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5 보좌관이 뛴다>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대표 보좌관 고상진

민심 읽는 대변인 이젠 ‘젊은 머슴’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내년 총선 출마를 노리는 정치인들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 21대 총선에도 어김없이 전·현직 보좌진들이 대거 출사표를 낼 전망이다. <일요시사>가 ‘4·15 보좌관이 뛴다’를 연재한다. 두 번째 주자로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대표 의 보좌관 고상진을 만났다.
 

고상진 보좌관은 공직생활을 하다 대안정치연대 유성엽 대표의 제안으로 정계에 입성했다. 현재는 대안정치연대의 대변인으로 민심을 읽으며 실력 있는 정치인으로 도약 중이다. ‘오로지 국민, 민생을 위한 정치판’을 위한 새판을 짜야 한다는 그, 내년 익산갑의 ‘젊은 머슴’으로 거듭나고자 한다. 다음은 고 보좌관과의 일문일답.

-고상진 보좌관님 <일요시사> 구독자분들께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전북 익산 출신 고상진입니다. 정치가 실종된 현실이 안타깝고, 국민분들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이는 어떤 한 사람의 잘못이라기보단 잘못된 정치문화, 정치 토양의 문제로, 이를 개선해야 합니다. 제3세력을 공고히 구축하는 게 개선의 첫 걸음이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습니다. 지켜봐주시고 응원해주시길 바랍니다.

-공기업인 근로복지공단서 10년 동안 근무하셨습니다. 정계에 들어오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 2008년 유성엽 대표의 비서관으로 정치에 발을 들여 오늘까지 왔습니다. 근로복지공단에 정년까지 근무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한 번 사는 인생인데 최소한 세 개의 직업은 가져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때마침 유성엽 대표께서 함께 가자는 제안을 주셨고, 어려서부터 관심이 많았던 정치 분야에서 국민분들께 봉사하는 것도 보람이 크겠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유성엽 대표님은 어떤 분이신지요.
▲명실상부한 호남의 대표 정치인입니다. 호남서 민주당 간판 없이 내리 3선을 했죠. 무소속으로 2번, 국민의당으로 1번요. 보기 드문 경우지만, 민심을 얻었기에 가능한 결과라 생각합니다. 강성 이미지로 보이지만 사실은, 강자에게는 아주 강하고 약자에게는 한없이 본인을 낮추는 정의로운 정치인입니다. 뿐만 아니라 경제·외교·안보에 대한 식견이 탁월해서 호남을 대표해 대권에 도전할 수 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대안정치연대서 대변인을 맡고 계십니다.
▲우리 정치사서 명 대변인은 큰 정치인으로 성장했습니다. 김대중 김영삼 전 대통령을 비롯해 박상천 박희태 라이벌, 그리고 이낙연 국무총리께서도 과거 명 대변인 반열에 올랐습니다. 대변인이 정치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이유는 민심을 정확히 알기 때문입니다. 늘 민심과 함께해야 하고 이를 담아내는 논평과 성명을 발표해야 하기 때문에 민심에 극도로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민심을 잘 읽어야 명 대변인이 될 수 있고,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하는 인물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정계엔 ’막말 정치’가 계속 이어지고 있어 국민들의 실망감이 큽니다.
▲ ‘칼로 베인 상처는 금세 아물지만, 말로 베인 상처는 평생 간다’는 말로 알 수 있듯, 말의 위력은 상상 이상입니다. 대변인이라는 직위는 말의 전쟁서 선봉에 선 사람입니다. 그러다 보니 상대 당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기 위해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할 수밖에 없죠. 지금 국회는 서로 경쟁하느라 스스로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단 생각이 듭니다. 대변인이 자신의 주관적인 관점으로 언론에 노출되기 위해 안간힘을 다하다 보니 패륜정치의 선봉장이 되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고요.

