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창업전략

“자영업 점포도 컬덕을 창출해야”

미래학자들은 21세기를 ‘컬덕의 시대’라고 예고했다. ‘컬덕(cult-duct)’은 문화(culture)와 상품(product)의 합성어로 ‘문화융합상품’을 뜻한다. 기업이 브랜드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상품에 문화 컨텐츠를 융합한다는 개념이다. 컬덕이 추구하는 것은 상품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삶의 스타일과 경험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 고객의 꿈을 실현시켜 주는 것이다.
 

▲ 한신치킨호프

할리데이비슨 오토바이, 아이폰, 스타벅스, 나이키, 페이스북, 트위터 등이 대표적인 예이다. 가령 할리데이비슨은 ‘상품을 판매하지 않는다. 문화를 판매한다’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사명은 ‘모터사이클을 타는 특별한 경험을 통해 고객의 꿈을 실현해 나간다’이다. 

컬덕이 되기 위해서는 기업이 만든 상품이 이전에 없었던 최초의 콘셉트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전 세계적으로 널리 판매되어야 한다. 또한, 그것을 구매한 소비자들이 스스로 그 상품에 대한 가치를 추종하면서 자생적인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문화융합상품

컬덕을 만들어내는 기업은 그 시기에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 아이폰은 전 세계를 스마트폰에 열광하게 만들었다. 아이폰의 컨텐츠 마켓인 ‘아이튠즈’가 만들어지면서 트위트, 페이스북 등 SNS 기업의 시장도 활성화되었다. 아이폰은 침체한 미국 경제를 이끈 힘이 됐다. 

일본 소니사가 만들었던 ‘워크맨’도 한동안 많은 사람들이 길거리에서 헤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다니는 풍경을 연출했었다. 그 시기에 일본 경제도 절정기를 맞았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 기업을 모방하기에 바빴다. 이제 컬덕을 창조해야 한다. 일본도 수많은 모방을 통해 기술을 축적하고, 디자인을 연구해 자신만의 컬덕을 만들어냈다. 워크맨에 이어 내놓은 ‘닌텐도’ 게임기 같은 상품이 그것을 증명한다. 우리나라도 기술적인 면에서는 이미 가능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다만 컬덕을 만들려고 하는 창조적 사고가 부족할 뿐이다. 

창조적 사고는 머리로만 되는 것이 아니다. 즉 IQ, EQ가 높다고 되는 것이 아닌 것. 한 사회가 가지고 있는 철학과 구성원 간의 이해심이 바탕이 된 자유로운 소통, 꿈의 실현 가능성 및 보상에 대한 사회적 믿음 등 다양한 가치와 철학을 배경으로 창조적 사고가 일어난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컬덕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고, 우리 교육제도의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까닭도 여기에 있다. 

새로운 스타일과 경험 제공
궁극적으로 고객의 꿈 실현

이제 자영업 점포도 컬덕을 만들어야 한다. ‘스타벅스는 커피를 팔지 않는다. 문화를 판매한다. 할리데이비슨은 오토바이를 팔지 않는다. 그들은 새로운 삶의 스타일을 판매한다.’ 스타벅스가 제공한 문화는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 냈다. 스타벅스 매장에 홀로 앉아 한 손에는 책을 들고 커피를 마시는 이의 모습은 더 이상 초라하지 않다. 길거리에서 커피를 들고 돌아다니는 모습도 낯설지도 않다. 오히려 멋지다. 스타벅스는 더 이상 단순한 상품이 아닌, 그것을 소유하고 영위함으로써 독특한 경험과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문화적 아이콘이 되었다.

