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유리천장’ 현실

보기 힘든 여성 보좌관 왜?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보좌진의 최고직위인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전체 보좌관의 8.6%다. 국회 내에서 여성 보좌관이 이렇게 적은 이유는 뭘까. <일요시사>는 최근 15명의 의원실 보좌진 15명에게 ‘의원실 내 성평등 지수’를 묻는 설문지를 돌리고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여성의 승진이 어려운 의원실 내 구조적 문제를 알아보자.
 

국회의원 보좌진은 4급 보좌관, 5급 비서관, 6∼9급 비서 및 인턴비서를 통틀어 일컫는 말이다. 보좌진은 모두 별정직 공무원으로, 임용과 면직은 임면권자인 의원에 의해 이뤄지며 의원실별로 뽑힌다. 국회페미에 따르면 지난 8월1일 기준 국회 전체 보좌진 중 여성 비율은 38.2%였다. 국회페미는 의원실 보좌진, 사무처 소속 당직자, 경호처 직원 등 국회 내 여성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그룹이다.

역피라미드

직급별 여성 비율은 ▲4급 보좌관 8.6% ▲5급 비서관 19.9% ▲6급 비서 26.7% ▲7급 비서 37.4% ▲8급 비서 60.5% ▲9급 비서 63.3% ▲인턴 비서 52.3%를 차지하며 직급이 낮아질수록 여성의 비율이 높아지는 역피라미드 구조를 보이고 있다. (의원실 별 4급 보좌관 2인, 5급 비서관 2인, 6∼9급 및 인턴 각 1인 총 9명의 보좌직 공무원을 고용)

보좌진의 최고직위로 각 의원실의 정무 및 운영을 총괄하는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8.6%로 전체 595명 중 51명이다. 보좌관과 함께 정책 업무를 실무적으로 이끄는 여성 비서관은 19.9%로 전체 602명 중 120명이 차지했다. 이에 의원의 의정활동 전반을 책임지는 직책을 맡은 보좌관과 비서관의 여성 비율이 낮아 의정활동 및 정책이 남성중심적 사고에 치우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4급부터 7급 보좌진까지 남성이 압도적 다수인 데 반해, 8급, 9급, 인턴 직급서만 여성 비율이 과반을 넘는다. 세 개의 직급을 합쳐 총 507명으로 전체 여성 보좌진 869명 중 58.3%가 하급직에 머무르고 있다. 이중 대부분이 방문객 대접, 전화 응대, 집기 관리 등의 잡무를 도맡고 있다고 국회페미는 주장한다.


또, 이중 상당수의 인원이 사무실 회계와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행정비서’ 직무로 일하고 있다. 관례적으로 행정비서는 정책을 맡는 비서관으로 승진하기 어렵다는 게 의원실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일요시사>는 최근 15명의 의원실 보좌진(남8, 여7)에게 ‘의원실 내 성평등 지수’를 묻는 설문지를 돌리고 개별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사회문제와 정책에 관심이 많아 국회 일을 시작했다.

설문지의 ‘성별에 따라 맡는 업무가 달라진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6명(40%)이 ‘예’라고 대답했다. ‘승진에 있어서 성별이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7명(46.7%)가 ‘예’라고 대답했다.

의원실 내 성평등 설문지 돌려 보니…
성별 따라 승진 여부 달라진다 생각

‘국회 4급 보좌관의 여성 비율은 8%로 소수다. 직급이 낮아질수록 여성 비율이 더 높게 차지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6명(40%)이 ‘여성의 경력 단절’을 원인으로 꼽았다. 그 뒤로는 4명(26.7%)이 ‘여성의 승진이 어려운 의원실 구조’를 골랐다. 2명(13.3%)은 성별과 무관한 ‘개인의 능력차’라고 봤다.

기타 이유에는 “의원실은 정무적 판단이 매우 중요한데, 판단은 대부분 ‘대인관계’서 나오는 정보력에 기반을 한다. 이 부분서 남성이 여성보다 상위에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는 승진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인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국회 내 조직 자체가 매우 보수적인 집단, 능력보다는 나이, 성별을 매우 중요하게 보는 경향이 있어 보인다”는 응답이 나왔다. 의원실 내 승진에 성별이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외에는 “본인이 현재 하고 있는 직무에 안주하기 때문”과 같은 대답도 있었다.


‘의원실 내 남녀 평등 지수를 1점서 5점 사이로 점수화 한다면 몇 점을 주겠냐’는 질문에는 7명이 4점, 6명이 3점을 줬다. 2명은 5점을 주었고 1·2점을 준 보좌진은 없었다.