-대안정치연대의 제3지대 창당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많습니다.
▲제3세력이 뿌리 내리는 과정에 필요한 진통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국민들에게 여전히 진영논리와 이분법이 익숙하다 보니 제3세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낯설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럴 때일수록 이성적인 비판과 합리적 대안을 담은 고유한 목소리를 내서 제3세력이 정치를 발전시킨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지난 총선 고배 뒤 정치적으로 크게 성장
“철학과 소신이 떳떳한 정치인이 되고자”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비판은 특히 국회에 필요해 보입니다.
▲대안정치연대는 조국 법무부장관의 후보자 시절 언론에 보도되는 각종 의혹들이 명쾌하게 해명되지 않아 자진사퇴를 요구했습니다. 최근 조 장관이 임명된 이후엔 검찰수사 결과에 따라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런데 이게 자유한국당과 큰 틀에서 궤를 함께하다 보니 일부, 특히 호남서 당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고 계십니다. 대안정치연대가 만일 조 장관을 비호하고 옹호했다면 민주당 이중대라는 비판을 면치 못했을 겁니다.

-내년 총선에 대안정치연대 소속으로 전북 익산갑에 출사표를 내셨습니다.
▲익산 출신으로서 익산이 자랑스럽지만 한편으론 아쉬운 부분들이 있습니다. 익산은 천년의 고도와 근대 신흥도시라는 두 얼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른 지역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교묘한 정서가 흐르고 있죠. 하지만 익산 시민의 힘을 한 데 끌어모으지 못하고 있습니다. 익산만의 독특한 정서를 잘 이해하고 이를 익산 발전의 에너지로 집약하는 전환점이 필요합니다. 이를 위해선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고, 익산을 잘 아는 제가 적합하다는 생각이 들어 도전하게 됐습니다.
 

 

-익산의 부족한 부분과 이를 보완할 방법 혹은 정책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지금 익산을 비롯한 전북의 경제 상황이 매우 안 좋습니다. 청명에 죽나, 한식에 죽나 심각한 상황입니다. 호남이 산업화에 뒤쳐져 익산의 경제가 크게 좋았던 적이 없어 지역 경제의 심각성이 시민분들께 와닿지 않는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익산이 경제적으로 회생할 수 있습니다. 교통이 발달하고 교육여건이 좋다는 것은 큰 장점입니다. 문화 관광 소재도 풍부합니다. 익산이 가진 잠재력을 끌어내서 이를 발전 동력으로 삼아야 합니다. 씨줄과 날줄로 촘촘히 엮어내 콘텐츠화하는 작업으로 익산의 새로운 내일을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젊은 고수’로 불리시는데 어떤 의미인지 궁금합니다.
▲2016년 국민의당 예비후보로 출마할 때 비록 나이는 40대 초반으로 젊지만 ‘행정 10년, 정치 10년’의 경험을 축약해 ‘젊은 고수’라는 별칭을 내걸었습니다. 이제 4년여의 시간이 흘렀고, 40대 후반이지만 여전히 젊기 때문에 ‘젊은 머슴’으로 도전하려 합니다.


-지난 20대 총선 때 고배를 마셨습니다.
▲준비가 부족했습니다. 우리 익산 시민분들이 참 현명하시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달았던 계기가 됐습니다. 그리고 민심은 분명하다는 점도요. 선거 이후 저 자신을 단단히 하며 준비했습니다. 좋은 정치인은 잘나고 똑똑한 사람보다는 인성이 바르고 민심을 잘 아는 사람, 그리고 사회를 바꾸려는 의지와 실천력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좋은 정치인이 되기 위해 지난 시간 노력했고, 익산 시민의 평가와 판단을 받아보고 싶은 생각입니다.

