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7인 현미경 검증 ⑥배우자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13 11:3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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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아내는 직함 없는 정치인"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오는 12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 주자들이 치열한 대권 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치열한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일요시사>는 여(박근혜·김문수·정몽준)와 야(문재인·김두관·손학규) 6인과 비정치권 주자로 안철수 원장을 유력 대선주자로 선정해 검증하기로 했다. 앞서 출생과 정치입문·병역·정치권 지지기반을 살펴본데 이어 여섯 번째로 배우자를 살펴봤다.

어느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그의 부인인 힐러리 여사가 자가용을 몰고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던 도중 마침 기름이 떨어져 주유소에 들렀다. 그런데 그 주유소의 사장이 하필 대학시절 힐러리를 따라다니던 남자였다. 주유소를 빠져나오며 클린턴은 "당신이 그때 나를 선택하지 않고 저 사람을 선택했다면 당신은 지금쯤 이 주유소에 앉아서 기름이나 넣고 있었겠지?"라며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러자 힐러리는 "아니 저 사람이 미합중국의 대통령이 됐을거야"라고 답했다. 정치인에게 있어 배우자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재미있고도 의미심장한 일화다.

올해 환갑 맞이한 박근혜
"미혼이지만 괜찮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은 1952년생으로 올해 환갑을 맞이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은 아직까지 미혼이다. 박 전 위원장이 결혼을 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는 박정희 정권에서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하느라 결혼시기를 놓쳤다는 설, 독신주의자라는 설, 박정희를 두려워 한 남자들이 아무도 박 전 위원장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는 설 등 수많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다. 심지어 세간에는 박 전 위원장이 결혼은 하지 않았지만 남자친구가 있다는 루머까지 나돌고 있을 정도다.

미모와 재력, 권력까지 갖춘 여성이 특별한 이유도 없이 결혼을 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은 호사가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심지어 박 전 위원장은 단지 미혼이라는 이유로 지금까지 수많은 인신공격에 시달려야 했다. "결혼도 안한 여자가 육아가 얼마나 힘든지 아느냐?" "결혼도 안한 여자가 대통령이 되어 국민들을 보살필 수 있겠느냐?" 등의 원초적인 공격이었다. 아직 보수적인 성향이 강한 우리나라에서 미혼의 여성 대통령 후보는 분명한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 전 위원장의 한 측근은 "박 전 위원장은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북한의 테러로 어머님을 잃고, 어머님 대신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하던 도중 아버님마저 잃은 분이다. 비극으로 점철된 가족사를 안고 장녀로서 동생들까지 보살펴야 했던 박 전 위원장이 마음 편히 결혼을 할 수 있었겠느냐"며 "오히려 박 전 위원장은 영국의 엘리자베스 여왕과 같이 조국과의 결혼을 선택한 분이다"고 말했다.

정몽준의 아내 김영명
박식·미모 겸비한 '엄친딸'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의 배우자 김영명(56)씨는 김동조 전 외무부장관의 막내딸이자 대재벌 현대가의 며느리다. 직업외교관의 딸로 화려한 해외생활을 했고 한국의 대표부자이자 유력 정치인의 아내로서 남부러울 것 없는 삶을 살고 있다. 2남2녀를 낳은 다복한 가정의 어머니이기도 하다. 훤칠한 키에 호감 가는 미인형 얼굴, 그녀를 보면서 세상은 결코 공평하지 않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게다가 '김영명이 없다면 오늘의 정몽준도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 의원의 아내 김영명씨는 그동안 최고경영자의 아내, 정치인의 아내, 월드컵조직위원장의 아내로서 '특별한 내조'를 해왔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가 주일대사로 부임하면서 함께 일본으로 건너간 김씨는 그후 김  전 장관이 주미대사로 발령받으며 대부분의 학창생활을 미국에서 보냈다. 이런 경험으로 일어와 영어에 능숙한 김씨는 미 웨슬리대에서 국제정치학을 전공해 식견이 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고(故) 정주영 회장이 88올림픽 유치활동을 벌일 때 수행을 하기도 했는데, 능숙한 외국어 실력과 상대를 사로잡는 화술로 우리나라가 올림픽을 유치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게 당시 취재기자들의 후일담이다.

