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생활숙박시설의 재발견

경자년에도 아파트를 향한 강력한 규제가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규제에서 벗어나면서 실거주는 물론 임대, 숙박업까지 가능한 생활숙박시설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해에도 저금리 바람을 타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풍선효과로 수도권 생활숙박시설의 인기는 더욱 높아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유망 투자처를 중심으로 빠른 물량 선점에 나서려는 움직임이 분주하다.

집값 상승
풍선효과

상한가인 생활숙박시설도 양극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수도권 생활숙박시설은 지방 도시에 비해 꾸준한 수요가 있기 때문에 비교적 분위기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반면, 지방은 분위기가 좋지 않아 당분간 수도권과 지방 간의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수익형부동산 연구개발 기업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전국 숙박시설 거래량은 42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87건)에 비해 259건(37.7%)이 줄었다. 인천을 제외한 지방광역시 숙박시설 거래량은 26건으로 지난해(65건)보다 감소했다. 기타 지방도시 거래량은 232건으로 지난해 526건 대비 약 55.9% 급감했다. 

반면 수도권 숙박시설 거래량은 증가했다. 지난달 수도권에서는 숙박시설이 170건 거래되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7.1% 늘었다. 거래가 가장 많이 증가한 지역은 86건을 기록한 서울로 1년간 437.5% 급증했다. 인천은 10건으로 66.7% 증가했고, 경기도는 74건으로 같은 거래량을 보였다.


생활숙박시설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뿐 아니라 실내서 취사와 세탁 모두 할 수 있는, 주거가 가능한 상품이다. 일반적으로 호텔(관광숙박시설)과 비슷해 보이지만 실내 취사나 세탁 등을 갖췄다. 

개별등기와 전입신고가 가능해 아파트처럼 소유할 수 있고 임대와 전대도 가능하다. 주거시설처럼 생활할 수 있다는 점에선 차이가 있다. 급변하는 주거 트렌드에 부합하여 아파트와 호텔, 오피스텔의 장점만을 결합한 새로운 개념의 거주공간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생활숙박시설은 과거 주로 장단기 투숙객들을 위한 호텔로 활용됐지만 최근에는 주거를 목적으로 하는 수요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거주에 있어 아파트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이다. 또한 세대별 평면이나 수납시설, 커뮤니티 시설 등 아파트를 대표하는 요소들도 대부분 갖췄다.

아파트와 달리 상업시설에 지을 수 있는 데다 확보해야 하는 주차대수도 오피스텔의 절반 수준이어서 사업성이 높다. 에어비앤비 등 숙박공유 플랫폼에 등록해 관광객에게 빌려주거나 위탁업체에게 맡겨 전문 숙박시설로 활용할 수도 있다. 때문에 투자상품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실거주, 임대, 숙박업까지…
2020년 경자년에도 빛 볼까

2014년 말 부산 해운대구에서 공급된 ‘더 에이치 스위트’는 분양 3개월 만에 완판(100% 계약)됐다. 분양권에 수천만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다. 가장 큰 평형인 전용 89㎡는 당시 분양가가 3억8250만~4억5000만원이었지만, 현재 호가는 3억9500만~5억2900만원 수준이다.

다만 생활숙박시설은 취득세가 4.6%로 일반 주택보다 높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숙박시설로 활용할 경우에는 주택 수 산정에 포함되지 않지만, 실제 거주하거나 전월세로 임대해 전입신고가 이뤄진다면 주택 수에 포함된다. 종부세 합산이나 양도세 중과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임대는 임대사업자로 등록해야 가능하다는 점도 미리 체크해야 한다. 숙박시설일 경우 사업소득에 따른 부가가치세와 소득세를 납부해야 하고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비과세 혜택은 받을 수 없다. 실거주 목적이라면 주거 환경을 따져볼 필요가 있다. 전용률이 낮은 편이며 주차 가능 대수가 적은 데다 대부분 상업지역이나 관광지 주변에 들어서기 때문에 주거 쾌적성이 떨어질 수 있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부동산 투자에서 화두는 규제가 없는 상품인데 규제가 없고 초저금리 시대에 수익성이 좋은 대표적인 상품으로 생활숙박시설이 있다”며 “생활숙박시설에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운영회사 능력, 실적 등을 고려하고 실제 사용자들이 몰리는 입지에 있는지도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수도권에 공급 중인 주요 생활숙박시설.
 

