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4월 차출설’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11 10:37:45
  • 호수 1209호
  • 댓글 0개

친박의 묘수인가 비박의 함정인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 내에서 황교안 대표가 4·3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셀프 차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역은 경남 창원 성산으로 진보 진영 국회의원이 여러 차례 당선된 험지다. 해당 주장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황교안 체제가 완성됐지만, 리더십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정치권에선 앞으로의 한 달이 황 대표의 운명을 결정할 시기라 내다본다. 오는 4월3일 열릴 재보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야 2020년에 열릴 제21대 총선까지 내달릴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력이란 황 대표 리더십에 대한 당내 의구심 제거,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등 계파를 초월한 ‘원팀’ 구성 여부 등이다.

리더십 의심
증명 방법은?

동력을 얻기까지 험준한 과정이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4·3재보선이 5곳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국회의원 보선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통영시 고성군 2곳서, 기초의회 의원선거는 전북 전주시 라 선거구, 경북 문경시 나·라 선거구 3곳서 각각 실시된다.

이번 미니 선거의 핵심은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 고성을 어떤 당이 차지하느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입장에서는 2곳을 ‘싹쓸이’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창원 성산은 대대로 진보 진영이 강세를 보여왔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창원 성산은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노동자 계층의 유권자가 많기 때문인데 이는 역대 선거를 통해 고스란히 증명됐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이 두 차례(17·18대),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이 한 차례(20대) 당선됐다. 보수 정당이 당선된 사례는 새누리당 강기윤 전 의원(19대)이 유일하다.


창원 성산 재보선 결과는 진보 진영의 단일화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전 의원이 당선된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진보 진영이 이 지역서 단일화에 실패했다. 반면 단일화에 성공했던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노 전 의원이 당선됐다.

이번 4·3재보선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 진영이 단일화를 이룬다면 한국당은 깊은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당 입장서 다행인 점은 진보 진영의 단일화 여부가 아직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창원 성산 재보선 ‘솔솔’
리더십 검증받으러 험지로?

한국당 내에서 창원 성산의 필승을 위해 황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흥미를 끈다. 그의 리더십을 검증하기에 이만큼 좋은 시험대가 없다는 것이다. 또 향후 당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황 대표가 원내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일례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지난 1999년 6·3재보선서 서울 송파갑에 출마해 당선됐고,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4·27재보선서 경기 분당을에 출마해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원내에 진입한 두 사람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대권주자로 올라섰다. 50%의 득표율로 당권을 차지한 원외 인사 황 대표가 ‘이회창’ 사례를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가 원내에 진입하면 얻게 될 이득은 크다. 황 대표는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등 굵직한 이력을 가졌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신인이다.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이라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현역 국회의원을 통솔하기는 쉽지 않다. 원외 인사라면 더욱 그렇다. 황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밀려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서 4개월여 동안 대여투쟁을 해온 나경원 원내대표에 비해 황 대표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황 대표 입장서 원내 입성은 지상과제와도 같다.

험지 차출설
무슨 이유로

그러나 황 대표의 창원 성산 출마를 선뜻 예상하기는 힘들다. 낙선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대표로 올라선 상황서 낙선은 황 대표 입장서 치명상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누구라도 첫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나”라며 “황 대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굳이 낙선의 위험을 안고 나서기는 힘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박 측에서 황 대표를 흔들기 위해 셀프 차출설을 ‘흘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황 대표를 험지로 내모는 차출설을 세간에 흘려 그의 리더십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비박계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경남 민심이 한국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몸소 경험한 부분도 황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낮춘다. 황 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지난 5일, 일부 진보단체들은 기습 시위를 벌였다.

정의당 만나
드루킹 언급

적폐청산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등 소속 20여명은 황 대표가 도착하자 ‘5·18 망언 너희가 괴물이다’ ‘5·18 망언 한국당 정신차려’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망언 의원들 징계하라” “한국당은 해체하라”라고 외쳤다.

이어 황 대표는 경남 창원의 반송시장을 찾았다. 한국당 창원 성산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인 강기윤 전 의원도 동행했다. 황 대표가 반송시장에 나타나기 전부터 창원진보연합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황 대표를 향해 “황교안이 박근혜다!” “5·18 망언 사과하라” “한국당은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근 황 대표는 정치 신인으로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황 대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예방했다. 이 자리서 이 대표는 “한국당의 전대 과정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탄핵 수용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5·18 망언에 대해서도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정의당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한 댓글조작 사건과 김 지사가 한 것에 대한 비교는 어떤가”라고 역공을 가했다.

황 대표가 말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댓글조작 사건은 속칭 ‘드루킹 사건’을 의미한다. 이는 정의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사건이다. 이 사건이 단초가 돼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 대표는 “정의당에 처음 찾아와서 같이할 많은 일 중 드루킹을 말씀하시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힘 받는 ‘이회창’식 모델
진짜? “가능성은 있지만…”

당직 인선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많다. 전당대회 당선 일성서 황 대표는 ‘탕평’을 꺼내들었지만, 첫 당직 인선서 친박들이 대거 중용돼 논란을 낳고 있다.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한선교 의원은 원조 친박계로 꼽히는 4선 중진이다.

그 외 황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추경호 의원은 전략기획부총장, 민경욱 의원은 대변인, 송희경 의원은 중앙여성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들 모두 친박계 초선 내지는 친황(친 황교안)계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 고 노회찬 의원

황 대표는 이와 함께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복당파’ 김세연 의원을 임명했지만, 앞선 인사에 비해 힘이 많이 떨어지는 자리라고 정치권은 입을 모은다.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은 황 대표의 당직 인선을 두고 “아쉬운 감이 있다”고 평했다.

한국당의 당면과제인 5·18 망언 국회의원 징계에 대한 부분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논란이 됐던 김순례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서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앞서 한국당은 망언의 당사자인 이종명 의원에게 제명 조치를 내렸으나,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전당대회 출마자에 대해 징계를 할 수 없다는 당헌·당규를 들어 징계를 유보한 상태다.

강력한 징계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다. 김영종 당 윤리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징계 절차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황 대표가 신임 윤리위원장을 선임해야 징계 절차가 개시된다. 황 대표는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면과제 산적
리더십 있어야

취임 초부터 친박계 측의 손을 들어준 황 대표는 이제 비박계 측의 불만을 눌러야 할 필요가 있다. 불만을 누르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황 대표가 원내 입성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황 대표의 창원 성산 출마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며 “1년 후에 총선이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하려 들겠나. 나서도 총선판에 뛰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나오니 GH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나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한국당 지도부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7일 당 최고위원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박 전 대통령이 오래 구속돼 있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사면 조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결단을 내릴 때가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