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신도리코 ‘수억원 대출’ 떠넘기기 논란

대리점 명의로 수억씩 땡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지난해 국내 굴지의 사무기기 생산업체인 신도리코의 한 대리점주가 신도리코의 불공정 관행을 폭로했다. 대리점의 이름으로 제품을 싸게 판매해 이익을 남기고 대리점이 모르는 사이 대출을 받아 사용했다는 것. 당시 신도리코 측은 이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항소심서 패한 대리점서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쯤 한 금융사가 같은 내용의 소송서 승소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대리점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찾아왔다.  
 

지난해 7월 신도리코의 자회사 ‘신도중앙판매’의 강북지사 소속 동두천 대리점 한북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박모씨는 “신도중앙판매가 자신들의 매출을 위해 대리점의 이름으로 정상적인 판매가보다 40%가량 저렴하게 물건을 판매했고, 이로 인해 생기는 손실은 대리점이 모두 떠안았다”고 주장했다. 

수십억 대출
대리점만 피해

당시 박씨에 따르면 신도중앙판매의 계약 시스템은 대리점서 주문서를 받고 제품을 출고시키면 회사는 계약이 돼있는 은행서 돈을 먼저 받고 대리점이 여신을 2달간 여신을 은행에 갚아나가는 방식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도중앙판매가 한북테크의 이름으로 제품을 싸게 판매해 생긴 차액의 해결은 매달 한북테크의 몫으로 돌아왔다는 것이다. 

이런 정책은 3년간이나 지속됐다. 신도중앙판매는 2016년 6월 박씨에게 “매달 5200만원을 입금해줄 테니 금융권서 한북테크 이름으로 6억500만원의 대출을 받아 제품을 구입해달라”고 또 다른 요청을 해왔다. 

회사 측은 “제품은 신도리코 물류센터에 있고 매달 정상적으로 입금해주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박씨는 허락했다. 담당자가 관련서류를 만들어와 도장까지 찍어줬다.


하지만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매달 주기로 한 돈은 그해 10월까지 단 4차례만 입금됐고 나머지 대출금에 대한 부분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 회사는 오히려 “매달 결제에 대한 차액을 회사가 본인의 대리점에 대납해준 것이고 회사가 대납을 해 준 부분을 본인의 대리점이 대출을 받아서 갚은 것”이라며 박씨에게 책임을 전가했다. 

소송서 드러난 불공정 관행…덤핑판매 의혹도
발목 잡는 ‘부제소 합의서’ 각서 쓰니 모르쇠

박씨는 “회사가 매출을 올리기 위해 만든 손실부분을 왜 대리점이 대출받아 해결해야 되는 것인지 모르겠다” 며 분통을 터트렸다. 박씨의 계속된 항의에 신도중앙판매에선 2016년 12월 박씨에게 만남을 요청했다. 회사는 본인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피해금액을 산정했다. 회사가 산정한 피해금액은 8억.

하지만 이마저도 한북테크에도 일부 책임이 있으니 4억원씩을 부담하자고 했다. 

8억을 제외한 나머지 피해액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혜택을 약속했다. 박씨는 울며 겨자먹기로 확인서 및 각서를 작성했다. 박씨는 이런 식으로 신도중앙판매 본사로 3번, 신도리코 성수동 본사로 2번을 방문해 지원해준다는 말에 속아 각종 서류를 작성했다.

하지만 회사의 이 같은 약속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박씨는 “회사가 여러 가지 지원을 약속했지만 단 한가지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시 다른 지역서 신도중앙판매 대리점을 운영하고 있는 아들에게까지 대리점 해지에 대한 엄포를 놨다”고 주장했다. 
 

신도중앙판매는 박씨에게 지원해주겠다고 약속했지만 한북테크가 이미 금융권에 채무가 발생돼있는 상태라는 것을 빌미로 “확인서를 찍어줘야 지원해줄 수 있다. 회장님께 보고해야 해결이 된다”며 “각서를 찍어 줘야 지원해줄 수 있다”는 등 각종 확인서 및 각서를 받아갔다고 박씨는 주장했다. 


하지만 그 이후로 “법적으로 해라”고 엄포를 놓은 후 2년 가까이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박씨에 따르면 당시 서류를 작성하고 구두로 지원을 약속했던 전 신도중앙판매 사장, 부장, 강북지사 지사장은 본사 및 충청도로 발령을 받아 가버렸다.