▲인하 한양아이클래스= 인천시 남구 용현동 573-7번지 외 1필지 일반상업지구에 생활형 숙박시설인 ‘인하 한양아이클래스’가 분양 중이다. 연면적 2만838.41㎡, 지하 4층~지상 24층 규모로 생활형 숙박시설 493실 및 근린생활시설 27호실이 공급된다. 일부 층은 오션뷰가 가능하다. 주차대수는 159대, 전용면적 20.02~40.10㎡, 총 11타입이다. 주력은 A타입(20.07㎡)으로 333실에 달한다. 4층에 테라스를 갖춘 생활숙박시설이 제공된다.

꾸준한 수요
수도권 늘어

수인선 숭의역 1번 출구와 가까운 역세권으로 교통과 교육, 생활편의시설 등이 모두 우수한 지역으로 주변 개발계획도 많은 곳이다. 사업지 주변에 숭의운동장 도시 개발 사업과 여의주택재개발사업, 용마루지구 도시환경개선사업 등 다양한 개발계획을 가지고 있다. 인근으로는 연면적 6만6805㎡에 달하는 ‘골든하버 프로젝트(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가 2019년 상반기 준공을 목표로 조성 공사가 진행 중이다.

인천항 신국제여객터미널은 향후 각종 쇼핑·레저시설이 결합되어 있는 복합관광 휴양단지인 ‘인천항 골든하버’가 함께 개발될 예정이다. 준공 시 연간 약 300만명 이상의 유동인구가 확보될 예정으로, 인하 한양아이클래스의 임대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수익성 좋은 
대표적 상품

분양 관계자는 “역 출구와 인접하고 있는 초역세권 입지적 장점뿐만 아니라 향후 각종 개발호재들의 직접 수혜가 기대되는 수익형 부동산”이라며 “아파트와 달리 청약통장이 필요 없고 다주택자·주택담보대출·전매제한 등의 각종 규제와 무관하게 분양받을 수 있는 장점으로 수요자들의 높은 호응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충무로 하늘N= 동아토건이 시공, 서울 중구 충무로4가 55외 23필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6-3-21구역을 재개발한 ‘충무로 하늘N’이 분양된다. 지하 4층, 지상 최고 15층, 전용면적은 21~55㎡, 총 260실 규모의 생활형숙박시설이다. 1~2층은 근린생활시설(13실)로 구성된다. 

도보 거리에 충무로역(3·4호선)과 을지로4가역(2·5호선)이 위치해 사통팔달의 교통환경을 자랑한다. 여기에 영화관, 대형 마트, 백화점, 병원 등 다양한 생활시설은 물론 관공서인 중구청도 바로 가까이 위치해 있다. 주변으로 남산, 청계천산책로, 북한산 성벽 코스 등이 위치해 도심 속에서도 쾌적한 한경을 누릴 수 있다. 

계약금 수익보장 제도와 임대지원 PLUS 보장 제도 등 파격적인 금융혜택까지 제공한다. 계약금 이자 지원 제도는 계약자들이 납부한 계약금 10%에 대한 이자 지원으로 총 분양가 및 동·호수에 C·D·F 타입 일부 호실의 계약자들을 대상으로 200만원 정액을 지급하는 것이다. 이는 최초 투자금인 계약금 단계에서부터 수요자들에게 이익을 보장한다는 점에서 투자의 문턱을 낮추는 것은 물론, 금융비용에 대한 부담도 줄여준다. 

임대지원 PLUS 보장제도는 해당 호실의 최초 수분양자에 한해 입주지정기간 내에 잔금을 완납한 계약자에게 시행사에서 임대지원의 목적으로 백화점 상품권 또는 현금으로 240만원을 일괄 지급해 주는 제도로 수익률 향상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단, 위탁물의 수량은 최대 100개 호실 선착순 마감 예정이다.


유망 투자처 중심으로 
물량 선점 움직임 분주

여기에 최근 세운재정비촉진지구의 정비구역 해제 발표로 인한 희소가치 상승은 미래가치를 더욱 높이고 있다. 개발에 따라 신규 공급이 많을 것으로 예상되었던 가운데, 지구지정 해제로 추가 신규 공급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충무로 하늘N 등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곳으로 해당 수요가 집중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아파트 부럽지 않은 충무로 하늘N만의 설계도 자랑이다. 개별세대에는 현관에서 거실까지 이어지는 풀퍼니쉬드 빌트인, 용도에 맞게 공간을 분리할 수 있는 슬라이딩중문(일부 호실)이 적용된 점이 눈길을 끈다. 펜트리, 드레스룸 등 가변형 공간 적용 등을 통해 공간활용도를 최대화했다. 우물 천정으로 개방감을 극대화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세대 내 청소 및 세탁 서비스, 옥상정원 및 썬큰가든, 인포메이션 로비 운영 등을 통해 특화된 서비스도 선보인다. 

