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동’ 재계 지각변동 총정리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여러 업종에서 새 바람이 불고 있다. 업체 간의 합병과 새로운 강자의 등장으로 수년간 왕좌를 지키고 있던 업체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설날을 맞이해 <일요시사>에서는 지각변동을 일으키고 있는 업종들의 사정에 대해 들여다봤다.
 

2020년 화장품 시장이 온라인 채널을 중심으로 확대되는 가운데 국내외 브랜드 간 경쟁이 심화될 전망이다. 특히 럭셔리 브랜드와 신생 브랜드의 양극화 추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맞춤형 화장품 등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시장이 열린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더페이스샵, 이니스프리, 네이처리퍼블릭, 토니모리, 에뛰드하우스, 스킨푸드 등 주요 화장품 로드숍 매장은 2018년 4167개에서 2019년 10월 기준 3433개로 줄었다. 10개월 만에 매장 734개가 감소한 것으로 하루에 2.5개꼴로 폐점한 셈이다.

양극화 극심
화장품 시장

경영난에 시달리던 스킨푸드는 올해 사모펀드(PEF) 파인트리파트너스에 인수돼 구조조정 중이며, 이니스프리와 에뛰드하우스의 매출도 지난해 두 자릿수 감소세를 기록했다. 네이처리퍼블릭도 2016년 적자 전환 이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럭셔리 화장품 ‘설화수’와 ‘후’를 내세운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빅2’는 웃었다.

중국서 황후의 화장품으로 대접받고 있는 후는 지난해 국내 화장품 업계 최초로 단일 브랜드 기준 연 매출 2조원을 달성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설화수, 헤라 등 럭셔리 브랜드의 유통망을 확장하고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며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


한국 럭셔리 화장품 판매는 중국 온라인 유통망 확대를 발판 삼아 순항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알리바바그룹 등이 1∼2선 주요 도시 외에도 3∼5선 하위 도시로 확장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에 진출한 한국의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들의 경우 지난해에 이어 2020년에도 고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 로컬 ODM사와의 기술 격차가 줄면서 단가 인하 압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올해는 맞춤형 화장품 등 빅데이터 기술이 접목된 새로운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2020년 3월부터 맞춤형 화장품 제도를 실시한다. 맞춤형 화장품이란 개인의 피부 상태와 선호도에 따라 화장품 매장서 다른 화장품의 내용물이나 식약처장이 정하는 원료를 추가하거나 혼합해서 판매하는 것을 말한다.

뷰티시장 양극화…온라인 채널 중심 확대
OTT 글로벌 업체 강세…국내사 대응 마련

뷰티 업계 관계자는 “포화 상태에 이른 화장품 시장서 맞춤형 화장품이 시작되면서 새로운 장이 열릴 것”이라며 “안전성만 보완한다면 개인의 피부와 유전자 등에 맞춘 고기능성 화장품도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시장은 넷플릭스, 유튜브 등 글로벌 업체들이 강세를 보이는 상황이다. 이에 대응해 SK텔레콤은 지상파 3사와 ‘웨이브’를 출범했고, KT도 기존 자사 ‘올레TV모바일’을 개편한 새 모바일 OTT ‘시즌’을 출시했다. CJ ENM과 JTBC도 OTT 설립을 위한 합작법인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글로벌 시장은 애플, 월트디즈니 등이 가세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고 올해에는 국내 진출도 예상된다. 특히 디즈니의 OTT 디즈니 플러스에 국내 이통사들은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유료구독형 OTT 시장 현황(MAU 기준)에 따르면 시장 점유율은 푹+옥수수(웨이브)가 44.7%, U+모바일TV가 24.5%, 올레TV 모바일이 15.8%, 티빙이 7.8%, 넷플릭스가 4.7%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 KT는 유료방송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넘기며 가입자 1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OTT의 경우 이통3사 중 순위가 가장 떨어진다. 이런 시장 상황서 KT는 지난해 초 LG유플러스, CJENM과 OTT 협력을 추진했지만 무산된 적이 있다.

춘추시대
OTT 시장

웨이브나 티빙의 경우 해외 콘텐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SK텔레콤은 지상파 콘텐츠에 디즈니 플러스의 콘텐츠가 더해지면 국내 OTT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판단, 가장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흐름에 글로벌 OTT 업체 넷플릭스도 국내 제작 업체와 제휴를 확대하고 있다. CJ ENM에 이어 JTBC와도 협력을 맺은 것이다. CJ ENM과 JTBC는 OTT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고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한 상태다. 넷플릭스-CJ ENM-JTBC 삼각 동맹이 더 강화되는 모양새다.

이통사 고위 관계자는 “디즈니가 디즈니플러스의 국내 제휴 계약을 넷플릭스처럼 한 이통사와 체결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이통3사는 디즈니와 제휴를 하기 위해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상황이며 디즈니가 협상력에서 훨씬 우위를 가질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일본 4사가 점령했던 국내 굴삭기 시장에 주요 건설기계 기업들이 도전장을 내고 있다. 건설시장의 먹구름이 건설기계 시장까지 번지면서 생존을 위해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는 모양새다.

