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안정치’ 제3지대 창당 시나리오

빅텐트 쳐도 도로 호남당?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지난해 2월 창당된 민주평화당이 1년6개월 만에 쪼개졌다. 총선을 8개월 앞둔 시점에도 여전히 낮은 지지율서 벗어나지 못하자, 대안정치연대가 ‘제3지대 창당’이라는 승부수를 던진 셈이다. 대안정치연대는 이미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과 ‘빅텐트 전략’ 논의로 물밑 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안정치의 제3지대 창당, 정계개편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까.
 

▲ 민주평화당 탈당 기자회견 갖는 대안정치연대 의원들

민주평화당(이하 평화당)은 지난해 2월,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의 통합에 반대한 국민의당 소속 일부 의원들이 탈당해 만들어졌다. 이후 DJ(고 김대중 전 대통령) 정신을 계승하고자 한 평화당은 1∼3%의 지지율로 존재감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계속해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도
고맙다

이대로는 내년 총선서 살아남지 못할 것이라는 평화당 탈당파의 판단이 작용, 지난 12일 평화당의 비당권파 모임인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이하 대안정치)소속 의원 10명이 탈당 선언을 했다. 이들은 중도층을 위한 제3지대 정치세력 결집을 목표로 “새로운 대안정치 세력 구축을 위한 변화와 희망의 밀알이 되겠다”고 밝혔다.

평화당 전 원내대표였던 유성엽 대안정치 대표는 탈당 기자회견서 “적대적 기득권을 가진 양당체제 청산은 국민의 열망이자 시대정신”이라며 “국민적 신망이 높은 외부 인사를 지도부로 추대하고 시민사회와 각계 전문가가 대거 참여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대안 신당 건설의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기득권 청산을 위한 다당제의 실현과 가짜보수와 가짜진보를 배제한 중도층 키우기를 대안정치의 목표점으로 두고 “오직 국민만 보고 무소의 뿔처럼 흔들림 없이 변화와 희망의 길을 찾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로써 평화당에는 정동영·박주현·조배숙·황주홍·김광수 의원 5명만 남게 됐다. 대안정치 및 탈당에 대해 평화당 정동영 대표는 “선거철 유랑단과 다름없다. 탈당쇼와 신당쇼, 이것으로 어떤 국민을 감동시킬 수 있겠느냐”며 “당을 깨고 만드는 일을 밥 먹듯 여기는 모습에 통탄을 금치 못한다”고 각을 세웠다. 그러면서 “평화당은 이제 새로운 길, 가보지 않은 길을 걸어갈 생각”이라며 평화당을 계속해 지킬 것임을 시사했다.

특히 정 대표는 탈당을 주도한 박지원 의원을 겨냥해 “분당을 조종·기획한 구태정치”라며 비난했다.

이 같은 비난에 대해 박 의원은 “민주평화당은 결국 정동영 1인 정당이 될 것이고 마지막에는 정 대표도 (탈당파 쪽으로)오게 된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민평당 1년6개월 낮은 지지로 제갈길
총선 8개월 앞두고 정계개편 신호탄?

평화당은 “명분없는 탈당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대안정치를 향해 날을 세웠지만 지난 16일엔 “그래도 고맙다”는 마지막 말을 남겼다. 지난 12일 탈당을 선언했던 대안정치의 탈당계가 16일부터 발효되도록 해 평화당이 예정돼있던 국고보조금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했기 때문이다.

국고보조금은 15일 지급되는데, 탈당계가 15일 이전에 발효됐다면 의석수 차감으로 평화당 국고보조금 수령액은 6억원서 2억원으로 크게 감소할 수 있었다.

평화당 허영 최고위원은 유 대표와의 통화서 “유 대표께서 우리는 하나다. 총선 전까지 꼭 하나가 돼서 치르도록 노력하자”고 말한 것을 두고 “가슴이 뭉클했다”며 “저도 꼭 잘 돼서 하나가 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생각을 하고, 다짐해본다. 감사하다”고 거듭 말했다.

