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불 지펴지는’ 정세균 대망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11.18 10:48:06
  • 호수 124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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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제치고 이낙연 넘는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정세균 전 국회의장에게 꽃놀이패가 주어졌다. ‘종로’와 ‘총리’라는 카드다. 이 중 종로를 선택한다면 대권으로 한발자국 다가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심상치 않은 ‘정세균 대망론’을 추적했다.
 

▲ 정세균 전 국회의장

이낙연 국무총리가 역대 ‘최장수 총리’ 기록을 갈아치우자, 차기 국무총리에 대한 하마평이 정가에 무성하다. 현재 7명의 인사가 자천타천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소속 정세균 전 국회의장과 김진표·원혜영 의원, 진영 행정안전부장관,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 등이다. 이 외에도 대안신당 박지원 의원과 민주당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까지 거론된다.

총리로?
종로로?

잎사 차기 총리와 관련해 짐작 가능한 발언이 나온 바 있다. 노영민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0일 열린 기자간담회서 문재인정부 후반기 인사 방침에 대해 “인재를 널리 구해 탕평인사를 하는 게 좋지 않은가”라고 강조했다.

탕평이라는 말은 여러 해석을 불러왔다. 민주당서 벗어나 있는 박지원 의원, 김종인 전 대표를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지난 14일 총리설을 일축하며 “총선이 끝난 뒤 총리 제안이 있다면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가는 지역적 탕평을 의미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한다. 민주당 내에서는 “차기 총리는 호남이 가져갈 것”이라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영남 출신이니, 그에 맞춰 총리는 호남에서 나와야 ‘호남 홀대론’서 자유로울 수 있다는 논리다.


총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호남 총리론’에 더욱 무게가 실린다. 지난 20대 총선 당시 국민의당에게 내준 호남을 탈환하는 일은 민주당의 숙원이다. 하마평에 오른 인사들 중 호남 출신은 전북 고창의 진영 장관, 전북 정읍의 김현미 장관, 전북 진안의 정 전 의장이 있다.

이 때문에 정 전 의장에 대해서는 한때 ‘총리 지명설’까지 나돌았다. 일각에선 정 전 의장이 이 총리의 후임으로 임명되고 이 총리는 정 전 의장의 지역구인 종로를 물려받는다는, 사실상의 맞트레이드 시나리오도 거론됐다.

그러나 정 전 의장은 이를 부인했다. 그는 복수의 언론을 통해 “근거 없는 추측일 뿐”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 7월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도 자신을 둘러싼 총리설에 대해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다. 

총선? 총리? 선택지 많아
전문가들 “경쟁력 충분”

이는 다분히 국가 의전서열을 고려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국회의장의 의전서열은 2위로 총리는 4위다.

정 전 의장이 만약 총리로 간다면, 의전서열이 2단계 아래인 자리로 가는 것이다. 모양새로 보나 입법부의 위상을 감안해서나 좋은 선택이라고 할 수 없다. 뿐만 아니라 정 전 의장과 이 총리가 서로 자리만 맞바꾸는 모습으로 대중들에게 비춰질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무엇보다 정 전 의장의 종로 출마 의지가 높다. 17대 국회 이후 전직 의장들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않는 일이 관행처럼 굳어졌다. 이 같은 관행에도 정 전 의장은 지난 1월 전북도의회 기자실을 찾은 자리서 “의장을 지냈으니 출마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에 크게 무게를 두지 않는다”며 여지를 남긴 바 있다.
 

