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애 봐주는 ‘보모 경마장’ 가봤더니…

마사회 돈 세는 사이 노름꾼 부모는 병들고 애들은 방치돼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주말만 되면 어김없이 경마공원에 발 도장을 찍는 경마장 폐인들. 개중에는 가족단위로 오는 사람들도 있다. 경기가 시작되면 아빠 손을 꼭 잡고 입구까지 함께 들어왔던 아이들이 웬일인지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들은 과연 어디 있을까. 1층 로비 끝에 마련된 ‘키즈플라자’는 어린이를 위해 만들어진 어린이 휴게소다. 부모가 아이를 그곳에 맡겨놓기만 하면 보육교사가 알아서 아이들을 돌봐준다. 부모가 경마배팅에 집중하는 동안 아이를 봐주는 ‘보모 경마장.’ 과연 마사회의 개선된 복지시설일까, 아니면 도박을 부추기는 빗나간 장삿속일까?

따가운 뙤약볕이 내리쬐는 7월의 시작을 알리는 날, 이른 아침부터 경마공원으로 줄지어 들어가는 사람들이 다수 보였다. 전날 거센 폭우로 인해 전 경기가 취소되면서 마치 ‘오늘만을 기다려왔다’는 듯 중장년 남성과 여성들, 심지어 젊은이들까지 경마장 안으로 들어가는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맑게 갠 주말이라서 그런지 아빠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 또는 가족소풍으로 방문한 사람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아이들은 말을 구경할 기대감에 활짝 웃으며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한국마사회
엇갈린 명암

최근 마사회에서는 대대적인 이미지 쇄신책을 내세웠다. 그 중 하나는 도박장이라는 음성적 이미지를 탈피해 가족이 주말나들이로 즐길 수 있는 가족공원 형태로 변화를 꾀한 것이다. 경마장 내 곳곳에는 금연구역이란 현판이 여기저기 붙어 있고 실내는 물론 야외까지 금연구역으로 지정했다. 여기에 더 나아가 연령대별로 어린이들이 쉴 수 있는 어린이 휴게소를 만들어 부모들의 걱정을 덜게 하는 복지시설도 마련했다.

그러나 마사회의 피나는 노력에도 도박장의 이미지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금연구역이란 현판이 붙지 않은 야외공원에서는 아직도 담배를 뻑뻑 피우는 중장년층 남성과 여성들이 즐비했다.  그들의 손에는 모두 마권이 몇 장씩 쥐어져 있었고, 뭔가 심란한 듯 연신 줄담배를 피워댔다. 아예 바닥에 돗자리를 펴고 경마예상지에 숫자를 적으며 배팅 전 당첨숫자를 골라내고 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지하철 출입구 앞에서 예상지를 팔고 있던 한 30대 남성은 취재기자에게 배팅숫자를 알려주겠다며 예상지를 적극 권했다. ‘10.3.4’라는 숫자를 차례대로 부르며 적으라던 이 남성은 아직 무직이지만 주말엔 경마장에 꼭 출근한다고 했다.

경마 예상지는 생각보다 복잡했다. "이것을 보며 어떻게 숫자를 가려내냐"라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거 정말 어려운 거예요. 공부해야 돼. 경마장에 와서 배팅하는 사람들 죄다 박사, 정치인 시켜야 돼요”라고 어깨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는 자신이 잘 아는 형이 있다며 어느 할아버지와 할머니 옆자리에 기자를 데려다주곤 홀연히 자리를 떴다. 아마 다른 이에게도 예상 숫자를 알려주며 중간에서 돈을 조금씩 받는 듯했다. 물론 기자는 경마장에 처음 방문했다는 말에 공짜로 숫자를 얻었다.

주중엔 카지노
주말엔 경마장

당시 현금이 5000원 밖에 없었던 기자는 과감히 오천원상당의 마권을 구매하고 스크린을 통해 경기를 관람하며 숫자를 맞춰보았다. 처음에 거의 이길 것 같았던 예상마가 3위 이하로 밀리면서 기자는 아무 배당금도 받지 못했다. 하지만 옆자리에 앉아있던 할아버지 할머니는 1만원을 투자해 20배인 20만원을 벌었다고 했다.

