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슬 퍼런’ 윤석열 사단 대해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8.05 09:29:28
  • 호수 12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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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의 칼잡이’ 여의도 손보고 대기업 잡는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검찰인사는 정부의 기조를 엿볼 수 있는 가늠자다. 보수·진보 정권에 따라 검사들은 요직에 배치되거나 옷을 벗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 이후 첫 검찰인사를 단행했다. 이번 인사서도 검사들은 울고 웃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취임한 지 하루 만인 지난달 25일, 신임 총장과 호흡을 맞출 법무부와 검찰 수뇌부의 진용이 갖춰졌다. 서울중앙지검장과 법무부 검찰국장 등 검찰 핵심 요직에 윤 총장의 사법연수원 동기(23기)들과 특수통 출신들이 대거 기용됐다. 향후 검찰을 ‘윤석열 동기’ 기수들의 견제와 협력으로 운영하려는 청와대의 구상이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윤석열호 
본격 가동

법무부는 대검검사급 검사 39명에 대한 신규 보임 및 전보 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보임 18명(고등검사장급 4명·검사장급 14명), 전보 21명이다.

윤 총장의 후임이자 검찰 2인자 자리인 서울중앙지검장에는 배성범(23기) 광주지검장이 임명됐다. 대검찰청 2인자이자 검찰총장을 최측근서 보좌하는 대검 차장에는 강남일(23기) 법무부 기획조정실장이, 검찰과 법무부의 가교 역할을 할 법무부 검찰국장엔 이성윤(23기)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이 각각 낙점됐다.

배 검사장은 윤 총장과 연수원 동기지만 대학은 80학번으로 79학번인 윤 총장의 서울대 법대 1년 후배다. 서울중앙지검장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현장서 사정작업을 이끌 최일선 사령탑이다. 배 검사장은 경남 창원 출신으로 마약·조직폭력 등 강력수사 경험이 많은 ‘강력통’이지만 특수·금융수사 경험도 두루 갖췄다.


업무 처리가 꼼꼼하고 치밀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검찰인사 등을 총괄하는 법무부의 핵심 요직인 검찰국장을 맡은 이 검사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법대 후배다. 그는 차기 법무부장관으로 옮길 가능성이 높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검찰 개혁 등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검 차장에 오른 강 검사장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과 서울고검 차장 등을 지냈다. 배 검사장과 강 검사장은 각각 마산고와 진주 대아고를 졸업한 경남(PK) 출신이다.

검찰 고위·중간 간부 새 진용 갖춰
총장 연수원 동기 ‘빅3’ 요직 임명

윤 총장의 연수원 3년 선배인 김오수(20기) 법무부 차관은 유임됐다. 법무부 차관의 연수원 기수가 검찰총장보다 빠른 것도 기수와 서열을 중시하는 기존 검찰인사에서는 파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노무현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으로 파견된 경력이 있는 윤대진(25기) 법무부 검찰국장은 수원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대윤’ 윤 총장과 막역한 사이로 알려져 ‘소윤’으로도 불린 윤 검사장은 애초 서울중앙지검장에 가장 유력하다는 관측이 많았지만, 윤 총장 인사청문회 당시 친형의 뇌물 사건이 집중 거론되면서 검찰 고위직 인사에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 (사진 왼쪽부터)강남일 신임 대검 차장, 배성범 신임 서울중앙지검장, 이성윤 신임 법무부 검찰국장

차기 총선을 앞두고 서울중앙지검 못지않게 위상이 높아진 서울남부지검장엔 송삼현(23기) 제주지검장이 발탁됐다. 현재 서울남부지검은 국회의원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 고소·고발 사건 수사를 진행 중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선거 사범 수사를 맡을 대검 공안부장에는 박찬호(26기) 서울중앙지검 2차장검사가 임명됐다. 서울고검장엔 김영대(22기) 서울북부지검장이 기용됐다.

‘윤석열 라인’으로 분류되는 25∼27기 특수통 검사들의 약진도 눈에 띈다. 대검의 핵심 보직인 반부패부장과 공안부장에 서울중앙지검 한동훈(27기) 3차장과 박찬호(26기) 2차장이 각각 승진 임명됐고, 이두봉(25기) 1차장은 대검 과학수사부장을 맡는다. 이들은 지난 1∼2년 동안 국정농단 특검과 서울중앙지검서 윤 총장과 함께 ‘적폐 수사’를 주도했다.

