 캐스팅했다.


엄청난 라인업을 구축한 이 드라마는 국제적 비영리 민간단체 NGO를 배경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인간의 깊숙한 내면을 다루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이는 노 작가의 작품에 네 배우가 출연하는 것만으로도 관심이 뜨겁다. 

김은숙 작가와 노희경 작가 외에도 명성이 자자한 연출진이 드라마 시장에 진출한다. 영화 <부산행> 연상호 감독은 직접 집필한 오컬트 장르 tvN <방법>으로 안방을 노크한다. 10일 첫 방송 예정인 이 드라마는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죽음에 이르게 하는 저주의 능력을 갖추고 있는 10대 소녀와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가 IT 대기업 뒤에 숨어 있는 거대한 악과 맞서 싸우는 이야기다. 배우 성동일과 엄지원, 조민수, 정지소가 밀도 높은 연기를 선보일 전망이다. 

뜨거운 지지
입증된 흥행

연 감독은 “영화를 하면서 드라마도 하고 싶었다. 대본을 쓸 때 다른 촬영을 하고 있어 스케줄을 맞추기가 힘들었는데도 제가 너무나도 <방법>을 재밌게 쓰고 있더라. ‘다음 화는 어떻게 이야기를 풀까?’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 자체가 너무 재밌어 술술 썼다. 내가 드라마 작가에 소질이 있나 보다 싶어 다른 드라마를 써보려 했는데 안 되더라. <방법>은 제게 다시 오지 않을 드라마”라고 말했다.

김은희 작가와 김성훈 감독은 넷플릭스 드라마 <킹덤2>로 재회한다. 역병으로 생지옥이 된 조선서, 더욱 거세진 조씨 일가의 탐욕과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돼버린 왕세자 창의 피의 사투를 담은 미스터리 스릴러물이다. 첫 시즌부터 팬덤을 만드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이번 시즌에는 배우 전지현이 출연하는 것으로 알려져 더욱 기대감을 주고 있다.
 

▲ JTBC &lt;이태원 클라쓰&gt;

<킹덤2>에 이어 시즌제 드라마가 탄생하는데, 다름 아닌 tvN <비밀의 숲2>다. 조승우와 배두나를 비롯해 이준혁, 윤세아 등이 그대로 출연하고 출연작마다 강인한 인상을 남긴 전혜진도 합류한다. 시즌 1서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외톨이 검사 황시목(조승우 분)이 정의롭고 따뜻한 형사 한여진(배두나)과 함께 검찰 스폰서 살인사건 이면에 숨겨진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았다. 시즌2 제작 소식과 함께 드라마 팬들로부터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이수연 작가가 그대로 참여하고 박현석 PD가 메가폰을 잡는다.


언제나 그렇듯 웹툰 드라마도 올 한 해 드라마 시장의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이미 방영을 시작한 JTBC <이태원 클라쓰>와 현재 캐스팅이 한창인 JTBC <쌍갑포차>, 이 외에도 3월 방송 예정인 OCN <루갈>, KBS2 <어서와> 등이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또 네이버 웹툰서 현재 연재 중인 동명의 인기 스릴러 웹툰 <스위트홈>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제작되며, 기억을 읽는 초능력 형사와 천재 프로파일러가 함께 연쇄살인마를 추적하는 인기 웹툰 <메모리스트>는 오는 3월 tvN으로 찾아온다.

유료 웹툰임에도 누적 조회수 5700만뷰, 구독수 4000만명을 넘어서는 <편의점 샛별이>는 글로벌 케이블 채널 라이프타임이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았다. SBS <열혈사제>를 연출한 이명우 PD의 SBS 퇴사 후 첫 작품으로 지창욱과 김유정의 출연이 확정됐다. 올해 1/4분기에만 편성이 확정된 드라마만 총 네 편이며, 인기를 끈 작품 대부분이 드라마 제작사와 계약을 맺는 등 웹툰의 드라마화 열기가 지속되고 있다.

