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글와글 NET세상> 미인무죄 추녀유죄

  • 박민우 기자 pmw@ilyosisa.co.kr
  • 등록 2019.07.22 09:57:17
  • 호수 1228호
  • 댓글 0개

예쁘면 모든 게 용서?

[일요시사 취재1팀] 박민우 기자 =인터넷서 이슈가 되고 있는 사안을 짚어봅니다. 최근 세간의 화제 중에서도 네티즌들이 ‘와글와글’하는 흥미로운 얘깃거리를 꺼냅니다. 이번 주는 미인무죄 추녀유죄에 대한 설왕설래입니다.
 

16년 전 온라인서 화제를 모았던 ‘강도 얼짱’ 사건. 최근 다시 온라인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주인공은 이모씨. 얼마 전 한 방송서 그녀의 사건을 다루면서 재소환됐다.

남친 때문에?

2003년 1월 당시 21세였던 이씨는 남자친구 김씨와 함께 포항서 20대 여성 김모씨를 카풀 승강장서 차에 태워주는 것처럼 속인 뒤 칼로 위협해 금품과 카드를 빼앗았다. 이어 20대 여성 강모씨를 상대로 금품을 빼앗아 특수강도 혐의로 지명수배됐다. 이 과정서 차량 1대와 차량 번호판 3개 등을 훔쳐 범행에 사용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현상금만 5000만원. 경찰의 추적을 받자 강원도 속초로 도망친 이들은 원룸을 월세로 얻어 장기 도피에 들어갔다. 이도 잠시. 경찰은 이씨가 어머니와 연락을 주고받는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어머니를 미행해 수배 1년 만인 2004년 2월 이씨와 김씨를 강원도 속초 낙산사 앞 바닷가서 체포했다.

검거 당시 이씨는 순순히 잡혔지만, 김씨는 회칼을 휘두르며 거세게 저항했다고 한다. 


16년 전 화제 모았던 ‘강도 얼짱’
한 방송서 사건 다루면서 재소환

단순한 이 사건이 화제가 된 것은 한 네티즌이 공개 수배전단에 나온 이씨의 얼굴을 카메라로 찍어서 인터넷에 올렸기 때문이다. 수배전단엔 ‘키 165cm 미인형’이라고 기재됐고, 네티즌들은 “예쁘다” “미인”이라며 얼짱 신드롬이 유행한 사회 분위기에 따라 강도 얼짱이란 별명을 붙여줬다.

심지어 포털사이트에 팬카페까지 만들어졌고, 순식간에 회원은 6만여명으로 불어났다. 카페 글들은 대부분 이씨의 외모를 칭찬하는 내용. 이씨의 범죄를 미화하는 글이 이어졌고, 특히 이씨가 검거되자 구명운동까지 일었다.

이씨는 하루아침에 벼락스타(?)가 됐지만, 비난이 거세지자 결국 카페는 폐쇄됐다. 이씨는 징역 2년5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고, 함께 붙잡힌 남자친구는 징역 4년을 선고받고 복역했다.

그렇다면 이 소식을 접한 지금의 네티즌들 생각은 어떨까. 다양한 의견은 다음과 같다.

‘한심하다 못해 숨이 턱턱 막힌다’<ckwm****> ‘유난히 사람의 얼굴 평가가 심한 나라… 키가 크네 작네, 얼굴이 좁네 넓네, 다리가 기네 짧네… 부끄러운 줄 알자’<chan****> ‘그 당시 범인이 예쁘다는 이유로 처벌하지 말자는 일부 여론까지 나옴. 어이가 없다’<madu****>

포털에 팬카페까지 개설
범죄 미화…구명운동도


‘팬덤문화가 나라를 말아먹을라’<phu8****> ‘뭐 이걸 가지고 그래? 김정은 환영위원회도 있는데…’<nook****> ‘얼마나 외모에 미쳐 있는지 단적으로 알 수 있었던 사건. 내면은 썩었는데 외모만 예쁘고 잘생기면 뭐하냐고?’<sirs****> ‘하다하다 범죄자도 외모 받쳐주면 사랑받나? 극단적인 외모지상주의에 소름 끼친다’<jhma****>

‘예쁘면 무죄?’<hn59****> ‘예쁘면 죄도 용서되는 외모지상주의… 생각 참 없다’<foxt****> ‘미인무죄 추녀유죄?’<hear****> ‘예쁘면 감형해주나? 용서해주고 덮어주고?’<trin****> ‘역시 얼굴이 예쁘면 화제가 되는구나’<okma****> ‘도둑들의 전지현 실제판인가?’<lemo****>

‘나 초등학생 때 일이었는데 저 여자 팬들이 그랬지. 당신은 죄가 없다고…’<alsg****> ‘외모 평가 욕하지만 그래도 안 바뀐다. 더 심해지면 심해지지 절대 안 바뀐다. 외모보다 인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하고, 그게 백번 옳은 말이지만 그래도 안 바뀐다’<bob0****>

‘사람들이 얼짱이란 수식어에 빠져있을 때… 진짜 정신 나갔지, 무슨 얼짱 강도?’<bang****> ‘신창원도 팬 있지 않았나?’<jof3****> ‘예전에 KAL기 폭파됐을 때 김현희(마유미) 팬들도 등장했다. 외모가 자기 스타일이라며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살려달라는 남성들의 청원이 정부며 국정원에 수도 없이 접수됐다’<forz****>

외모 찬양

‘예쁘긴 예쁘네∼ 지금은 무얼 하고 있을까?’<go23****> ‘지금은 잘 살고 있을 듯’<wong****> ‘어디선가 잘 살고 있을 텐데… 곤란하겠다’<viol****> 
 

<pmw@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강도 얼짱’ 이씨의 반응은?

강도 이모씨는 ‘강도 얼짱’이란 자신의 별명과 팬카페에 대해 어떻게 생각했을까. 

경찰에 검거된 이씨는 당시 ‘강도 얼짱을 아느냐. 팬카페를 아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알고 있다. 참 어이가 없다. 기가 막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선 “인터넷에 카페가 생기고 난 뒤 사람들이 알아볼까 봐 불안했다. 쫓겨 다니는 동안 바깥출입은 거의 못했다. 혹시라도 외출할 경우엔 안경과 모자를 항상 쓰고 다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