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소시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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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등록 2019.05.07 09:12:34
  • 호수 121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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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해인 / 모아북스 / 1만5000원

대한민국 국민은 누구나 ‘피 같은’ 세금을 내며 살아간다. 오죽하면 세금을 가리켜 ‘혈세(血稅)’라고 부르지 않는가? 
국민이 납세의 의무를 지키는 이유는 자신이 낸 세금이 결국 자신에게 혜택으로 돌아오고, 나라 살림을 나아지게 하고, 우리 사회가 더 좋은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게 해줄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그것이 국민과 국가의 기본적인 약속이다. 
그런데 그 약속이 깨지고 있다. 아니, 그동안 한 번도 제대로 지켜진 적이 없다. 무엇이 문제인가? 국민의 피 같은 세금은 제도와 시스템상의 허점으로 인해 줄줄 새거나 ‘눈먼 돈’으로 쓰여왔다. 
왜 국민이 피땀 흘려 번 돈이 엉뚱한 일에 쓰여야 할까? 수천억원, 수조원에 이르는 돈이 엉뚱한 곳에 낭비되는데도 왜 정작 국민은 그런 사실조차 알지 못했을까? 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세금을 가로채 숨겨놓고 자손 대대로 부와 권력을 누리며 사는 일이 가능할까? 
최근 10여년간 우리가 목격한 부정부패와 부조리의 근원은 권력의 최상층부에 있던 사람들이었다. 많은 국민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 불법으로 은닉한 천문학적 규모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여 환수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또한 우리 현대사에서 전무후무한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이 있었다. 비리는 만천하에 드러났고 국민의 힘으로 정권을 교체하면서 일단락됐지만, 이 적폐가 제대로 청산되었다고 보는 이는 아무도 없다. 최순실이 불법으로 은닉한 재산을 추적하여 환수하는 절차가 남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현행법의 한계다. 현행법상 일정 연한 이전의 불법과 비리를 캐는 데는 한계가 있는데, 그 이유는 바로 공소시효 때문이다. 공소시효가 지난 일에 대해서는 불법행위를 단죄할 수도 없고, 사적으로 은닉한 재산도 환수할 수 없다. 바로 이 점이 수저계급론을 만들고 갑질 문화를 생산한 일부 특권층이 노리는 틈새다. 이 허점을 이용해 교묘히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현행법을 수정하거나 보완할 수 있을까? 방법은 있다. 이와 관련해 참고할 수 있는 것이 ‘친일 반민족행위자 재산의 국가귀속특별법’이다. 일제 강점기에 친일을 한 자들이 부정하게 축적한 재산에 대해 그 후손까지 조사 대상에 포함해서 재산을 국고에 환수할 수 있도록 한 특별법이다. 
이런 방식의 특별법을 조세법 중 공소시효법에도 적용하여, 탈세하거나 은닉한 고액의 재산을 끝까지 추적하고 환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적폐는 우리 사회 어디에나, 어느 때에나 존재했다. 그것을 청산하는 일은 결코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다. 다른 법제도와 마찬가지로 조세 관련 제도들도 갑자기 완벽하게 개혁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민의 꾸준한 관심과 비판, 그리고 사회지도층의 반성과 변화 의지, 제도 개선의 실행력이 필요하다. 
잘못을 저지른 정치인과 경제인은 반드시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러야 하며 범법에 대한 처벌을 받아야만 한다. 그동안 대가를 치르지 않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갔다면 바로 지금이 변화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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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단독 입수] 노상원 수사 기록 ②부정선거에 꽂힌 내막

[일요시사 취재1·정치팀] 오혁진·박희영·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가 발생한 지 6개월이 지났다. 특검이 출범하면서 관련 수사도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현재까지 여러 언론을 통해 핵심 인물들의 수사 기록이 일부 보도됐다. 그러나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에 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언급된 바 없다. <일요시사>는 경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단의 ‘노상원 수사 기록’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기로 했다. “부정선거 증거가 차고 넘치고 나중에는 드러날 것이다.”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이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용이다. 그가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처럼 부정선거 음모론에 꽂혀 있다는 걸 알 수 있는 대목이다. 노 전 사령관은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주최하는 집회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사실상 수년 전부터 망상에 빠져있었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생각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주도하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에 참여하기 시작한 건 2년 전부터로 추정된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노 전 사령관 수사 기록에 따르면 그는 부정선거 음모론 집회와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의 집회에 여러 차례 참여했다. 