1/4분기만 4편 웹툰 드라마 강세
‘흥행 보증수표’ 의학 드라마 눈길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는 “순수 드라마 대본이나 시나리오가 점점 사라지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올 정도로 웹툰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가 힘을 받고 있다. 그림으로 영상화돼있어 웹툰이 갖는 강점은 앞으로도 드라마나 영화 쪽에서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생사가 오가는 병원서 벌어지는 일련의 과정을 담는 의학 드라마는 국내 드라마 시장서 ‘못해도 중박’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환자의 생명 앞에서 긴박해지는 상황은 물론 대형병원서 발생하는 의사들의 권력욕을 다루기에도 좋은 공간이다. 올해도 의학 드라마는 드라마 시장의 한 축을 담당할 전망이다. 지난달 6일 첫 방송된 <낭만닥터 김사부2>가 시청률 20%의 벽을 넘어서는 등 의학 드라마의 힘은 올해 시작부터 입증된 셈이다. 

그런 가운데 <응답하라> 시리즈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tvN 신원호 PD는 <슬기로운 의사생활>로 복귀한다. 이 드라마는 누군가는 태어나고 누군가는 삶을 끝내는 인생의 축소판이라 불리는 병원서 평범한 듯 특별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과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 20년지기 친구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조정석과 유연석, 정경호, 김대명, 전미도 등 연기력과 대중성을 모두 겸비한 배우들이 출연한다. 빠르면서도 공감이 가고, 예측을 조금씩 벗어나는 사건 전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이우정 작가의 필력에도 눈길이 모인다. 이미 워낙 많은 히트작을 내놓은 두 사람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흥행은 ‘떼놓은 당상’이라는 평이 많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김수현·신하균·이민호·주원

오는 5월 첫 방송 예정인 KBS2 <영혼수선공>도 기대되는 의학 드라마로 꼽힌다. 2011년 의학 드라마 <브레인>으로 성공을 맛본 신하균과 유현기 PD가 9년 만에 다시 손잡은 작품으로, <쩐의 전쟁> <동네변호사 조들호>로 집필 능력을 인정받은 이향희 작가의 신작이다. 신하균은 극 중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시준 역을 맡는다.

치료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온몸을 던지는 열혈 의사다. 뮤지컬계 라이징 스타 배우 한우주 역으로 정소민도 출연한다.