루프탑가든, 북카페, 공개 공지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제공한다. 별도의 실외기실과 정원 및 휴식공간으로 연출 가능한 도심형 테라스(일부 호실)도 설치된다. 아파트 못지않은 최첨단 시스템도 적용된다. 고효율 LED 조명, 현관 일괄소등 스위치 등을 적용하고, 중수조 설치로 빗물을 옥외조경수 및 변기에 재사용하는 등 에너지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친환경 건축 인증을 위한 단열재 강화설치, 태양광설비 및 연료전지설치 등을 통해 냉난방비 및 관리비 절감효과도 기대 가능하다.
 

▲지젤 시그니티 서초= 서울특별시 서초구 서초동 1595-1번지 인근에 고급 주거공간에 대한 소비자 니즈를 충족할 ‘지젤 시그니티 서초’가 분양에 나선다. 지하 5층~지상 17층 총 288실 규모로 트렌드에 맞춘 11개 타입(A타입 51.51㎡, B타입 65.28㎡, C타입 73.91㎡, D타입 74.84㎡, E타입 73.74㎡, F타입 90.97㎡, G타입 88.08㎡, H타입 87.39㎡, I타입 103.86㎡, J타입 86.84㎡, K타입 51.51㎡)으로 구성됐다.

내부 인테리어도 최고급 마감재 및 도심 속 감성을 그대로 담은 인테리어 콘셉트다. 고액 연봉자 눈높이를 맞춘 제품으로 설계됐다. 고급 정원, 피트니스, 사우나, 스파, 리셉션, 론드리룸 등 다양한 시설이 존재해 쾌적한 라이프를 즐길 수 있다. 