기수·서열
탈피 시도

노정연(25기) 서울서부지검 차장검사는 대검 공판송무부장으로 임명돼 역대 세번째 여성 검사장이 됐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재수사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을 기소한 양부남(22기) 의정부지검장은 부산고검장으로 승진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직접 수사하고 기소한 이원석(27기) 서울고검 검사는 대검 기획조정부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인사에선 종래 신임 검찰총장 취임 시 연수원 윗기수와 동기 검사장들이 모두 용퇴하던 관행서 벗어났다. 검찰총장의 지휘를 받는 고검장급 및 검사장급에 연수원 윗기수와 동기가 다수 보임된 것. 

이에 대해 법조계 관계자는 “그동안 기수와 서열 위주의 검찰인사서 볼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인사”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31일 새로 보임받은 검사장급 참모 7명이 대검찰청 청사로 첫 출근해 윤 총장의 보좌 업무를 시작했다. 이날 검찰의 중간간부 인사가 단행됐는데, 윤 총장과 과거 호흡을 맞췄던 특수통 검사들이 대거 발탁됐다. 

서울중앙지검 1차장검사에는 신자용(28기) 법무부 검찰과장이, 2차장검사에는 신봉수(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 임명됐다.

신 과장은 윤 총장과 함께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파견돼 국정 농단 사건을 수사한 바 있다. 지난 2017년 8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에 임명됐고 1년여 만인 지난해 법무부 검찰과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 부장검사는 특수1부장을 맡아 사법행정권 남용 사건을 수사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전현직 판사들을 재판에 넘겼다. 또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1부장으로 근무할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의 다스 실소유주 의혹을 수사하기도 했다. 

윤 총장 취임 이후 고위간부 인사서 기존의 서울중앙지검 1∼3차장이 모두 검사장으로 승진, 대검찰청 참모진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모두 교체가 이뤄졌다. 4차장도 새로 임명됐다. 한석리(28기) 강릉지청장이 기용됐고, 이노공(26기) 4차장검사는 성남지청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23기 전진배치
3년 선배 유임 


서울중앙지검 특수수사를 지휘하는 3차장검사에는 송경호(29기)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장이 임명됐다. 송 부장검사는 특수2부장으로 그동안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를 맡아왔다. 3차장이었던 한 대검 반부패·강력부장 뒤를 이어 수사를 지휘하게 됐으며, 이는 수사 연속성과 공소 유지 등을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송 부장검사도 대표적인 특수통이다. 그는 신 부장검사와 함께 다스 관련 뇌물 및 소송비 대납 등 혐의를 수사하며 이 전 대통령을 조사했고, 지난해 구속 기소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은 구상엽(30기) 공정거래조사부장이, 특수2부장은 고형곤(31기) 남원지청장이 맡게 됐다. 특수3부장에는 허정(31기) 광주지검 특수부장, 특수4부장은 이복현(32기) 원주지청 형사2부장이 됐다.
 

▲ ▲윤석열 검찰총장

신임 법무부 대변인에는 박재억(29기) 부산지검 부부장검사가 임명됐으며, 대검 대변인에는 권순정(29기)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장이 임명됐다. 심재철(27기) 법무부 대변인은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에, 주영환(27기) 대검 대변인은 인천지검 1차장으로 발령이 났다.

반면 사법연수원 27기 검사장이 탄생한 가운데, 승진에 실패한 24∼25기 검사들이 줄줄이 사표를 던졌다. 법조계에 따르면 최근 정수봉(25기) 광주지검 차장검사와 김병현(25기) 서울고검 검사, 서영수(25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연이어 검찰 조직을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검찰 안팎에선 특히 김광수(25기) 부산지검 1차장검사, 최태원(25기) 서울고검 송무부장의 사표를 의미 있게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김 차장검사와 최 부장 모두 ‘공안통’으로 분류된다. 


기획·공안통 지고 
특수통 나란히 영전 

김 차장검사는 법무부 공안기획과장과 대변인,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등을 거쳤다. 2013년 서울중앙지검 공안2부장 당시 노무현정부의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 폐기 의혹’을 수사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경수 경남도지사도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은 바 있다.

당시 검찰은 백종천 전 청와대 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정책비서관을 기소했다.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은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국가기록원에 이관해야 하는데, 이를 하지 않았다는 혐의다.

최 부장도 공안통으로 꼽힌다. 그는 대전지검·부산지검 공안부장과 법무부 통일법무과장으로 근무했으며, 2013년 4월부터 2015년 2월까지는 수원지검 공안부장으로 일했다. 당시 통합진보당 이석기 의원을 중심으로 한 내란음모·내란선동 사건을 수사했다.