서울 잠원동의 반원초등학교 옆 반원상가 내에 위치한 ‘한신치킨호프’는 1년 365일 고객들로 북적거린다. 주변 경쟁 점포들은 몇 년에 한 번씩 업종을 바꾸고 있지만, 이 점포는 십 수 년을 가족들이 장사를 하고 있다. 장사가 잘 되는 이유는 가족이나 친구, 가까운 지인 간의 편안한 만남의 장소 문화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잠원동 주민은 서울에서 중산층과 서민층이 공존하는 몇 안 되는 동네다. 비싼 아파트 소유자인 중상류층 주민도 있고, 상대적으로 강남권에서 전세비가 낮은 오래된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서 자녀 교육을 하기 위해 이사 온 중산층 이하의 주민들도 많은 편이다. 이들이 함께 공존하면서 살아가는 동네가 바로 잠원동이다. 한신치킨호프는 이러한 인구 구성을 잘 간파해, 동네 주민 누구나 좋아하는 명소라는 문화를 창출했다. 

메뉴도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다양하다. 후라이드치킨, 바지락칼국수, 수제비, 오삼제육복음 등 일반 음식뿐 아니라 오징어회, 낙지회, 해삼, 멍게 등 다양한 해물요리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다. 


브랜드 경쟁력 키우기 위해 
상품-문화 컨텐츠 융합 개념

동네상권이지만 다양한 메뉴를 가족이나 동네 주민들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초등학생 학부모 엄마들의 모임 장소로 인기가 높고, 특히 동네에서 쉽사리 접할 수 없는 회와 해물요리를 이 점포에서는 싱싱하고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고 있어, 중장년 남성 고객들도 많이 찾는다. 

동네 주민이라면 한 번씩 들리는 점포문화를 만드는 데 기여한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맛과 저렴한 가격이다. 중산층이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고 해서 자칫 잘못 생각하면 비싼 음식만 팔아도 장사가 될 것 같지만, 사실 접대를 위한 자리가 아니고서는 비싼 외식을 하는 소비자는 그리 많지 않다.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저렴한 가격만큼 강력한 무기는 없다는 것이, 이 점포의 성공이 펼쳐 보이는 하나의 명제다. 

또한 점포 앞에 포장마차처럼 파라솔이나 천막을 쳐서 간이 의자에 앉아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 주말이나 휴일 저녁이면 가족이나 동네 지인, 가까운 친구끼리 항상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이웃 동네 주민들도 이 곳으로 많이 찾아올 정도다. 이처럼 굳이 도심으로 나가지 않아도, 집 앞에서 부담 없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를 구비하고 편안하고 친근한 외식 문화를 창출한다면 동네상권에서도 외식 수요를 충분히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 한·추(한잔의 추억)

서울 압구정동 가로수길 이면도로변 가까운 거리에 예쁜 옷가게와 세련된 건물이 즐비한 가운데, 고추튀김과 떡볶이, 후라이드 치킨 등을 파는 80여평 규모의 허름한 호프집이 있다. 한잔의 추억이라는 뜻을 지닌 ‘한·추’다. 

이 점포는 수십년간 1년 내내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강남뿐 아니라 강북에서도 찾아오는 대박 점포다. 고추가 들어간 안주를 컨셉트로 한 문화를 창출했기 때문이다. 

주 고객도 20대에서 40대까지 골고루 분포돼 있고, 남녀 비율도 거의 비슷하다. 요즘 같은 불황에도 손님들로 북적이는데, 주말이나 공휴일이면 그 주변 점포들 중 이 점포만큼 장사가 잘 되는 점포가 거의 없을 정도다. 

더 맛있고, 인테리어 분위기도 더 좋은 점포들이 즐비하지만 결국, 편안하게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는 문화를 창출한 이 점포가 항상 1등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수평적 소통

우리나라는 조선시대 사랑방 문화가 추구했던 ‘수평적 소통’과 같은 가치를 페이스북과 같은 형태로 현대화할 수 있다. 우리 민족만의 고유한 ‘정(情)’문화는 컬덕을 창조하는 새로운 문화 아이콘이 될 수 있다. 점포가 사랑방 문화를 창출하고 수평적 소통 문화를 접목해 나간다면, 소통과 평화를 전파하는 컬덕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대신 맛에만 의존한 나머지 문화를 만들지 못한 점포들은 세월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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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