각서 받고 
나몰라라∼

현재 전 담당자들은 “지원을 해 줄 권한이 없다” “전에 있었던 일이라 모르는 일이다” “도장을 받아간 서류만 보고 아무 지원을 해줄 수 없다” 등의 책임회피만 하고 있는 상태다. 

박씨는 채무에 대해서 부도를 면하기 위해 약 2억원가량을 외부 차입을 통해 갚아 나갔고 현재는 한계에 부딪혀 은행권서 기한 이익 상실도 당한 상태다. 또 이 일로 회사 채무가 너무 많이 생겨서 입찰을 받고도 부적격 판정이 나서 공사 진행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에선 이런 사정을 알고 금전적인 압박, 시간 끌기로 일관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지어 주변 대리점들에게 ‘한북테크서 도움을 청하면 절대로 지원해주거나 동요하지 말라’고 협박하며 끊임없이 입막음했다”고 말했다.  

당시 신도중앙판매 측 관계자는 “법원서 이미 거짓으로 판결이 난 내용”이라며 박씨가 주장하는 모든 사실을 부정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29일 박씨가 제기한 소송서 법원은 신도중앙판매의 손을 들어줬다. 박씨가 작성한 각서와 확인서에 의해 회사 측의 잘못이 없다는 것이다. 

신도중앙판매 측 관계자는 “판결이 나기 전이라면 모를까 판결이 난 상황서 아직까지 허위 주장을 하는 박씨를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씨는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박씨는 “신도중앙판매서 지원을 약속하며 요청했던 부제소합의서 한 장 때문에 모든 재판의 방향이 불리해졌고 확실한 증거가 있음에도 패소하게 된 것”이라고 억울해했다.

금융사 승소
한줄기 빛

항소서도 이기지 못한 한북테크는 부도 직전까지 몰렸다. 그러던 중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박씨에게 새로운 희망이 생겼다. 신도중앙판매의 대리점 지정과 요청으로 인해 한북테크의 명의로 대출을 해줬던 한 금융회사서 신도중앙판매 측에 소송을 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한북테크는 현재 대출금을 갚을 수 없을 정도로 무너져 있다. 또 대출을 진행하는 과정 중 여러 근거 자료들이 신도중앙판매의 사기 행위로 인해 진행이 됐다는 점을 판단한 것. 그렇기 때문에 신도중앙판매 측에 직접 나머지 돈을 받기로 한 것이다. 이 과정서 금융회사 측은 박씨의 사정을 듣고 신도중앙판매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금융회사 관계자는 박씨에게 “신도중앙판매에 확실히 문제가 있는 것으로 인지했다”고 언급했다. 결국 법원은 “신도중앙판매는 금융회사에게 돈을 다 갚는 날까지 연 25%의 비율로 계산한 돈을 지급하라”며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에 신도중앙판매도 가만히 있지 않고 항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제1심 판결은 정당하므로 피고의 항소는 이유 없어 이를 기각한다”며 다시 한 번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소송서 박씨도 많은 자료를 제출했고 동시에 진행 중인 형사 소송에 여러 번 참고인 신분으로 참석했다.

한북테크를 빼고는 소송이 진행 될 수 없었기 때문. 박씨는 이번 재판을 지켜보면서 어이없는 장면들을 여러 번 목격했다. 신도 중앙판매는 같은 내용을 가지고 하는 재판서 한북테크에게 주장한 내용과 금융회사에게 주장한 내용이 달랐고 같은 사람이 같은 건을 가지고 같은 증인심문을 해도 한북테크 때와 금융회사 때와 확연히 달랐다. 

금융사 같은 내용 승소…대리점 희망?
방법 강구 중 “모든 것 바로 잡을 때”


박씨는 “법원이 금융회사의 손을 들어줬다는 것은 결국 한북테크도 같은 피해자 입장인 것을 확인시켜 준 것”이라며 “똑같은 사건에 다른 판결이 난 것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신도중앙판매가 또 다른 한 은행서 한북테크의 명의로 3억원에 가까운 대출을 받았던 것.

박씨는 “이 과정서 모 은행에선 한북테크 쪽에 어떤 확인 절차도 거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할부금 약정서나 계산서, 심지어 확인 전화 한 통 받지 못했다.

박씨는 모 은행에 항의했다.

