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 경기지사 대권행보 지탄 받는 내막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09 10:3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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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민 혈세로 대권행보를?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대권행보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010년 3월21일 김 지사는 당시 한나라당 공천 신청을 불과 하루 앞두고 민선5기 경기도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밝혔다. 그가 이토록 망설인 이유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대선출마를 결심한 김 지사가 경기지사직 출마에 대한 양심의 가책을 느꼈기 때문"이라는 루머가 나돌았다. 김 지사는 "차기대선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었지만 대선출마설은 선거기간 내내 꼬리표처럼 그를 따라다녔다. 반복된 질문에 지친 김 지사는 "대선은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무슨 소릴 하는지 모르겠다"며 기자들에게 짜증 섞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요즘 보여주고 있는 대권행보는 경기도민은 물론 국민들까지 기만한 처사라는 지탄을 받고 있다. 그 내막을 들여다봤다. 

김문수 경기도지사가 지난 4월22일 공식적으로 대권도전을 선언했다. 지난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대선은 생각하지도 않고 있다. 경기지사직에만 충실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그가 불과 2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입장을 바꾼 것이다.

김 지사는 출마선언문에서 '국민들의 명령' '시대적 요구'라는 다소 추상적인 단어로 출마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사실상 마땅한 명분을 찾지 못한 것이 아니냐"고 평가 절하했다. 또 "한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하고 있는 김 지사가 국민들의 명령, 시대적 요구를 들먹이는 자체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자릿수 지지율인데
'국민의 명령?'

지난 경기도지사선거에서 김 지사는 227만여 표(52.20%)를, 유시민 당시 후보는 207만여 표(47.79%)를 얻었다. 두 사람의 표차는 19만여 표였으며 득표율 차는 4.41%에 불과했다.

또 선거과정에서 18만3000표에 달하는 무효표가 발생해 재투표 논란까지 벌어졌던 치열한 선거였다. 이러한 선거에서 만약 김 지사가 대권도전 의사를 분명히 밝혔다면 결과는 반드시 달라졌을 것이라는데 이견을 갖는 사람은 별로 없다. 김 지사의 대권 출마를 놓고 "거짓말로 도지사직에 올랐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게다가 대선출마와 동시에 적당한 시점에 지사직에서 물러날 계획이라고 밝혔던 김 지사가  도지사직 사퇴 입장을 번복하면서 김 지사를 향한 비판은 점점 더 거세져 가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4월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후 지금까지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권행보를 이어나가고 있다.

김 지사가 지사직을 유지하기로 결정하자 경기도 내에선 김 지사의 대선출마를 놓고 반대여론이 들끓기 시작했다. 경기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주최로 지난 5월30일 열린 '현직 도지사의 대선 경선 참여 어떻게 볼 것인가'라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은 한목소리로 김 지사의 대선출마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대선출마선언 후 관용차 평소 2배 운행
두 번이나 믿고 뽑아준 경기도민 '황당'

참석자들은 그 이유로 ▲경기도정의 정치화 ▲공무원 조직의 선거개입 ▲경기도의회와의 대립격화 등을 꼽았다. 참석자들은 경기도정의 정치화와 관련해 "김 지사의 경선 참여로 인해 경기도의 주요행정은 도민들의 삶의 질 향상보다는 김 지사의 대선 행보에 도움이 되는지 여부로 판단의 잣대가 바뀌어 정략적·정치적 결정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며 김 지사가 대선출마선언을 앞두고 갑자기 경기도청사의 광교신도시 이전 중단을 결정한 것이 그 첫 사례라고 설명했다.

또 경기도 공무원들의 선거개입 논란에 대해서는 지난 4월 경기도청 대변인실과 정책보좌관실에서 대선 홍보전략 문건이 발견되면서 검찰이 경기도청을 압수수색 하는 초유의 사건까지 발생했다고 비판했다.

참석자들은 "김 지사가 대권을 포기하거나 지사직에서 물러나지 않는다면 민주통합당이 다수당인 경기도의회에서 김 지사와의 대립은 점차 심화될 것"이라며 "이로 인한 피해는 모두 경기도민들에게 전가되고, 경기도정에 대한 신뢰는 땅에 떨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밖에 김 지사가 도민혈세를 이용해 대권행보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졌다. 일례로 경기도가 작성한 '도지사 전용차 운행일지'에 따르면 김 지사가 대선출마를 선언한 이후 전용차 운행거리가 평소보다 두 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됐다.


대선출마선언 후 사용된 주유비만 해도 350만원에 달한다. 대선출마 선언 전까지는 타 시·도 출장의 경우, 총 16번 모두가 서울이었던 반면 대선경선 출마 후에는 50일 동안 15번 타 시·도로 출장을 갔고 지역도 여수와 광주광역시, 대전 등 전국 각지였다. 사실상 도정업무와는 큰 관련이 없었다는 지적이다. 비단 관용차뿐만 아니라 앞으로도 경기도의 물적·인적 자원들이 김 지사의 대권행보와 관련해 쓰여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열려있다.