통상 부장검사는 근무 기간이 1년이지만, 이 의원에 대한 재판이 길어지면서 최 부장은 공소유지를 위해 이례적으로 1년 더 근무하게 됐다. 최 부장은 이후 여주지청장과 법무부 북한인권기록보존소의 초대 소장을 지냈다.

이번 인사서 ‘귀족검사’라 불리는 기획통과 과거 주요 보직을 도맡았던 공안통들이 사라졌다. 검찰의 주류 엘리트가 급속도로 교체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귀족검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우수한 성적으로 사법연수원을 마친 뒤 재경지검→법무부→유학→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의 코스를 거치면서 수도권서만 근무, 기획통으로 경력을 쌓는 주류 엘리트 검사를 일컫는다. 

이번 인사를 앞두고 사표를 냈거나 보직서 물러난 다수의 고검장·검사장이 이런 ‘기획통 검사’들이다. 

새 고검·검사장 
18명 중 공안 ‘0’

검찰 고위간부 중 공안통도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고검장·검사장 승진자 18명 중 공안통으로 분류할 만한 검사는 한 명도 없다. 문재인정부서 공안검사의 세력이 급속도로 줄어들고 있어 기획통과 공안통, 특수통을 세 축으로 균형을 유지해오던 검찰 내 관행이 완전히 깨졌다는 평가까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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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내부 총질 ‘친명 전쟁’ 서막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당내 울려 퍼지던 비명(비 이재명)계 소리가 사라졌다. ‘내부 저격수’가 사라졌으니 이제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 중심으로 똘똘 뭉쳐 국회를 꽉 잡을 것이란 희망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다른 한쪽에서는 우려의 뜻을 내비친다. ‘이재명 독주’ 체제로 완성된 민주당이 제대로 된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22대 총선서 압승을 거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큰 폭으로 물갈이에 나섰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주요 자리에 친명(친 이재명)계 인사들을 대거 투입했다. 친명 위주의 인선을 단행해 원팀 민주당을 꾸리겠다는 셈이다. 공천 파동을 딛고 살아남은 친명 의원들이 일제히 한 보 전진했다. 피바람 잦아드니… 지난 21일 이 대표는 사무총장에 김윤덕 의원을 임명했다. 김 의원은 이번 총선서 전략공천관리위원회 위원을 지낸 인물로 지난 20대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후보의 열린캠프서 활동한 바 있다. 조직사무부총장은 황명선 당선인,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전략기획위원장은 민형배 의원 등 친명계가 이름을 올렸다. 민주당의 정책을 이끌 민주연구원장에는 이 대표의 ‘정책 멘토’로 알려진 이한주 전 경기연구원장이 선임됐다. 이 원장은 이 대표의 ‘기본소득’을 설계한 인물로 민주당이 제시한 ‘25만원 지원금’에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법률위원장에는 이 대표의 대장동 변호를 맡은 박균택 당선인이 낙점됐다. 이 밖에도 당 대표 비서실장에는 천준호 의원,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에는 김우영 당선인, 교육연수원장에는 김정호 의원, 수석대변인에는 박성준 의원, 대변인에는 한민수·황정아 당선인이 자리했다. 이날 한민수 대변인은 인사 소개를 마친 후 당직 개편에 대해 “4·10 총선의 민심을 반영한 개혁 과제 추진에 있어서 동력을 형성한다는 의미가 있다”며 “신진 인사들에게 기회를 부여한다는 의미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인선은 이 대표가 국회에 입성한 후 진행된 두 번째 물갈이다. 2022년 8월 이 대표가 취임 직후 단행한 인선을 두고 ‘친명 일색’이라는 거친 비판이 터져 나왔다. 곧바로 한병도·권칠승·고민정 등 대표적인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등용하면서 논란을 잠재웠지만 이번 총선서 친명이 주류를 이루면서 이들을 당에 대거 투입한 것으로 풀이된다. 22대 국회 문턱을 넘은 친문 세력은 약 스무명 안팎인 것으로 전해진다. 한때 민주당 180석을 지탱하던 핵심축이었지만 총선을 거치면서 세력이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민주당 공천을 두고 ‘비명횡사 친명횡재’라는 말이 나오자 고민정 최고위원은 위원직을 사퇴했다가 다시 복귀하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이처럼 공천 피바람이 당내를 휩쓸었지만 총선 이후 이 대표를 비판하던 목소리가 단숨에 잦아들었다. 총선 결과 이후 이 대표 체제는 더욱 견고해졌다. 이 대표를 거칠게 비판하며 당을 떠나거나 새로운 둥지를 꾸린 이들이 줄줄이 낙선하면서다. ‘친명’ 타이틀 달고 꽃밭 안착 둥지 떠난 탈당파 줄줄이 낙선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는 이 대표와 대립각을 세운 뒤 탈당해 새로운 당을 꾸렸다. 이번 총선서 광주 광산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민주당 민형배 당선인에게 62.25%p로 크게 밀려 패배했다. 이 공동대표가 야심 차게 창당한 새로운미래는 지역구 한 석에 그치는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개혁신당과 손을 잡은 이원욱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지역구서 낙선했다. 