-보좌관 출신 국회의원의 장점이 있다면요.
▲국회서 10여년 생활을 하면서 국회의원의 명멸을 봐왔습니다. 초선 국회의원의 행동과 의정활동을 보면 재선이 가능한 사람인지 아닌지 보입니다. 보좌관 출신 중 국회에 등원한 사람들은 행동이 바르고 의정활동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국회의원이 된다면, 어떤 정치인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요.
제가 등원하게 되면 권력을 위임해 주신 익산 시민들의 뜻을 대변하는 대리인의 역할에 충실할 것입니다. 또, 정치철학과 소신을 분명하게 밝히면서 국정을 감시하는 감시자의 역할도 똑부러지게 하려 합니다. 표를 의식한 나머지 주요 현안에 대해 철학과 소신도 떳떳하게 밝히지 못하는 비겁한 정치인으로 남고 싶지는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말이 있으시다면?
▲ <일요시사> 독자여러분, <일요시사>는 타블로이드 언론의 선구자로서 정치와 현안에 대한 깊이 있는 보도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 어떤 정치가 좋은 정치고 나쁜 정치인지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게 도움을 주고 있습니다. <일요시사>와의 인터뷰를 계기로 우리 익산의 자랑스러운 정치인이 되는 첫발을 내디딜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고상진은?