당장 경기도의회는 김 지사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민주통합당은 김 지사의 대권도전으로 인해 도정공백이 발생할 경우 법적 수단까지 동원해 김 지사의 행정력을 박탈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민주통합당 도의원은 "도정을 책임져야 할 도지사가 경기도를 벗어나 외부일정에 매달리고 있다"며 "같은 처지인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지사직을 유지하면 도정을 혼란에 빠뜨리게 된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는데 김 지사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지사직 사퇴거부
도정 정치화 우려

그러나 김 지사 측 관계자는 "김 지사는 사퇴의 뜻을 밝혔으나 정말 사퇴했을 경우 보궐선거가 치러지는 12월까지의 도정공백이 우려된다는 주위의 만류로 입장을 번복한 것"이라며 "그나마 지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도정공백을 최소화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또 "도정에 차질이 없도록 하기 위해 도정과 관련된 행사가 아닌 곳에 갈 때는 휴가를 내거나 업무 시간 이후에 가고 있으며 관용차 이용도 자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설명에도 민주통합당은 "지사직 사퇴 후 경선에서 패배할 경우엔 순식간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다는 판단에서 소위 양다리를 걸치고 있는 것"이라며 "그야말로 전형적인 기회주의자의 행태"라고 비판했다.
하지만 대선출마를 선언한 대부분의 후보가 현직 정치인임에도 유독 김 지사에게만 비판이 집중되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는 주장도 있다. 김 지사의 대선출마가 다른 정치인들과 비교해 특별할 것이 없는데도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도덕적으로 큰 결함이 있는 것처럼 부풀리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김 지사의 경우는 선거과정에서 대선에 출마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는 점에서 다른 후보들과 차별화 된다. 문재인 고문의 경우 선거과정에서 상대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가 "곧 지역구를 떠날 사람"이라며 공격했지만 최소한 이를 부인하진 않았다. 문 고문의 지역구 유권자들은 문 고문이 대권에 도전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도 문 고문을 선택했다는 이야기다.

또 최근 한 여론조사에서는 김 지사의 대선 출마에 대해 응답자의 54.6%가 '경기도의 최고 행정 책임자로서 무책임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김 지사가 출마의 이유로 밝혔던 국민들의 명령이 있었다는 주장과 상반되는 결과다. 때문에 김 지사의 대선출마는 과정도 잘못됐을 뿐 아니라 명분도 없다는 비판에 직면하고 있다.

비단 김 지사뿐만 아니라 정치인들이 일단 선거에 출마하고 보는 관행은 여러가지 부작용을 낳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 전문가들은 "우선 가장 1차적인 피해는 재보궐 선거 등으로 해마다 발생하는 엄청난 혈세 낭비다. 또 기초적인 업무공백은 물론이고 후보자들이 내세웠던 공약이행도 사실상 요원해지면서 지역발전에 큰 지장이 초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관행이 굳어진 이유에 대해 전문가들은 "정치인으로서는 선거에 참여하지 않으면 사실상 백수가 되는 것이다. 당연히 부담을 느낄 수 밖에 없다. 또 총선과 같은 대형이벤트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쉽게 대중에게 잊혀질 가능성도 있고 선거를 치르는 과정에서 유권자들과 언론에 자주 노출되면서 인지도를 높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출마하고 보는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선출마 안한다"더니…계획된 거짓말?
임기 중 출마관행 이유는? 사회적 비용 어쩌나

따라서 정치전문가들은 이 같은 악순환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으로 정치인들이 임기 내에는 타 선거에 출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법안 등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이번 선거 판세와 관련해 김 지사의 진짜 출마 이유에 대한 궁금증도 커져가고 있다. 박근혜 전 비대위원장이 이미 확고한 독주체제를 굳히고 있는 현재 상황에서 김 지사가 새누리당 대선 경선에 참여해 승리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번 경선 참여는 김 지사의 차차기 대선을 노린 포석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최근에는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김 지사를 직접 만나 "경선에 참여해 정권 재창출에 기여하면 향후에 유리할 것"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는 보도도 있었다.

김 지사가 경선에서 2위만 차지해도 차차기 대선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분명하게 각인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상 지사직을 유지한 채 대선경선에 참여해도 전혀 문제가 없다는 유권해석까지 나온 마당에 김 지사로서는 '무조건 남는 장사'라는 분석이다.

박 전 위원장으로서도 경선 흥행 카드가 절실한 상황에서 김 지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질 전망이다. 비박 3인의 완전국민경선제 요구에 박 전 위원장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김 지사가 유일하게 경선 참여 쪽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도 친박계와 일종의 교감이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무책임한 결정
명분은 어디에?

민주통합당의 한 관계자는 김 지사의 대권행보에 대해 "대권 도전을 선언하고도 지사직을 유지하는 것이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을지 몰라도 김 지사 스스로 지금의 행보를 당당하게 여길수록 도민들은 더욱 큰 배신감을 느끼게 될 것"이라며 "김 지사는 운동권으로 활동하던 시절 보안사에서 모진 고문을 당하면서도 동료였던 심상정 의원의 거취를 끝까지 털어놓지 않은 의리의 사나이로 잘 알려진 사람이다. 그러한 김 지사가 고작 권력욕 때문에 자신을 믿고 지지해준 1200만 도민에 대한 의리를 쉽게 저버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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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