그 광경을 보고 있자니 기자도 욕심이 생겨 한 번 더 시도하고 싶었지만 애써 마음을 가라앉혔다. 현금만 더 있었다면 아마도 계속 배팅을 했을 것이다. 도박이라는 것이 거액이 오간다고 도박이 아니었다. 조금만 더 하면 돈을 딸 수 있을 것 같은 아쉬움에 손을 쉽게 놓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20배 이상의 배당금을 거머쥐었던 두 사람은 그 돈으로 다시 마권을 구매하면서 끊임없는 배팅을 이어나갔다. 

기자가 만난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지방에 거주하는데 “4~5명 정도 그룹을 만들어 주말마다 서울로 원정 온다”고 했다. 할머니는 기자를 처음 보자마자 “어린 것이 벌써부터 여길 왜와! 인생 망치는 지름길이야. 오늘 처음 왔으니 이제부터 오지 마!”라고 호통치며 눈살을 찌푸렸다.

옆에서 듣고 있던 할아버지는 “주중에 우리는 정선에 가. 카지노 하러. 주말엔 경마장에 오지. 어제 비 때문에 서울경기 취소돼서 제주까지 원정 갔다 왔어. 오늘은 새벽차 타고 서울에 올라왔고…. 여기에 빠지면 헤어 나오기 힘들어”라며 걱정하듯 말했다.

놀이문화로 정착? 아이 내팽겨 두고 버젓이 노름판에
수억씩 배팅하는 사람들…“마약보다 더 끊기 힘들어”

수많은 스크린과 마권 매표소로 가득 채워진 실내경마 배팅장에는 연령과 성별을 불문하고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있었다. 자리가 없어 의자에 앉지 못한 사람들은 맨 바닥에 자리를 깔고 앉아 마권 구매표에 숫자를 찍었고, 경기가 시작되면 스크린과 자신의 마권을 번갈아보며 소리를 지르고 배팅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울 뿐 아니라 전국 곳곳에서 펼쳐지는 부산·제주경마까지 전국 배팅을 멈추지 않았다. 대부분 예상지를 들고 싸인펜 뚜껑을 입에 물면서 열심히 숫자를 적어 내려갔고, 허름한 차림새의 아저씨들도 다수 목격되기도 했다.      

제4경기가 무르익을 때쯤 야외관람석으로 나갔다. 거기서 기자에게 관심을 보이던 60대 할아버지는 자신을 ‘정신병자’라고 지칭하며 25년 경마장 출입 경력에 대해 후회하듯 말했다. 그는 경마노름에 온 재산을 탕진하고도 마약보다 더 무서운 경마를 끊지 못해 대단히 후회하면서도 자신의 나약한 의지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대해 비관했다.
그는 “여기 오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재산 탕진해서 주위 사람들한테 돈 빌려서 오거나 주말에 결혼식이나 장례식 있다고 가족한테 속이고 부조금 받아 탕진하는 사람들이 많아. 쓰레기통 한 번 뒤져봐. 부조금 봉투 쌓여있을 거야. 그리고 요즘에는 20~30대 젊은이들이 우리보다 더 심각해. 난 돈도 없고 해서 게임당 500원, 1000원씩 배팅하는데 걔네들은 한 게임당 5만원 이상씩 거액을 쏟아 붓거든. 하루에 15게임 정도 하니까 하루에 거의 100만원 탕진하는 셈이지”라며 젊은 세대의 도박중독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한탕’ 노리는
정신병자들

1인당 하루에 최대 10만원으로 정해져 있는 배팅금액 규율은 경마꾼들 사이에서 무참히 짓밟혀져 있었다. 마권 매표소의 직원이 수많은 사람들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을 이용해 한 매표소당 10만원씩 마권을 구매한 후 다음에 다른 매표소로 옮겨 구매하는 등의 얄팍한 수법은 이미 공공연히 성행하고 있었다. 또한 더러는 마권 구매기계를 이용해 하루에 수억원씩 마권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렇게 불법경마도박은 아직도 꾼들 사이에서 판을 치고 있어 이를 일일이 막기는 힘들어 보였다. 도박장의 이미지를 탈피해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가족공원을 만들어 보려는 마사회의 노력은 수포로 돌아간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마사회에서 복지체계를 구축하려고 마련한 어린이 쉼터를 찾아가봤다. 그 큰 도박장에서 어린이 놀이방을 찾기란 그리 쉽지 않았다. 몇 번의 안내데스크를 거쳐 겨우 ‘키즈플라자’라고 쓰인 어린이 휴게소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두 개의 칸막이 방으로 구성돼 있었는데 안쪽에 자리하고 있는 방은 바깥쪽보다 이용 연령대가 더 낮아보였다.