라이징 스타
신인 대방출

또 지난달 29일 처음 방송된 KBS2 <포레스트>는 의학 드라마는 아니지만, 특이하게도 의사가 등장한다. 조보아가 맡은 정영재는 강자에게 강하고 약자에게 약한 외과의사다. 극 자체는 판타지 로맨스지만 의사 캐릭터가 등장하는 만큼 의학 관련 에피소드도 선보이는 등 메디컬 분야에 발을 걸쳤다. 국내 존재하는 모든 과를 다루고 있다는 말이 돌 정도로 숱하게 제작되는 의학 드라마가, 올해에도 강력한 경쟁작들을 상대로 승전고를 울릴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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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4·10 이후···4인 파워게임] 화려한 부활 조국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두 자리 의석수를 확보하면서 원내 3당으로 자리 잡았다. 조국 대표는 비례순번 2번으로 단숨에 여의도행 티켓을 따냈다.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과 66대 법무부 장관 등 굵직한 이력을 지녔지만 초선인 만큼 처음부터 입지를 다져야 한다. 사방이 적으로 둘러싸인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무엇일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과반을 넘기면서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의 표정도 덩달아 밝아졌다. 지난 10일, 민주당의 압승에 가까운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되자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서 상황을 지켜보던 조국당 지지자들도 감탄사를 내뱉었다. 조국당이 기대하던 ‘10석+알파(α)’가 확실해졌다. 주먹을 쥔 지지자들은 연신 “조국”을 외쳤다. 총선 뒤흔든 조국혁신당 조 대표는 이날 총선 출구조사 결과에 대해 “국민이 승리했다”고 소리 높였다. 그는 “국민께서 윤석열정권 심판이라는 뜻을 분명하게 밝히셨다”며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의 퇴행을 더는 두고 볼 수 없다는 국민 여러분이 이번 총선 승리의 진정한 주인공”이라고 밝혔다. 이어 “윤 대통령은 이번 총선 결과를 겸허히 받아들이라. 그리고 그간 수많은 실정과 비리에 대해 국민께 사과하라”며 “이를 바로잡을 대책을 국민께 보고하라”며 “총선은 끝났지만 조국당이 만들 우리 정치의 변화는 이제 시작이다. 개원 즉시 ‘한동훈 특검법’을 발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비례대표 개표 현황에 따르면, 조국당은 12석으로 집계됐다. 국민의힘의 위성정당인 국민의미래가 18석으로 가장 많은 당선자를 배출했다. 민주당의 위성정당인 더불어민주연합(이하 민주연합)이 14석을 얻었으며 개혁신당과 진보당은 각각 1석을 얻는 데 그쳤다. 조국당은 24.25%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신생정당이 20%가 넘는 지지율을 거두자 정치권에서는 이례적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로써 조국당 비례대표 12번까지는 무난히 당선권에 들었다. 차례대로 ▲박은정 ▲조국 ▲이해민 ▲신장식 ▲김선민 ▲김준형 ▲김재원 ▲황운하 ▲정춘생 ▲차규근 ▲강경숙 ▲서왕진 등의 후보가 국회에 입성하게 됐다. 한때 여권서 “조국이 나오면 땡큐”인 ‘조나땡’이란 말까지 나왔지만 이를 상쇄시킬 정도로 조국당의 돌풍은 거셌다. 조 대표가 부산 민주공원서 신당 창당 선언문을 낭독했을 때만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예측한 이들은 극히 드물었다. 기세 좋게 제3지대로서의 존재감을 키워가던 개혁신당과 새로운미래의 갈등이 불거지면서 ‘조국 열풍’ 또한 금세 식을 것이란 분석이 대부분이었다. 게다가 조 대표는 지난 2월8일 자녀들의 입시 비리 및 청와대의 감찰무마 혐의 등으로 항소심서도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마찬가지로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해석에 무게가 실렸다. 총선 한 달 앞두고 등장한 루키 정당 민주당과 정권 심판론 쌍끌이 전략 하지만 예상을 뒤엎고 조국당은 이번 총선서 가장 큰 변수로 자리 잡았다.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권 심판론이 두드러졌기 때문이다. 특히 이종섭 전 주호주대사 사건과 황상무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의 ‘회칼 테러’ 논란이 연이어 터지면서 이는 조국당의 동력으로 이어졌다. 조국당의 슬로건은 윤 대통령의 탄핵을 암시하는 “3년은 너무 길다”였다. 거대 야당인 민주당은 중도층 여론을 의식해 탄핵에는 조심스러운 입장일 수밖에 없다. 결국 ‘윤정부 무력화’를 거침없이 외치는 조국당에 심판을 벼르던 강성 유권자들이 동참한 것이다. 