▲전북 익산 출신
▲전북대학교 대학원 졸업(행정학 박사)
▲근로복지공단 근무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장 보좌관
▲전북대학교 겸임교수
▲데이터정치칼럼리스트
▲대안정치연대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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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혼자 꾸는’ 장동혁 용꿈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 초반 난맥상이 이어지지만,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용꿈을 꾸지만, 새 비전을 제시하지 못한 채 강경 보수 세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장 대표에게 그와 용꿈을 함께 꿀 수 있는 창조적 소수가 없는 이유는 뭘까? 국민의힘은 지난달 장외투쟁에 집중했다. 지난달 21일엔 대구에서, 지난달 28일엔 서울에서 각각 개최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장외투쟁을 통해 정부·여당의 잘못을 국민에게 알렸다”며 “그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다면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이고, 지지층 결집으로 싸울 동력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벌어지는 지지율 격차 하지만 외부의 평가는 다르다. 보수 신문 <조선일보>는 지난달 23일 사설에서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라서 국민은 정치권 소식을 실시간으로 보고 듣는다”며 “장외투쟁은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준다”고 비판했다. 추석 연휴 직전인 지난 2일 오후엔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체포됐다가 지난 4일 체포적부심이 인용돼 석방됐다. 김건희 여사의 경기 양평군 공흥지구 개발사업 개입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특검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던 고 정희철 단월면장도 “특검이 강압 수사를 했다”는 취지의 자필 메모를 남긴 채 같은 날 사망했다. 이후 국민의힘은 국회에 정 면장의 분향소를 차렸고,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빈소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 6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냉장고를 부탁해>엔 이재명 대통령 부부가 출연했다. 이 방영분은 지난달 26일 발생한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 사건 이후인 지난달 28일 촬영됐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국가적 재난 때문에 지금도 국민은 피해를 보고 있는데, 한가하게 예능 촬영하고 있었다면, 이 대통령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주장하면서 추석 연휴 내내 쟁점화를 주도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의 대여 투쟁엔 힘이 붙지 않는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일부터 2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민의힘 지지율은 전주 대비 2.4% 하락한 35.9%로 확인됐다. 47.2%의 지지를 얻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보다 11.3% 뒤처지는 수치였다. 이는 장 대표의 자화자찬과는 다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동안 이 대통령과 민주당엔 ▲검찰 해체 시도 ▲조희대 대법원장과의 갈등 ▲이 대통령의 예능프로 출연 논란 ▲김현지 제1부속실장 관련 논란 등 악재가 이어졌다. 그런데도 지지율 격차가 10% 이상 벌어진 결과가 나온 것이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지난 13일 장 대표와 상임고문단의 오찬 회동에 참석해 그 이유를 설명했다. 정 전 의장은 장 대표에게 “과거 안하무인 정치 행태를 보여온 보수 정당의 잘못이 크다는 걸 인정해야 하고, 깊은 반성과 성찰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 등과 함께 못할 이유가 없다. 새 지도부는 용광로 같은 화합의 정치를 만들어내길 바란다”며 “부정선거론이나 ‘윤 어게인’ 같은 낡은 의제와 결별하고, 민생을 살피면서 국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데 온 힘을 다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답 없는 장외투쟁에 멀어지는 대권 ‘밖에서’ 집착… 본질 “사람 없어서” 정 전 의장의 발언 중 핵심은 한 전 대표를 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와 관련해 의견이 엇갈려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한 전 대표를 지지하는 분들이 무차별적으로 저를 비난·모욕·배척하는데 어떻게 정치 행보를 같이 할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장 대표는 취임 직후엔 자신의 당 대표 당선을 도운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의 반발을 감수하면서 당내 중도 성향으로 평가받는 김도읍 의원을 정책위의장으로 발탁하는 등 중도 공략을 고려하는 것으로 보였다. 