▲ ▲(사진 왼쪽부터)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 김현미(국토교통부)·진영(전 보건복지부)장관

복수의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정 전 의장은 의장직을 내려놓은 후에도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지역구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그렇다면 종로서 정 전 의장의 경쟁력은 얼마나 될까. 정치 전문가들은 그의 경쟁력을 상당히 높게 보고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지난 13일 YTN과의 인터뷰서 “(종로에)인지도 높은 인사가 나왔을 때 과연 정 전 의장만큼의 경쟁력을 가진 인사가 있느냐, 저는 거의 없다고 본다”며 “굉장히 강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 정 전 의장은 대권에 전혀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다. 만약 (정 전 의장이) 종로에서 유력한 야당의 대권후보와 경쟁해서 승리하면 저는 정 전 의장 역시 여당의 대권후보로 올라설 가능성이 굉장히 높다고 본다. 그러니 쉽게 (종로를)포기하지 못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관행은
관행일 뿐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 역시 같은 인터뷰서 “(정 전 의장은)대권에 꿈을 갖고 있는 것 같다”며 “종로서 당선된다면 본격적인 대권 도전도 가늠해볼 수 있어서 (종로를)누구한테 양보하거나 그럴 만한 상황은 아니다”라고 내다봤다.

종합하면 대권에 뜻이 있는 정 전 의장이 종로에 출마할 것이고, 당선된다면 여권의 유력 대권후보로 거듭날 수 있다는 것. 총선 때마다 ‘정치 1번지’ 종로는 가장 주목받는 지역 중 하나다. 거물급 인사들의 격전지이자 승부처다.

역대 주인들의 면면만 봐도 화려하다. 윤보선 전 대통령(4대), 노무현 전 대통령(16대), 이명박 전 대통령(17대) 등 3명의 역대 대통령들을 배출한 곳이다.

6선의 정 전 의장은 전북서 4선(15·16·17·18대)을 지낸 후 종로서 19대, 20대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만약 정 전 의장이 총 7선, 종로서만 3선에 성공한다면 앞서 언급된 역대 대통령의 뒤를 이을 발판을 마련하게 되는 셈이다.

문제는 경쟁자가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오는 21대 총선서 종로는 미니 대선을 방불케 할 전망인데 경선부터 빅매치가 예상된다. 전직 의장과 역대 최장수 총리가 대결을 펼치는 그림이 그려진다. 바로 정 전 의장 대 이 총리다.

경선도…
본선도…

이 총리의 출마 예상지 중 하나가 종로다. 그는 복수의 여론조사서 차기 대권 선호도 1위를 달리고 있다. 이미 최장수 총리 타이틀을 획득한 이 총리 입장에선 더 이상 내각에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 연말쯤 자연스레 정계 복귀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가는 차기 대통령감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이고 있는 이 총리가 종로에 나서는 것이 민주당 입장서도 이득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한때 종로로 주소지를 옮기는 등 출마를 준비해왔던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지난 17일 전격 불출마를 선언했다. 정 전 의장이 종로 출마 의지가 확고한 데다 이 총리의 출마 가능성까지 점쳐지면서 불출마로 돌아선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 이낙연 국무총리

예상되는 본선 상대도 만만치 않다. 한국당 내부에선 황교안 대표가 종로로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여의도연구원장인 한국당 김세연 의원은 지난 6월 “(황 대표는)종로 출마가 정공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총선을 진두지휘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의 결단이 필요할 것”이라고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 분석가인 정치컨설팅그룹 ‘민’의 박성민 대표는 같은 달 MBC라디오서 “황 대표가 (종로에)나가니 마니 이런 얘기를 하는데, 한국당은 야당이고 도전자답게 해야 한다”며 “도전자 입장서 ‘한 번 붙어보자’는 자세로 황 대표처럼 가장 경쟁력 있는 사람이 종로에 나가야 한다.(여당서)정 전 의장이든, 임 전 실장이든, 이 총리든 누가 나와도 맞붙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황 대표의 총선 출마는 기정사실처럼 굳어져가는 분위기다. 본인 입장에선 ‘원외 당 대표’라는 한계서 벗어나야 할 필요가 있다. 뿐만 아니라 한국당 내부로부터 험지 출마를 요구받고 있다. 