민주당을 지지하지만 다소 약한 목소리에 갈증을 느끼던 지지층의 표를 흡수한 셈이다. 22대 총선을 통해 조 대표는 완벽한 정치적 부활에 성공했다. 하지만 1·2심 모두 실형이 나온 만큼 조 대표가 22대 국회를 완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당의 대표이자 간판인 조 대표가 대법원 판결을 통해 의원직을 상실한다면 사실상 조국당은 존폐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조 대표가 집어든 여의도 생존 전략은 ‘검찰 탄압 프레임’을 굳히는 것이다. 자신을 여의도로 이끈 ‘검찰 탄압’이라는 명분을 긴 호흡으로 유지하면서 원포인트 전략으로 내세우겠다는 설명이다. 이는 조 대표가 출소 후 여의도로 돌아오기 위한 명분으로도 내세울 수 있다. 국회에 입성한 조 대표는 그동안 강조해온 한동훈 특검법을 띄우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그동안 조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원내에 진입하면 한동훈 특별법을 1호 법안으로 발의하겠다”고 강조해 왔다. 한동훈 특검법은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 징계 관련 의혹 ▲검찰 고발사주 의혹 ▲논문 대필 등 자녀 입시 비리 의혹 등을 수사 대상으로 삼는 걸 골자로 한다. 이 밖에도 조 대표는 ‘윤석열정권 관권선거운동 의혹 국정조사’를 실시하거나 ‘검찰의 민간인 불법 사찰 의혹 국정조사’를 추진해 윤 대통령을 국회에 출석시키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12석 확보 완벽한 성공 당선권에 진입하자 조 대표는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지난 11일 조국당은 총선 당선자들과 함께 첫 공식 일정으로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을 찾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에 마지막으로 경고한다. 김건희를 수사하라”고 외쳤다. 조 대표는 “이번 총선서 확인된 ‘윤석열 검찰 독재 정권 심판’이라는 거대한 민심을 있는 그대로 검찰에 전하려 한다”며 “검찰은 즉각 윤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말했다. 조 대표는 김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의혹도 거론했다. 그는 “검찰은 ‘몰카 공작’이라는 대통령실의 해명에 설득력이 있다고 보느냐”며 “몰카 공작이라면 관련자들을 소환해 조사하고 처벌하라. 그것과 별개로 김 여사도 당장 소환하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조 대표는 “조국당은 검찰이 국민의 명령을 따르지 않을 경우 22대 국회 개원 즉시 ‘김 여사 종합 특검법’을 민주당과 협의해 신속하게 추진할 것”이라며 “검찰이 수사에 나서지 않는다면 김 여사는 특검의 소환조사를 받게 될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조국당이 검찰만 정조준하는 이유는 조 대표가 ‘정치적 죽임’을 당했다는 여론 때문이다. 따라서 조 대표를 향한 동정론도 조국당이 꺼내들 수 있는 카드 중 하나로 여겨진다. 검찰에게 탄압받았다는 이미지를 가진 조 대표가 법정에 모습을 드러낼수록 오히려 지지자의 결집력이 높아질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난 몇 년 동안 조 대표 본인은 물론 그의 가족까지 수사 대상에 올랐다. 이를 시작으로 조 대표와 그의 일가족이 잘못한 부분은 있지만 죄명에 비해 과도하게 탄압받았다는 동정론이 형성됐다. 동정론은 조국당 지지자를 결집시키는 강한 무기다. 오래전부터 조 대표를 지지해 왔다는 A씨는 기자회견 현장에서 <일요시사> 취재진과의 만나 “조 대표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참 짠하다”고 말했다. 함께 온 B씨도 “온 가족이 풍비박산이 나지 않았나. 힘든 일이 많았을 텐데 역경을 딛고 나선 것을 보면 마음이 이쪽(조국당)으로 간다”고 말했다. 이 VS 조 동상이몽 민주당 지지자들은 이미 이 대표의 재판에 익숙해져 있기 떄문에 조 대표의 범죄 혐의가 비교적 희석됐다는 평도 나온다. 조국당이 총선 직전까지 지지율을 견인하자 여권에서는 급하게 견제에 나섰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은 총선 기간 동안 조 대표를 ‘범죄자’로 규정하며 “범죄자들에게 미래를, 아이의 미래를 맡길 수 없지 않냐”고 강조했다. 이에 조 대표는 “‘한동훈 특검법’에 동의부터 하라”며 맞불을 놨다. 조국당은 한동훈 특검법에 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동의할 것이란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중도층을 포섭해야 하는 입장이다. 또한 차기 대권주자로 부상한 조 대표의 존재가 부담스럽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는 여의도 신입인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를 동일선상서 바라보는 모양새다. 