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돼지열병 전국 확산 최악의 시나리오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9.23 10:54:19
  • 호수 123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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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딱했다간… 삼겹살, 돈 주고도 못 산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최근 국내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연이어 발생했다.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으로 인해 돼지고기 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면서 양돈농가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이하 돼지열병)이 국내 전역으로 확산한다면 어떠한 상황이 벌어질까. 역대 대규모의 돼지들을 살처분시키며 양돈 농가와 서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게 된다. 돈육 공급량이 감소하면서 초과 수요가 발생해 돼지 가격이 폭등하기 때문이다. 걷잡을 수 없이 비싸진 돼지고기는 서민들에게 외면받을 확률이 높다.

제발…

돼지열병이 지역 곳곳서 발생하게 되면 국민들의 돼지고기 소비는 위축될 수밖에 없다. 삼겹살·돈가스 전문 식당을 찾는 손님이 확연히 줄어들 것이며 해당 자영업자들은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하는 일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삼겹살뿐 아니라 돼지고기 원료로 만든 육포, 순대, 만두 등 축산 가공품도 큰 타격을 입는 다. 그뿐만 아니라 돼지고기 원료에 들어간 식품을 피하고 대체 상품을 찾을 것이다. 

또 돼지고기가 밥상에 올라가는 일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식탁에는 삼겹살, 돼지갈비 등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삼계탕, 닭볶음탕이 차지하며 식탁 반찬이 달라진다. 닭고기 전문 업체인 마니커, 하림, 이글렛 등이 호황을 누릴 것으로 관측된다.


국민들의 불안한 심리와 더불어 비싸진 돼지고기 가격으로 인해 학교급식에도 닭·오리·소고기로 대체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 파주시에 이어 연천군서도 돼지열병이 발생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경기 연천군 백학면 한 돼지농장서 폐사한 의심 돼지를 정밀 검사한 결과, 돼지열병으로 확진했다고 지난 18일 밝혔다. 돼지 4732마리를 키우는 해당 농장은 하루 전날인 17일 경기도 축산 방역 당국에 “어미돼지 한 마리가 폐사했다”고 신고했다. 

파주 이어 연천군서 발병 확진
돈육가격 오르고 소비심리 위축

발생농장 반경 30km 내에 3개 농가가 돼지 5500마리를, 반경 3∼10km에는 60개 농가가 8만7000마리를 키우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돼지열병이 파주, 연천군에 확진되면서 타지역으로의 확산 우려도 커지고 있다. 돼지열병이란 바이러스성 출혈 돼지 전염병으로, 100년 전 아프리카 지역의 야생멧돼지서 발견된 풍토병이다.

주로 감염된 돼지의 분비물 등에 의해 직접 전파되며 고병원성 바이러스에 감염될 경우 치사율이 100%에 이를 정도로 치명적이다. 

국내 돼지고기 가격이 벌써 들썩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전국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등 45곳의 삼겹살 가격을 조사했다. 돼지열병 발병 전인 16일 100g당 2013원, 발병 후인 17일 2029원, 2차 발병 날인 18일에는 2044원에 거래됐다. 
 


전국 축산물 공판장과 도매시장의 돼지 가격도 이틀 새 약 40% 인상됐다. 16일 1kg당 4403원, 17일 5838원, 18일에는 6201원까지 치솟으며 40.8%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다. 

일각에선 초동 방역 실패로 2010년 있었던 구제역 사태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이 아니냐며 불안해하는 시각도 있다. 당시 2010∼2011년에는 전국에 무려 350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되며 3조원의 피해를 가져왔다. 돼지고기 가격도 40% 인상되기도 했다.

최고 400만마리 살처분
피해액 4조원 가능성도

돼지열병이 전국으로 확산할 경우 구제역보다 더 큰 피해가 올 것으로 예상된다. 돼지열병이 전역으로 퍼진 중국의 경우 지난해 8월 처음 발병돼 최근까지 전체 사육두수 4억마리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억3000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우리나라로 계산하면 최대 400만마리가 살처분하면서 최대 4조원대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에 정부는 돼지열병 확산을 막기 위해 발병 농가 주변에 예방적 살처분을 추진하기로 했다. 농림축산식품부 가축 방역심의회를 거쳐 연천군 발병 농가 3km 이내 돼지를 도살 처분할 계획이다.

기존에는 발생 농장으로부터 살처분 범위를 500m 내 관리지역 농장이었다. 정부는 확산 우려가 커지자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또 파주·연천을 비롯해 포천·동두천·김포·철원 등 6개 시·군을 돼지 열병 중점관리지역으로 지정하기로 했다. 6개 시·군은 공동 방제단을 꾸려 방제 차량을 총동원해 소독을 시행했다. 생석회 공급량을 다른 지역보다 최대 4배까지 늘려 축사 주변에 집중적으로 살포하기로 했다.

이 지역 내 양돈 농가에 대한 돼지반출 금지 조치 기간은 당초 1주간서 3주간으로 연장한다. 이 기간에는 지정된 도축장서만 도축·출하가 허용된다. 향후 3주간 경기·강원지역 축사에는 수의사·컨설턴트·사료업체 관계자 등의 질병 치료 목적 이외의 모든 출입은 제한된다.

집중 소독

주선태 경상대학교 농업생명과학대학 교수는 YTN <이동형의 뉴스 정면승부>와의 인터뷰서 “우리나라 방역시스템은 세계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제역의 경우 한번 터지면 공기로 퍼지기 때문에 잡기가 정말 힘들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300만 정도 살처분하면서 막아냈다. 이렇게 막아낸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거의 없다. 우리나라의 방역 체계가 군 단위까지 다 되어 있어서 이번에도 잘 대처해 막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아프리카돼지열병 인체 무해?


아프리카 돼지열병 관련해 정부가 ‘돼지고기는 인체 무해하며 안심하고 섭취해도 된다’며 적극적으로 홍보에 나섰다.

지난 18일 보건부 산하 질병관리본부 측은 “이 질병은 돼지에게만 걸리는 바이러스로 사람은 감염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해외 전문기구인 국제 수역사무국과 유럽 식품안전국은 “돼지열병이 인간 건강의 위협요소도 없고 바이러스 감수성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해당 기구들의 이 같은 판단은 돼지 열병 바이러스가 돼지 세포에만 부착해 증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는 국내서 유통되는 돼지고기는 도축장서 검사해 질병에 걸리지 않은 것만 시중에 공급하기로 했다.

한편 17일 경기도 파주서 처음으로 돼지열병이 발생하자 부산시는 지역 내 돼지 농가 전체에 긴급 방역을 했다.


또 가축 방역 대책 상황실을 설치·운영하고, 돼지 농가에 대한 긴급 예찰과 일제 소독도 단행했다.

부산시 관계자는 “국내 첫 돼지열병 확진에 따라 17일 6시30분부터 19일 6시30분까지 48시간 동안 전국에 일시 이동 중지 명령이 발동됐다”며 “돼지 관련 축산관계자·차량은 이동중지 명령을 이행하고, 축산 농가에선 차단 방역 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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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