유튜버 고성국씨는 이에 크게 반발하면서 “많은 분이 ‘김도읍이 웬 말이냐’고 비판하는데, 김 의원은 그런 비판을 받을 만하다”고 주장했다. 고씨는 “국민의힘은 자유통일당 등 원외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양보하라”고 요구했다. 장 대표는 이들의 요구를 일체 무시하면서 이들의 영향력 감소를 시도하는 것으로 보였다. 한때는 “공천 청탁을 받고 있다”고 주장하는 등 “보수의 김어준 반열에 오르려는 것 아니냐”는 평가까지 들었던 전한길씨도 최근엔 전당대회 당시의 기세는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그런데 장 대표는 추석 연휴이던 지난 7일, 서울의 한 극장에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 2>를 관람했다. <건국전쟁 2>는 1947년부터 군·경찰·서북청년단 등과 남조선노동당이 제주도에서 번갈아 이어간 학살 사건인 4·3 사건을 다뤘다. 이를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주로 남조선노동당의 학살 위주로 내용을 구성했다. 김 감독은 평소 이승만 전 대통령을 지지하면서 부정선거론을 주장해 왔던 인물이다. 4·3 사건은 국가 폭력을 상징하는 전형적인 사건이기 때문에 여전히 민감하다. 하지만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일각에선 잊을 만하면 양민 학살을 부정하거나 군경의 대응을 찬양하는 움직임이 있었다. 장 대표의 <건국전쟁 2> 관람은 보수 정당 수장이 4·3 사건에 대한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를 남긴다. 아울러 국가 책임을 부정하는 주장을 수시로 제시하는 세력은 강경 보수 세력이다. 이런 대응은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국민의힘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이는 국민의힘 지지율 추세로 확인할 수 있다. 추석 연휴 전까지 집중했던 장외투쟁도 장 대표 스스로 직접 전면에 나서 여론을 움직이려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하지만 장 대표가 강경 보수 진영의 지원을 토대로 당선됐던 것 자체가 강경 보수 외 유권자에겐 큰 호감을 주지 못하는 족쇄가 되고 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민의힘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됐던 것은 당내 쇄신이었다. 기행은 멈췄지만… 특검 3개(김건희·내란·채 상병)가 국민의힘을 동시에 겨냥하는 현 상황은 모두 윤 전 대통령의 그림자로부터 비롯된 것이었다. 따라서 국민의힘엔 ▲부정선거론 근절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 제거 ▲중도 공략 등 산적한 숙제가 있었다. 장 대표가 무시 전술로써 강경 보수 세력의 영향력을 서서히 줄이고 있지만, 유권자로선 만족을 느끼기 어렵다. 정권을 맡을 수 있는 정당으로 다시 도약하기 위해선 확실한 절연이 필요했다. 하지만 장 대표 스스로 <건국전쟁2>를 관람하면서 그동안 구사했던 무시 전술도 그 진의를 의심받을 가능성이 열렸다. “당내 쇄신이 아닌 자신의 영향력 확대만을 위한 무시였느냐”는 의심이다. 특정 세력의 지원을 받은 수장이 수성을 위해서 해야 할 일은 대개 토사구팽이다. 현대에 이르러서도 정치력을 높이 평가받는 역사적 인물들은 적절한 토사구팽을 통해 수성기를 열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이 이전과 달라진 게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장 대표 취임 이전 국민의힘은 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전 원내대표가 일명 ‘쌍권 체제’를 구성해 ▲대선후보 심야 교체 시도 ▲자체 개혁안에 대한 특정 계파의 조직적 저항 등 기행을 저지르면서 여론의 손가락질을 받았다. 장 대표 취임 이후의 국민의힘에서 이런 기행은 잘 보이지 않으나, 그 이상으로 나아가질 못하고 있다. 이는 재보궐선거 당선으로 국회에 입성해 재선 의원이 된 지 불과 1년여가 지난 장 대표의 짧은 정치 경험 등 부실한 정치 기반으로부터 비롯되는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에 대해 꾸준히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이를 직접 부인하진 않는다. 그런데 용꿈은 특정 정치인 1명이 특출나다는 이유만으로 꿀 수 있는 꿈이 아니다. 장 대표는 아직 “용꿈을 꿀 만큼 특출난 정치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지 못하다. 용꿈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해선 ▲시대적 사명 구현 ▲강한 개혁 의지 ▲구체적 개혁 대안 제시 ▲강도 높은 자체 혁신 ▲추상적 비전을 구체화할 수 있는 전문가 집단 구성 등 요소가 필요하다. 용꿈은 용이 되려는 사람과 이를 뒷받침하는 집단의 상호 작용으로 현실이 된다. 전문가 집단은 추상적 비전을 구체적 개혁 대안으로 제시해야 하고, 용꿈을 꾸는 사람은 구체적 개혁 대안을 현실에서 구현해 민심의 호응을 얻어야 한다. 부실한 정치 기반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저서 <역사의 연구>를 통해 ‘창조적 소수’라는 개념으로 용꿈을 현실화하는 과정을 이론화했다. 토인비는 문명의 순환을 통해 역사의 변혁 과정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문명이 쇠퇴하거나 낯선 도전에 직면했을 때 이를 극복하면서 새로운 발전을 꿈꾸는 집단이 나타난다. 토인비는 이들에게 ‘창조적 소수’라는 이름을 붙였다. 장 대표가 강경 보수와의 관계에 명확하게 선 긋지 못한 채 장외투쟁에 집중하는 것에 대한 해답도 있다. 토인비는 창조적 소수가 새로운 발전을 이끌 수 있는 비결로 혁신적인 구상을 제시했다. 혁신적인 구상을 통해 세상에 충격을 주면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동력을 확보해야 한다. 