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넷세상> 전국에서 판치는 역할대행알바 논란

여기도 짜가 저기도 짜가 짜가가 판친다~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남편을 빌려드려요." 요즘 온라인서 성행하는 대행아르바이트 사이트 내 남편대행 홍보글귀다. 이처럼 역할대행 아르바이트는 남편 뿐 아니라 아내, 친정?시댁부모, 자녀, 하객, 조문객 등 대인관계 형성을 위한 상황별 역할대행으로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좁은 인맥으로 인해 하객이나 조문객을 고용할 수밖에 없는 부득의한 상황에서의 역할대행서비스는 효율적인 수단이라고 알려지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역할대행서비스가 애인 혹은 배우자까지 영역이 확대되면서 유사성행위나 불륜을 조장할 가능성이 높아 누리꾼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하루짜리 남편 구합니다."

놀이공원에서 아이와 놀아줄 배우자가 없는 싱글맘이 대리남편을 구하고자 인터넷에 이 같은 글을 작성했다. 이 여성은 "연기자 아빠를 고용해 아이와 추억으로 남길 사진도 찍고 놀이기구를 타며 재미있게 놀았다"며 온라인을 통해 대행사이트에 대한 감사 후기를 전했다.

'돈' 주면 다 되는 세상

이 같은 역할대행은 비단 남편 뿐 아니라 시급아내, 결혼을 반대한다는 이유로 결혼식에 가짜 친정부모를 대행한 여성, 좁은 인맥을 보완하기 위한 하객과 조문객 등 그 범위도 날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고객의 구미에 맞는 역할대행도 하루에 500~600여 건에 달하며 역할 당 비용도 하늘과 땅 차이다. 하객은 보통 6만원 선이며 부모나 남편 등 가족대행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기도 한다. 그러나 몇 년 전 애인대행 아르바이트로 유사성행위를 조장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배우자 혹은 애인대행에 관한 누리꾼들의 부정적인 의견이 증가하고 있다. 또한 금전거래를 통한 신분세탁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에 신종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한 포털사이트에서 이 소식을 접한 아이디 박**는 "놀이공원에 남편 대행은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닌가? 갑자기 나타난 아빠대행에 아이는 무슨 생각을 하겠나? 잠깐 행복하겠지만 그게 다 가짜 아빠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아이는 무슨 죄인가? 정말 한심한 세상이다"며 시급남편을 고용한 여성을 비판하며 아이를 동정했다.

아이디 심**도 기사를 본 후 "어느 프로그램에서 본 내용과 비슷한 것 같다.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던 아내가 잠깐 나갔다온다더니 전셋값 2천만원을 가로채고 아기 데리고 사라졌는데 조사해보니 부모님과 친구 여태껏 알고 있던 아내의 지인들 전부 연기자였던 사실. 그 세월동안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역할대행이었다는 사실에 소름이 끼쳤다. 역할대행이 이렇게 변질될까 무섭다. 정말 사회가 뒤숭숭하다"며 신뢰성을 잃어가는 사회풍토에 우려를 나타냈다.


겉치레에 찌든 악습 이어가려는 불편한 사회풍토
적정선 지킨다면 정말 필요한 사람들에겐 큰 도움

아이디 김**은 "사실 저런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정상적으로 보이진 않지만 한국 사람들 특유의 결혼식에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 않으면 뭐 문제 있는 사람들인가 생각하고 직업 따져가며 하객 고르는 겉치레에 찌든 악습을 이어가려는 풍토가 더 문제 아닌가? 한국 사람들은 왜 당사자들의 행복에 대한 관심보다 보이는 겉치레에 관심들이 많은지 모르겠다. 스스로를 돌아보면 참 쓸데없는 짓거리라고 생각 안하나?"라며 허례허식을 중시하는 국민성에 대해 혀를 찼다.

아이디 jisndn***은 트위터에서 "이러다가는 군 입대 대행이나 배우자 대행이 전국에서 판 칠 날이 머지않아 올 것 같다. 돈만 주면 가리지 않고 무엇이든 하겠다는 요즘 2-30대들의 비참하고 천박한 태도에 기가 찬다. 결혼 반대를 이유로 부모를 대행하고 아빠·엄마를 만들어준다는 심상으로 하루 배우자를 돈을 주면서 고용하다니… 세상 참 말세다"며 비판했다.

이처럼 부정적인 의견이 대부분이었지만 역할대행에 옹호하는 입장을 표명한 글도 더러 목격할 수 있었다.
아이디 정**는 "이게 뭐가 나쁜가? 수요와 공급이 맞아 떨어지고 외부 불경제가 없다면 거래가 성사되어도 문제없지 않나? 법적으로 하자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은데 쌍방 간 합의만 있다면 아무문제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부득이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은 가족이 없다는 이유로 지탄받아야 되는 사회 악습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이 서비스가 사라져야 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며 뿌리 깊은 사회 악습에 부정하면서 역할대행서비스에 찬성의견을 대세웠다.

아이디 김**도 "왜 이렇게 다들 성적으로만 접근하는지. 변질될 우려가 있기도 하지만 스스로 적정선만 지킨다면 정말로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 같은데"라며 대행서비스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아이디 오**은 "뭘 이정도가지고 놀라는가. 이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얼마 전에 KBS 고발 프로그램에서 원정 대리 출산녀, 일명 '씨받이녀'로 1회 출산 당 4000만원을 받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아직도 그 충격이 가시지 않는다. 여대생들에게 인기 많은 난자 1회 제공시 200~500만원씩 받는 난자대리모가 성행한다는 거 아직 못봤나? 애 3번 낳아주고 수 천만원 빚 다 갚고 지금 1억 아파트에 살고 있다고 그러더라"며 돈의 노예가 된 사람들의 행태에 질렸다는 듯 말했다.

'변질 가능성' 우려 시각도


역할대행서비스에 대한 법적 규제는 아직 없다. 바쁜 현실에서의 역할대행서비스는 어쩌면 사람들에게 편리하고 효율적인 수단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다만 서비스의 성향을 빌미로 각종 성범죄나 납치, 사기사건으로 변질될 수 있어 그에 맞는 규제 방안이 조속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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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