일각에선 대안정치의 규모가 커지면 평화당을 흡수하지 않겠느냐는 전망도 나온다. 대안정치가 규모를 불린다고 해도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평화당과 다시 손을 잡는 건 예상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정 대표는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서 “대안정치의 탈당 후 오히려 평화당의 지지율이 올랐는데 이는 구태정치와 결별을 선언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고 말하기도 했다.
 

▲ 유성엽 대안정치연대 대표

변화·개혁 등의 단어를 언급하며 새 출발을 알렸던 대안정치는 ‘대안신당창당준비기획단’을 본격 가동한 뒤, 추석 연휴 이전에 창당준비위원회를 구성하고 늦어도 오는 11월 중에는 창당을 하겠다는 로드맵을 밝혔다.

하지만 대안정치 내부서 외부 인사를 영입해 외연을 확장하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지난 20일 창당준비기획단 출범이 한 차례 연기됐다. 내부에선 신당 창당 작업과 인사 영입을 분리해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인사 영입이 지지부진한 상태라는 분석이 힘을 받았다.

바미당
줄다리기

실제 대안정치 중진 의원들이 ‘제2의 안철수’를 찾기 위해 인재영입에 나서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과가 없고, 평화당 잔류 의원들의 연쇄 탈당 역시 이뤄지지 않고 있다. 한 중진의원은 “보안을 요하는 사안이고 아직 초기 단계라 공개할만한 게 없다”며 “좋은 분들은 많은데 그분들을 설득해 모셔올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선 3지대 창당의 성공 가능성에 대한 회의론이 큰 상황인 만큼 당분간 정치권 인사들이 몸을 사리며 관망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호남 지역의 한 의원은 “대안정치를 대안이라고 생각했다면 민주당 밖에 있는 호남 세력들은 총결집하는 모습을 보였을 것”이라며 “평화당 잔류 의원들마저도 주저하고 있는 모습을 봤을 때 대안정치는 성공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와중에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손학규 대표는 지난 20일, 이른바 ‘손학규 선언’을 발표했다. 이날 손 대표는 “바미당이 중심에 서는 빅텐트를 준비하고 정치와 경제의 새판 짜기에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당의 자강론을 내세웠다. 그는 당내 비당권파의 퇴진 요구에 응할 뜻이 없음을 거듭 밝히며 내년 총선을 위해 모든 채널을 동원해 안철수·유승민 전 대표들을 끌어들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 기자회견 갖는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하지만 “대안정치나 평화당 중심으로 제3지대가 구축된다면 바미당이 지역주의 정당이 돼 버릴 것”이라며 연대엔 선을 그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기자들에게 “안철수·유승민과 함께하겠다는 것은 보수야당으로 가겠다는 선언으로, 우리가 가려는 개혁야당의 길과 다르다”며 “별로 큰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대안정치 장정숙 대변인은 “지금 바른미래당과 통합을 생각하는 정치집단은 없다는 것이 여의도 정가의 상식”이라며 “대안정치의 입장은 더더욱 확고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리 목표는 지역정당과는 거리가 멀다”고 반박했다.

호남 의원
물밑작업

유 대표는 손 대표가 대안정치와의 통합에 선을 그은 데 대해 “본인의 솔직한 구상을 밝히지 않았다고 본다”면서도 “손 대표는 당 대표직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것인데, 그런 뜻을 내부에 강하게 표시한 게 아니겠느냐. 이는 대내부용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이미 대안정치는 바미당 내 호남계 세력들과 물밑작업 끝에 신당을 만든다는 구상으로 평화당 탈당을 진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바미당과 대안정치가 물밑으로는 제3지대 구축의 필요성에 공감하면서도 통합에 적극적이지 않는 것을 두고 정치권에선 정계개편 과정서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대안정치 내에서는 대표 역할을 맡고 있는 유성엽 의원과 중진인 천정배·박지원 의원이 외연 확장을 위해 인재 영입을 위해 여러 사람을 접촉하고 있다. 일부 호남계 바미당 의원들은 최우선으로 영입해야 할 인물들로 꼽힌다.