장점만
모아모아

서울지하철 2·3호선 교대역, 남부터미널역, 서초역 인근에 위치한 트리플 역세권 입지다. 양재 이마트, 반포 신세계백화점, 고속터미널, 먹자골목, 예술의전당, 국립국악원 등의 인프라 형성으로 생활 기반 시설들까지 이미 구축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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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전한길 유니버스’ 절대 불가능한 이유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국민의힘 행사에서 영향력을 과시하다가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국민의힘에서 ‘보수의 김어준’을 꿈꾸는 것 같다. 전씨는 과연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했던 영향력을 단번에 얻을 수 있을까? 국민의힘에 입당한 한국사 강사 전한길씨가 지난 8일, 대구 EXCO에서 진행된 국민의힘 전당대회 대구·경북지역 합동연설회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다. 전씨는 지난 3월 창간한 <전한길뉴스> 소속 언론인 자격으로 참석했다. 선거판 난장판 하지만 전씨는 언론 취재의 한계를 넘어 반탄(탄핵 반대) 성향 후보들의 연설 도중 응원하면서 분위기를 띄웠다. 반대로 찬탄(탄핵 찬성) 성향 당 대표·최고위원 후보들이 연설할 때마다 “내부 총질” 혹은 “배신자” 등 원색 비난을 했다. 이날 김근식 최고위원 후보는 전씨를 직접 지칭해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지고, 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정당화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같이 투쟁할 수 있겠느냐”면서 비난했다. 그러자 전씨는 김 후보에게 욕설하면서 자신의 지지자들을 격동시켰다. 찬탄 성향 조경태 당 대표 후보가 연설할 땐 자리에서 일어나 한 손을 들고 항의하는 등 지지자들의 조 후보 비난을 유도했다. 그러자, 찬탄 성향 일부 당원들이 전씨에게 물병을 던지면서 항의했다. 한 당원은 전씨에게 “난 20년 차 당원인데, 입당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당신이 왜 이런 난동을 부리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의힘 지도부는 전씨의 전당대회 출입을 막기 위해 대의원이 아닌 일반 당원의 행사장 출입을 금지했다. 이어 전씨에 대한 징계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러자 전씨는 <전한길뉴스> 발행인 신분을 내세워 “언론 탄압”이라며 반발했다. 이처럼 전씨는 국민의힘 당원과 언론인이란 신분을 왕래하면서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개입하고 있다.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엔 시사평론가 고성국씨 등과 함께 주최한 ‘자유 우파 유튜브 연합 토론회’에 각각 장동혁·김문수 당 대표 후보를 출연시켜 ‘면접’을 보는 위력을 국민의힘 내외에 과시했다. 특정 진영의 강경파를 대상으로 언론사·유튜브 채널 등을 운영하면서 힘을 과시하는 모델로는 방송인 김어준씨가 있다. 김씨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친문(친 문재인) 강경파 성향 당원·지지자를 대상으로 라디오·유튜브 방송을 진행하면서 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당 대표 후보들을 면접하는 형식은 김씨가 지난해 3월 자신의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다스뵈이다’에 민주당 총선 후보자였던 이언주·전현희 의원과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을 출연시켜 객석의 청중에게 큰절을 시킨 것과 비슷하다. 김씨가 지난 6월 기획·진행한 ‘더 파워풀’ 콘서트엔 ▲문재인 전 대통령 ▲민주당 정청래 대표 ▲김민석 국무총리 등 다수의 민주당 내 유력 정치인이 참석했다. 입당하자마자 영향력 과시 물의 당원·언론인 오가며 전대 개입 김씨는 지난 2011년 팟캐스트 방송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로 활동하면서부터 민주당에 대한 영향력을 키워왔다. 물론 김씨가 15년 동안 구축한 영향력을 전씨가 단기간에 얻긴 어렵다. 이 때문인지 전씨는 국민의힘에 입당하자마자 ‘10만 당원 양병설’ 등을 주장하면서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위해선 당비를 3개월 이상 납부하고, 연 1회 이상 교육을 받은 책임당원이어야 한다. 전씨는 지난 6월 온라인으로 입당했고, 당 대표 후보 등록일은 지난달 30일부터 단 이틀 동안이었다. 따라서 전씨는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할 수 없었다. 출마 길이 막힌 전씨는 전당대회에서 당원·언론인 신분을 교차하면서 자신을 따르는 당원들을 선동해 영향력을 과시하려고 한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가 민주당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구조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과 주변 진영 전체를 둘러싼 질서는 20세기 초·중반에 활동했던 이탈리아 사회주의자 안토니오 그람시의 헤게모니 이론이 갖는 틀과 비슷하다. 