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답답하거나 말거나' 망설이는 안철수 노림수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11 09:2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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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이 사정하거나 국민이 억지로 등 떠밀 때까지?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제18대 대선이 불과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는 점점 커져가고 있다. "유력한 대권주자로서 출마도 불출마도 선언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것은 무책임하고 비정상적인 태도"라는 비판이다. 자신의 정책과 정치적 신념들을 소상히 밝혀 국민들에게 검증할 시간을 줘야만 한다는 지적도 뒤따른다. 무려 4년 가까이 이어져온 박근혜 대세론을 단숨에 무너뜨리며 야권의 대항마로 떠오른 안철수, 그는 지금 무엇을 재고 무엇을 기다리는 것일까?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유력 대권주자로 거론되기 전까진 민주통합당 내에서는 지난 2007년의 악몽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난 2007년 제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는 BBK의혹 등으로 큰 곤혹을 치렀음에도 불구하고 정동영 민주당 후보를 더블스코어에 가까운 표 차이로 따돌리며 당선됐다. 대선투표 전 여론조사 결과만 봐도 당선자를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정도로 역대 가장 싱거운 대선이었다. 민주당은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대권을 허무하게 내줬다.

'안풍' 매스컴의 힘?
준비된 신드롬?

이대로 박근혜 대세론이 계속된다면 2012년 대선도 다르지 않을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했던 게 지난 몇 개월 전의 상황이었다. 그러나 안 원장이 정치권에 혜성처럼 나타나면서 대권판도는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정치의 '정'자도 모르는 그는 대권후보로 거론되자마자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의 여론조사 양자대결에서 승리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동안 정치권에 수십년씩 몸 담아온 정치9단들도 해내지 못했던 일이었다.


안 원장은 지난해 9월2일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고려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정치권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안 원장은 이에 대해 "정말로 자격 없는 이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시장일을 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 선거 출마를 고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었다.

그러나 불과 사흘 뒤 50%가 넘는 지지율로 가장 유력한 서울시장 후보였던 안 원장은 당시 5% 가량의 지지율을 보이고 있던 박원순 후보와 단일화를 이루며 박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불과 5%의 지지율을 보였던 박 후보는 안 원장의 지지와 민주통합당의 지원(?)으로 야권단일후보로 출마해 서울시장선거에서 당당히 승리하는 쾌거를 거뒀다. 비록 민주통합당과의 경선을 거치긴 했지만 무소속 후보가 서울시장에 당선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었다.

전 세계 정치사에도 정당 출신이 아닌 무소속 후보가 서울시장과 같은 중요한 자리에 당선된 예는 거의 찾아볼 수 없다. 안철수라는 한 개인에게 수십 년의 역사와 수십만의 조직을 자랑하는 정당정치가 무릎을 꿇은 굴욕적이고도 역사적인 순간이었다.

출마선언 지연은 정치적 전략? 누가 정치신인에게 코치하나
당사자는 말이 없는데 언론만 호들갑? "준비되면 입장 밝힐까"

서울시장 선거를 계기로 안철수 신드롬은 순식간에 대선정국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안 원장이 서울시장 출마를 포기한 것은 역시 대선출마를 위한 것이 아니겠냐는 예상이었다.

안철수 열풍에 대한 다양한 분석도 쏟아져 나왔다. 안 원장은 이미 V3, 안철수연구소 등을 통해 유명한 인물이었지만 그가 이같은 정치적 파괴력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그가 지금과 같은 정치적 거물로 급성장하게 된 것은 역시 방송의 힘이 컸다는 분석이다. 특히 지난 2009년 6월 17일 MBC TV <무릎팍도사> 안철수편은 그를 국민적 영웅으로 만들었다는 평가다. 일부에서는 안 원장을 너무 미화시켰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보다 과정을 중요시했던 안 원장의 삶의 궤적들은 국민들을 감동시키기에 충분했다. 안 원장 본인도 "TV에 한번 출연했더니 그 효과가 엄청났다"면서 스스로도 놀라워했다는 후문이다.


또 일반 국민들이 안 원장에 열광한 이유 중 하나는 안 원장이 탈(脫)이념적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우리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지겹도록 이어져온 이념투쟁에 질려있었고, 이념이나 민심을 자신의 권력투쟁에 이용하는 기성정치권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가운데 안 원장의 탈이념적 행보는 국민들에게 매우 신선하게 느껴졌고, 기성정치권에 대한 환멸은 안철수 신드롬의 원동력이 됐다는 분석이다.

안철수 신드롬이 갑작스러운 현상이 아니라는 분석도 있다. 안 원장은 지난 2011년 중순부터 최측근으로 알려진 '시골의사' 박경철과 함께 전국을 누비는 '청춘콘서트'를 진행했다. 이때부터 사실상 정치적 행보를 펼쳐온 것이라는 주장이다.

안철수 한계론
깨끗한 것도 죄?

정치권에서는 안철수 신드롬을 경계하면서도 "정치적, 제도적 기반이 없는 대중적 인기는 신기루에 불과하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기기도 했다. 홍준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오래 전 "안철수 바람은 거품"이라며 "아무런 준비도 없이 벼락인기를 등에 업고 하는 정치는 금방 밑천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안 원장의 대선출마 선언이 자꾸 늦춰지자 지지율은 서서히 곤두박질치기 시작했다.

