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설’ 넥슨의 고민

잇단 악재로 값어치 떨어질라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매각설에 휩싸인 넥슨이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과 하청업체 갑질 등으로 내홍을 겪고 있다. 더욱이 넥슨의 최대 매출 시장인 중국이 판호 발급을 중단하고 강력한 규제를 내놓고 있어 매각을 앞두고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넘어야 할 과제가 산적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넥슨의 매각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지주사인 NXC는 “구체적인 방안을 발표하겠다”는 김정주 대표의 입장 표명 이후, 추가로 진행된 상황은 없다고 전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빠른 시일 내에 예비입찰이 진행될 것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매각 어떻게?

실제로 최근 넷마블은 넥슨 인수를 위해 중국 게임사 텐센트, 국내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와 연합전선을 꾸린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넷마블은 넥슨의 인수 대상자로 다양한 다국적 기업들이 거론되는 가운데, 국내 자본 중심으로 컨소시엄을 형성해 인수전에 참가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넥슨은 매각을 전후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먼저 내부 직원들의 구조조정 불안을 잠재우는 것이 중요한 상황이다.

노조 등에 따르면 넥슨 매각설이 불거진 이후 조합원 가입이 늘어나는 추세를 보였다. 이는 매각이 이뤄지면 인력감축 작업이 진행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넥슨 노조인 ‘스타팅포인트’는 지난달 공식입장을 내고 사측의 책임감 있는 태도를 요구하고 나섰다. 

노조는 “불안함의 방향과 크기는 각자 다르겠지만, 지금 상황이 여러 위험 요인을 안고 있음은 사실이다. 특히 직원들의 헌신으로 성장한 회사의 미래를 결정하는 과정이 일방적일 수도 있다는 점이 심히 우려된다”며 “분명히 해야 할 것 한 가지는 함께 넥슨을 여기까지 이끌어온 수천명의 고용안정과 삶의 터전을 위협하지는 않아야 한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나아가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직원과 사회에 대해 책임감 있고 분명한 의지를 표현해주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넥슨의 매각은 여전히 비공식적인 차원서 논의되고 있는 만큼 직원들의 이 같은 불안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통해 넥슨의 하청업체들에 대한 갑질 행태까지 드러나면서 넥슨의 대내외적 신뢰도도 추락하고 있다. 

사내 구조조정 불안감↑…노조 가입은 증가
계약서 미지급 논란으로 공정위 시정명령

공정위는 최근 넥슨의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에 대해 시정명령을 내렸다. 넥슨이 온라인 게임 캐릭터상품의 제조나 디자인 용역 등을 하청업체에 맡기면서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았다는 것이 제재 이유다. 


지난해 이 같은 내용을 심의한 공정위 소회의는 “넥슨이 20개 수급사업자에게 제조 등을 위탁하면서 계약 내용이 기재된 서면을 발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동일 행위가 반복돼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 ▲▲ 넥슨 마비노기

법 위반 사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넥슨은 지난 2015년 1월부터 2017년 5월까지 20개 하청업체에 위탁업무를 주면서 20건의 계약서를 발급하지 않았고 3건을 지연 발급했다.

하도급법에 따르면 원사업자는 작업 시작 전에 위탁 목적물의 내용과 제공 시기 및 장소, 하도급 대금이 기재된 계약서를 하도급 업체에 반드시 줘야 한다.

그러나 넥슨은 ‘마비노기’의 노트·마우스패드·쿠션·안대 등 캐릭터상품 제조 의뢰, ‘메이플스토리2’ 디자인 외주, ‘도타2’ 사운드 재편집, ‘열혈강호M’ 동영상 제작 용역 등 총 20건의 게임 관련 위탁 시 계약서를 주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위는 넥슨코리아가 위법 내용을 인정했고 과거 같은 법 위반 사례가 없었다는 점에 따라 시정명령을 내렸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국내 1위 게임사’라는 위상에 부정적 영향이 예상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실제 넥슨의 지난해 4분기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4700억∼5200억원대, 600억∼900억원대로 추정된다. 연간 매출은 2조5000억원, 연간 영업이익은 1조100억원 수준으로 전년 대비 11%, 14%대 성장이 예상됐다.

국내 대형 게임 3사로 분류되는 넷마블, 엔씨소프트가 같은 기간 전년보다 하락한 2700억원대, 63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관측되는 만큼 유일하게 안정적 실적 성장을 나타낼 전망이었다.

여기에 올해 첫 신작인 ‘스피릿위시’를 시작으로 PC온라인게임 ‘어센던트 원’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는 등 등 초반부터 영향력 확대에 나서는 모습이었지만, 갑질 사태로 기업 이미지 실추는 불가피하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더욱이 매각설이 불거진 이후 세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는 만큼 상당한 파급력이 예상된다.

중국의 판호 발급 중단 이슈도 매각을 앞둔 넥슨이 직면한 난관이다. ‘판호’란 쉽게 말해 중국 내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권한이다. 중국은 게임도 출판물로 간주해 고유번호를 부여하고 있으며 이를 판호라 부르는데, 일종의 자국 내 산업 보호정책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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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호는 중국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서 발급하며 외산 게임의 중국어 번역과 중국 내 법률 위반 여부를 심사하는데, 지난해 3월 모든 외자 판호가 중지됐다. 중국의 신규게임 판호는 2018년 12월29일 일부 승인이 이뤄지긴 했지만 국내 게임들은 여기서 제외됐다.

중국 매출에 상당한 부분을 기대고 있는 넥슨으로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중국에 진출한 ‘던전 앤 파이터’는 넥슨 매출에 있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던전 앤 파이터를 개발한 넥슨의 자회사 네오플은 중국 매출을 기반으로 2017년 기준 1조1495억원을 벌어들였다.  

더욱이 중국이 청소년 게임 사용시간을 제한하는 등 관련 규제정책을 강하게 시행하기로 결정하면서 업황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지 ‘바닥’

업계의 한 관계자는 “넥슨과 같은 국내 대표 기업이 한 번 덧씌워진 부정적 이미지를 걷어내기 위해선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며 “향후 이미지 쇄신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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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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