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런’ 윤석열 사단 대해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29:28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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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의 칼잡이’ 여의도 손보고 대기업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인사는 정부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다. 보수·진보 정권에 따라 검사들은 요직에 배치되거나 옷을 벗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이후 첫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서도 검사들은 울고 웃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신임 총장과 호흡을 맞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진용이 갖춰졌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핵심 요직에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들과 특수통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다. 향후 검찰을 ‘윤석열 동기’ 기수들의 견제와 협력으로 운영하려는 청와대의 구상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호 
본격 가동

법무부는 대검검사급 검사 39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보임 18명(고등검사장급 4명·검사장급 14명), 전보 21명이다.

윤 총장의 후임이자 검찰 2인자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배성범(23기) 광주지검장이 임명됐다. 대검찰청 2인자이자 검찰총장을 최측근서 보좌하는 대검 차장에는 강남일(23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검찰과 법무부의 가교 역할을 할 법무부 검찰국장엔 이성윤(23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각각 낙점됐다.

배 검사장은 윤 총장과 연수원 동기지만 대학은 80학번으로 79학번인 윤 총장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현장서 사정작업을 이끌 최일선 사령탑이다. 배 검사장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마약·조직폭력 등 강력수사 경험이 많은 ‘강력통’이지만 특수·금융수사 경험도 두루 갖췄다.


업무 처리가 꼼꼼하고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인사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의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을 맡은 이 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그는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검찰 개혁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차장에 오른 강 검사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과 서울고검 차장 등을 지냈다. 배 검사장과 강 검사장은 각각 마산고와 진주 대아고를 졸업한 경남(PK) 출신이다.

검찰 고위·중간 간부 새 진용 갖춰
총장 연수원 동기 ‘빅3’ 요직 임명

윤 총장의 연수원 3년 선배인 김오수(20기) 법무부 차관은 유임됐다. 법무부 차관의 연수원 기수가 검찰총장보다 빠른 것도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기존 검찰인사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경력이 있는 윤대진(25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윤’ 윤 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소윤’으로도 불린 윤 검사장은 애초 서울중앙지검장에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윤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친형의 뇌물 사건이 집중 거론되면서 검찰 고위직 인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사진 왼쪽부터)강남일 신임 대검 차장,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

차기 총선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못지않게 위상이 높아진 서울남부지검장엔 송삼현(23기) 제주지검장이 발탁됐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국회의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사범 수사를 맡을 대검 공안부장에는 박찬호(26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임명됐다. 서울고검장엔 김영대(22기) 서울북부지검장이 기용됐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25∼27기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대검의 핵심 보직인 반부패부장과 공안부장에 서울중앙지검 한동훈(27기) 3차장과 박찬호(26기) 2차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고, 이두봉(25기) 1차장은 대검 과학수사부장을 맡는다. 이들은 지난 1∼2년 동안 국정농단 특검과 서울중앙지검서 윤 총장과 함께 ‘적폐 수사’를 주도했다.

기수·서열
탈피 시도

노정연(25기)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임명돼 역대 세번째 여성 검사장이 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재수사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을 기소한 양부남(22기) 의정부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고 기소한 이원석(27기) 서울고검 검사는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선 종래 신임 검찰총장 취임 시 연수원 윗기수와 동기 검사장들이 모두 용퇴하던 관행서 벗어났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고검장급 및 검사장급에 연수원 윗기수와 동기가 다수 보임된 것.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수와 서열 위주의 검찰인사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 새로 보임받은 검사장급 참모 7명이 대검찰청 청사로 첫 출근해 윤 총장의 보좌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검찰의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됐는데, 윤 총장과 과거 호흡을 맞췄던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에는 신자용(28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2차장검사에는 신봉수(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임명됐다.

신 과장은 윤 총장과 함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임명됐고 1년여 만인 지난해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 부장검사는 특수1부장을 맡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수사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판사들을 재판에 넘겼다. 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기도 했다. 

윤 총장 취임 이후 고위간부 인사서 기존의 서울중앙지검 1∼3차장이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찰청 참모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모두 교체가 이뤄졌다. 4차장도 새로 임명됐다. 한석리(28기) 강릉지청장이 기용됐고, 이노공(26기) 4차장검사는 성남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3기 전진배치
3년 선배 유임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에는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임명됐다. 송 부장검사는 특수2부장으로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맡아왔다. 3차장이었던 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뒤를 이어 수사를 지휘하게 됐으며, 이는 수사 연속성과 공소 유지 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부장검사도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그는 신 부장검사와 함께 다스 관련 뇌물 및 소송비 대납 등 혐의를 수사하며 이 전 대통령을 조사했고, 지난해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구상엽(30기) 공정거래조사부장이, 특수2부장은 고형곤(31기) 남원지청장이 맡게 됐다. 특수3부장에는 허정(31기) 광주지검 특수부장, 특수4부장은 이복현(32기) 원주지청 형사2부장이 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신임 법무부 대변인에는 박재억(29기) 부산지검 부부장검사가 임명됐으며, 대검 대변인에는 권순정(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임명됐다. 심재철(27기)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에, 주영환(27기) 대검 대변인은 인천지검 1차장으로 발령이 났다.

