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투톱’ 이해찬-이인영 궁합 보니

여당에 새로운 바람이 불까

[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표 투표에 이인영, 노웅래, 김태년 의원이 출사표를 던졌다. 결선 투표서 이인영 의원은 27표 차이로 김 의원을 따돌리고 ‘여당 원내대표’라는 화려한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그러나 국회 정상화와 내년 총선을 위해 새 원내대표의 1년이 순탄치만은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깃들 수 있을지. 또 이해찬 대표와의 궁합은 어떨지 <일요시사>가 분석해봤다.
 

▲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당선수락 연설하는 이인영 신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민주당 새 원내대표에겐 국회 정상화는 물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어야 할 중책이 있다. 또, 장외투쟁 중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과의 관계 역시 새 원내대표가 풀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이인영 원내대표는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서 열린 김태년 의원과의 결선 투표서 125명 중 76명의 지지를 받고 당선됐다. 세 명의 후보 중에 가장 늦게 선거전에 뛰어들었음에도 몰표를 받았다.

친 vs 반

이 원내대표는 정책위원장이었던 김 의원에 비해 ‘친문(친 문재인)’색이 옅었다. 친문 일색이었던 지도부 속에서 ‘비주류’였던 이 원내대표가 몰표를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일각에서는 당 내 친문세력에 대한 견제 심리가 작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원내대표는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서 “친문, 비문(비 문재인) 같은 말을 자꾸 사용하면 한쪽에서는 소외감을 느낀다. 한쪽이 독점하고 다른 한쪽은 소외되는 일 없이 함께 가야 한다”고 말했다. 중립지대에 있는 자신이 당을 전두지휘하는 게 당의 미래에 더 도움이 됨을 강조하며 선거를 공략했다.

한편, 한국당 지지율이 점점 높아짐에 따라 친문만 고집하다 민주당이 총선서 패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당 내부를 지배했다. 이에 이 원내대표는 “특정 계파가 당을 주도하는 것은 뜯어내야 한다. 한 번쯤은 달라져 백지서 출발해야 한다. 그래야 총선서 승리할 수 있다”며 민주당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했다.


혁신과 변화를 강조한 이 원내대표의 메시지가 표심을 제대로 파고들었다. 당선된 이후 이 원내대표는 국회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추진할 뜻을 밝혔다. 그는 기자간담회서 “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내일이라도 바로 연락하고 찾아뵙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원내대표가 멈춰버린 국회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을지 주목된다.

드디어 전면에 등장한 86세대
‘주류’ 친문 대표와 대립 구도

이 원내대표는 1964년생으로 충북 충주 출신이다. 1984년 고려대 국문과를 입학해 1987년 고려대 총학생회장으로 대통령 직선제 쟁취 학생운동을 이끌었다. 이후 각 대학 총학생회장을 중심으로 결성된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서 초대 의장을 맡았다. 80년대 학번, 60년대 생으로 민주화운동을 경험한 이른바 ‘86세대’를 대표하는 운동권 인물로 꼽힌다.

이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젊은 피 수혈론’에 따라 새천년민주당에 영입돼 청년위원장을 역임했다. 2002년 제16대 대선에선 노무현 후보 선대위 인터넷선거특별본부 기획위원장을 맡았다. 이후 제18대 총선서 낙선했으나 19대·20대 총선서 내리 당선되며 3선 고지에 올랐다.

이 원내대표는 평소 고집이 쎄고, 친화력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를 의식한 듯 이번 원내대표 당선소감으로 “고집이 세다는 평을 깔끔히 불식하고 싶다”며 “부드러운 남자가 되겠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리더십을 강조하며 평소 본인의 트레이드마크였던 흰 머리를 검은색으로 염색해 변화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 꽃다발 주고 받는 홍영표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이인영 신임 원내대표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연고는 같다. 이 대표의 고향은 충남 청양이다. 이 원내대표도 충북 충주 출신으로 당 투톱 모두 충청도 출신이 맡게 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두 사람은 과거 1987년 6월항쟁 시절 국민운동본부서 함께 일한 경력도 있다.

둘의 이런 접점에도 당내 분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 원내대표에게 변화와 혁신을 통해 친문을 견제하고 균형을 잡자는 역할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 김근태(GT) 전 의원의 최측근으로 ‘GT의 분신’으로 불렸다.


당 주류인 친문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이 원내대표는 당선 배경에는 “한번쯤 주류와 비주류의 벽을 확 깨버리자는 요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당원들의 요구에 따라 새로운 통합과 질서를 만들려는 행보가 예상된다.

새 얼굴

‘주류’로서 대표적인 친문 인사인 이 대표와는 대립되는 지점이다. 또, 일각에서는 내년 21대 총선서 공천을 놓고 이 대표와 이 원내대표의 대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 원내대표는 이 같은 우려를 의식한 듯 당선 수락연설을 통해 “이 대표님을 다시 모시고 일할 수 있게 돼서 기쁘다. 1987년 6월 항쟁 때 국민운동본부서 함께 일했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고 자세를 낮추기도 했다. 예상치 못했던 반문의 등장으로 민주당에 부는 새 바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sangmi@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임기종료’ 홍영표 공과는?

1957년생, 전북 고창 출신인 민주당 홍영표 의원은 문재인정권의 두 번재 원내대표로 작년 5월11일 민주당 원내사령탑에 선출된 후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냈다. 

홍 전 원내대표는 민주당의 대표적인 친노, 친문 인사다. 호탕하고 리더십이 강한 성격으로 원내대표 선거 당시 116표 가운데 78표라는 과반수 이상의 표를 받고 당선됐다.

정계에 입문하기 전부터 대우자동차 노동자 대표와 노조 사무처장을 맡으며 노동 분야에 전문성을 가지고 활동한 경력이 있다. 정계에 입문해서도 노동자 삶의 질 개선에 큰 관심을 보였다.

정기상여금과 복리후생비 일부를 최저임금법에 산입한 개정안을 통과시킴으로써 최저임금 1만원 시대를 열었다. 또,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하는 ‘김용균법’에도 일조했다. 광주형 일자리를 현실화한 것 역시 큰 공로다.

원내대표로서의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그는 원내대표로 취임한 직후 혹독한 신고식을 치렀다. 취임 직후 드루킹 특검을 요구하며 단식하는 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를 국회로 돌아오도록 설득해야 했다.

이후 한국당과는 유치원3법, 패스트트랙 등으로 극심한 대립을 겪으며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식물국회’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국당과의 갈등서 중간 다리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이 아쉬움으로 남는다.

홍 전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고별 기자회견서 원내대표로서의 본인의 점수는 70점이었다고 평가하며 “대화와 타협을 통해 민주주의 정신을 실천하고자 노력했지만, 돌이켜보니 아쉬움이 더 많다. 다음 원내대표단이 더 큰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응원하고 함께 하며, 이제 민주당 의원으로서 일에 매진하고, 제 자리에서 문재인정부의 성공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