탈당 후 국민의힘으로 이적한 ‘5선 중진’ 이상민 의원과 김영주 의원(국회 부의장)도 고배를 마셨다. 홍영표·설훈 등 다른 비명계 의원 역시 줄줄이 낙선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당을 떠나면 춥다는 걸 몸소 보여줬다”며 “소위 비명계로 분류됐던 이들이 모두 당을 떠났으니 당내 파열음이 나오지 않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대부분 여의도를 떠나게 됐으니 당분간 ‘내부 저격수’로 불리는 이들의 목소리는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친명 체제에 화룡점정을 찍을 원내대표 선출 결과에도 눈길이 쏠린다. 내달 3일, 선출을 앞둔 차기 원내대표 선거가 사실상 친명인 박찬대 의원의 독무대인 만큼 ‘친명일색 민주당’이 완성될 것이란 해석이 우세하다. 박 의원은 지난 21일, 일찌감치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대표와 강력한 투톱 체제로 개혁 국회, 민생 국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박 의원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서 자천타천으로 물망에 오른 의원들은 속속 불출마를 선언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지난 22일 원내대표 출마 선언을 위한 기자회견을 예고했지만 돌연 취소했다. 당 대표 ‘원픽’ 이와 관련해 서 최고위원은 “(박찬대 의원 포함)2명 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하면 제가 원내대표에 당선돼도 최고위원 두 자리가 비게 된다”며 “총선에 압도적으로 이긴 이 대표 체제에 문제가 된다는 게 처음부터 고민이었는데 사전에 조율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4선 김민석 의원도 “당원 주권의 화두에 집중해 보려고 한다”며 불출마를 시사했다. 인재위원회 간사였던 3선 김성환 의원과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 역시 불출마 입장을 표했다. 민형배·진성준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지만 각각 전략기획위원장, 정책위의장에 임명되면서 자연스레 출마가 불발됐다. 이로써 원내대표 출마 후보군은 박 의원 한 명으로 압축됐다. 친명계 핵심인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이 강하게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초 10명 안팎의 후보군이 난립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물밑서 이 대표가 교통정리에 나섰다는 해석이다. 당 대표의 노골적인 선거개입이라는 비판이 나왔지만 당을 좌우하는 명심에 대항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친문 인사가 끼어들 틈도 없이 빠르게 상황이 흘러갔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설명이다. 민주당 원내대표 겸 의장단 선출 선거관리위원회 간사인 황희 의원은 지난 24일, 선거관리위원회 1차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당규상 민주당서 원내대표 선거는 결선투표가 원칙으로 기본적으로 과반 득표를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후보자가 1인일 경우 찬반 투표를 하기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원내대표 다음으로 주목받는 자리는 바로 차기 국회의장이다. 당내 우직한 이력을 가진 후보들이 기싸움이 이어가면서 명심이 누군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에서는 6선에 성공한 조정식·추미애 당선인과 5선인 정성호·우원식 의원이 22대 전반기 국회의장 출마를 밝혔다. 이들은 일제히 “기계적 중립은 없다”는 입장을 강조하며 강경 성향 의원의 표심을 얻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나섰다. 완벽한 시나리오 먼저 정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기계적 중립만 지켜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민주당 출신으로서 다음 선거의 승리를 위해 보이지 않게(그 토대를) 깔아줘야 된다”고 말했다. 여야 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을 경우 다수결의 원리에 따라서 다수당의 주장대로 갈 수밖에 없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정 의원은 이 대표의 사법연수원 18기 동기로 알려졌다. 40년 가까이 알고 지낸 만큼 ‘원조 친명’이자 ‘친명계 좌장’으로 통한다.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7인회’ 핵심 멤버기도 하다. 친명 후발주자인 추 당선인도 국회의장 도전에 대해 “주저하지 않겠다”며 “국회의장도 물론 좌파도 우파도 아니다. 그렇다고 중립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지 않고 유보된 언론개혁, 검찰개혁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히면서 강성 지지자의 호응을 유도했다. 민주당 조 전 사무총장도 “여야 합의가 될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 없다”며 “국회의장이 되면 긴급 현안에 대해서는 의장 직권으로 본회의를 열어 처리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과반석을 차지한 만큼 당내 경쟁도 치열해진 양상을 띠고 있다. 