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된 밥’ 동화약품 4세의 빛과 그림자

122년 기업 한입에 탈탈?

[일요시사 취재1팀] 김정수 기자 = 동화약품은 올해 초부터 ‘4세 승계’에 방점을 뒀다. 시선이 향하는 곳은 윤도준 회장의 장남 윤인호 상무. 윤 상무는 동화약품 입사 이후 ‘초고속 승진’을 했다. 지난 3월에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윤 상무는 큰 잡음 없이 바통을 받아낼 수 있을까.
 

▲ 윤도준 동아약품 회장과 윤인호 상무

동화약품은 가스활명수와 후시딘, 판콜 등으로 유명한 국내 최장수 제약사다. 1897년 세워진 약방은 122년이 지난 오늘날 제약기업으로 우뚝 섰다. 동화약품 윤도준 회장은 오너 3세다. 윤 회장은 초대 회장 윤창식 선생의 손자고, 고 윤광열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큰 잡음 없이
경영 초읽기

윤 회장은 경희대학교 의대를 졸업했다. 그는 동대학서 의학 석·박사 학위를 받아 경희대와 경희대 병원서 약 20년을 교수와 의사로 지냈다. 회사 경영과는 멀찍이 떨어져 있는 듯했다. 윤 회장은 지난 2005년 부친의 제안을 받아 동화약품 부회장으로 입사했다.

동화약품은 윤도준·윤길준 형제의 각자 대표이사 체제였다. 동화약품은 2008년 ‘오너-전문 경영인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윤 회장은 지난 3월 임기를 약 1년 앞둔 채 대표이사 자리서 내려왔다. 동화약품은 20년 만에 ‘전문경영인 단독대표 체제’로 재전환됐다.

동화약품은 지난 3월21일 주주총회를 개최했다. 장남 윤인호 상무는 등기임원에 이름을 올렸다. 사내이사로 선임된 윤 상무는 윤 회장과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승계 수업’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윤 상무는 미국 위스콘신-메디슨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해 지난 2013년 재경·IT실 과장으로 동화약품에 입사했다. 매년 승진을 거듭했던 윤 상무는 2014년 CNS(중추신경계)팀 차장, 2015년 전략기획실 부장 등을 거쳐 2016년 전략기획실 생활건강사업부 이사, 지난해 생활건강사업부와 OTC(일반의약품) 총괄사업부 상무가 됐다.

윤 상무의 누나 윤현경 상무는 2008년부터 광고홍보실 주임으로 먼저 회사에 들어왔다. 경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윤 상무는 2016년 커뮤니케이션실 상무로 승진했다. 지난해부터는 화장품 더마 사업부를 총괄담당하고 있다. 장녀가 장남보다 앞서 입사했지만, 이사회 멤버로는 장남이 더 빨랐다.

윤도준 회장 장남 승계 궤도 안착
고속 승진 거듭…사내이사로 선임

동화약품은 여러 계열사와 함께한다. 언뜻 동화약품이 가장 꼭대기에 위치할 것 같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른바 ‘동화약품그룹’에는 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한 회사가 있다. ‘동화지앤피’라는 비상장사다. 동화지앤피는 동화약품의 최대주주다. 윤 상무는 바로 이곳의 대표이사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동화약품의 최대주주는 동화지앤피(15.22%)다. 이어 가송재단(6.39%), 윤 회장(5.13%), 윤길준 부회장(1.89%), 장남 윤 상무(0.88%), 장녀 윤 상무(0.06%), 그리고 계열사 동화개발(0.77%) 순으로 특수관계인 등이 총 32.36%의 지분을 갖고 있다.

동화지앤피의 최대주주는 동화개발(19.81%)이다. 뒤이어 동화약품(9.91%), 윤 회장(8.86%), 가송재단(10.00%), 주식회사 테스(11.60%) 등이 지분을 가지고 있다. 지배구조가 ‘동화지앤피-동화약품-동화개발-동화지앤피’인 순환출자 구조다.

동화지앤피는 지난 1970년에 설립됐다. 주요 사업은 유리병 제조로 가스활명수 등을 담는 유리병을 만든다. 동화지앤피의 지난해 매출은 253억원이다. 영업이익은 8억4000만원으로 당기순이익 20억원 정도다.
 


눈길이 가는 곳은 동화지앤피의 매출처. 동화지앤피 매출의 절반 이상은 동화약품서 비롯됐다. 최근 5년간 동화지앤피 매출 대비 내부거래 비중은 2014년 67.35%(107억5000만원/159억5000만원), 2015년 51.09%(114억9000만원/224억8000만원), 2016년 49.41%(117억6000만원/237억9900만원), 2017년 48.61%(116억2000만원/239억1000만원), 2018년 50.45%(128억1000만원/253억9000만원) 등이다. 5년 평균 약 53.38%에 달하는 비중이다.

동화지앤피의 재무 건전성은 나쁘지 않다.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지만 2015년 5.4%, 2016년 14.1%의 영업이익률을 기록했다. 2017년과 2018년에는 각각 9.9%, 3.2%였다.

그대로 바통?
부담도 있다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7000만원 당기순손실을 제외하고, 지난해까지 5% 이상의 당기순이익률을 보였다. 세부적으로 2015년 8.37%, 2016년 15.6%, 2017년 11.7%, 2018년 8.0%다.