하지만 모 은행 관계자는 “신도 중앙판매서 시키는 대로 했다”며 “대리점들이 이 문제로 연락할 경우 은행서 응대를 하지 말고 신도중앙판매로 넘기라는 지시도 받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그냥 ‘카드 단말기’다. 신도중앙판매서 결제를 요청하면 대출해주고 대리점서 갚으면 받고 갚지 않으면 신도중앙판매에 청구하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화가 난 박씨는 “그럼 신도중앙판매서 10억~100억을 대출해달라고 하면 해 줄것이냐. 어차피 채무자는 대리점이 돼야 하는데 대리점의 ‘동의한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그렇게 큰 금액을 대출해 줄수 있느냐”고 물었다. 모 은행 관계자는 “신도중앙판매와 계약돼있으니 저희 쪽으로는 얘기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고 같은 답변만 반복했다. 

박씨는 모 은행 본사로 내용증명도 보내봤지만 답변은 다르지 않았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금융회사 관계자도 “같은 업계에 있는 사람으로써 말도 안 되는 계약”이라고 말했다. 

가능성 있나
“수억원 손해”

현재 박씨는 여러 방면으로 피해를 회복할 방법에 대해 알아보고 있다. 이번 금융회사의 승소로 한북테크에도 한 줄기 빛이 드리워진 것. 박씨는 “현재 회사가 부도처리가 됐고 폐업 직전 단계까지 몰렸지만 현재 신도중앙판매의 행위의 문제점이 확실하게 드러났기 때문에 여러 방법을 강구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협박과도 같은 상황서 작성한 부제소 합의서 한 장 때문에 수억원에 가까운 손해를 봤다. 이제 모든 것을 바로잡을 때”라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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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단독]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캄보디아 ‘셀허브’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민낯이 드러났다. 주로 수도인 프놈펜 인근과 시아누크빌 범죄 단지가 그들의 주둔지였다. 국내 조직폭력배가 중국 갱단과 결탁해 만든 ‘셀허브’의 경우 피해자만 수십명이다. 이들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가장했다. 사이트에는 유명인의 사진이 수차례 도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현재는 사라진 셀허브 엔터테인먼트의 홈페이지. 지난해 7월 <일요시사>가 취재한 이후 대표이사의 이름과 사진이 여러 차례 바뀌었다. 유인촌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에게 표창장을 받았다며 문서를 위조하기도 했다. 이 기업의 정체는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확인된 피해액만 약 40억원, 피해자는 수십명이다. 한 언론사는 보도자료까지 작성하며 홍보하기도 했다. 조직적 준비 경찰 수사 중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24일, 셀허브 조직원 3명을 각각 구속·불구속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송치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이들은 조건 만남 사이트를 운영한 로맨스 스캠 조직이다. 여성 관련 데이트 상품을 판매하거나 연애 빙자 사기를 일삼았다. 셀허브 조직원이던 A씨는 “연예인 지망생이나 모델과 연락하게 해 준다며 50만원에서 100만원까지 대포통장 계좌에 돈을 입금하게 한 뒤 텔래그램 아이디를 알려주고 연락하게 하는 시스템”이라며 “연결된 여자는 실제 남성이고 한국에서 조직폭력배로 활동하던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직은 지난해 3월 캄보디아 범죄 밀집 지역인 태자 단지에서 인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같은 해 5월 사이트를 개설해 조직원들에게 민간인 협박, 중국어 통역 등의 역할을 맡기고 수십명으로부터 약 40억원을 뜯어냈다. 같은 해 7월 <일요시사> 취재가 시작되자 이 조직은 셀허브 엔터테인먼트 대표이사의 이름을 ‘김현숙’에서 ‘박소희’로 변경하고 유명인의 사진을 수차례 도용했다. 유 전 장관에게 표창장까지 수여받았다며 피해자들의 의심을 피하려는 꼼수도 서슴지 않았다. A씨는 “조직에서 탈출하려는 사람은 밤새 맞거나 강제로 마약을 투약당하기도 했다. 