바미당 박주선 의원은 “바른미래당이 주도해 빅텐트를 쳐야 하며 대안정치연대 의원들과 빅텐트에 대해 논의해왔다”고 밝힌 바 있다.

바미당 주승용·김동철 의원도 지속적으로 평화당 의원들과 교류해왔고, 대안정치 출범식 때 바미당 주승용·박주선 의원이 축사를 맡으면서 이들이 호남지역을 기반으로 대안정치와 다시 뭉칠 가능성을 보였다. 만약 바미당 당권파인 호남계 의원들이 당권을 지키고 안철수·유승민계가 탈당할 경우에는 대안정치와 바미당의 당대당 통합이 점쳐지지만, 당권을 잃을 경우에는 이들이 탈당해 대안정치와 따로 손을 잡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선 대안정치의 행보를 두고 ‘도로 호남당’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외부인사 영입에 거론되는 인사들 역시 호남계 의원들로 뿔뿔히 흩어졌던 국민의당 의원들을 다시 모으는 수준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제3지대 창당으로 중도층을 잡기 위해서는 전국정당으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피력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바미당과 손? 주도권 줄다리기
다시 뜨는 안 “그와는 달라야”

대안정치가 정계개편의 신호탄으로 떠오르면서 ‘안철수 역할론’도 다시 급부상하고 있다. 현재 보수 야권에선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미당, 우리공화당이 각각 흩어져 있는 만큼 보수통합의 필요성이 계속해 대두돼왔다.

안 전 대표는 거대 양당을 지지하지 않는 중도층을 흡수하면서 20대 총선서 38석을 확보했던 정치인이다. 지도부 교체를 두고 막혀있는 바미당과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구도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당이 안 전 대표에 계속해서 러브콜을 보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 안철수 전 바른정당 대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는 지난 20일 ‘대한민국 위기극복 대토론회’서 보수통합과 관련해 안 전 대표를 거론했다. 나 원내대표는 “안철수 전 의원부터 우리공화당에 이르기까지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이 모두 같이 하는 게 진정한 반문연대”라고 말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안 전 대표를 영입해 당내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의도다.

하지만 안 전 대표의 빠른 복귀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뭐가 바뀌었는지도 모르는 상태서 이렇게 빨리 복귀하면 안 전 대표 본인에게 마이너스만 될 뿐”이라며 “복귀설은 보수대통합에 이용하려는 이들의 바람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안정치의 외부인사 영입에도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 대안정치 의원들은 이미 특정 한 사람을 중심으로 돌아간 제3지대 신당의 한계를 경험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당 관계자는 “참신하고 훌륭한 인재를 찾지만, 신당이 특정 한 사람을 중심으로 가는 건 위험하다”고 우려했다.

다시 뜨는
안철수 왜?