‘성 평등 국회를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필요한 부분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냐’는 질문에 ‘구성원의 의식 변화’가 7명(46.7%), ‘능력과 성과에 따라 존중’이 6명(40%), ‘국회의원 임면권 견제장치’가 1명(6.7%)를 차지했다.
 

기타 의견에는 “성 평등이라는 단어 자체가 남녀를 이분하는 단어라 생각한다. 남녀를 떠나 서로 간의 배려를 기반으로 하는 능력 존중 사회가 되어야 한다고 본다”는 의견도 나왔다.

또 “시대에 걸맞게 많은 것들이 변화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국회 내에서는 행정비서는 여자가, 중요한 정책과 정무적 판단은 남자가 해야 한다는 암묵적 시그널이 존재하는 것 같다. 정책을 만드는 곳인 국회서부터 변화하지 않고, 사회가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은 매우 어불성설이다. 국회부터 변화합시다”라는 응답도 있었다.

또 다른 보좌진은 “담당하는 보좌진의 민원인이 의원실을 방문했을 때 차 접대는 스스로 하세요. 그리고 사무실 전화가 오면 알아서들 받으세요. 인턴과 행정비서가 전화 교환원은 아닙니다”라고 기타 의견으로 답하기도 했다.

<일요시사>는 여성 보좌진 3명을 개별적으로 인터뷰했다. 한 의원실서 비서를 맡고 있는 L씨는 “여성의 유리 천장 문제는 비단 국회에 한정된 이야기가 아닌 사회에 만연한 문제”라고 말했다. 국회서 인턴부터 시작한 비서들의 커리어가 결혼 및 육아로 인해 경력단절로 이어지는 게 빈번하다는 지적이다. 그러면서 4급 보좌관이 되려면 ‘육아를 도와주는 친정 엄마’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결혼, 육아…경력단절
"하위직급에도 기회를”

다른 의원실서 비서를 맡고 있는 J씨는 “여자가 커피 심부름을 하듯, 남자는 몸을 쓰는 일에 먼저 불려가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자의 “어떻게 보면 커피 업무나 심부름은 낮은 직급의 보좌진이 하는데, 국회엔 낮은 직급에 여성 분들이 많이 분포돼있어 여성 분들이 (허드렛) 일을 더 많이 하는 걸로 보이는 것 같다”는 말에 “맞다. 뭔가 여자가 (허드렛) 일을 더 많이 하는 게 문제라기 보단, 그런 잡무를 하위 직급들이 떠맡게 되는 게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대답했다.

보좌관을 맡고 있는 K씨는 인턴부터 보좌관까지 12년동안 국회 경력을 쌓은 베테랑이다. C씨는 국회 의원실은 직급 상관없이 본인의 일은 본인이 해야 발전할 수 있는 구조라고 말했다.

하위 직급에 있는 사람들이 허드렛일만 맡다 퇴직하게 되는 악순환을 국회의 문제점으로 짚었다. 그는 여성 보좌진 후배들에게 본인이 가진 강점에 집중하라고 조언하고 있다. 인맥이 중요하고 남성 중심으로 돌아가는 국회서 의정 활동의 중심인 ‘정책’에 집중한 점을 본인 승진의 성공 비결로 봤다.

암묵적 시그널

그는 “의원들 역시 4년이라는 임기가 있는 사람들인데, 수행도 가능하고 술도 편히 마실 수 있는 남성을 선호하지 않겠냐”며 “의원들이 똑같은 값이면 남성들을 더 선호해 여성 보좌진들에겐 남성보다 1.5배 일을 더 잘해야 한다고 충고한다”고 말했다. 이어 4급 여성 보좌관에는 ‘솔로’이거나 ‘결혼을 포기한 40대 초중반’이 많은 국회 현실을 전하기도 했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국회서 여성은?

국회페미는 국회서 일하면서 여성이기 때문에 겪은 불편·부당한 사례를 설문했다. 국회페미에 따르면 가장 많은 국회페미 구성원들이 지적한 것은 커피·차 접대 문화였다.

A씨는 “의원실 남자 보좌관은 여성인 나를 꼭 집어서 ‘여기 커피 좀’ 이라고 시킨다. 모든 보좌진 다 있는 자리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나를 지목하는 것”이라며 부당함을 호소했다.

B씨는 “국회서 나는 여자라는 이유로 택배 나르기, 전화받기, 탕비실 정리를 강요 당했고, 정책을 배워 승진할 수 있는 기회에서는 완전히 도려내졌다”고 밝혔다. 

이어 “남자 보좌관이 어느 날 내게 ‘사무실의 어머니’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감정노동, 돌봄노동, 수발노동이 나의 주 업무였다. 국정감사 때 내게는 직원들의 삼시 세끼를 챙기는 것, 서류 심부름에 불구한 자료요구 대리 외에는 아무 일도 주어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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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