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의 손질’ 주세 밑그림

맥주 ‘환영’ 소주 ‘안도’ 탁주 ‘글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세제도가 개편된다. 1969년 이후 무려 50년 만이다. 삶의 힘겨움을 이겨내기 위해 잔을 기울이던 서민들은 주세 개편에 민감하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서 주세 개편에 대한 밑그림을 제시했다. 주류업계 등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상황서 본 그림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마트 주류 코너

주세는 주류, 술에 매기는 세금이다. 국세의 하나로 간접세며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와 함께 소비세에 속한다. 주세 개편에 대한 논의는 오랫동안 이어져 왔지만, 소주나 맥주가 서민들의 삶과 밀접하게 관련된 만큼 시도가 있을 때마다 조세 저항이 상당했다. 게다가 업계마다 입장 차도 첨예하다.

오를까? 내릴까?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하 조세연)은 지난 3일 서울 양재동 aT센터서 주류 과세 체계의 개편에 관한 공청회를 열었다. 홍범교 조세연 연구기획실장이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공청회에는 각 분야의 전문가, 주류 협회, 유관부처 공무원 등이 참석해 주세 체계 개편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나눴다.

조세연은 이날 공청회서 주세 개편 관련 3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맥주만 먼저 종량세로 전환한 후 다른 주종을 개편하는 방안 맥주와 탁주(막걸리)만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 모든 주종을 종량세로 전환하되 맥주와 탁주 외 주종은 시행을 유예하는 방안 등이다.

3가지 시나리오에는 맥주를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모두 포함됐다.


조세연서 거론한 시나리오 중 주목할 부분은 종량세로의 전환이다. 우리나라의 현행 주세제도는 종가세, 즉 원가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이다. 원가가 높으면 세금이 높고 반대로 원가가 낮으면 세금도 낮아진다. 이를 종량세, 술의 양과 알코올도수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식으로 바꾸는 것은 주류업계의 오랜 화두였다.

조세연이 내놓은 3가지 시나리오 중 맥주 또는 맥주와 막걸리를 먼저 종량세로 전환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주류 총 출고량은 355에 이른다. 이 중 맥주(45.6%)와 막걸리(13.4%)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 출고량의 60%가량이다.

정부는 조세연의 보고서를 바탕으로 당정협의를 거쳐 정부안을 확정하고, 오는 7월 말 세제 개편안에 포함해 국회에 제출한 뒤 이르면 내년부터 시행한다는 계획이다. 조세연의 시나리오대로 맥주의 종량세 전환이 이뤄진다면 수입맥주와 비교해 국산맥주가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주장도 사그라들 것으로 보인다.

조세연, 밑그림 발표
맥주 종량세 전환 포함

수입맥주는 신고가가 기준인데 반해 국산맥주는 포장비나 판매관리비 등이 모두 포함된 출고가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겨왔다. 당연히 수입맥주가 국산맥주에 비해 낮은 세금을 냈다. 편의점 등에서 ‘4캔에 1만원같은 행사가 진행됐고, 이 과정서 국산맥주의 역차별 논란이 불거졌다.

실제 국산맥주의 출고량은 매년 하락세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산맥주의 출고량은 20132062054201718238994년 만에 10% 이상 떨어졌다. 반면 수입맥주는 같은 기간 945423289783배가량 늘었다.

주세제도가 종량세로 개편되면 캔맥주와 수제맥주의 가격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맥주의 경우 리터당 주세납부액을 840.62원으로 통일하는 방식이 나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현재는 카스나 하이트 같은 국산맥주에 856, 수입맥주에 764.52원이 붙는다. 국산맥주는 세액이 줄어 이득을 보게 된다. 단 편의점 등에서 수입맥주 4캔을 1만원에 판매하는 현행 상황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소규모 맥주업체의 리터당 납부세액은 14% 가까이 줄어든다. 수제맥주업계서 종량세 전환을 반기는 이유다. 반면 생맥주 가격은 인상될 수 있다. 동일 용량을 기준으로 생맥주는 그간 캔맥주나 병맥주에 비해 낮은 가격에 출고가가 형성돼왔다. 술 용량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면 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

김동연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지난해 10월 전체 주류에 대한 종량세 도입을 검토하겠다고 밝히는 과정서 맥주 종량세 문제는 굉장히 진지하게 검토했고, 그럴 필요성이 충분히 있다다만 생맥주의 경우 반대 현상이 나온다고 언급했다.

맥주에 종량세 방식으로 세금을 매길 경우 생맥주에 부과되는 세금은 오히려 리터당 60%가량이 오른다는 것이다.

조세연 보고서에도 생맥주의 가격 인상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는 내용이 담겼다. 보고서에 따르면 생맥주의 경우 최종 소비자의 부담이 크게 증가할 수 있는 만큼 세율을 한시적으로 경감해 종량세 전환에 따른 가격 인상 가능성을 일부 상쇄시킬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수입맥주 ‘4캔 1만원’ 유지
소주, 세제 변화 일단 보류

맥주업계가 종량세 전환을 크게 반기는 것에 비해 막걸리업계는 큰 반향이 없는 모양새다. 막걸리는 현재 가장 낮은 세율(5%)을 적용받고 있어 종가세나 종량세 등 어떤 주세 제도를 적용해도 큰 차이가 없다는 입장이다.

맥주나 소주는 주세와 교육세, 부가세 등의 세금이 붙는 반면, 막걸리는 주세와 부가가치세만 내면 된다. 막걸리의 경우 주세제도 개편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 셈이다.

소주에 대한 세제 변화는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일각에선 알코올도수 21도가 넘는 증류식 소주나 위스키, 브랜디, 고량주, 보드카 등의 세금 부담이 감소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하지만 종량세 기준을 적용하면 알코올도수 1520도 사이의 소주는 가격이 오를 수 있다. 1520도 사이의 소주는 서민들이 가장 즐겨 찾는 술인데 들의 조세 저항이 커질 수 있다는 뜻이다.

소주업계는 종량세로의 전환을 반기지 않고 있다. 조세연 공청회에 참석한 이종수 ()무학 사장은 소주 시장에 대한 파급력은 연구가 전혀 없고, 50년 지속돼오던 구조를 급작스럽게 전환하는 것에 곤혹스러움을 느끼고 있다소주에 종량세를 도입하면 소비자의 피해는 무엇일까 고민해야 한다. 과세 체계 전환을 소주까지 확대하는 것은 다시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반응 엇갈려


한편 조세연은 맥주 또는 맥주와 막걸리부터 먼저 주세제도를 개편할 경우 신규 설비투자 등 투자 활성화, 고용창출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종량세 체계가 시행되면 국내 맥주업계는 해외서 생산되는 맥주 물량의 일부를 국내로 전환하거나 신규 설비투자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고용효과가 상대적으로 큰 소규모 수제맥주 산업도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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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