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답답하거나 말거나' 망설이는 안철수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11 09: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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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사정하거나 국민이 억지로 등 떠밀 때까지?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제18대 대선이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출마도 불출마도 선언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정상적인 태도"라는 비판이다. 자신의 정책과 정치적 신념들을 소상히 밝혀 국민들에게 검증할 시간을 줘야만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무려 4년 가까이 이어져온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리며 야권의 대항마로 떠오른 안철수, 그는 지금 무엇을 재고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전까진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지난 2007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BBK의혹 등으로 큰 곤혹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민주당 후보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표 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대선투표 전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당선자를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역대 가장 싱거운 대선이었다. 민주당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대권을 허무하게 내줬다.

'안풍' 매스컴의 힘?
준비된 신드롬?

이대로 박근혜 대세론이 계속된다면 2012년 대선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했던 게 지난 몇 개월 전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 원장이 정치권에 혜성처럼 나타나면서 대권판도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그는 대권후보로 거론되자마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의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정치권에 수십년씩 몸 담아온 정치9단들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었다.


안 원장은 지난해 9월2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안 원장은 이에 대해 "정말로 자격 없는 이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장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선거 출마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불과 사흘 뒤 50%가 넘는 지지율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 원장은 당시 5% 가량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던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과 5%의 지지율을 보였던 박 후보는 안 원장의 지지와 민주통합당의 지원(?)으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해 서울시장선거에서 당당히 승리하는 쾌거를 거뒀다. 비록 민주통합당과의 경선을 거치긴 했지만 무소속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전 세계 정치사에도 정당 출신이 아닌 무소속 후보가 서울시장과 같은 중요한 자리에 당선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안철수라는 한 개인에게 수십 년의 역사와 수십만의 조직을 자랑하는 정당정치가 무릎을 꿇은 굴욕적이고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출마선언 지연은 정치적 전략? 누가 정치신인에게 코치하나
당사자는 말이 없는데 언론만 호들갑? "준비되면 입장 밝힐까"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안철수 신드롬은 순식간에 대선정국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것은 역시 대선출마를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예상이었다.

안철수 열풍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 쏟아져 나왔다. 안 원장은 이미 V3, 안철수연구소 등을 통해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그가 이같은 정치적 파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가 지금과 같은 정치적 거물로 급성장하게 된 것은 역시 방송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2009년 6월 17일 MBC TV <무릎팍도사> 안철수편은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안 원장을 너무 미화시켰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했던 안 원장의 삶의 궤적들은 국민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안 원장 본인도 "TV에 한번 출연했더니 그 효과가 엄청났다"면서 스스로도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또 일반 국민들이 안 원장에 열광한 이유 중 하나는 안 원장이 탈(脫)이념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지겹도록 이어져온 이념투쟁에 질려있었고, 이념이나 민심을 자신의 권력투쟁에 이용하는 기성정치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안 원장의 탈이념적 행보는 국민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고, 기성정치권에 대한 환멸은 안철수 신드롬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신드롬이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은 지난 2011년 중순부터 최측근으로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과 함께 전국을 누비는 '청춘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때부터 사실상 정치적 행보를 펼쳐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철수 한계론
깨끗한 것도 죄?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드롬을 경계하면서도 "정치적, 제도적 기반이 없는 대중적 인기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오래 전 "안철수 바람은 거품"이라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벼락인기를 등에 업고 하는 정치는 금방 밑천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원장의 대선출마 선언이 자꾸 늦춰지자 지지율은 서서히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한 유권자는 "안 원장이 청춘콘서트 등에서 했다는 말을 들어보면 그냥 듣기 좋은 말만 나열해 놓은 것이어서 정치적 철학 등을 알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안 원장을 지지하지만 이제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무엇을 보고 표를 달라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한 측근은 "안 원장 본인은 아무런 의사도 밝히지 않았는데 자꾸 언론에서 '오늘 출마 선언 한다, 내일 한다'는 등의 추측기사를 내보내니까 국민들이 피로감과 실망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우리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 역시 "아직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정식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안 원장의 출마 선언이 딱히 늦었다고 볼 순 없다. 본인이 준비가 되면 입장을 밝힐 텐데 주위에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 앞으로 대선이 5개월이나 남았는데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시간이면 사돈네 팔촌까지 조사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일례로 박원순 서울시장도 선거 한 달 전에 출마했지만 아들의 병역비리 등 매우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세론' 일거에 집어삼킨 '안풍'. 허풍인가 태풍인가
연고도 없이 나타나 야권판세 좌우 '구세주인가 훼방꾼인가'

또 안 원장의 불출마설에 대해서는 "현재 총선 후 여론조사 결과 박 전 대표가 다시 독주체제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최근 문재인 고문이 야권에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박 전 위원장과는 격차가 있다. 안 원장이 이제 와서 불출마를 선언을 해버리고 발을 뺀다면 야권 전체 대선 레이스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그동안 안철수의 입만 바라보며 기다려 왔던 국민들에게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평소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안 원장의 성격으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한계론'도 분명히 존재한다. 안 원장은 청춘콘서트 부산대 강연을 통해 "변화의 열망이 나한테 온 것뿐이지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원장 스스로도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면 '안풍'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기성정치를 변화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안 원장이 대선출마를 공식화 한다면 결국 민주통합당 등 야권과 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기성정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는 것에 불과하다. 안 원장을 향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안철수도 어쩔 수가 없다'는 실망감으로 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안 원장에 대해 "안 원장의 경우는 정치인으로서 지나치게 이미지가 깨끗하다. 이게 매우 큰 강점이지만 반면 후보검증 과정에서 아주 작은 흠만 있어도 지지율이 크게 폭락할 위험도 있다"며 "일례로 한 언론이 안 원장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다는 보도를 해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었는데 다른 후보들 같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사항임에도 안 원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단순히 개인적 고민으로 출마선언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 원장이 사실은 매우 영리한 정치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권출마를 망설이는 안 원장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매우 답답해하고 있지만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 담겨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예상하는 시점에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정치적 임팩트가 약하고, 출마선언과 동시에 시작될 여야의 공격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비정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저지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기존 정치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정치적 감각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 현장을 찾은 것이나 MBC 파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보수와 진보 모두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영리한 판단이었다는 평가다. 이는 사안에 따라서는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안 원장의 지론을 행동으로 보여준 결과였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는 분석이다. 그 시점 또한 자신이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진다고 느껴질 때마다 적절하게 정치적 이슈에 대한 발언을 내놓았다.

영리한 정치행보
불출마 가능성 낮아

게다가 지난해 11월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 가량(1500억 상당)을 사회에 환원한 통 큰 기부는 정치권을 일순 충격에 빠트렸다. 그 흔한 기자회견조차 없이 이뤄진 기부였지만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다음 날 주요 일간지의 1면은 모두 안 원장이 장식했다.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일"이라며 대권행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이번 기부를 통해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혔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한 정치평론가는 "태풍은 바다가 차가워지면 소멸해 버리지만 뜨거운 바다에서 수증기가 유입되면 막강한 슈퍼태풍으로 자란다. 안풍 역시 민심이라는 바다가 차갑게 식어버리느냐, 뜨겁게 달아오르느냐에 따라 소멸해버릴 수도 대선정국을 집어삼킬 태풍으로 변할 수도 있다"며 "안철수 신드롬의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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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