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4월 차출설’ 내막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3.11 10:37:45
  • 호수 120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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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의 묘수인가 비박의 함정인가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자유한국당 내에서 황교안 대표가 4·3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셀프 차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역은 경남 창원 성산으로 진보 진영 국회의원이 여러 차례 당선된 험지다. 해당 주장의 진원지는 어디일까.
 

황교안 체제가 완성됐지만, 리더십에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남는다. 정치권에선 앞으로의 한 달이 황 대표의 운명을 결정할 시기라 내다본다. 오는 4월3일 열릴 재보선서 좋은 성적표를 받아야 2020년에 열릴 제21대 총선까지 내달릴 동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여기서 동력이란 황 대표 리더십에 대한 당내 의구심 제거, 친박(친 박근혜)·비박(비 박근혜) 등 계파를 초월한 ‘원팀’ 구성 여부 등이다.

리더십 의심
증명 방법은?

동력을 얻기까지 험준한 과정이 예상된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지난 5일 보도자료를 통해 4·3재보선이 5곳서 열린다고 발표했다. 국회의원 보선은 경남 창원시 성산구와 통영시 고성군 2곳서, 기초의회 의원선거는 전북 전주시 라 선거구, 경북 문경시 나·라 선거구 3곳서 각각 실시된다.

이번 미니 선거의 핵심은 국회의원 재보선이 치러지는 경남 창원 성산과 통영 고성을 어떤 당이 차지하느냐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입장에서는 2곳을 ‘싹쓸이’하고 싶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 창원 성산은 대대로 진보 진영이 강세를 보여왔던 지역이기 때문이다.

창원 성산은 보수세가 강한 영남권 내에서 가장 진보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노동자 계층의 유권자가 많기 때문인데 이는 역대 선거를 통해 고스란히 증명됐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전 의원이 두 차례(17·18대), 정의당 고 노회찬 전 의원이 한 차례(20대) 당선됐다. 보수 정당이 당선된 사례는 새누리당 강기윤 전 의원(19대)이 유일하다.


창원 성산 재보선 결과는 진보 진영의 단일화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강 전 의원이 당선된 지난 19대 총선에서는 진보 진영이 이 지역서 단일화에 실패했다. 반면 단일화에 성공했던 지난 20대 총선에서는 노 전 의원이 당선됐다.

이번 4·3재보선 역시 마찬가지다. 진보 진영이 단일화를 이룬다면 한국당은 깊은 고심에 빠질 수밖에 없다. 한국당 입장서 다행인 점은 진보 진영의 단일화 여부가 아직 안갯속이라는 점이다.

창원 성산 재보선 ‘솔솔’
리더십 검증받으러 험지로?

한국당 내에서 창원 성산의 필승을 위해 황 대표가 직접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흥미를 끈다. 그의 리더십을 검증하기에 이만큼 좋은 시험대가 없다는 것이다. 또 향후 당을 이끌어가기 위해서도 황 대표가 원내로 진입할 필요가 있다는 논리다. 

일례로 한나라당 이회창 전 총재는 지난 1999년 6·3재보선서 서울 송파갑에 출마해 당선됐고, 민주당 손학규 전 대표는 지난 2011년 4·27재보선서 경기 분당을에 출마해 원내 진입에 성공했다. 

원내에 진입한 두 사람은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대권주자로 올라섰다. 50%의 득표율로 당권을 차지한 원외 인사 황 대표가 ‘이회창’ 사례를 롤 모델로 삼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황 대표가 원내에 진입하면 얻게 될 이득은 크다. 황 대표는 법무부장관, 국무총리, 대통령 권한대행 등 굵직한 이력을 가졌지만, 정치인으로서는 신인이다.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이라는 자존심으로 똘똘 뭉친 현역 국회의원을 통솔하기는 쉽지 않다. 원외 인사라면 더욱 그렇다. 황 대표가 나경원 원내대표에게 밀려 힘을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김병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서 4개월여 동안 대여투쟁을 해온 나경원 원내대표에 비해 황 대표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리지 않을 공산이 크다. 황 대표 입장서 원내 입성은 지상과제와도 같다.

험지 차출설
무슨 이유로

그러나 황 대표의 창원 성산 출마를 선뜻 예상하기는 힘들다. 낙선이라는 위험을 감수해야하기 때문이다. 이제 막 대표로 올라선 상황서 낙선은 황 대표 입장서 치명상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의 한 의원실 관계자는 “누구라도 첫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나”라며 “황 대표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굳이 낙선의 위험을 안고 나서기는 힘들지 않을까 예상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박 측에서 황 대표를 흔들기 위해 셀프 차출설을 ‘흘렸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황 대표를 험지로 내모는 차출설을 세간에 흘려 그의 리더십에 흠집을 내고자 하는 비박계의 전략이라는 것이다.