반면 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탄생한 가운데, 승진에 실패한 24∼25기 검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정수봉(25기)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김병현(25기) 서울고검 검사, 서영수(25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연이어 검찰 조직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특히 김광수(25기) 부산지검 1차장검사, 최태원(25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사표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차장검사와 최 부장 모두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기획·공안통 지고 
특수통 나란히 영전 

김 차장검사는 법무부 공안기획과장과 대변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등을 거쳤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당시 노무현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기소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에 이관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최 부장도 공안통으로 꼽힌다. 그는 대전지검·부산지검 공안부장과 법무부 통일법무과장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는 수원지검 공안부장으로 일했다. 당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란음모·내란선동 사건을 수사했다.

통상 부장검사는 근무 기간이 1년이지만, 이 의원에 대한 재판이 길어지면서 최 부장은 공소유지를 위해 이례적으로 1년 더 근무하게 됐다. 최 부장은 이후 여주지청장과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이번 인사서 ‘귀족검사’라 불리는 기획통과 과거 주요 보직을 도맡았던 공안통들이 사라졌다. 검찰의 주류 엘리트가 급속도로 교체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귀족검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재경지검→법무부→유학→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의 코스를 거치면서 수도권서만 근무, 기획통으로 경력을 쌓는 주류 엘리트 검사를 일컫는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거나 보직서 물러난 다수의 고검장·검사장이 이런 ‘기획통 검사’들이다. 

새 고검·검사장 
18명 중 공안 ‘0’