한 유권자는 "안 원장이 청춘콘서트 등에서 했다는 말을 들어보면 그냥 듣기 좋은 말만 나열해 놓은 것이어서 정치적 철학 등을 알기 힘들었다. 개인적으로 안 원장을 지지하지만 이제 대선이 5개월여 앞으로 다가왔는데 무엇을 보고 표를 달라는 것인지 답답하다"고 말했다.

안 원장의 한 측근은 "안 원장 본인은 아무런 의사도 밝히지 않았는데 자꾸 언론에서 '오늘 출마 선언 한다, 내일 한다'는 등의 추측기사를 내보내니까 국민들이 피로감과 실망감을 느끼는 것 같다"며 "우리로서는 억울한 면이 있다"고 말했다.

정치전문가들 역시 "아직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도 정식으로 출마 선언을 하지 않았다. 안 원장의 출마 선언이 딱히 늦었다고 볼 순 없다. 본인이 준비가 되면 입장을 밝힐 텐데 주위에서 너무 호들갑을 떠는 것 같다. 앞으로 대선이 5개월이나 남았는데 대한민국에서 이 정도 시간이면 사돈네 팔촌까지 조사하고도 남을 것"이라며 "일례로 박원순 서울시장도 선거 한 달 전에 출마했지만 아들의 병역비리 등 매우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세론' 일거에 집어삼킨 '안풍'. 허풍인가 태풍인가
연고도 없이 나타나 야권판세 좌우 '구세주인가 훼방꾼인가'

또 안 원장의 불출마설에 대해서는 "현재 총선 후 여론조사 결과 박 전 대표가 다시 독주체제를 형성하는 모양새다. 최근 문재인 고문이 야권에서 떠오르고 있지만 여전히 박 전 위원장과는 격차가 있다. 안 원장이 이제 와서 불출마를 선언을 해버리고 발을 뺀다면 야권 전체 대선 레이스에 찬물을 끼얹는 격이다. 서울시장 선거 때처럼 누군가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도 그동안 안철수의 입만 바라보며 기다려 왔던 국민들에게 오히려 반감을 살 수 있다. 평소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싫어하는 안 원장의 성격으로 볼 때 어떤 식으로든 출마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안철수 한계론'도 분명히 존재한다. 안 원장은 청춘콘서트 부산대 강연을 통해 "변화의 열망이 나한테 온 것뿐이지 내가 잘나서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안 원장 스스로도 대중에게 실망감을 안겨준다면 '안풍'은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릴 수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는 것이다.

기성정치를 변화시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안 원장이 대선출마를 공식화 한다면 결국 민주통합당 등 야권과 연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은 기성정치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손을 잡는 것에 불과하다. 안 원장을 향한 기대감은 순식간에 '안철수도 어쩔 수가 없다'는 실망감으로 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안 원장에 대해 "안 원장의 경우는 정치인으로서 지나치게 이미지가 깨끗하다. 이게 매우 큰 강점이지만 반면 후보검증 과정에서 아주 작은 흠만 있어도 지지율이 크게 폭락할 위험도 있다"며 "일례로 한 언론이 안 원장이 룸살롱에서 술을 마셨다는 보도를 해 진위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었는데 다른 후보들 같으면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사항임에도 안 원장이기 때문에 문제가 됐다"고 말했다.


한편 단순히 개인적 고민으로 출마선언이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안 원장이 사실은 매우 영리한 정치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권출마를 망설이는 안 원장을 지켜보며 국민들은 매우 답답해하고 있지만 고도의 정치적 전략이 담겨 있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모두가 예상하는 시점에 출마를 선언하는 것은 정치적 임팩트가 약하고, 출마선언과 동시에 시작될 여야의 공격을 최대한 지연시키기 위한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정치전문가들은 "안 원장이 비정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어 대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저지를 것이라고 예상했는데 기존 정치인들과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정치적 감각에 깜짝 놀랄 때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총선을 앞두고 탈북자 북송 반대 집회 현장을 찾은 것이나 MBC 파업을 공개적으로 지지한 것은 보수와 진보 모두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매우 영리한 판단이었다는 평가다. 이는 사안에 따라서는 보수와 진보를 넘나드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는 안 원장의 지론을 행동으로 보여준 결과였기에 더욱 신뢰가 간다는 분석이다. 그 시점 또한 자신이 대중의 관심권에서 멀어진다고 느껴질 때마다 적절하게 정치적 이슈에 대한 발언을 내놓았다.

영리한 정치행보
불출마 가능성 낮아

게다가 지난해 11월14일 자신이 보유한 안철수연구소 주식의 절반 가량(1500억 상당)을 사회에 환원한 통 큰 기부는 정치권을 일순 충격에 빠트렸다. 그 흔한 기자회견조차 없이 이뤄진 기부였지만 효과는 그 이상이었다. 다음 날 주요 일간지의 1면은 모두 안 원장이 장식했다.

안 원장은 "오래전부터 준비해왔던 일"이라며 대권행보와는 전혀 관련이 없음을 강조했지만 이번 기부를 통해 대권주자 이미지를 굳혔다고 해석하는 전문가들이 많았다.


한 정치평론가는 "태풍은 바다가 차가워지면 소멸해 버리지만 뜨거운 바다에서 수증기가 유입되면 막강한 슈퍼태풍으로 자란다. 안풍 역시 민심이라는 바다가 차갑게 식어버리느냐, 뜨겁게 달아오르느냐에 따라 소멸해버릴 수도 대선정국을 집어삼킬 태풍으로 변할 수도 있다"며 "안철수 신드롬의 결과는 좀 더 지켜봐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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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