종로→대권 수순 밟나
‘친문 표’부터 얻어야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한국당 김무성 의원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민주당 추미애 의원을 잡겠다고(서울 광진을에) 가 있는 것처럼 황 대표도 제일 강한 사람을 잡으러 가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종로 출마를 촉구했다.

과연 정 전 의장은 이러한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포스트 DJ’라는 타이틀을 거머쥘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대중 전 대통령(DJ)은 호남 출신으로 유일하게 대통령이 된 인물이다. DJ 이후 노무현·이명박·박근혜·문재인 대통령으로 이어지며 4번의 대선이 치러졌지만, 호남 출신 대통령은 나오지 않았다.


후보마저도 가뭄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대결해 패배한 민주평화당 정동영 대표가 사실상 유일한 호남 출신 대권후보였다. 정 전 의장이 종로서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포스트 DJ가 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바로 정가서 오랜 기간 제기되는 ‘호남 후보 필패론’이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호남의 인구는 영남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현실적으로 호남의 힘만으로는 대권후보를 당선시키기 힘들다는 얘기다. 실제 DJ가 대권을 잡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로 충청권의 김종필 총재와의 DJP연합이 꼽힌다. 호남 출신 대권후보에게는 ‘플러스 알파’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역사적으로 검증된 것이다.

친문 표심이 플러스 알파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민주당서 촉망받던 대선주자들은 최근 정치적 위험에 처해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2심서 당선무효형인 벌금 3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에 시민사회 여러 곳에서 “선처해달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친문계의 상징인 김경수 경남도지사에게 특별검사팀은 항소심서 징역 6년을 구형했다.

대권 길
열렸나?