검찰 고위간부 중 공안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고검장·검사장 승진자 18명 중 공안통으로 분류할 만한 검사는 한 명도 없다. 문재인정부서 공안검사의 세력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기획통과 공안통, 특수통을 세 축으로 균형을 유지해오던 검찰 내 관행이 완전히 깨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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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건진법사·노상원 연결고리 추적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윤석열정부는 여러 비선 실세가 있었다. ‘V0’ 김건희씨의 최측근인 건진법사 전성배씨, 군 인사를 좌지우지한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이들에게는 ‘무속’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김씨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위기일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기도 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이 서로 일면식이 있는지는 확인된 바 없다. 명씨와 전씨는 김건희씨 및 윤석열 전 대통령과 직접 만나거나 통화했다. 노 전 사령관만이 김씨와 윤 전 대통령을 직접적으로 알았는지가 드러나지 않았다. 김건희 일가를 잘 아는 이들은 위의 인물들이 각자의 존재를 인지해 왔다고 한다. 윤석열정부 초기부터 이른바 ‘비선 경쟁’을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출범하자 기웃기웃 윤 전 대통령은 국민의힘 예비후보 시절부터 논란을 달았다. 지난 2021년 TV 토론회 당시 그의 손바닥에서 ‘王’ 자가 세 차례 포착됐다. 이는 김씨의 무속 의혹과 겹치면서 지지율 폭락을 가져왔다. 전씨는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선거대책본부 산하 네트워크본부에서 ‘상임고문’으로 활동했다. 같은 해 1월 윤 전 대통령이 서울 여의도에 있는 사무실을 방문했는데 전씨가 윤 전 대통령의 등에 손을 올리고 사무실을 소개하는 모습도 영상에 담겼다. 전씨가 ‘고문’으로 네트워크본부의 실질적인 지휘를 담당했다는 의혹과 함께 ‘무속인’이 캠프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선거대책본부는 “(전씨는) 고문으로 임명된 바 없다”고 해명한 뒤 네트워크본부를 해산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에서 전씨의 영향력은 위축되지 않았다. 최근 검찰 수사에선 전씨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최소 3명의 공천 청탁을 했고, 비슷한 시기 통일교 전 고위간부 윤영호씨가 전씨에게 김씨에게 줄 선물용 목걸이를 전달한 정황 등이 확인됐다. 전씨는 당시 ‘윤핵관’으로 꼽혔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과 선거 운동에 관해 논의하기도 했다. 이른바 ‘건진법사 게이트’를 수사한 서울남부지검 가상자산범죄합동수사부(부장검사 박건욱)가 확보한 문자 메시지를 보면 2021년 12월 윤 의원은 전씨에게 ‘권성동 의원과 제가 빠지는 게 (윤석열) 후보에게 도움이 될까’라고 묻는다. 전씨는 ‘후보는 끝까지 같이 하길 원하는데 빠진다고 하면 안 된다’고 조언한다. 검찰 조사에서 전씨는 “사람들이 제가 힘 있는 줄 안다”며 이런 의혹들을 부인했다. ‘무속인 논란’ 이후 기자 등을 피해 숨어 지냈다고도 했다. 전·노 윤석열 캠프 외곽 그룹서 활동 “정권 초기부터 셌다” 일면식 있었나 검찰 조사에서 한 진술과 달리 전씨의 영향력은 줄지 않았다. 오히려 윤 전 대통령 당선 후 더 커졌다. 검찰은 2022년 6월 치러진 지방선거를 전후해 전씨가 받은 경북 영주시장·경북도의원 등의 공천에 영향력을 발휘해 달라는 취지의 문자들을 확보했다. 또 전씨가 경북 봉화군수·경남 합천군수·경기 성남시장 후보 등과 관련해 윤 의원에게 청탁을 시도한 정황도 파악했다. 청탁을 한 사람 중 일부는 실제로 당선됐다. 전씨는 검찰에 “공천 부탁이 아니라 추천”이라고 답했다. 김건희 특검팀은 최근 전씨 휴대폰을 포렌식하며 ‘건희2’로 저장된 인물과의 대화 내역 일체를 확보해 분석 중이다. 전씨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직전인 2022년 4월19일 ‘건희2’로 저장된 번호로 8명의 이름과 근무 희망 부서를 적은 명단을 보냈다. 8명은 대부분 윤 전 대통령 대선캠프 내 ‘네트워크 본부’에서 일했다. 전씨는 “사모님께 말씀드렸다. 꼭 해주시라고 당부했다”는 취지의 문자를 이어 보냈다. 그러자 ‘건희2’로 저장된 인물은 다음 날 전씨에게 “이력서를 보내달라”고 답했다. 김씨 측은 전씨가 ‘건희2’로 저장한 번호의 실제 사용자는 김씨의 ‘문고리 3인방’으로 꼽히는 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5일과 31일 두 차례 정 전 행정관을 불러 조사했다. 특검팀은 정 전 행정관을 상대로 전씨와 연락을 주고받은 이유가 무엇인지, 전씨가 보낸 메시지를 김씨에게 전달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했다. 특검팀은 전씨가 윤 전 대통령 및 김씨와의 친분을 내세워 다수의 공직 희망자로부터 인사 청탁과 공천 청탁을 받고 거액의 금품을 수수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윤석열 캠프 출신이다. 그는 윤석열 캠프서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담당하는 특보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노 전 사령관은 주로 출근하던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제의로 캠프에 몸담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의 역할이 국방·안보 정책 자문을 뛰어넘었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겨레>가 지난 5월 단독으로 보도했던 노 전 사령관 기사를 보면 그는 2020년~2021년 사이 ‘식목일행사계획’ ‘YP(윤 전 대통령 추정)작전계획’ ‘YR(와이알)계획’이라는 제목의 문건을 작성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특수단)이 압수한 노씨의 유에스비(USB)에 있던 문건으로, ‘윤석열 대통령 만들기’가 주된 내용이다. 공천 청탁 금품 수수? 