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최대조폭 '신20세기파' 흥망성쇠 풀스토리

“형님이 감방서 고생하는데 밖에서 호강할 수 없지”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1980년대 부산 중구 남포동 일대 유흥가를 거머쥐었던 '신20세기파'. 수차례의 와해와 재결성을 거쳐 30년에 가까운 명맥을 이어온 부산의 대표적인 폭력조직이다. 지금으로부터 약 10여 년 전 개봉했던 영화 <친구>에서 장동건이 이 조직의 행동대장으로 출연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그런데 최근 신20세기파 두목이 검거되고 이후 조직원들이 잇따라 자수하면서  이들의 뜻밖의 '의리'가 주목받고 있다. 더불어 부산지역 폭력조직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일요시사>는 부산 폭력조직의 탄생비화와 흥망성쇠 풀스토리를 풀어봤다.

야구방망이와 흉기를 든 폭력배 수십 명이 납골공원 장례식장에 들이닥친다. 상대 조직원을 찾아내 보복하기 위해 식당까지 난입했다. 이번엔 병원 응급실에서 건장한 체격의 청년 10여 명이 난투극을 벌인다. 부산지역 불법 오락실 운영권을 놓고 칠성파와 세력다툼을 벌여온 신20세기파 조직원들이다. 부산지검 강력부가 지난 20일 신20세기파 3대 두목 홍모(39)씨와 행동대장 황모(31)씨 등 15명을 검거해 재판에 넘겼다.

피비린내 나는
영역다툼

부산의 양대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신20세기파는 영화 <친구>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했다. 극 중에서 배우 유오성이 소속된 조직이 칠성파고 장동건이 행동대장으로 연기했던 조직은 신20세기파다.

영화 속 얘기처럼 신20세기파는 부산의 또 다른 폭력조직인 칠성파와 피비린내 나는 영역 다툼을 벌여왔다. 1980년대 후반 부산에서는 최대 조직으로 꼽히는 칠성파와 이를 견제하는 반칠성파가 성행했다. 반칠성파는 '신칠성파' '20세기파' '신20세기파' '유태파' '영토파' 등의 조직들이 합심해 칠성파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나서면서 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의 끈질긴 악연이 시작됐다. 신20세기파의 30년 조직명맥의 풀 스토리는 말 그대로 다사다난한 흉악범죄의 종합선물세트라고 명명할 수 있다. 

1993년 7월 신20세기파가 세력을 확장시키려는 가운데 이를 주시하고 있던 칠성파의 조직원들이 신20세기파 행동대장 정모씨를 부산시 중구 보수동 한 노상에서 10여 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이 사건은 영화 <친구>에서 대표적인 장면의 소재로 쓰였고 이 영화로 인해 두 조직 간의 오랜 갈등이 다시 한 번 사람들의 뇌리에 각인됐다.


영화 <친구> 실제모델 조폭 '신20세기파' 무더기 검거
반칠성파 계열 30년간 '칠성파'와 반목하며 세력 키워

2006년 1월에는 전국을 들썩이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신20세기파와 반칠성파 연합조직원 60여 명이 회칼, 손도끼 등 각종 흉기를 소지하고 부산 영락공원 장례식장에 난입한 것이다. 이는 온라인상에서 ‘영락공원 집단칼부림’으로 불리며 사회를 충격 속에 빠뜨렸고 신20세기파를 와해직전 상황까지 몰고 갔던 칠성파와의 대 난투극 사건이었다. 게다가 이 사건은 추후 신20세기파의 일망타진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반칠성파가 칠성파와의 난투극을 모색한 이유는 바로 이것이다. 부산지역 양대산맥을 이루는 폭력조직 중 하나인 칠성파 계열의 '신온천칠성파' 소속이었던 양모씨가 이 조직을 탈퇴한 후 반칠성파 계열의 유태파로 옮기면서 잔인하게 난자돼 피살당했다. 이로 인해 친칠성파와 반칠성파 간의 질긴 세력다툼이 본격적으로 표면화돼 양세력 간 잊을 수 없는 대충돌이 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의 범죄단체성에 대한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아 반칠성파 조직원 30여 명만 폭처법위반(집단·흉기 등 상해)죄로 기소됐다.