그람시는 “자본주의는 견고하게 발전할 것”이라는 대전제를 토대로 “언론·문화 등 각 분야에 진지를 구축해 참호전으로써 상대 세력을 약화해야 한다”는 사상을 정리했다. 각 분야에 구축한 진지는 결정적인 시기에 전개할 기동전의 전초기지 역할을 한다. 자본주의 구조가 뿌리내리면서 러시아 2월·10월 혁명과 같이 한순간에 모든 것을 뒤집는 혁명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그람시는 주도권 다툼으로써 체제 내 혁명을 추구하는 취지의 사상을 구체화했다. 우리나라에선 소련 해체가 가시화되던 1980년대 후반부터 기존 노동운동에 문화·예술운동을 접목하는 단체가 활동하는 등 각계에서 다른 방향의 노동운동을 전개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민주당을 받치는 양대 축은 각계의 시민단체들과 진보 성향 매체들이다. 대규모 정치 이벤트가 진행될 땐 민주당 지원 사격을 맡으면서, 정치적 명분과 정당성을 구축·홍보하는 역할을 맡는다. 또 민주당에 인력을 공급하는 역할도 한다. 주요 선거 등 대규모 기동전이 필요한 상황에선 각자의 진지에서 일시에 뛰쳐나와 물량을 공급하는 식이다. 이 같은 구조를 상징하는 사람이 민주당 윤미향 전 의원이다. 정의기억연대 대표로 오랫동안 활동하던 윤 전 의원은 민주당을 통해 국회의원이 됐지만, 횡령 의혹이 유죄로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같은 당 추미애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선 윤 전 의원의 사면을 강하게 지지했고, 결국 8·15 광복절특사를 통해 사면·복권됐다. 민주당과 그람시 하지만 시민단체와 매체는 대중을 직접 동원하기가 어려운 데다, 매체는 언론 고유의 한계가 있다. 시민단체 역시 시민들의 참여가 부실하다는 핸디캡을 떠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도 존재해 왔다. 이 때문에 삼각 구조를 받쳐줄 또 하나의 하부 구조가 필요했다. 이 문제를 해결해준 사람이 바로 김씨였다. 김씨는 지난 1998년 ‘안티 <조선일보>’라는 깃발을 내걸고 <딴지일보>를 창간한 후 풍자·B급 정서·유머를 지향해오고 있다. 당시 <딴지일보>에선 포장마차에서 어묵을 찍어 먹는 용도로 내는 간장의 위생 상태를 취재해 기사화하거나 국가혁명당 허경영 명예대표의 대권 도전 과정을 풍자하는 등 ‘신선한 B급 정서’를 지향해 독자적인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한편으로 김씨에게 평생 따라다닐 놀림거리를 남겼다. 김씨가 <딴지일보>의 채무를 해결하기 위해 여성용 성인용품을 판매했고, 성인남녀의 만남을 중개하는 사이트를 개설했던 탓이다. 보수 성향 유권자들은 여전히 김씨를 비판하면서 당시의 전력을 함께 언급한다. 이후 김씨는 ▲황우석 박사 옹호 ▲영화감독 겸 코미디언 심형래씨 옹호 등 숱한 논란을 일으켰다. 특히 황 박사 옹호는 그럴 듯한 음모론을 제시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근거는 제시하지 않는 김씨의 특성과 깊이 맞물린다. 당시의 논란도 김씨에 대한 비판론을 형성하는 중심축이다. 그랬던 김씨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계기로는 크게 2가지를 들 수 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 만들기’를 처음 시작했다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 공동 진행자 중 1명으로 활동했단 것이었다. 김씨는 당시 민주당 백원우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 영결식장에서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거친 항의를 말리고 고개 숙여 사과하는 문 전 대통령을 주목했다. 이후 김씨는 문 전 대통령의 킹메이커를 자처했고, 이는 ‘나는 꼼수다’ 진행 이후 문 전 대통령의 대세론으로 이어졌다. ‘나는 꼼수다’는 김씨 특유의 B급 정서·음모론이 이명박정부에 대한 다양한 불만과 맞물려 대성했던 방송이었다. ‘나는 꼼수다’는 현재까지 이어지는 김씨의 성향을 구체화한 방송이라고 볼 수도 있다. 해당 팟캐스트의 상징으로 통하는 “쫄지 마”는 여전히 회자된다. ‘나는 꼼수다’는 구체적인 사실관계 검증엔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명확한 당파성을 매개로 특정 정당·진영 사람들이 선호할 음모론과 괴담을 이미 밝혀진 사실관계와 섞어 전달하는 것에 집중했다. 진실과 거짓의 경계선을 적당히 왕래하면서 민주당 지지를 극대화하는 것이 주된 목적이었다. 영웅과 악당들 이는 집단의식으로 연결됐고, 김씨에겐 거대한 영향력을, 민주당엔 거대한 지지 집단을 만들어줬다. 김씨는 ‘나는 꼼수다’를 통해 단순·명쾌한 이분 구도를 완성했다. 그를 선호하는 민주당 지지자의 정치관은 “보수진영이란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운다”는 것이다. 이는 정의로운 주인공이 지구 정복을 노리는 악당의 무리에 맞서 싸우는 어린이용 만화의 서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울러 현재 민주당 핵심 지지 세대로 알려진 4050세대가 미국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선호하는 것과 연결해볼 수 있다. 이 세계관엔 초월적인 힘을 갖고 모든 생명체의 절반을 죽여 우주를 정화하려는 악당에 맞서는 영웅들이 등장한다. 이 세계관에 결정적인 영향을 준 사건은 지난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사건이었다. 이들에게 노 전 대통령 사망사건은 거대 악당과 싸워야 하는 당위성을 제공해주는 절대적인 명분이었다. 