그의 진가는 월드컵 유치 활동을 벌일 때도 빛을 발했다. FIFA 집행위원 아내들에게 일일이 편지를 보내 그들로 하여금 남편들의 마음을 돌리게 하고, 행사장에서는 잔잔한 미소와 화술로 사람들을 사로잡아 '미스 스마일 월드컵'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978년 정 의원의 넷째 형수와 친분관계가 있었던 언니의 소개로 남편을 만났다. 둘은 2년 사귄 뒤 결혼했다. 정 의원과 5살 차이가 나서 처음엔 대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정 의원은 말수가 적고 특히 여성들과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겉으로 보기엔 무뚝뚝해 보이지만 정이 많고 착한 마음씨가 좋아 결혼을 결심했다.정 의원은 지난 1988년 울산에서 처음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 후 내리 7선에 성공했다.

김씨는 "시간이 지날수록 정치인의 아내로 산다는 것이 힘들다는 것을 절감한다. 공인으로서 희생해야 할 것도 너무 많지만 남편이 하는 일이기에 무조건 지지한다"라고 말한다.

김문수 아내 설난영
남편 못잖은 열혈 운동권 출신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부인 설난영(59)씨는 김 지사의 '제1야당'이라고 불린다.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 출마에 대해 가장 강력하게 반대한 사람이 바로 설씨였다. 하지만 김 지사의 꾸준한 설득 끝에 설씨는 결국 체념하기에 이르렀다.

설씨는 남편 김 지사 못지않았던 열혈 운동권 출신이다. 70년대 구로공단의 전자제품 부품공장에서 노동자로 생활했다. 설씨는 1978년 노조위원장이 됐고 이후 다채로운 노동·인권운동으로 16년을 한결같이 '운동권'으로 지냈다. 그러다 김 지사가 신한국당 부천 소사지구당을 맡은 1994년부터 17년 넘는 세월을 '전향 보수 김문수'의 내조자로 살아왔다.

만약 김 지사가 지금의 온갖 고비를 넘기고 꿈을 이룬다면, 대한민국은 최초로 노조위원장 출신 퍼스트레이디를 갖게 된다.

1953년 전남 고흥에서 출생한 설씨는 교사였던 아버지를 따라 네살 때 순천으로 이사해 거기서 여고를 졸업했다. 졸업하던 해 대학에 낙방, 서울로 올라와 재수생활을 하다 1977년 여름, 구로공단의 세진전자에 입사해 우연히 노조위원장이 됐다.

그때 남편(당시 김문수는 민청학련사건으로 서울대 경영학과에서 제적당하고 한일도루코에서 노조활동을 했다)을 만났다. 나이는 설씨보다 두 살 많았지만 어려 보여서 한 번도 남자라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알게 된 지 7개월 후쯤, 김 지사는 다방에서 "갈 데 없으면 나한테 오라"며 청혼을 했다. 하지만 설씨는 "난 결혼 생각 없다. 김문수씨는 똑똑하고 좋은 사람이니 다른 사람 더 생각해보라"고 정중히 거절했다.

김 지사는 청혼을 거절당한 후 40일 만에 나타났다. 설씨는 수척해진 김 지사를 보며 모성본능이 생겼다. 두 사람은 그 다음 해 결혼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문재인 아내 김정숙
'귀요미' 내조로 남편의 인기 '견인'

경상도 남자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무뚝뚝하고 유머가 없다는 평가가 많다. 이러한 문 고문의 단점을 커버해 주는 사람이 바로 부인 김정숙(57)씨다. 별명이 '귀요미'인 그는 활발하고 적극적인 성격의 소유자며, 애교가 많다고 알려져 있다.

문 고문은 박정희 정권의 서슬이 시퍼런 시절, 학생운동의 선두에 서서 반독재 투쟁을 벌였다. 평생 동반자인 부인 김씨를 이때 만났다. 시위에서 최루탄을 맞고 기절한 그를 지금의 아내가 물로 적셔 깨우면서 두 사람의 인연은 시작됐다. 당시 김씨는 성악을 전공하는 같은 학교 2년 후배였다.

당시 그들의 연애는 평탄하지만은 않았다. 면회가 곧 데이트였다. 김씨는 문 고문을 만나기 위해 감옥으로, 군대로, 사법시험 공부를 할 때는 전남 해남 대흥사로 찾아갔다. 그들은 7년 열애 끝에 지난 1981년 결혼했다. 