박지원 의원이 안 전 대표에 각을 세우고 있는 것도 안 전 대표의 합류 가능성을 낮게 점칠 수 있는 이유다. 박 의원은 YTN <노영희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는 본래 보수인데 대통령이 되기 위해 진보로 위장취업했다가 실패하니까 다시 보수로 회귀하고 있다”고 말했던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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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단독] 진주교대 교수 논문 표절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대학의 교수 수준은 강의의 질과 비례한다. 학교는 학생에게 양질의 교육을 제공해야 할 의무를 지고 있다. 과거와 비교해 그 의미가 많이 퇴색했지만 ‘상아탑’으로 불리는 대학의 본질은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에 보탬이 되는 인재 양성, 특히 초등학생을 가르칠 선생님을 배출하는 ‘교대’라면 그 본질을 향해 한 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진주교육대학교(이하 진주교대)에서 2020년 시작된 교수 채용 논란이 6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1932년 공립사범학교로 시작해 100여년 동안 초등교육 발전에 힘을 보태 온 학교로서는 불명예스러운 논란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진주교대가 마치 ‘제3자’인 것처럼 멀찍이서 논란을 지켜만 보고 있다는 점이다. 첫 단추 잘못 끼웠나 2020년 10월 진주교대는 미술교육과, 수학교육과 등에 각 1명씩 총 4명의 교수를 채용하기 위한 계획을 수립했다. 2021년 1학기 임용을 목표로 같은 해 11월부터 채용 절차가 시작됐다. 교육공무원법에 명시된 결격사유가 없어야 한다는 일반 요건과 함께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소지자’라는 자격 요건이 붙었다. 전형은 ▲자격 심사 ▲전공 적부 및 전공 심사 ▲경력 심사 ▲면접 심사(심화 과정) ▲면접 심사(최종) 등으로 이뤄졌다. 논란은 미술교육과 교수 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진주교대는 채용 계획에서 미술교육과 전공 분야를 ‘도자공예 또는 미술교육(도자공예)’으로 정했다. 도자공예 교수가 정년 퇴임을 앞두고 있어 그 후임자를 뽑기 위한 채용이었다. 문제는 미술교육과에 최종 합격한 A 교수가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A 교수는 진주교대에서 초등교육을 전공(학사)했고, 석사 학위는 초등미술 교육(진주교대), 박사학위는 디자인학(광주대) 전공으로 받았다. 미술교육과 채용에 지원하려면 ‘전공 분야별 박사학위’ 즉, 도자 관련 전공 박사학위가 있어야 하는데 그가 자격 요건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 A 교수의 전공 적부 논란은 면접 심사 과정에서 언급됐다. 면접에 들어간 한 심사위원이 A 교수의 전공이 채용 분야와 맞지 않는다고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면접 심사(5배수) 대상자 명단’ 자료에 따르면 A 교수를 제외한 4명의 지원자는 학사, 석사, 박사 과정 등에 도자 관련 전공을 이수한 사실이 확인된다. 당시 면접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던 미술교육과 B 교수는 “전공 적부와 관련해 다시 심사해야 한다고 이의를 제기했고 재심사가 이뤄지긴 했다”며 “그런데 첫 번째 전공 적부 전형에 참여했던 위원들이 재심사를 담당했다. 결과가 바뀔 리가 있겠나”라고 한탄했다. A 교수는 2021년 2월 최종 임용됐다. A 교수를 둘러싼 논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가 쓴 <프리미티비즘의 조형 표현 요소 및 특성을 통한 현대 도자 작품 연구> 논문이 표절 시비에 휘말린 것이다. 광주대학교 대학원 디자인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밟은 A 교수의 학위 논문이다. 2020년 6월경 논문 심사를 통과한 것으로 파악된다. 진주교대 교수 채용공고가 뜨기 3~4개월 전이다. 채용 과정에서 전공 적부 논란 임용 이후 추가 문제 제기됐다 2021년 3월, B 교수는 A 교수의 연구 부정행위(표절)를 광주대에 제보했다. A 교수가 해당 논문으로 광주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기에 검증도 광주대에서 진행해야 했다. 교육부 훈령 제449호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18조(연구부정행위 검증 절차)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를 검증하려면 예비조사와 본조사, 판정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이 절차를 총괄하는 게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위한 위원회 구성과 운영에 대한 심의, 의결 권한을 갖는다. 또 예비조사와 본조사에서 나온 결과를 승인한다. 제보를 받은 광주대는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를 소집했다. 황당한 지점은 광주대에서 A 교수의 논문을 두고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수차례 반복했다는 사실이다. B 교수가 마지막에 나온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결과를 두고 민사소송을 제기한 시점은 2024년 8월로, 처음 제보했던 2021년 3월 이후 무려 3년5개월이나 걸렸다. 