일본 잡는다
굴삭기 시장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두산인프라코어, 현대건설기계, 볼보코리아 등 국내 중대형 건설기계 시장의 강자들이 소형 굴삭기 시장으로 보폭을 넓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업들은 중·대형 굴삭기 시장서 오랫동안 높은 점유율을 보이며 터줏대감 역할을 해왔지만 소형 굴삭기 시장에서만큼은 논외였다. 이 분야서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여온 일본 기업들이 국내 시장을 사실상 점령해왔기 때문이다. 얀마, 구보다, 코벨코, 히타치 4사의 소형 굴삭기 시장 점유율은 2018년 기준으로 90%내외 수준이다.
 

소형 굴삭기 시장 자체가 기업 매출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점도 원인으로 작용했다. 현재 국내 건설기계 기업들의 매출 대부분은 국외 수출서 나오는 만큼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지 않은데 여기에 더해 소형 굴삭기의 경우 중대형에 비해 매출 규모가 작다. 국내서 소형 굴삭기 몇 대를 더 파는 것보다 국외 시장에 진출하는 게 훨씬 이익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을 두드리는 건 해당 국내 건설기계 시장이 침체기인 가운데 해당 시장은 상대적으로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 자취를 감추는 등 대형 토건사업이 갈수록 말라가는 상황서 소규모 공사는 상대적으로 꾸준한 모양새다. 소형 굴삭기 시장 자체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수준은 아니지만 중대형 시장의 감소세가 가파른 만큼 해당 시장을 두드리는 건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분석이다.


초대형 합병
렌터카 시장

그러나 이런 움직임의 확대 해석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의 경우 여전히 주력은 중·대형 건설기계 시장”이라며 “소형 굴삭기 시장 진출은 기업의 포트폴리오 다변화 현상으로 해석하는 게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업체 간 합종연횡과 모빌리티·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주행 등 미래차 기술의 발달로 렌터카 시장의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지난달 30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렌탈의 독무대였던 렌터카 시장이 SK네트웍스·AJ렌터카 렌터카사업부문 합병, 현대차그룹 ‘모션’ 설립 등으로 요동칠 전망이다.

SK네트웍스는 자사 렌터카사업부문과 지난해 1월 인수한 AJ렌터카의 통합법인을 올해 1월 1일 출범시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SK네트웍스의 점유율은 11.7%(10만8545대), AJ렌터카 점유율은 9.0%(8만3511대)로, 각각 2위와 4위를 차지했다. 양사 점유율을 단순 합산할 경우 20.7%(19만2056대)로, 1위 롯데렌탈(23.5%·21만7461대)의 아성을 위협한다.
 

양사가 분리 운영해 오던 사업을 통합하면서 브랜드, 네트워크 일원화에 따른 운영 효율성이 높아지고, 사업 경쟁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SK렌터카 관계자는 “하나의 브랜드 아래서 양사 역량을 결합한 고객 중심의 서비스를 펼치게 됐으며 정비, 보험, 고정비 지출과 시스템 구축 등에서 운영 효율성 제고도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렌터카 역사를 이끌어왔던 AJ렌터카의 전통에, SK네트웍스 렌터카 사업부의 기술역량이 더해져 한 차원 높은 고객 중심의 상품과 서비스 모델 진화가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본이 잡고 있던 굴삭기…국내 기업 도전장
롯데렌터카 독무대…합병·설립으로 반격 개시
삼다수 좌초 위기…경쟁 브랜드 호재로 작용

이런 상황서 완성차 제조에 주력해온 현대자동차그룹도 ‘스마트 모빌리티솔루션업체’로의 전환을 내걸고, 렌터카 시장에 본격 뛰어들었다.

생수시장이 제주발 이슈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제주도는 지하수자원 특별관리구역 추가 지정·고시안 추진에 따라 제주도개발공사의 지하수 신규 취수 신청에 대해 허가가 불가능해졌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생수시장 성장에 따라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삼다수’ 공장부지 내 별도의 지하수 관정 개발을 통한 새로운 삼다수 생산공장(L6) 건립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제주도의 이번 결정으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갔다.

제주도개발공사는 총 5개의 삼다수 생산 라인을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생산하는 라인은 4개다. 1998년 처음 삼다수를 생산할 당시 사용한 라인(L1)은 노후화를 이유로 지난해 가동을 멈췄다.
 

제주산 생수 브랜드가 암초를 만나면서 경쟁 브랜드에는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생수시장이 성장하고 있는 가운데 생산량을 확대하지 못하면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생수시장은 2015년 6400억원서 2018년 83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올해 1조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다수 몰락
생수 시장

삼다수는 이미 시장점유율 40%의 벽이 무너졌다. 반면 ‘아이시스’를 생산하는 롯데의 점유율은 13.3%로 1.1%p 증가했다. ‘백산수’를 생산하는 농심 점유율도 0.8%p 신장한 8.9%를 기록했다. 이외에도 해태 ‘강원 평창수’, 하이트진로 ‘석수’, 동원F&B ‘동원샘물’, 아워홈 ‘지리산수’ 등도 점유율 경쟁을 펼치고 있다. 여기에 대형마트 업계도 자체 브랜드(PB) 초저가 상품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생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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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