김씨가 이 사건에 주목하고, 상주로서 백 전 의원의 항의를 제지하던 문 전 대통령을 주목한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우리 고전문학 중 전설은 김씨의 평소 주장과 비슷한 서사 구조를 띠고 있다. 전설은 능력이 뛰어난 주인공이 현실의 한계에 좌절하고 무너지는 비극적인 구조를 취한다. 또 설득력을 부여해야 많은 사람에게 퍼질 수 있어서 실제 존재하는 지역·지명을 매개로 그럴듯하게 전개된다. 여기엔 각박한 현실을 바꿔줄 새로운 영웅의 출현을 기대하는 민중의 소망이 담겨있다. 그래서 조선시대엔 “정씨 성을 가진 영웅이 새 나라를 만들어 왕이 될 것”이란 취지의 예언서가 오랫동안 돌아다녔다. 김씨의 주장은 21세기판 전설이라고 할 수 있다. 김씨는 민주당과 주변 진영을 취약한 상황에서 거대한 악에 도전하는 영웅으로 묘사하고, 지지자들은 그 영웅담에 환호한다. 그러면서 “거대한 악에 맞서 싸우는 영웅을 또 잃을 수 없다”는 공감대를 공유한다. 그들은 “대통령을 지켜야 한다”는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김씨는 ‘김어준 유니버스’ 혹은 ‘민주 유니버스’를 만들었고, 지지자들은 관객을 넘어선 참여자로서 희열과 보람을 느낀다. <한국일보>는 지난 2017년 이들의 세계관을 소개하면서 “대통령이 국민을 지켜야지, 왜 국민이 대통령을 지켜야 하느냐”고 비판했다. 완전히 다른 ‘B급 정서’ 카타르시스·도파민 차이 김씨는 ▲세월호 고의 침몰설 ▲천안함 피격 사건 관련 가짜 뉴스 살포 ▲코로나19 대구 확산설 등 주장을 이어가면서 지지자들에게 정치적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했다. 그들이 김씨를 통해 느낀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은 고스란히 민주당의 정치적 자양분이 됐다. 그래서 총선 출마 후보들은 김씨가 보는 앞에서 지지자들에게 큰절을 해야 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김씨를 지목했던 것은 김씨에게 엄청난 이익이 됐다. 당시 계엄군은 김씨가 진행하는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 스튜디오 주변을 통제했다. 김씨는 지난해 12월13일 국회에서 “계엄군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사살한 후 북한 소행으로 공작하려고 했다”면서 “정보 출처는 국내에 대사관이 있는 우방국”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그 우방국은 미국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지만, 미국은 국무부·주한미국대사관을 통해 이를 부인했다. 반면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어준님’의 증언을 허구로 단정하고 비난부터 하는 것은 무모하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과 보수 세력은 민주당과 그 주변 세력처럼 정교한 조직체를 만들지 못했다. 보수 세력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피커 역할은 전씨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맡고 있다. 하지만 이들은 김씨처럼 진영 전체를 들썩일 수 있는 정치적 유머 감각과 설득력을 갖추지 못했다. 카타르시스와 도파민을 제공하지도 못한다. 이 때문에 이들의 주장은 강경 보수 지지자들 외 국민 사이에서 웃음거리로 전락한 지 오래고, 국민의힘 내부서도 강하게 비판한다. 국민의힘이 지난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이겼을 당시엔 민주당에 비판적인 2030세대 남성과 6070세대를 아울러 민주당을 지지하는 4050세대와 2030세대 여성을 포위한다는 ‘세대포위론’ 전략이 제시됐다. 그러나 윤 전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불화 끝에 결별하면서 이 연합은 얼마 가지 못해 해체됐다. 당시 승리를 주도했던 국민의힘 지지층은 이 대표 특유의 합리주의를 지지하는 젊은 유권자와 강경 보수를 지향하는 노년 유권자로 분열됐다. 전씨는 많은 공무원 제자를 거느린 유명 한국사 강사였다. 따라서 적절히 순화된 주장과 교묘하게 선정한 정치적 입지를 섞어서 정치 전면에 나섰더라면,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전씨는 김씨와 달리 그럴듯한 이야기를 구성하고 유머를 섞는 능력을 보여준 적이 없다. 전씨의 옛 제자들은 그를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절대로 정치 전면에 나서지 않는 김씨와 달리, 직접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하려 하는 등 적당히 선을 긋지도 않는다. 정치인들이 알아서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큰절을 하게 만드는 김씨와 달리, 전씨는 스스로 영향력을 과시하기 위해 전당대회서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 전에겐 없는 것들 무엇보다 김씨가 “이 대통령을 능가하는 영향력을 가진 것 아니냐”는 설까지 나올 정도로 강력한 영향력을 구축하기까지 15년이 걸렸단 사실도 제대로 통찰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결정적으로 국민의힘은 정치 구조를 통찰하지 못해 민주당이 장기간 공들여 구축한 정치 구조체를 갖추지 못했다. 그런데도 전씨는 ‘전한길 유니버스’ 제작을 멈추지 않는다. 과연 전씨는 ‘보수의 김어준’이 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