 고문이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있을 때에는 본인이 동창회에 안나가는 것은 물론, 아내에게도 동창회는 물론 모든 모임에 나가지 말라고 했다. 조선시대 양반가 규수들의 삶처럼 무척 지루하고 답답했을 법도 하지만 김씨는 문 고문의 뜻을 묵묵히 따랐다.

김씨는 문 고문을 칭찬만 하지는 않는다. 모든 부부가 겪는 돈 문제도 솔직히 털어놨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생활비를 마련하느라 너무 힘들었다"고 털어놓은 김씨는 "아파트 청약적금을 넣은 것을 알게 된 남편이 이미 아파트가 있는데 왜 주택청약을 들었냐며 눈을 부릅뜨면서 야단을 쳤다"고 했다. 

하지만 김씨가 폭로하는 내용들은 문 고문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하기보다는 오히려 대중에게 '서민 문재인'이라는 친근한 이미지를 심어 주는 데 일조하고 있다.

김두관 아내 채정자
'희생과 절제' 전형적인 한국의 어머니

김두관 경남도지사와 부인 채정자(51)씨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김 지사와 연애를 했다. 채씨는 고교 1학년 때 사촌의 소개로 당시 고교 3학년생이던 김 지사를 만났다. 김 지사는 채씨를 중학교 때부터 눈여겨봤다고 한다. 두 사람의 관계는 결혼을 전제로 한 사귐이었다기보다는 여동생이 없었던 김 지사와 오빠가 없었던 채씨가 자연스럽게 오빠 동생으로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군대에 입대하기 전에도 김 지사는 만날 친구들을 다 만나고 난 후 입대 바로 전날에야 군대에 간다며 채씨에게 작별인사를 하러 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은 연애 10년만에 결혼에 골인했다. 음력 1월3일인 결혼 날짜도 김 지사가 일방적으로 정했다. 설 연휴 고향 분들이 다 모여 있을 때 결혼식을 올려 번거롭지 않게 하자는 이유에서였다.

채씨는 결혼 직후 시어머니뿐만 아니라 시할머니까지 모시고 살았다. 게다가 부산으로 이사 가게 된 둘째 형님의 아이들까지 맡아 키우게 됐다. 이제 막 돌이 지난 아이와 다섯 살 정도 된 아이였다. 유치원에 진학하게 될 때쯤에야 부산으로 보내게 되어 지금까지도 작은 엄마인 채씨를 친엄마보다 더 좋아하는 것 같다고 한다.

김 지사가 1995년 남해군수가 되기 전까진 경제적인 어려움도 많았다. 김 지사는 결혼 직후인 1988년 남해에서 국회의원 선거에 처음 출마했는데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김 지사는 당시 민정당 일색인 그 지역에서 "지역 견제세력이 없으면 안 된다"며 지역의 견제세력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야당 후보로 출마했다고 한다. 이때 채 여사는 출산한 직후였는데, 몸을 푼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하루에 한 개의 면을 돌 정도로 열심히 선거운동을 했다고 한다.

채씨는 양품점, 식당 등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억척스럽게 살림을 꾸려갔다. 김 지사가 낙선을 거듭했을 때도 채씨는 "실패한 게 아니다. 작은 인생 공부를 했고, 부족한 부분을 채워 더 준비를 잘하라는 뜻으로 알고 감사해 하자"며 김 지사를 위로했다.

채씨는 희생과 절제로 지금까지 김 지사를 묵묵히 지원해왔다. 2010년 경남도지사선거 때는 수술을 받아야 할 정도로 몸상태가 좋지 않았지만 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고 선거운동에 전념한 뒤 취임식이 끝나고 나서야 입원 수속을 밟았다.

손학규 아내 이윤영
앞에 나서지 않는 '우렁각시형 내조'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부인인 이윤영(66)씨는 '우렁각시형 내조'로 유명하다. 꼭 나서야 할 때가 아니면 좀체 사람들 앞에 나서지 않아 붙여진 별명이다.