조직폭력배 출신 한국 사람들이 간부고 일반 조직원은 교민 사이트를 통해 ‘한 달에 500만~1000만원을 벌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일하게 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이 사건은 서울경찰청이 수사하기 이전인 지난해 7월부터 강서·영등포·구로경찰서 등에 여러 고소장이 접수됐었다. 하지만 수사는 원활하지 않았다. 주요 혐의자가 해외에 거주 중이거나 피의자 특정이 어려운 게 난관이었다. 수사를 담당했던 한 경찰 관계자는 “캄보디아 프놈펜에 주요 혐의자들이 거주한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지난해부터 공조를 요청했으나 캄보디아 당국이 비협조로 일관했다”며 “고소인분들이 ‘왜 안 잡냐’ ‘내 돈 어떻게 하냐’는 등 불만이 많으셨다. 매번 죄송하다고 말씀드리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캄보디아가 협조하지 않으면 조치가 불가능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3월부터 조직원 모집…태자 단지서 모의 ‘유인촌 표창장’ 걸어 놓고 ‘정상 기업’ 홍보 막막했던 수사는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이 사회적 파장을 일으키면서 풀리기 시작했다. 이재명정부가 캄보디아를 압박했고 현지에 구금된 한국인 범죄자 겸 피해자 수십명을 국내로 송환했다. 송환된 인원 중 일부는 셀허브 사건과도 연관된 것으로 파악됐다. 정성학 충남경찰청 수사부장은 지난 20일 청내 프레스센터에서 브리핑을 열고 “이들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사기) 및 범죄단체 가입 및 활동 혐의로 전원 구속했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부건(총책 가명, 40대 초반, 한국말을 쓰는 외국인 추정) 조직으로부터 확인된 피해 건수는 110건, 피해액은 93억여원에 달했다. 약 100명의 조직원을 거느린 부건은 지난해 중순부터 올해 7월까지 주로 프놈펜 웬치(범죄 단지) 및 태국 방콕 등지에서 한국인을 상대로 범행을 벌여왔다. 부건 조직은 지난 2018년 중국에서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단속을 피하려 태국, 캄보디아 등지로 거주지를 옮겨가며 범행을 계속해 왔다. 이들은 데이터베이스, 입출금 등을 지원·관리하는 CS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팀, 검찰 사칭 보이스피싱팀, 코인투자리딩 사기팀, 공무원 사칭 노쇼 사기팀 등 총 5개 팀으로 이뤄진 조직체계를 갖췄다. 이들은 가구판매업을 하러 캄보디아에 갔다고 진술했으나 이후 지역 선·후배 권유, 고액 아르바이트 인터넷 광고 등을 접하고 범죄에 연루된다는 걸 알면서도 조직에 가입해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다. 속아서 조직에 들어갔다고 진술하지 않은 이들의 유입 경로는 ▲지인 포섭 29명 ▲인터넷 광고 등 포섭 8명 ▲현지 카지노 포섭 6명 ▲기타 2명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남성 42명과 여성 3명으로 연인도 있었다. 대부분은 20~30대 연령으로 최소 2개월부터 최대 16개월까지 범행에 가담해 왔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건 만남 사이트 경기북구경찰청 형사기동대도 전기통신금융사기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피의자 15명 중 11명을 구속 송치했다.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한 달간 캄보디아 범죄 단지에서 여성을 사칭, 조건 만남 등을 명목으로 피해자들로부터 돈을 가로챘다. 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성 만남 광고를 낸 후 이를 보고 연락해 온 피해자에게 여성인 척 채팅으로 유인했다. 여성을 소개받기 위해서는 자신들이 개발한 조건 만남 사이트에 회원 가입과 인증을 받아야 한다고 속여 인증을 위한 돈을 요구했다. 3차례에 걸친 인증 절차 과정에서 여러 게임에 성공하면 가입비를 돌려준다고 속여 피해자로부터 1인당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을 받아 챙겼다. 피해자들이 믿을 수 있도록 별도의 만남 인증과 후기글을 남기는 ‘화력방’도 운영했다. 현재까지 확인된 피해 규모는 피해자 36명, 피해금 16억원 상당이며, 1인당 최대 피해 금액은 2억1000만원이다. 이들은 대부분 20~30대 남녀다. 최초 범죄집단을 구성한 캄보디아 프놈펜 지역 명칭 ‘툴콕’을 의미하는 ‘TK’파로 스스로를 부르며 총책을 정점으로 한 지휘·통솔 체계를 갖췄다. 조직 운영을 총괄하는 총책, 이를 보좌하며 실무 전반과 인력 공급 등을 담당하는 총관리자, 각 파트 팀원의 근태를 관리하고 지시하는 팀장으로 구성됐다. 