경남 민심이 한국당에 우호적이지 않다는 점을 몸소 경험한 부분도 황 대표의 출마 가능성을 낮춘다. 황 대표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있는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은 지난 5일, 일부 진보단체들은 기습 시위를 벌였다.

정의당 만나
드루킹 언급

적폐청산민주사회건설 경남운동본부,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등 소속 20여명은 황 대표가 도착하자 ‘5·18 망언 너희가 괴물이다’ ‘5·18 망언 한국당 정신차려’ 등의 글귀가 적힌 피켓을 들고 “망언 의원들 징계하라” “한국당은 해체하라”라고 외쳤다.

이어 황 대표는 경남 창원의 반송시장을 찾았다. 한국당 창원 성산 국회의원 재보선 후보인 강기윤 전 의원도 동행했다. 황 대표가 반송시장에 나타나기 전부터 창원진보연합 회원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황 대표를 향해 “황교안이 박근혜다!” “5·18 망언 사과하라” “한국당은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최근 황 대표는 정치 신인으로서 미숙한 모습을 보였다. 지난 4일 황 대표는 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예방했다. 이 자리서 이 대표는 “한국당의 전대 과정에 대한 국민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는 상황이라고 본다”며 “탄핵 수용에 대한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5·18 망언에 대해서도 조치가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자 황 대표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댓글조작 사건에 대해 정의당은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한 댓글조작 사건과 김 지사가 한 것에 대한 비교는 어떤가”라고 역공을 가했다.

황 대표가 말한 김경수 경남도지사 댓글조작 사건은 속칭 ‘드루킹 사건’을 의미한다. 이는 정의당 입장에서는 뼈아픈 사건이다. 이 사건이 단초가 돼 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이 목숨을 잃었다. 이 대표는 “정의당에 처음 찾아와서 같이할 많은 일 중 드루킹을 말씀하시는 것은 유감스럽다”며 불만을 감추지 않았다.


힘 받는 ‘이회창’식 모델
진짜? “가능성은 있지만…”

당직 인선과 관련해서도 잡음이 많다. 전당대회 당선 일성서 황 대표는 ‘탕평’을 꺼내들었지만, 첫 당직 인선서 친박들이 대거 중용돼 논란을 낳고 있다. 당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한선교 의원은 원조 친박계로 꼽히는 4선 중진이다.

그 외 황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분류되는 추경호 의원은 전략기획부총장, 민경욱 의원은 대변인, 송희경 의원은 중앙여성위원장에 임명됐다. 이들 모두 친박계 초선 내지는 친황(친 황교안)계로 분류되는 이들이다. 
 

▲ 고 노회찬 의원

황 대표는 이와 함께 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 원장에 ‘복당파’ 김세연 의원을 임명했지만, 앞선 인사에 비해 힘이 많이 떨어지는 자리라고 정치권은 입을 모은다. 비박계 좌장 격인 김무성 의원은 황 대표의 당직 인선을 두고 “아쉬운 감이 있다”고 평했다.

한국당의 당면과제인 5·18 망언 국회의원 징계에 대한 부분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논란이 됐던 김순례 의원은 이번 전당대회서 태극기 부대의 지지를 받아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앞서 한국당은 망언의 당사자인 이종명 의원에게 제명 조치를 내렸으나, 김진태·김순례 의원에 대해서는 전당대회 출마자에 대해 징계를 할 수 없다는 당헌·당규를 들어 징계를 유보한 상태다.

강력한 징계가 가능하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이 주를 이룬다. 김영종 당 윤리위원장이 돌연 사퇴하면서 징계 절차는 논의조차 되고 있지 않은 상태다. 황 대표가 신임 윤리위원장을 선임해야 징계 절차가 개시된다. 황 대표는 “절차에 따라 진행하겠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당면과제 산적
리더십 있어야

취임 초부터 친박계 측의 손을 들어준 황 대표는 이제 비박계 측의 불만을 눌러야 할 필요가 있다. 불만을 누르기 위해서는 강력한 리더십이 뒷받침돼야 한다. 결국 시기의 문제일 뿐 황 대표가 원내 입성에 도전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한 비박계 의원실 관계자는 황 대표의 창원 성산 출마 가능성에 대해 “가능성이야 배제할 수는 없지만 물리적으로 시간이 촉박하다”며 “1년 후에 총선이 있는데 굳이 모험을 하려 들겠나. 나서도 총선판에 뛰어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MB 나오니 GH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석으로 풀려나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내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공개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진원지는 한국당 지도부다.

황교안 대표는 지난 7일 당 최고위원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에게 “박 전 대통령이 오래 구속돼 있고 건강도 나쁘다는 말씀을 들었다”며 사면 조치의 필요성을 우회적으로 나타냈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KBS 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문재인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박 전 대통령의 사면 결단을 내릴 때가 오고 있다”고 언급했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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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