손 고문과 아내 이씨의 인연은 서대문구치소에서 시작했다. 1968년 손 고문이 대학 4학년 때 불온서적을 소지한 혐의로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된 적이 있다. 이씨도 이화여대 독서회 회원으로 신영복 성공회대 교수, 한명숙 전 총리 등과 독서모임을 하다 체포돼 있었다. 한 달 뒤 서울대 문리대 교정에서 우연히 만난 게 연애로 발전했다.

그들은 7년간의 연애 끝에 1974년 결혼식을 올리며 사랑의 결실을 맺었다. 연애기간에도 손 고문의 민주화운동은 계속됐기 때문에 그들이 보낸 7년간의 연애과정은 평범한 연인들과 사뭇 달랐다. 손 고문이 군대·피신·감옥생활을 하느라 부인 이씨와는 '면회'가 아니면 얼굴을 보기가 힘들었다.

이화여대 약대를 졸업한 이씨는 약국을 운영하며 가정을 책임졌다. 이씨의 약국 앞에는 늘 잠복 형사들이 진을 치고 있었다. 때문에 도둑 걱정이 없었다며 지금은 농담처럼 말하지만 이씨는 손 고문 때문에 시도 때도 없이 경찰에 끌려가 취조를 당하는 일이 많았다.

한번은 아기를 안고 취조실로 끌려갔는데 아기가 설사를 앓고 있어 이를 보다 못한 여직원들이 아기를 씻어주었다고 한다. 이런 광경을 지켜보던 젊은 수사관은 '이념이 뭔지…'라는 말을 하며, 아기 용품을 잔뜩 사다 줬다고 한다. 이씨는 그런 고초를 겪으면서도 싫은 내색 없이 손 고문의 뒷바라지를 했다.

경기도지사, 보건복지부 장관, 제1야당 대표를 지낸 손 고문은 아직도 전셋집에서 산다. 그래도 이씨는 손 고문과의 결혼생활이 행복하다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씨는 남편 손 고문에 대해 "경기중·고에서 밴드부와 연극부 활동을 할 만큼 낭만적이고, 감옥을 드나들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았던 유쾌한 사람"이라며 "풍족하진 않아도 남편이 소신대로 열심히 즐겁게 사는 모습을 보면 족하다"고 말했다.

안철수 아내 김미경
"남편 뭐하는지 인터넷으로 검색"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야권의 가장 강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면서 자연스럽게 그의 부인인 김미경(49)씨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나와서 의사 안하겠다는 남편을 참아준 여자는 얼마나 '대인'일까? 알고 보니 부인 김씨의 이력도 만만치 않다.

두 사람은 서울대 의대 동창이다. 김씨는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성균관대와 삼성서울병원에서 15년간 병리학 교수이자 전문의로 일했다. 그런데 마흔 살이 되던 해 의사가운을 벗어 던지고 미국 유학을 결심했다. 2002년 워싱턴주립대 법대에 입학해 캘리포니아주와 뉴욕주 변호사 자격을 땄다. 2008년 귀국 후 지금은 서울대 의대에서 연구윤리 등을 강의하고 있다. 부부는 닮는다고 하더니 남편 못지않은 대단한 스펙이다. 이렇듯 화려한 스펙에도 지금은 안철수의 아내로 더 유명하다.

두 사람은 서울대 재학시절 진료봉사서클에서 만났다. 김씨는 1년 선배인 안 원장이 자신의 공부를 많이 도와줬다고 회상했다. 전에는 기숙사에서 공부하던 사람이 언제부턴가 도서관 김씨 옆자리에 앉아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만남은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결혼 후 김씨 역시 안 원장을 물심양면으로 내조했다. 1995년 안 원장이 회사를 차린 뒤 직원 월급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사정이 안 좋아지자 자신의 의사 봉급을 건네기도 했다. 1997년 안 원장이 과로로 쓰러져 입원했을 때도, 2005년 잘나가던 회사 CEO를 그만두고 유학길에 올랐을 때도 불평 한마디 하지 않았다.

김씨는 남편 안 원장에 대해 "요즘에는 나도 신문 보고 안 원장이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경우가 많다. 워낙 바빠서 만나기도 힘들다. 남편이 어디 가 있는지 모르면 인터넷을 검색한다"고 말할 정도다.
기득권에 안주하지 않고 늘 새로운 것에 도전하는 두 사람은 무척 닮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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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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