그나마도 표절 여부는 여전히 판명 나지 않았다. 교육부의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제25조(판정)에 따르면 예비조사 착수 이후 판정까지의 모든 조사는 6개월 이내에 종료해야 한다고 돼있다. 물론 이 기간 안에 조사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연장도 가능하다. 하지만 광주대의 경우는 ‘절차상 하자’가 연이어 발생했다. 제보자나 피조사자 양측에서 이의를 제기하고 재조사하는 일이 반복됐다. 2021년 8월 광주대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에 대해 만장일치로 표절 판정을 내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A 교수에게 의견 진술권을 부여하지 않은 점이 문제로 떠올랐다. 다시 말해 A 교수가 자신의 논문이 표절이 아니라고 반론할 기회를 주지 않은 것이다. 결국 모든 조사는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2022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가 재구성됐는데 5월 예비조사와 8월 본조사에서 정반대의 결론이 나왔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 논문의 총 1234개 문장 중 425개(34.4%)가 표절로 의심되며 ▲특정인의 논문을 몇 페이지에 걸쳐 연속적으로 사용했고 ▲독창적인 부분을 적시해 달라는 요청에 피조사자가 답변을 회피하며 적극적 방어를 하지 않아 비교 대조표를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점 등을 근거로 표절로 판정했다. 거듭된 하자 조사만 4번 반면 본조사위원회는 “이 사건 논문은 ‘작품 논문’이라는 특성상 다른 분야와 같은 기준으로 표절 여부를 판단하기 쉽지 않다”며 “작품 논문의 특수성을 감안할 때 논문의 핵심 부분인 작품 그 자체에는 독창성이 인정되므로 논문 자체를 표절이라고 판정할 수 없다”고 했다. 두 번째 조사에서도 또다시 ‘하자’가 발견되면서 판정이 무효로 돌아갔다. B 교수는 피조사자인 A 교수가 심사위원 제척 여부를 이유로 외부위원 명단을 요청했고 실제 공개된 점, 제보자에게 의견 진술의 기회를 주지 않은 점 등의 절차상 하자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 본조사위원회 보고서에 각 당사자의 진술 요지와 조사 결과 등이 반드시 포함돼야 하는데도 이 부분을 빠뜨리면서 실체상 하자도 발생했다고 강조했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동시에 법원에 본조사위원회 판정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건은 피고(광주대 측)가 “원고 측 이의를 받아들이고 기존 본조사 판정을 무효화하고 다시 본조사위원회를 소집하겠다”고 약속하고 B 교수가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2023년 세 번째로 소집된 본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을 표절로 판정했다. 의견서에는 ▲전체 1200여개 문장 중 출처 표시 없이 인용된 문장이 360여개로 과도하게 많은 점 ▲저자의 독창성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지 않은 점 ▲논문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4장과 결론에서도 타인의 학술 논문과 내용이 유사하거나 출처 표시가 없는 문장이 다수인 점 등이 근거로 기재됐다. 하지만 이 결과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구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전면 무효화됐다. ‘광주대학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설치 운영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학장, 교무처장 및 산학협력단장은 당연직으로 하고 교무처장이 위원장이 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일부 준수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다시 해를 넘겨 2024년 6월 예비조사위원회는 표절이 아니라는 결론을 내놨다. 예비조사위원회는 A 교수의 논문이 박사학위 논문 심사를 통과했고, A교수가 KCI 논문 유사도 검사에서 1%의 유사도를 보인 결과서를 제출한 점을 근거로 들었다. 저작위원회 “유사성 인정” 또 A 교수가 인용 표시를 하지 않은 부분이 타인의 아이디어나 창작물을 침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다른 저자의 논문 역시 다른 논문이나 저서를 그대로 따른 것으로 ‘독창적인 아이디어나 창작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눈여겨볼 대목은 표절이 아니라고 판정한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에서 승인했다는 점이다.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본조사를 실시할 필요가 없다는 판정을 내리고 결론을 확정했다. 3년5개월여 동안 진행된 조사에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의 판정 승인이 떨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일단 표면상으로는 최종 결론이 난 셈이다. 