마침 휴게소에 들어섰을 때 아이를 맡기러 온 두 명의 아버지를 볼 수 있었다. 그는 아이를 휴게소에 데려다 주고는 바로 배팅장으로 향했다. 그곳을 담당하고 있는 직원은 “5세에서 7세까지는 놀이기구가 많이 비치된 안쪽 휴게소를 쓰게 돼있고 7세 이상 초등학생들은 책들이 비치된 바깥 쪽 휴게소를 쓴다. 그 이상 청소년들은 출입이 금지돼있기 때문에 유아·초등학생용 쉼터로만 활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입구 쪽엔 몇 대의 유모차 안에 돌이 갓 지나 보이는 아기들도 눈에 띄었다. 이어 “여기에는 보육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전문 보육교사가 아이들을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부모님이 안심하고 경마게임을 즐길 수 있다”며 키즈플라자만의 장점을 내세워 안심시키듯 말했다.

‘도박 중독’ 방치하는 마사회? 부조금까지 경마장에
“경마장에 대한 바른 인식 심어주는 것이 먼저”

그때 놀이방 옆에 위치한 정체불명의 또 다른 방이 눈에 들어왔다. 그 방안에는 중장년층 남성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배팅을 즐기고 있었다. ‘아이들 노는 곳에 도박장이라니….’

그 방은 마치 아이와 동행한 부모가 아이와 멀리 떨어져 있는 게 불안해 아이를 맡겨두고 자신들은 옆방에서 경마게임을 즐기는 용도 같았다. 마사회가 가족공원으로서 이미지 쇄신 차 만든 이 어린이 휴게소는 아이 걱정 없이 마음껏 도박을 즐기려는 부모의 마음을 대변한 ‘부모안심휴게소’로 변질돼버린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던 와중에 직원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 오래 머무를 수 없어 사진만 몇 컷 찍은 뒤 황급히 빠져나왔다.

올해 초까지 경마장에서 근무했다는 한 남성은 “한 사람당 10만원씩 밖에 배팅이 안 되니까 대리구매 시키는 사람들도 즐비하고, 특히 어린이휴게소가 개판이다. 부모들이 도박에 빠져서 애들을 그곳에 몰아넣고 하루 종일 방치한다”며 “특히 휴게소가 가득차거나 연령대가 맞지 않으면 더 이상 아이들을 받지 않기 때문에 겨울에는 아이들이 추위에 떨면서 밖에서 놀아야 한다. 경마에 미친 부모들 때문에 아이들만 불쌍하다”고 경마장 내 어린이휴게소의 이면을 적나라하게 밝혔다.

밥 먹는 시간도 아까워 허겁지겁 컵라면을 들이마시는 사람들, 한손에는 김밥, 다른 한손에는 싸인펜으로 마권 구매표에 숫자를 표기하며 한 경기도 놓치지 않으려 불타는 의욕을 드러내는 사람들이 경마장 전체를 둘러싸고 있었다.

부모 도박 부추기는
어린이 휴게소      

현재 마사회는 배당금 중 세금 30%를 가져가는 식의 수익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작년에 벌어들인 수익만 약 7조원을 훨씬 넘겼다. 마사회가 도박꾼을 몰아내고 도박장 이미지를 버리겠다는 확고한 결심에도 이렇게 거액의 수익을 내고 경마장이 활발히 운영될 수 있는 건 모두 경마노름에 미친 사람들 덕분이 아닐까.

가족을 위한 놀이터를 만들겠다는 마사회. 그들이 개선해야 할 점은 어린이휴게소가 아닌 사람들의 무분별한 배팅을 멈추기 위한 강력한 제재와 경마장에 대한 바른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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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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