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상권 표적된 대상그룹 '왜?'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07.04 10:3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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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베스트코 매장에 계란 날아든 이유는?

[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지난달 19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우만동에 위치한 대상베스트코의 매장건물에는 수백 개의 계란이 날아들었다. 건물 외벽은 순식간에 깨진 계란으로 엉망진창이 됐으며, 상황을 지켜보던 일부 대상 관계자들도 계란에 맞는 봉변을 당했다. 대상베스트코는 ‘미원’이라는 조미료로 유명한 대상그룹이 지난 2010년 설립한 종합 식자재 전문 유통회사다. 이날 계란을 던진 이들은 ‘대상 식자재 도매업 진출 저지 수원대책위’ 회원들로 대기업인 대상이 식자재 유통업에까지 진출하면서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다며 항의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지난달 5일부터 수원 대상베스트코 매장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대기업의 식자재 유통업 진출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유독 대상이 중소상인들에게 계란을 맞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관계자는 대상베스트코에 대해 "진출하는 곳마다 아주 난리가 난다. 전북과 강원에서도 지역 상인들이 이미 한바탕 난리를 쳤다. 인천에서는 대상베스트코를 향한 규탄대회가 연일 이어지면서 결국 사업이 중단되기도 했다. 대상 직원들도 시위라면 이제 이골이 났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상인 '초토화'

대상베스트코가 식자재 유통업에 진출하는 것을 두고 전국이 시끄럽다. 식자재 유통사업에는 이미 CJ프레시웨이, LG아워홈 등 5~6개 대기업이 진출해 있지만 유독 대상을 향해 맹렬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대상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 같은 비난에는 이유가 있다. 기존의 대기업들은 주로 대규모 급식, 프랜차이즈 음식점 같은 기업형 시장에 진출해왔는데 대상은 식자재 마트를 열어 소비자에게 직접 접근하는 방식으로 지역 상인들의 생존권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대기업의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뛰어난 가격경쟁력은 사실상 영세 중소상인들로서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대상이 진출하고 나면 인근 식자재 도매납품업이 초토화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갈수록 대상을 향한 비난의 수위가 높아지자 대상은 적극적인 해명에 나섰다. 대상 관계자는 "대상베스트코 수원지점은 개인 식자재유통업체가 납품하기 어려운 기업형 프랜차이즈 업체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역 상인들과 마찰은 전혀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경쟁력 있게 구매한 식자재를 중소식자재 유통업체들에게 저렴하게 공급해 외식업체의 사업성공을 지원 하겠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전국유통상인연합회 측은 얼마 전까지도 대상이 '협력할 소사장님, 식자재 유통업체 사장님을 모시고자 합니다'라는 현수막을 내걸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대상은 이처럼 자사 이름을 숨긴 채 지역 업체를 인수하면서 전국 식자재 마트를 장악해 나간다는 비난을 받아왔다. 주변의 시선을 피해 일단 지역 업체 명의로 개점한 후 몇 개월 뒤 '대상베스트코'로 명의를 변경하는 식이었다. 실제로 대전지역의 경우 대상베스트코가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하고 겨우 1년 만에 중소 도매상인들 매출이 70%가량 줄어들었다는 통계도 있다.


연합회 측은 "대상이 저렴한 가격으로 외식업체의 사업성공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지역 도매납품업이 초토화 되고나면 대상은 소매점 납품가격을 당연히 인상할 것"이라며 "음식점 등은 수지타산을 맞추기 위해 음식값을 인상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고스란히 지역 소비자에게 전해질 것이다. 우리 대책위는 이러한 지역경제의 파탄을 막고 중소상인들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대상베스트코 수원 진출, 중소상인 '분노의 계란투척'
위장폐업, 사명 숨기기, 덤핑 등 수단방법 안 가려

전국유통상인들은 대상에 대한 불매운동까지 선언했다. 상인들은 "우리가 미원, 고추장 등을 팔아준 탓에 대상이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는데 배은망덕하게 중소상인들을 고사시키려고 한다"며 "최소한의 기업윤리를 저버린 대상으로 인해 지역경제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다. 대상은 식자재 유통업 진출을 포기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비판에 직면하고도 대상그룹이 대상베스트코를 포기하지 못하는 데엔 이유가 있다. 식자재 유통업은 식당을 대상으로 농축수산물, 가공식품, 주방기구까지 모든 식자재를 제공하는 사업이다. 식자재 유통업의 국내 시장 규모는 20조 원에 달한다. 식자재 시장은 연평균 10%씩 성장하는 잠재력을 가진 시장이다.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증가하면서 외식산업이 급격히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 식자재 유통사업에 진출한 대기업들의 시장 점유율은 채 3%도 안 되는 상황이다. 나머지 97%는 대부분 중소 식자재업체들이 차지하고 있다. 대상그룹 입장에선 그야말로 손쉬운 먹잇감인 것이다.

반면 대기업의 식자재 유통시장 진출에 대해 찬성하는 이들도 있다. 이들은 "전국 외식업체는 약 58만개로 이들 대부분은 식당경영에 대한 전문성 부족과 식재료 위생 불안의 문제를 안고 있다. 또한 매출액의 30% 가량을 식자재로 구매해야 하는 현실에 대한 부담과 경영 악화로 빈번한 휴·폐업이 이뤄져 외식시장의 환경을 더욱 열악하게 하고 있다"며 "영세한 국내 외식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앞으로 국내에 진출할 외국 식자재 유통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대기업들의 진출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펼친다.

따라서 최근에는 대기업의 진출을 무조건 반대하기보다는 복잡한 '상생의 방정식'을 풀어내야만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4월20일 강원도 원주시 단구동에 개점한 대상베스트코 단구점은 복잡한 상생의 방정식을 풀어낸 성공적인 사례로 평가된다.

복잡한 '상생 방정식'


이곳 역시 개점을 앞두고 지역상인들과 심각한 갈등을 겪었다. 이에 따라 대상베스트코 강원지사는 강원원주도소매유통사업협동조합과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상생방안에 합의했다. 합의된 사항에 따르면 단구점은 지역내 중소상인들이 자생력을 확보할 때까지 매주 일요일 문을 닫기로 했으며, 영업시간도 오전 7시부터 오후 8시까지로 제한했다. 당초 태장동에 오픈하기로 했던 추가 출점 계획도 취소했다.

이밖에도 배송 판매를 금지하고 원주권 영업규모를 제한하기로 했으며, 전단행사는 월 1회로 제한하고 행사상품에 대해서는 중소상인들에게 염가로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대상은 앞으로도 원주유통조합과 매 분기별 상생협의회를 개최해 지속적으로 상생협력 방안을 모색해나갈 예정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식자재 마트는 유통산업발전법이 적용되지 않아 마땅한 규제방법도 없는 실정이다. 차라리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면 상생을 통해 더 큰 시너지 효과를 얻어낼 수도 있을 것"이라며 "양 측 모두가 대화를 통해 상생의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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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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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