국회의장 경선에 당원투표를 반영하자는 주장까지 나온 것으로 전해진다. 강성 지지층의 힘이 크게 작용하는 만큼 후보들은 당심을 겨냥하기 위해 명심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 당의 주요 인사들이 ‘이재명과의 호흡’을 강조하고 나선 만큼 이 대표의 의중인 ‘명심’은 당을 좌지우지하는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를 앞세운 메시지가 앞다퉈 나오면서 입법 독주에 대한 우려 섞인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국민의힘은 “너도나도 ‘명심팔이’를 하며 이 대표에 대한 충성심 경쟁을 하니 국회의장은커녕, 기본적인 공직자의 자질마저 의심스러울 정도”라며 “협치라는 말을 머릿속에서 아예 지워버려야 한다는 망언을 빙자한 민주당의 속내가 흘러나오는 가운데 상임위를 독식하겠다는 위헌적 발상도 서서히 수면 위로 드러나고 있다”고 비판했다. 솔솔 올라오는 ‘대표 연임설’ 대세는 ‘명심’…친문계 주목 총선 승리 이후 일부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협치는 없다”는 기류가 흐르자 이를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당내 주요직이 속속들이 친명으로 배치되는 가운데 친문에게 더 이상 핵심적인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이 대표의 연임설까지 불거지면서 ‘이재명호’ 민주당은 한층 견고해질 전망이다. 이 대표 임기는 오는 8월28일까지다. 이제까지 민주당서 당 대표가 연임한 역사는 없지만 당헌·당규상 이를 금지한 조항도 없다. 이 대표가 마음만 먹는다면 몇 번이고 당 대표를 연임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20대 대선 패배 직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와 전당대회에 연이어 출마하면서 이전과는 다른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총선 승리 직후부터 친명 의원 중심으로 “민주당에 압승을 가져다준 이 대표가 한번 더 당 대표를 맡아야 한다”는 여론이 일면서 친·비명 간의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정성호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국회가 본연의 역할을 하고 민주당이 윤석열정권의 무능과 폭주하는 이 상황을 막아야 된다는 측면서 당 대표가 강한 리더십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며 “그런 면에서 연임할 필요성도 있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총선이 끝나고 이 대표를 만나 “강한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전달했다고도 덧붙였다. 해남·진도·완도에 승기를 꽂은 박지원 당선인 역시 “만약 이 대표가 계속 대표를 한다고 하면 당연히 해야 한다. 연임해야 맞다”며 “이번 총선을 통해 국민이 이 대표를 신임했다”고 전폭적으로 힘을 실어줬다. 반면 친문계 핵심으로 꼽히는 윤건영 의원은 이 대표 연임에 대해 “전당대회가 넉 달이나 남은 상황서 민주당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이슈”라며 “지금은 총선서 나타난 민의를 충실하게 수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우려를 표했다. 이어 “당의 리더십에 관한 것은 시간을 두고 차분하게 풀어가야 할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여의도 정가에 밝은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친명 체제를 두고 외부서 걱정하는 모양이지만 정작 당내에서는 후폭풍이 불 수 없는 상황”이라며 “비명 의원끼리 바람을 일으키려고 해도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폭풍 전야 잔잔한 미풍 일제히 이 대표의 의중만 바라보는 민주당은 친명과 찐명 그리고 ‘신명(새로운 친명)’만 존재하게 된다. 이런 상황서 “당의 민주주의가 제대로 실현되겠냐”는 비판이 물밑으로 조용히 들려온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애초에 이 대표의 목적은 자신만의 민주당을 만드는 거였고 이번 총선을 통해 결국 이뤄냈다”며 “친명 민주당이라는 날카로운 검을 어떻게 사용할지 결국 이 대표의 손에 달려 있다. 이 대표는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자신의 영향력 밑에 당을 두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속 타는 조국혁신당 교섭단체 구성에 난항을 겪는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의 거리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앞서 조국당 조국 대표는 여러 차례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범야권 연석회의’를 제안했지만 이 대표는 만찬 회동으로 갈무리하는 데 그쳤다. 민주당 내에서는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니다”라며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이 대표와 어깨를 나란히 하려는 조 대표가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하지만 캐스팅보트 역할을 쥔 것 또한 조국당인 만큼 22대 국회 개원 이후 민주당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