이는 우리 역사에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 진골 귀족들 간 왕위 쟁탈전이 장기간 이어져 중앙정부가 지방 통제 능력을 잃었던 통일신라 말기엔 후삼국시대가 이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이미 멸망한 고구려·백제가 통치했던 지역에선 유민 의식이 유지되고 있었다. 고려 태조 왕건이 후백제 견훤을 물리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정치적 비전이었다. 왕건은 ‘삼한일통’이란 구호를 내걸면서 신라에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했다. 이는 신라를 무력으로 함락해 경애왕을 살해한 후 신라의 각종 기술자를 후백제로 압송했던 견훤의 대응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견훤의 대응에 분노했던 신라 호족은 고려로 기울었고, 이는 왕건이 후삼국을 통일하게 된 결정적 밑거름이 됐다. 훗날 고려는 원나라의 간접 지배와 권문세족의 수탈로 인해 저물었다. 권문세족이 산과 강을 경계로 대농장을 소유하면서, 조세·부역을 직접 감당하는 평민의 경제 기반이 무너졌다. 조선 태조 이성계는 2000명 규모의 사병 집단 가별초를 거느린 대부호였다. 그는 경제력과 군사력을 기반으로 왜구와의 전쟁에서 대활약해 실력자로 부상했다. 그의 막료로 가담한 정도전·조준·남은·윤소종은 당시 새로운 흐름이었던 성리학을 배운 신진사대부였다. 이들 중 조준은 권문세족의 토지 겸병을 막을 수 있는 방편으로 과전법을 제시했다. 과전법은 권문세족의 토지를 모두 몰수해 국유화한 후 전·현직 관료에게 경기도에 한정해 세금을 거둘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였다. 과전법은 이성계의 막강한 권력·군사력을 기반으로 실현됐고, 그가 새 왕조의 문을 열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가 됐다. 과전법이 시행돼 백성들이 춤을 추면서 기뻐할 때, 국왕 즉위 이전부터 대토지를 보유했던 고려 마지막 임금 공양왕은 아쉬움의 눈물을 흘렸다. 고려가 왜 멸망했고, 조선이 왜 개창될 수 있었는지 잘 보여주는 한 장면이다. “싸울 동력 확보” 자화자찬 “이미 한계만 노출” 평가도 이성계의 등장 이전 강력한 권력과 군사력을 가졌던 사람은 최씨 무신정권을 열었던 최충헌이었다. 그런데 최충헌은 정치개혁과 체질 개심엔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는 정예 병력을 자신의 사병 조직에 포함할 뿐, 거란 유민의 고려 침공을 방치했다. 거란 유민은 당시 떠오르던 몽골과의 협력을 통해 물리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늑대를 몰아내고 호랑이를 불러들였을 뿐이었다. 최충헌 사후 닥친 국난은 여몽 전쟁이었다. 최우 등 최충헌의 후계자들은 임시 수도 강화도에서 오로지 정권 보위에만 집중했다. 그들은 몽골군이 쳐들어오면 항복한 후 몽골군이 철군하면 항복 조건을 어기는 행태를 반복했다. 그러는 사이 백성들은 각자도생해야 했다. 최씨 정권이 몰락한 후 집권했던 무신 집권자들도 이 행태를 반복했다. 그들이 국난 극복을 등한시한 결과, 고려는 몽골이 중국을 접수한 후 세운 원나라의 간섭을 장기간 받아야 했다. 이는 현대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역대 정권은 모두 새로움을 강조하는 슬로건을 제시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군정 종식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최초의 수평적 정권교체를, 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람 사는 세상을, 이명박 전 대통령은 경제위기 극복을, 문재인 전 대통령은 적폐 청산을, 이 대통령은 내란 종식을 제시했다. 토인비가 문명의 순환을 강조했던 이유는 성공하거나 많은 것을 누리면 나태해지는 인간의 속성과 관련돼있다. 토인비는 “성공한 창조자는 다음 단계에서 다시 창조자가 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는 “성공 자체가 큰 흠결이 되기 때문”이라며 “이미 성공했기 때문에 노를 젓는 손을 쉬고 있어서 사회 발전에 쓸모를 다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에선 김용태 전 비대위원장과 윤희숙 전 혁신위원장이 당 체질을 개선할 혁신안을 발표한 후 실행하려고 했다. 하지만 일명 ‘언더 찐윤’으로 통하는 영남권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은 조직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이를 똑똑히 목격한 장 대표는 지방선거 승리를 외치면서도 당내 혁신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는다. 오히려 당 주류와 반목하는 한 전 대표와 친한계(친 한동훈)를 겨냥해 패널 인증제를 언급하는 등 당 주류의 영향력을 고착화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누구나 꿈꿔도 이룰 수 없는… 하지만 여론은 국민의힘의 혁신과 중도 확장을 바라고 있다. 이 때문에 이재명정부의 초반 난맥상에도 불구하고,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지지율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용꿈을 함께 실현할 창조적 소수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기 사람은 진득하게 비전을 통해 설득하면서 만들어진다. 장 대표에게 필요한 것은 “국정감사 이후엔 어디서 장외투쟁을 하느냐”가 아니라 “왜 내 주변엔 사람이 없어서 내가 직접 장외투쟁을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용꿈은 누구나 꿀 수 있지만, 아무나 이룰 수는 없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