총선 다음 날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이번 선거를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던 (윤석열)대통령에게 보낸 마지막 경고”라고 평가하면서 “(윤석열 대통령은)하루빨리 이재명·조국 대표를 만나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제1야당 대표인 이 대표뿐만이 아니라 조 대표까지 함께 언급된 만큼 조 대표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고 해석했다. 조 대표는 대권주자로서의 가능성은 닫아뒀지만 민주당에서는 견제하는 분위기가 이어진다. 이 같은 흐름을 두고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현해 “야권의 분열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이재명 대표와 조국 대표의 속도 차이가 있을 것”이라며 “(야권이) 윤정부에 대한 심판론을 갖고 거대 의석을 이뤘지만 조 대표와 이재명 대표의 시간표는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자녀 입시 비리’ 사법 리스크 여전 대법 판결 정치생명 마침표될 수도 현재 조 대표는 대법원 판결만 남은 만큼 모든 일정을 빠르게 해치워야 한다. 총선을 한 달 앞두고 정치판에 뛰어든 것 역시 궤를 같이한다. 대법원과 견줄 만큼 몸집을 키우거나 진보 진영서 대권을 잡아 스스로의 힘으로 사면해야 한다는 게 이준석 대표의 시나리오다. 반면 이재명 대표는 급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준석 대표는 “이재명 대표는 많은 의석을 가진 정당의 대표기 때문에 서서히 조여 들어가려고 할 것”이라며 “그 속도 차이가 역설적으로 두 세력의 분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조 대표의 생존 전략은 조국당의 원동력을 유지하거나 추후 여의도 복귀를 위한 명분을 쌓는 데 그칠 뿐이다. 조국당의 정치 공간을 넓히고 다른 당과 손을 잡기 위해 매력적인 묘수를 꾀어내는 게 조 대표의 숙제로 남아 있다. 조국당 의석은 12석으로 교섭단체를 충족시키는 20석을 채우기 위해서는 8석이 더 필요하다. 1석씩 얻은 새로운 미래와 진보당, 혹은 소수 야당과 손을 잡고 공동 교섭단체를 꾸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로 제시된다. 이제까지 민주당과 조국당 모두 합당 가능성에 선을 그어왔다. 조국당이 내세운 ‘지민비조(지역구는 민주당 비례는 조국)’ 슬로건에 민주당은 ‘몰빵론’을 내세우기도 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얻은 지금으로서는 조국당이 거대야당에 협력하는 관계를 유지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의외의 성적을 거둔 조국당이 22대 총선의 캐스팅보트 역할을 쥐면서 꼬리가 몸통을 흔들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민주당·민주연합·조국당 등 범야권이 힘을 합치면 의석수가 국회의원 전체의 5분의 3인 180을 넘기게 된다. 이 경우 신속처리안건인 패스트트랙 지정을 통해 법안을 강행할 수 있다. 아울러 패스트트랙에 저항할 수 있는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도 강제 종료시킬 수 있다. 혼자일 때 더 강하다 전직 청와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조국 대표가 민주당과 합칠 가능성은 매우 적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추후 민주당서 탈당할 의원이나 제3지대 의원이 합류한다면 원내교섭단체인 20석이 충분한 만큼 조 대표가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전적으로 조 대표의 판단에 달렸지만 민주당과 손을 잡으면 지금과 같은 선명성이 묻히고 특유의 아이덴티티를 잃게 된다”며 “조 대표는 이번 총선의 캐스팅보트다. 살아남는 방법은 지금과 같은 목소리를 끝까지 유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다급해진 대법원? 대법원이 업무방해·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상고심 사건의 재판부를 결정했다. <뉴스1>에 따르면 주심은 엄상필 대법관으로 2021년 조 대표의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의 항소심서 징역 4년을 선고한 이력이 있다. 현재 대법원은 엄 대법관이 상고심 재판을 맡더라도 형사소송법상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조 대표 사건의 하급심 판결에 엄 대법관이 직접 관여한 것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엄 대법관에게 유죄의 심증이 있으므로 조 대표 측은 재판부를 교체해달라는 기피 신청을 낼 수는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