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비웃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실상

CCTV 설치해도 형량 강화해도 ‘퍽퍽’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어린이집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어린이집마다 CCTV를 설치해 감시체계를 강화했지만 개선은 요원하다. 오히려 학대 사건 이후 영상이 공개되면서 국민적 분노만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학대 수위는 점차 높아지는 모양새다. 자녀를 어린이집에 보낸 학부모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일요시사>가 도 넘은 어린이집 학대 사건을 조명해봤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3세와 5세 자녀를 둔 김씨는 최근 언론에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관련 보도가 나올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 유치원은 대정부 투쟁을 한다면서 걸핏하면 개학 연기나 폐업 등을 거론하고 있고, 어린이집은 잦은 학대 사건으로 시끄럽다. 워킹맘인 김씨로선 유치원에 문제가 생기면 5세 딸이 걱정이고, 어린이집에 문제가 생기면 3세 아들이 마음에 걸린다.

내 아이도?

최근에는 아들이 어린이집에 가기 싫다고 떼를 쓰는 바람에 아침마다 전쟁이다. 어린이집 가는 것을 좋아하던 아이의 변화에 혹시하는 생각이 들지만 별일 아닐 거라고 자위한다. 어렵게 아이를 어린이집에 데려다놓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무겁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방송이나 신문에 나오는 일이 내 아이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어린이집 학대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영상을 본 사람들은 치를 떤다. 어린이집 학대 사건은 잊을 만하면 한 번씩 일어나 국민들을 충격에 빠뜨린다. 일각에서는 실제 보도되는 것보다 훨씬 많은 사건이 일어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아직 의사표현이 서툰 아이가 학대 사실을 부모에게 전달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올해 1월 어린이집서 생후 11개월 된 아이를 몸으로 눌러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보육교사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어린이집서 근무하던 해당 보육교사는 지난해 718일 낮 1233분께 생후 11개월 원생 A군을 이불로 뒤집어씌운 뒤 6분간 몸을 꽉 껴안고 올라타 8초간 눌러 질식사하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심형섭 부장판사)는 아동학대 처벌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치사)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보육교사 김모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 김씨의 범행을 방조한 혐의(아동학대치사 방조) 등으로 기소된 쌍둥이 언니이자 어린이집 원장 김모씨와 담임 보육교사에게는 각각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과 벌금 1000만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의 판결을 내렸다.

이 사건은 지난해 717일 경기도 동두천시의 한 어린이집 통학 차량서 4세 여아 김모양이 숨진 채 발견된 사건과 함께 언론을 통해 알려져 충격을 안겼다. 보육교사의 관리 소홀, 학대로 인해 연달아 일어난 사건은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 또 사건의 원인 제공자인 보육교사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은 더욱 커졌다.

경북 구미의 한 어린이집서 일어난 학대 사건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사건이 일어난 것은 지난해 68. 하지만 사건의 전말은 올해 3월에야 알려졌다. 피해 아동의 부모가 경찰이 수사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면서다. 당시 어린이집 내부에 설치된 CCTV 영상이 MBC 보도를 통해 공개됐다.

영상에는 아이가 밥을 토하자 그 토한 밥을 다시 아이에게 먹이는 보육교사의 모습이 담겨있다. 낮잠을 자지 않으려고 우는 아이를 다리로 짓누르는 장면도 포착됐다. 책을 빼앗으며 아이의 뺨을 후려치는 장면도 나왔다. 34세 어린이 5명이 피해 대상이었다. 경찰은 지난해 683개월 동안 피해 아동 5명에 대한 학대가 76건 일어났다고 밝혔다.

토한 밥 먹이고 성기 때리고
경찰은 축소 수사 의혹까지

하지만 피해 아동 학부모들은 구미경찰서가 수사를 축소했다고 반발했다. 경찰 수사보다 더 많은 학대가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천지청은 보육교사 2명이 아동 5명을 76 차례에 걸쳐 학대했지만 신체적 학대가 아닌 정서적 학대라면서 최근 가정법원에 아동보호 사건으로 넘겼다.

그러나 학부모들은 명백한 신체적 학대 행위가 드러났는데도 사건을 축소했다신체적 학대를 인정해 형사재판에 넘겨달라고 요구했다.


시민단체도 학부모들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성명을 내고 아동학대 사건 수사가 부실해 학부모들이 수사 주체의 교체를 요구했다”며 신체적 학대를 지적한 외부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아동학대 사실을 알았던 원장까지 무혐의 처분해 구태의연한 수사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사건 내용이 알려지고 시민단체가 나서는 등 경찰수사에 대한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결국 경북경찰청이 직접 보강수사에 나섰다.

또 다른 구미의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아동에게 성적 학대를 했다는 학부모의 주장이 나왔다. 사건은 피해 아동의 부모가 CCTV 영상을 보고 작성한 학대 정황 리스트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면서 알려졌다.
 

기록에는 보육교사가 아이의 성기를 잡아당기거나 때리고 잡아서 흔들기도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뿐만 아니라 또 다른 교사는 플라스틱 칼로 피해 아동의 머리를 써는 동작을 반복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올해 1월 충남 아산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가 아동을 때리고 묶어두는 행위를 한 사실이 적발됐다. 학부모에 따르면 어린이집 CCTV에 보육교사가 당시 18개월이던 아동의 등을 한 차례씩 때리는 모습이 찍혔다. 또 다른 아동은 50여분 동안 부스터 의자의 잠금장치에 묶여 있었다. 보육교사가 의자에 묶인 아동을 물건 다루듯이 휙휙 돌리는 모습도 포착됐다.

20151월 인천 송도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4세 아이를 폭행하는 영상이 공개되면서 전국이 분노로 들끓었다. 당시 경찰이 공개한 영상에는 보육교사가 점심식사 후 급식판을 수거하는 과정서 피해 아동이 남긴 김치를 먹게 하다가 이를 뱉어내자, 아동의 머리를 강하게 내리치는 장면이 담겼다.

영상이 공개된 후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고 그 결과 CCTV 설치가 의무화됐다. CCTV 설치를 강제하면 어린이집의 아동학대가 줄어들 것으로 생각했지만 여전히 사건은 일어나고 있다. 오히려 CCTV 영상은 아동학대의 증거로 사용되는 경우가 늘었다.

실제 어린이집 보육교사에 의한 아동학대는 최근 4년간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자유한국당 이명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이 한국보육진흥원서 받은 ‘2014~2017년 어린이집 아동학대 및 안전사고 발생현황자료를 보면,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발생건수는 2014295건에서 2015427, 2016587, 2017815건 등으로 매년 늘어났다.

청와대는 지난해 920만명 이상의 국민 동의를 얻은 어린이집 아동학대 가해자 처벌 및 재취업 제한 강화에 대해 답했다.

수위 높아져

엄규숙 청와대 여성가족비서관은 과거에는 아동학대에 대한 형량이 높지 않았지만 아동학대를 처음 범죄로 규정한 아동학대처벌특례법2014년 제정된 후부터는 검찰의 구형 기준, 법원의 양형 기준까지 처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제도가 꾸준히 보완됐다고 설명했다이어 아동학대 형량이 강화되고 있으나 실제 선고 과정에서 여러 상황들이 참작돼 형이 감경되다보니 최종 형량이 낮아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면서 앞으로 관련 규정들이 더욱 엄정하게 적용되도록 제도를 보안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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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