또 자체적인 조건 만남 홈페이지를 제작하는 개발자, SNS에 광고 글을 게시하는 홍보팀과 광고를 보고 접근한 피해자를 기망하는 로맨스 2개팀으로 역할을 분담했다. ▲상호 가명 사용 ▲근무 중 휴대전화 금지 ▲사진 촬영 금지 ▲야간에는 커튼으로 외부 차단 ▲다른 부서와의 업무 내용 공유 금지 등의 규칙에 따라 생활하기도 했다. 중국 국적 100명 뒷배 이들은 총책이 마련한 건물에서 2인1조로 합숙했는데 프놈펜 툴콕 지역의 13층 건물을 사용하다가 지난 8월, 현지 단속을 피해 센소크 지역 7층 건물로 이전해 범행을 이어오던 중 현지 수사 당국에 의해 검거됐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 이익을 목적으로 SNS 구직 광고나 조직원을 통해 범죄단체에 가입했다고 진술했으며 사기임을 알고도 범행을 지속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의자 대부분은 현지에서 구금된 중에도 총책이 이른바 관작업을 통해 자신들을 석방시켜 줄 것이라는 말만 믿고 대사관의 도움을 거절하고 귀국하지 않았다. 셀허브 사건 간부들은 타 사건에도 연루됐다. 지난 7일 캄보디아 바벳에 인접한 베트남 떠이닌 지역 국경 검문소 인근에서 30대 여성 B씨가 차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는데, 숨지기 직전까지 셀허브 간부와 같이 있었다. B씨의 사인은 마약 과다 투약이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B씨가 셀허브에서 한국인 명의의 대포통장을 공급해 왔다고 보고 있다. A씨는 “셀허브에서 일할 사람을 모집하는 역할을 했던 B씨인데 통장을 팔려고 캄보디아에 도착한 한국인들을 유인해 범죄 단지로 팔아넘기고 유인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실제 정보·수사기관도 B씨에 의해 범죄 단지에 넘겨지는 피해를 입거나 유흥업소 일을 강요당한 사례를 확인하고 조사 중이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사실상 마약을 강제로 과다하게 투약당한 살인사건이라는 첩보는 아직 확인 중”이라며 “특정 조직과 사이가 좋지 않았던 건 현지 경찰도 수사 중인 내용”이라고 말했다. 대개 조직폭력배 출신…지휘는 중국 조직이 맡아 40억 피해액 환수 불가능 “자금 세탁 끝났다” 첫 데이트하던 연인을 치어 여교사를 숨지게 했던 이른바 ‘대전 머스탱 교통사고’의 피의자도 셀허브 조직원으로 확인됐다. 피의자 전모씨는 2019년 2월10일 오전 10시14분 대전 중구 대흥동에서 면허도 없이 외제차를 운전하던 중 인도를 걷던 조모씨와 박모씨를 들이받아 박씨를 숨지게 하고, 조씨에게 중상을 입혔다. 전씨가 대여한 외제차는 불법 대여 차량이었다. 이 차량은 애초 대구에 사는 C씨가 자신 명의로 캐피털에서 월 115만원씩 주는 조건으로 60개월간 대여한 것이다. C씨는 사촌 안모씨와 함께 인터넷 중고거래 사이트에서 나모씨가 올린 ‘외제차 저렴하게 빌려줄 사람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접근, 한 달에 136만원씩 받기로 하고 대여한 머스탱 차량을 재임대했다. 나씨는 이렇게 빌린 머스탱 차량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활용해 “외제차를 빌려준다”고 광고하며 또다시 대여업을 했다. 전씨는 나씨가 올린 이 글을 보고 일주일에 90만원씩 주기로 약속하고 머스탱을 빌려 운전했다. 매년 확정되는 범죄수익 추징금은 30조원을 넘지만 환수 금액은 1%에도 미치지 않는다. 법무부가 캄보디아에서 보이스피싱과 로맨스 스캠 등의 범죄로 발생한 현지 범죄수익을 국내로 환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법무부는 “캄보디아 내에서 벌어진 범죄 가운데 현재 국내에서 수사 중이거나 재판 중인 사건이 1차 현지 수사 의뢰 대상”이라며 “이후 국내에서 유죄 선고를 받으면 최종적으로 환수 대상이 된다”고 밝혔다.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에 따르면 해외에서 발생한 범죄라 하더라도 피해자가 국내에 있고 피해액이 특정될 경우, 우리 정부가 해외에 범죄수익 환수를 요청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2019년 캄보디아와 국제형사사법공조 조약을 체결해 2021년 정식 발효됐다. 주요 간부들 타 사건 연루 정보기관 관계자는 “범죄자 개인이 아닌 조직을 대상으로 한 범죄수익 환수 사례는 거의 없다. 특히 국내에서 수사와 재판이 끝나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건 좋지만 이미 늦었다. 범죄조직 특성상 이미 코인이나 대포 통장으로 제3국에 은닉하거나 세탁을 하고도 남았을 시간”이라고 지적했다. 부장검사 출신 한 변호사도 “수사가 끝나고 유죄 판결이 나기까지 수년이 걸리는데 환수 절차는 이 모든 사법절차가 종료돼야 가능하다. 특히 조세회피처로 범죄수익을 옮겨놨다면 환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봤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