노 전 사령관이 전 목사와 개인적으로 알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노 전 사령관은 김 전 장관에게 집회에 참여할 때마다 당시 분위기와 참석자들이 윤 전 대통령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대해 텔레그램으로 자신의 의견을 전달했다. 1년간 ‘극우 집회’를 분석한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집착하기 시작했다. 그는 “문상호, 정성욱, 김봉규 등과 만날 때 주로 어떤 말을 했느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 “선관위를 얘기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선관위가 부정선거의 온상이라고 김용현 전 장관이 많이 말씀하셨다. 나에게도 여러 번 선관위의 부정선거에 대해 알아보라고 지시했고 네이버로 찾아도 봤다”고 말했다. “부정선거를 주로 누구에게서 들었냐”는 경찰 측의 질문에는 “관련 집회에 여러 번 참여하면서 들었고 특정 인물이 누구인지 실명을 거명하긴 그렇다. 나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를 해야 해서 스스로 공부도 많이 했다. 여론조사 조작이나 선거 부정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했다. 전 주도 윤 지지자 극우 집회 직접 참석 김과 텔레그램으로 부정선거 자료 공유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의 근거로 “선관위 산하에 여론조사심의위원회가 있다. 여론조사기관은 여론조사심의위에 등록해야 한다. 여론조사기관의 갑이다. 여론조사심의위원회는 9명으로 위원장 이대영 사무총장과 강성봉 등이고 그 밑에 쭉 있는데 7명이 진보 계열 인물이다. 여론조사기관이 편향되어 있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고 주장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 주장하는 임시선거사무소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네이버에 검색하면 다 나오는데 2021년 국회의원 선거 때 동작구 선거사무소가 있는데 옆을 임대해서 임시선거사무소를 만들었었다. 언론에 나오니까 발뺌했었고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자 김 전 장관이 더 많은 자료를 보내 줬었다”고 했다. 노 전 사령관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며 “결국에는 다 까질 것이다. 전산은 한 번 까지면 되돌릴 수가 없다. 폭파하거나 고물상에 갖다 버리지 않는다면 전산은 결국 까진다. 북한이 쳐들어온 것도 아니고 서울 상공에 포를 쏜 것도 아니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께서는 선관위의 부정선거가 확실하다고 생각하시고 정국이 전시에 준하는 사태라고 민감한 상황이라고 보신 것 같다. 그런 상황이 아닌데도 그렇게 행동한 건 그만큼 절박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2시간짜리 호소였다. 만약 국회 결정을 윤 전 대통령께서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유혈사태가 났을 것”이라고 윤 전 대통령을 옹호했다.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12월 초, 선관위가 서버 교체를 검토했다가 교체하려 했던 것을 두고 “윤 전 대통령께서 어디에선가 확실하고 핵심적인 정보를 들으셨을 것 같다. 서버 조작이 있었기에 그 서버를 우리가 확보하려 할 때 선관위 측이 폭파했을 수도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의 군검찰·검찰 피의자 신문조서를 보면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초 ‘정보사 군무원 간첩 사건 수사 결과’를 보고받는 자리에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였던 이재명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 등 인물들에 대해 “비상대권을 사용해 이 사람들에 대해 조치를 해야 한다”며 “현재의 사법체계, 형사소송법, 방탄국회 및 재판지연 아래에선 이런 사람들을 어떻게 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조치’ ‘2시간짜리 계엄’ 겹치는 윤·노 발언 "서버 확보하려 했다면 선관위가 폭파했을 것” 주장 윤 전 대통령이 “비상대권을 사용한 조치”를 언급한 건 한두 번이 아니다. 그만큼 이 대통령과 자신의 의견을 거스르는 인물들에 대한 복수심이 극에 달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노 전 사령관도 마찬가지다. 노 전 사령관은 경찰에 “김용군(대령)과 구삼회 등에게 ‘이재명은 죄가 7개인데 봐주고 지연시키고 구속도 안 되고 당 대표까지 하는데 더불어민주당이 감사원장, 중앙지검장, 판사 등을 모두 탄핵하려고 하는 게 과연 올바른 세상이냐’고 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 윤 전 대통령과 노 전 사령관이 언급한 말이 일치하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해 12월12일 “국정원 직원이 해커로서 해킹을 시도하자 얼마든지 데이터 조작이 가능했고 비밀번호도 아주 단순해 ‘12345’ 같은 식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노 전 사령관도 “선관위가 헌법기관인데 스스로 깨끗해야 하거나 아무런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황제·세자 채용 등 문제가 나왔다. 각종 할 수 있는 최악의 것은 다 저질렀다. 그리고 전산 해킹이 언급될 때 서버 본체를 보여준 것도 아니고 일부 샘플만 살짝 보여줬는데 얼마든지 전산 조작이 가능하고 해킹에 얼마나 취약하면 비밀번호가 ‘1234’냐. 이미 그런 게 다 나왔다. 그렇게 떳떳하면 왜 본체를 못 열어주나”고 말했다. 그러나 조태용 국정원장은 같은 해 12월 검찰 조사에서 “선관위 시스템에 보안상 취약점이 발견됐지만, 부정선거에 관한 단서는 전혀 포착하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일각에서는 노 전 사령관이 윤 전 대통령과 직접 비화폰으로 연락을 주고받았을 것이라는 보고 있다. 실제 노 전 사령관도 지난해 12월2일 자신의 지인에게 윤 전 대통령과의 친분을 과시했다. 노 전 사령관은 당시 “나 같은 경우는 브이(V, 윤 전 대통령 지칭)하고 이렇게 좀 도와드리고 있다. 원래 한 4~5년, 3~4년 전에 알았다뿐이고 그래서 이제 뭐 이렇게 여러 가지로 좀 도와드리고 있다. 비선으로”라고 했다. 친분 과시 노 전 사령관은 안산 ‘롯데리아 회동’에 참석했던 구삼회 전 육군 2기갑여단장에게도 “며칠 전에는 김용현과 함께 대통령도 만났다. 갈 때마다 대통령이 나한테만 거수경례를 하면서 ‘사령관님 오셨습니까’라고 한다. 내가 이런 사람이다. 대통령과 장관 같이 만난다. 나는 벌써 여러 번 만났다”고 했다. <hounder@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