민주당과 친문계 입장에선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 두 사람이 대권서 멀어질 경우, 정세균·이낙연 등 호남 출신 3인방에게 힘이 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앞서 DJ는 지난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같은 호남의 한화갑 후보보다 영남의 노무현 후보를 선택했다. 결국 친문의 표심이 ‘정세균 대망론’은 물론 ‘호남 대망론’을 완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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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트럼프 뒤통수로 다시 꼬인 한·미·일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불확실성의 시대에 가장 확실하다고 굳게 믿었던 관계에서 파열음이 나오고 있다. 새 정부 초기부터 보이기 시작한 적신호가 이제 눈 돌릴 수 없을 정도로 커진 모습이다. 어디서부터 균열이 시작된 걸까? 우리나라 외교는 한미동맹을 배경으로 진행됐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중립 외교를 꾀한 때도 있지만 대체로 한·미 혹은 한·미·일 관계가 우선시됐다. 하지만 최근 들어 우리나라와 미국이 삐걱거리는 모습이 자주 포착되고 있다. 상수였는데 변수됐나 지난 12일 미국 이민 당국에 체포·구금됐던 한국인 근로자 316명이 귀국했다. 이번에 구금된 한국인은 총 317명으로 남성 307명, 여성 10명이다. 이 가운데 1명은 잔류를 택했다. 지난 4일, 미국 이민 당국의 불법체류 및 고용 전격 단속에서 체포돼 포크스턴 구금시설 등에 억류된 지 8일 만이다. 이들은 미국 조지아주 엘러벨의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일하던 중에 체포·구금됐다. 문제 해결을 위해 조현 외교부 장관이 미국을 급히 방문했다. 당초 이들은 지난 10일(현지시각)에 전세기를 타고 출국할 예정이었지만 ‘미국 측 사정’으로 지연됐다. 외교부는 이번에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향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미국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현 외교부 장관은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에게 이들이 신체적 속박 없이 신속히 귀국하고 향후 미국에 재입국하는 데 불이익이 없게 해달라고 요청했고 미국 측으로부터 긍정적인 답을 받았다고 한다. 체포·구금된 한국인이 미국을 떠나는 방식을 두고 우리나라와 미국 간의 이견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자진 출국’을, 미국은 ‘추방’을 언급한 것이다. 자진 출국 방식으로 귀국하면 향후 ‘5년 입국 제한’ 등의 불이익이 없다. 반면 추방 명령으로 미국을 떠나면 영구적으로 기록이 남아 최대 10년간 미국에 들어갈 수 없다. 지난 8일 크리스티 놈 미국 국토안보부 장관이 이번 사안과 관련해 “법대로 하고 있다. 그들은 추방될 것”이라고 말하면서 출국 형태에 대한 논란이 불거졌다. 다행히 미국 측과 조율이 이뤄지면서 자진 출국 형태로 귀국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도 이재명 대통령과 도출한 한미 정상회담의 성과를 높이 평가하고 있고, 이 사안에 대한 한국인의 민감성을 이해하고 있다. 특히 미국 경제·제조업 부흥을 위한 한국의 투자와 역할에 대해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야 “700조원 줬는데도?”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측이 원하는 바대로 가능한 한 이뤄질 수 있도록 신속히 협의하고 조치할 것을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우리 정부의 노력으로 상황이 봉합되는 모양새지만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의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한국인 체포·구금 과정에서 드러난 미국 이민 당국의 모습을 두고 동맹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 측은 한국인 체포 과정에서 수갑을 채웠고, 이들을 환경이 열악한 수용소에 구금했다. 야권에서 ‘외교 참사’가 일어났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6일, 한국인 체포·구금 사태 이후 내놓은 논평에서 “이재명정부는 700조원 선물 보따리를 미국에 안겼지만 회담은 공동성명조차 발표하지 못한 채 끝났다”며 “그 결과가 고스란히 현대차-LG 합작 공장 단속 사태로 돌아왔다”고 맹공을 퍼부었다. 그러면서 “국민 사이에서는 실컷 투자해 주고 뒤통수 맞은 것 아니냐는 분노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며 “700조원에 달하는 투자를 약속해 놓고도 국민의 안전도, 기업 경쟁력 확보도 실패한 것이 이재명정부의 실용 외교 현실”이라고 비판했다. 우리나라는 관세 협상, 한미 정상회담 등을 통해 미국에 5000억달러(약 700조원)를 투자하겠다고 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도 지난 6일 페이스북에 글을 썼다. 수갑 채우고 수용소 넣고 장 대표는 “이번 사태는 단순한 불법체류자 단속을 넘어 앞으로 미국 내 한국 기업 현장과 교민 사회 전반으로 피해가 확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수많은 한국 기업이 미국 전역에서 공장을 건설하고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근로자들이 무더기로 체포되는 일이 되풀이된다면 국가적 차원의 리스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우리 정부는 이 같은 사태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국 측과 방지책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조 장관은 루비오 장관 등과 만난 자리에서 이번 사태의 재발 방지책과 대미 투자 한국 기업 관계자들의 비자 문제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조 장관은 유사 사례 재발 방지를 위해 새로운 비자 카테고리를 만드는 등 다양한 방안 논의를 위한 ‘한미 외교부-국무부 워킹그룹’ 신설을 제의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한미 관계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미 관계가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지 않다는 신호로 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직후부터 관세 등을 무기로 전 세계를 흔들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가 동맹 취급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삐걱거림’은 이정부 출범 초기부터 감지됐다. 