식목일행사계획 파일에는 ‘분노와 정의’라는 제목 아래 ▲(검찰총장) 퇴임 시 행동 ▲퇴임 후 동력 유지 방안(예) ▲퇴임 이후 정치 참여 방안(2~3개월 야인 생활 후) ▲대선 카드 준비 등의 내용이 담겼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퇴임 시기에 대해 “자의로 퇴임 시 지금의 몸값을 최대한 유지하여 내년 4월 서울시장 선거 직전이 유리, 기자회견은 ‘더 이상 직무 수행이 불가능하여 퇴임합니다’라고 간명하게 함”이라고 적었다. 2021년 4월 치러졌던 서울시장 보궐선거 전에 윤 전 대통령이 검찰총장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뜻인데, 윤 전 대통령은 실제로 서울시장 선거 한 달여 전인 3월4일 검찰총장직에서 물러났다. 퇴임 이후 행보와 관련해서 노 전 사령관은 문건에서 “국민과 소통하면서 자연스럽게 현 시국 상황에 대한 우려와 인식을 공유하여 지도자급으로서의 이미지를 노출”시키고 “재래시장, 청계천, 남대문, 지하철 등에서 몰래카메라의 형식으로 소박하고 인간적인 냄새를 국민이 느낄 수 있도록 깜짝 행보”를 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았다. 또 “현 정치체제와 일정 기간 거리 두기를 하다가 내년 9월을 목표로 국민의힘에서 모셔가는 형식으로 영입” “AN(안철수 추정) 등 여타의 후보군을 모두 참여시켜서 경선을 하고 여타의 후보군이 꼼짝없이 경선에 참여하지 않으면 안 되게 사전에 정리 작업” 등의 내용도 포함됐다. 실제로 윤 전 대통령은 검찰총장 사퇴 4개월 뒤인 2021년 7월 영입 제안을 받고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YP작전계획’ 문건에는 ‘정의로운 법조인’이라는 ‘Y의 현재의 모습’을 바탕으로 “연예인, 중도좌파도 끌어들이는 과감한 인물 영입”을 통해 “후원 지지 그룹 구성”을 하는 방안이 담겼다. 이어 “친박, 비박을 포용하는 탕평책”을 사용하고 “좌파 중량급을 영입”해서 “당권 장악”을 한 뒤 “대선 성공”을 하는 단계를 순서도 형식으로 그렸다. 막강한 영향력 아울러 “좌파 정권이 추진한 경제정책을 좌파 적폐 척결 차원에서 폐지”하고 “한미일 안보 축을 기본으로 하고 한일관계를 적폐 청산과 국민적 인기 영합 차원에서만 다룰 것이 아니고 미래지향적인 전략적 관점”에서 다룬다는 정책적 내용이 적시됐다. ‘YR계획’에는 “국립묘지 참배, 노무현, 김대중, 김영삼, 박정희 등 전직 대통령 두루 참배” 등 내용이 적혔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2021년 10월26일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박정희·김대중·이승만·김영삼 전 대통령 순서로 묘소에 참배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11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을 방문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찾았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11일 경찰 조사에서 “(2022년)윤 전 대통령이 대선캠프를 구성했을 때, 김 전 장관이 제게 일을 도와달라 부탁했는데 성 관련 범죄 경력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못했다”며 “(그 대신에) 대선 토론 때 안보 관련 분야 질문 및 답변 내용에 대해 초안을 잡아주면, (상대 후보의) 역공 대비 등을 세밀히 검토해서 수정하는 작업을 했다”고 진술했다. 그는 윤 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김 전 장관이) ‘대통령 지지도를 어떻게 하면 올릴 수 있냐’고 묻길래 ‘검사 출신이라 말이 친화적이지 않다.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줘라’고 했다”며 “(시장에 가서) 생선 같은 것도 만지면서 친근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광주 5·18(행사)에 참석해라. 그들도 같은 국민”이라며 “일단 내려가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라 건의해라. 이왕 대통령이 됐으면 전라도도 품을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고 한다. 실제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엔 부산엑스포 유치 홍보를 위해 부산을 찾은 뒤 자갈치시장서 붕장어를 맨손으로 만졌다. 또 2022년 5월 취임 이후 지난해까지 3년 연속 광주를 찾아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했다. 노 전 사령관은 “나중에 티브이(TV)를 보니까 제 말대로 다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정책·현안 모두 비선 실세 말대로 실현 김·노 라인 물적 증거 없어 수사 필요 전씨와 노 전 사령관의 공통점은 하나 더 있다. 의외로 ‘일본’과 무속이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을 당시 ‘일본 신상’의 존재가 처음 드러났다.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 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 2층에 있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 생활공간으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 법당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불당과 신당이 한 개씩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씨가 일본 천황가의 조상신이자 신도(神道)의 주신으로 일컫는 아마테라스를 모신 건 한국 전통 무속이 일제 시대 신사 참배 등 일본 신도의 영향을 받은 탓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일본어를 매우 잘한다. 육사 졸업 후 일본에서 수년간 거주한 까닭이다. 노 전 사령관이 일본 동북대 석사 위탁교육을 받는 동안 그의 딸들은 현지 학교를 졸업한 것으로 전해진다. 노 전 사령관과 같이 근무했던 한 군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이 일본에 오래 거주하지는 않았다. 일본 역사에도 관심이 많았던 터라 신사에도 자주 갔었다”고 전했다. 주변 인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노 전 사령관은 2019년부터 경기도 안산 본오동 ‘아기보살’ 점집에 얹혀살았다. 등기부 등본에는 이 점집의 소유주가 아기보살 윤모씨로 돼 있다. 왜 하필 일본? 윤씨와 노 전 사령관을 잘 안다는 한 지인은 언론 인터뷰에서 “아기보살 점집에 가보면 노씨가 트레이닝복이나 잠옷 차림으로 있기도 했다. 점 보러 오는 손님이 많은 집이라 노씨가 손님들 줄도 세우고 그랬다. 1년쯤 지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노씨가 실은 자기가 장성 출신이라고 그러기에 ‘웃기지 마라, 나도 군대 ‘장’ 출신’이라고 대꾸해 줬다, 병장. 그런데 몸집도 탄탄하고 해서 장군 출신이 무슨 사연이 있어 이런 데 사는구나 짐작했다. 노씨는 후배 군인들을 데려와 점을 보게 하기도 했다”고 주장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