첫 채용 공고 시기로 따지면 4년 가까이 이어진 논란은 B 교수의 반발로 법정에 가게 됐다. B 교수는 2024년 7월 광주대가 자신의 이의 신청을 기각하자 같은 해 8월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학교법인 호심학원을 상대로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판정 무효확인 등’의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예비조사위원회의 결론을 승인한 부분과 본조사위원회가 불필요하다고 한 부분을 무효로 판단해 달라는 취지였다. 이 과정에서도 절차상 하자가 언급됐다. B 교수는 “광주대 연구윤리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연구 부정행위에 대한 충분한 혐의를 인지했을 경우에 예비조사를 생략할 수 있고, 피조사자가 연구 부정행위 사실을 모두 인정할 경우 본조사를 생략하고 바로 판정을 내릴 수 있다”며 “또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는 예비조사 결과를 확정해 판정할 근거가 없다. 본조사 결과만 승인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A 교수 논문에 대한 표절 여부도 제대로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비조사와 본조사를 거치는 과정에서 표절 판정이 엇갈린 만큼 저작권법,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 및 한국연구재단이 제시하는 인용 방법 및 논문 표절 기준 등에 따라 A 교수의 논문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실제 B 교수는 A 교수의 논문을 한국저작권위원회에서 감정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법원에 요청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법 제112조에 따라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공공기관이다. 법원이 B 교수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한국저작권위원회는 A 교수가 박사학위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표절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12편의 논문을 비교, 감정했다. 반복된 조사 엇갈린 판정 결국 법정 공방으로 번져 <일요시사>가 입수한 감정 결과서에 따르면 A 교수의 논문은 총 12편의 비교 대상 논문 중 총 11편에 대해 저작권법상 보호를 받는 창작적인 표현 형식을 상당 부분 복제하고 있다며 저작권법상 실질적인 유사성이 인정된다고 했다. 또 ‘단순히 학술적 아이디어나 이론적 사실을 공유하는 수준을 넘어 선행 저작자들이 자신의 학문적 관점과 예술적 주관에 따라 논리적으로 체계화한 문장 구조, 단어 선택, 서술 방식 등을 그대로 사용했다’ ‘외국 문헌을 연구자 본인의 시각으로 재해석해 요약하거나 번역한 문장의 경우에도 원저작자의 창작적 개성이 반영돼 저작권법의 보호 범위에 포함됨에도 불구하고 A 교수의 논문은 이를 무단으로 복제해 논문에 활용했다’ 등의 감정 결과를 내놨다. B 교수는 “저작권법 위반 여부는 표절보다 그 인정 범위가 좁다. 논문의 독창성을 저작권으로 인정해 그 부분을 침해했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론은 A 교수가 다른 사람이 쓴 논문의 독창성을 인용 없이 가져다 썼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광주대의 운영 주체인 호심학원 관계자는 “소송 중인 사안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는 답변을 해왔다. 문제는 상황이 여기까지 흘러오는 동안 손 놓고 있는 진주교대의 태도다. A 교수의 박사학위 논문 표절 여부는 진주교대의 교수 채용과 밀접하게 얽혀있다. 채용 공고에서 지원 자격으로 박사학위 소지자가 명시됐던 만큼 논문 표절 여부는 이번 논란의 중요한 요소다. 표절로 판명되면 학위 자체가 취소되는 사례도 있어 A 교수가 진주교대 교수 채용에 아예 지원조차 할 수 없었을 가능성도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진주교대는 ‘강 건너 불구경 하듯’ 광주대와 B 교수 간의 소송 결과가 나오고 그에 따라 광주대가 조치한 뒤에야 행동을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진주교대 교무처 관계자는 “(학교가) 손 놓고 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소송이 진행 중인 만큼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법률 검토 등 내부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B 교수는 “학교는 학생들의 수업권에는 조금도 관심이 없다. 그저 누가 학교에 책임을 물을까 봐 전전긍긍할 뿐이다. 학교 측에서 했다는 법률 검토도 현재 손 놓고 있는 학교의 행보가 나중에 직무유기로 문제가 될까 알아본 것이라고 한다. 교대는 학생들이 커리큘럼에 따라 수업을 신청해야 하는 구조라 교수에게 문제가 있어서 어쩔 수 없이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학생들만 뒷전 됐다 그러면서 “광주대와의 소송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면 그 결과가 나올 때까지만이라도 A 교수가 수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해야 한다. 공무원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일단 ‘직위해제’ 조치를 하지 않나. 그런 조치가 필요하다. 초등학교 교사를 길러내는 대학이다. 학교가 그 이름에 걸맞은 행보를 보여야 한다”고 거듭 주장했다. 한편, A 교수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답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