미국 백악관은 이재명 대통령 당선과 관련해 처음 내놓은 메시지에서 중국을 언급해 ‘이례적’이라는 말을 들었다. 백악관은 지난 6월3일 한국 대선 결과에 대한 언론의 질문에 “한미동맹은 철통같이 유지된다”면서도 “한국은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를 진행했지만 미국은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들에 대한 중국의 개입과 영향력 행사에 대해서는 여전히 우려하며 반대한다”고 말했다. 백악관의 메시지를 두고 이정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행사 견제, 실용 외교를 표방하는 이 대통령이 중국과 거리두기를 해야 한다는 압박 등 다양한 해석이 이어졌다. 당시 미국은 중국과 관세를 두고 이른바 ‘치킨게임’을 벌이고 있었다. 시간이 가면서 다소 소강상태가 되긴 했지만 갈등의 골은 여전히 남아 있다. 분위기만 화기애애? 관세 협상이나 한미 정상회담을 두고도 여전히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협상 시한으로 정한 날짜를 하루 앞두고 미국과 타결을 이뤄냈다. 당초 한미FTA로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의 관세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0’이었기에 타격은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서한을 통해 언급한 상호 관세 25%를 15%로 낮추는 데는 합의했지만 과정은 난항을 거듭했다. 루비오 장관의 방한이 취소되는가 하면 ‘한미 2+2 통상 협의’를 앞두고 미국 측의 취소로 구윤철 기획재정부 장관이 발길을 돌리는 일도 벌어졌다. 일본이 먼저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면서 기준이 생기고 시간에 쫓기는 등 여의치 않은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미국과의 관세 협상은 일본과 비슷한 수준에서 정리됐고 동시에 천문학적인 수준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이때도 관세 협상 결과를 두고 이견이 나타났다. 우리 정부 측은 쌀, 소고기 등 농산물 개방은 없다고 주장했던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면 개방을 말했다. 또 대미 투자의 방식에서도 서로 다른 생각을 보였다. 이견은 한미 정상회담을 거치고도 조율되지 않은 모양새다. 미국 측은 관세 협상 타결 결과를 발표하면서 이 대통령의 방미를 언급했고 실제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다. 정상회담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앞에 두고 면박을 주는 등의 돌발 행동을 보인 바 있어 우려가 제기됐지만 무난하게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았다. 문제는 명문화된 결과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달 25일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진행했지만 공동합의문은 발표하지 않았다. 역대 우리나라 대통령들은 정상회담 이후 공동성명을 통해 동맹의 성과와 협력 의제를 문서화해 왔다. 당선 메시지에 중국 언급 정상회담 합의문도 없어 당시 공동합의문이 나오지 않은 데 대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제기될 정도였다. 정상회담에서 각종 현안을 폭넓게 논의했지만 구체적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결과였다. 특히 자동차 관세가 확정되지 않으면서 업계는 ‘불확실성’을 해소하지 못했다. 관세 협상에서 자동차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으로 타결했지만 문서로 명시되지 않은 것이다. 안보 문제 역시 마찬가지였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한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달 28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공동발표문이 항상 있는 것은 아니”라며 “정상 간 논의 내용은 상당 부분 생중계됐고 나머지는 언론 브리핑을 통해 양국 국민에게 효과적으로 설명했다”고 말했다. 위 안보실장은 “문건을 만들어내기까지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많은 공감대가 있었다. 그런 공감대를 바탕으로 추가 협의를 하면 마무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나온 조 장관의 발언은 조금 더 구체적이었다. 그는 “투자 부문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 될 수 있어 수용하지 않았다”며 공동합의문이 발표되지 않은 이유에 대해 말했다. 이어 “미일 간 합의문 내용을 보면 왜 우리가 협상을 지연해 가면서까지 안을 만들고 있는지 이해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일본은 관세 협상에서 제조업·항공우주·농업·에너지·자동차 등 분야에서 미국에 시장을 개방하고 5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내용의 합의를 진행했다. 또 합의 불이행 시 미국이 관세를 재조정할 수 있다는 조항이 담긴 것으로 알려지면서 ‘굴욕 협상’이라는 말도 나왔다. 조 장관은 “일본의 타결 협상안을 보면 우리가 비슷한 협상안을 받아들인다고 할 때 여러 문제점이 많다”며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을 분명히 하며 협상을 강하게 하다 보니 합의가 지연되고 있다”고 말했다. 반도체 품목 관세가 부과될 때 최혜국 대우가 불확실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그렇다”고 인정했다. 불확실성 해소될까? 우리나라와 미국 사이에 자리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타국을 대하는 방식은 이제 변수를 넘어 상수가 되는 모양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가 한미 관계를 더 흔들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