부채비율은 매년 감소했다. 2014년 부채비율은 12.5%였지만 2015년 11.0%, 2016년 7.3%, 2017년 6.6%, 2018년 5.9%로 매년 줄었다.

일각에선 동화지앤피가 승계 과정서 핵심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본다. 현재 윤 상무의 동화약품 지분은 1%가 채 되지 않는 0.88%다. 안정적 승계를 위해 동화약품 지분을 확보해야 한다. 다만 상장사인 동화약품 지분 매입은 부담이다.
 

동화지앤피는 비상장사이면서 동화약품 최대주주다. 동화지앤피 지분을 매입해 동화약품 지배력을 높일 수 있다. 비상장사 지분을 사들이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라는 분석이다.

동화지앤피가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할 경우 눈에 밟히는 곳이 있다. 하나는 앞서 언급한 일감 몰아주기 의혹이다. 최근 5년간 동화지앤피의 매출 절반은 동화약품으로부터 나왔다. 2014년 이전 동화약품은 동화지앤피 매출을 60∼70%까지 담당했다. 2015년에 들어서야 50% 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의 감시는 계속될 공산이 크다.

조성욱 공정위원장은은 지난 10일 취임식을 통해 “대기업 집단뿐만 아니라 자산총액 5조원 이하의 중견집단 부당 거래 행태도 꾸준히 감시하고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장은 “국세청 등 유관기관과 긴밀히 협력하고 일감 몰아주기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겠다는 김상조 전 위원장의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사정권 
중견기업 유지

동화지앤피는 해당 매출을 바탕으로 배당금을 지급했다. 동화지앤피의 배당금과 배당성향은 2015년 1억8000만원/10%, 2016년 3억원/8.1%, 2017년  3억원/10.71%, 2018년 3억원/14.73%, 등이었다.


눈길이 가는 것은 지난 2014년. 동화지앤피는 2014년 6억7000만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그러나 주주들에게 총 1억8000만원의 배당금이 손에 쥐어졌다.

동화약품과 동화지앤피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부채표 가송재단에도 눈길이 간다. 가송재단은 윤광열 명예회장의 호 ‘가송’서 따온 재단이다. 윤 명예회장과 부인 김순녀 여사는 사재출연으로 지난 2008년 재단을 설립했다.
 

가송재단은 ‘기업 이윤은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는 철학으로 학술연구 지원, 장학생 선발, 전통문화 지원을 골자로 활동하고 있다. 가송재단은 최근까지 활명수약학상, 가송의학상, 가송예술상, 윤광열 치과의료봉사상 등을 각계 인사들에게 수여하고 있다.

그간 공익법인은 본래 취지와 달리 경영권 승계를 위한 수단으로 비판받았다. 그 단적인 예로 오너 일가가 이사장으로 있는 공익법인이 핵심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할 시 지배력이 간접적으로 강화되기 때문이다.

가송재단은 동화약품(6.39%)과 동화지앤피(10.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가송재단 이사장과 이사는 윤 회장과 윤 상무다. 윤 회장 등이 가송재단 지분을 통해 동화약품 등에 지배력을 우회적으로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인호 회사 ‘내부거래 50%’
공익재단, 승계 디딤돌 역할?


윤 회장은 동화약품 지분 5.13%을 갖고 있다. 그러나 윤 회장은 가송재단의 이사장인 만큼 사실상 가송재단 보유 지분을 더한 11.52%의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가송재단을 제외한 동화약품 우호지분은 동화지앤피와 동화개발, 친인척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한 25.97%다. 그러나 가송재단 지분 6.39%로 인해 총 지분은 32.36%까지 상승한다.

가송재단은 동화지앤피 지분도 10.00% 갖고 있다. 동화지앤피 최대주주는 동화개발(19.81%)이다. 가송재단과(10.00%) 동화약품(9.91%)이 그 뒤를 잇고 있는데 윤 회장의 지분은 8.86%에 그친다. 다만 가송재단의 지분을 포함했을 때, 윤 회장이 행사할 수 있는 지분은 18.86%로 늘어난다. 최대주주인 동화개발과 0.95%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수치다.
 

가송재단은 증여세와 관련해 몇 차례 언급된 바 있다. 가송재단은 성실공익법인으로 지분율 10%까지 세금을 면제받을 수 있다. 윤 명예회장 부부는 지난 2008년 동화약품 지분 3%를 출연해 재단을 설립했다. 윤 명예회장은 2010년 추가로 동화약품 지분 전량(3.03%)을 추가로 출연했다.

현재 가송재단의 이사장은 윤 회장이다. 윤 명예회장 부부가 윤 회장에게 지분을 직접 물려줬다면 증여세를 피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가송재단의 세금 면제 한도를 활용, 증여세 부담을 해소했다는 해석이다. 결국 세금 없는 상속이 가능하다는 비판이었다.

주목되는 기지
재단의 역할은?

동화약품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동화지앤피 내부거래에 대해 “처음에는 자사 제품과 관련된 제조가 많았지만 다른 회사 제품들도 다루고 있다”며 “타사 매출이 늘어나면 (내부거래는)줄어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송재단에 대해선 “윤 명예회장께서 사재로 출연한 재단이고, 현재 공익적인 측면서 활동을 하고 있다”며 오너 일가 지배력이나 증여세 부담 해소 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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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