이 사건의 원인은 당시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온갖 유흥업소가 문을 닫게 되고 심지어 조폭들의 주요 '밥그릇'이었던 오락실마저 불법 도박업소로 분류돼 자금줄이 막히게 된 데 있다. 더불어 '마피아' '야쿠자'등 국제범죄조직들이 국내에 속속들이 유입되면서 자연스럽게 조직 간 이권다툼과 자신의 구역을 지키려는 데 혈안이 돼있었다. 특히 신20세기파는 30여년간 토착 폭력배들과 집단패싸움을 벌이며 세력을 넓혀온 예 중 하나로 꼽힌다.

2009년 11월17일 신20세기파가 농협조합장선거 후보자의 선거운동을 방해하는 사건도 일어났다. 밀양 상남농협 조합장선거에 신20세기파 조직원 20여 명이 동원돼 경쟁후보의 선거운동을 노골적으로 방해한 것. 조직원들은 선거운동원들에게 위세를 과시하거나 출마를 선언했던 입후보자들에게 쇠망치와 각종 흉기를 휘두르는 등 비열한 방해공작을 펼쳤다.

밥그릇 뺏겨
자금줄 막히기도

또한 신20세기파와 연합관계에 있었던 '무계파' 조직원들은 경쟁후보자에게 린치를 가해 전치 8주의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이에 상대후보자는 남은 선거운동을 마저 끝내지 못한 채 조합장선거에 낙선했고 신20세기파가 지지했던 후보가 당선되는 결과를 낳았다.


2010년 12월 신20세기파의 조직원 한 명이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기습폭행을 당해 부산의 한 병원 응급실에 입원했다. 치료만 받고 끝날 줄 알았던 당시 병원 직원들은 갑작스런 난동에 충격과 피해를 같이 입었다. 입원한 조직원을 보호하기 위해 동석한 타 조직원들이 병원 내 보안직원들을 무작위로 폭행하고 의료진에게 욕설을 퍼붓는 등의 온갖 진상을 부린 것이다. 이 사건으로 신20세기파는 막나가는 조직이라는 오명을 다시 한 번 쓰게 됐다.   

2011년 6월 또다시 칠성파와의 끈질긴 싸움이 재개됐다. 신20세기파 두목과 조직원들은 칠성파 조직원들에게 집단 린치를 가하기로 마음을 먹고 조직원 약 40여 명이 사시미칼, 야구방망이 등으로 완전무장을 한 채 해운대와 서면 유흥가 일대를 떼로 몰려다니면서 칠성파 조직원에 대한 보복과 칠성파의 와해를 기도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5일 새벽 경주 지역 사찰에 야구방망이를 소지하고 있었던 건장한 남자 7명이 무작위로 난입한다. 현광사 내부분쟁에 개입했던 신20세기파는 조직원 일부를 둔기와 함께 보내 잠을 자고 있던 분쟁 중 반대파 승려들을 무차별 난타했다. 당시 그들은 “무릎 뼈를 부숴서 걷지 못하게 만들라”고 위협을 가한 후 승려들의 방에 들어가 야구방망이로 무릎 쪽을 무차별적으로 가격해 뼈가 아스러질 정도의 골절상을 입혔다. 이로 인해 현광사의 승려들은 전치 9주~15주의 치료를 요하는 중상을 입었고 조직은 힘없는 종교인들에게까지 위협을 가하면서 비난세례를 피할 수 없었다.

이즈음부터 영락공원사건에 연루돼 구속됐던 신20세기파의 주요 조직원들이 대부분 출소하며 조직은 막강한 세력으로 발전했다. 뿐만 아니라 반칠성파의 연합조직들도 신20세기파에 힘을 더하며 조직의 건재함을 새삼 실감케 했다.

또 다시 시작된
끈질긴 싸움

하지만 검찰의 수사망은 그리 허술하지 않았다. 영락공원사건 이후 신20세기파의 두목 포함, 조직원들이 30여 년동안 가담한 모든 형사사건들을 면밀히 조사하는 것은 물론 최근 동향 자료를 집중적으로 분석했다. 그 결과 신20세기파 주요 조직원들이 출소한 지 6개월 만에 당당히 재건할 수 있었던 활동 전모를 낱낱이 파헤칠 수 있었다.

사실 그들은 은밀히 지속적인 수사기관의 레이더망에 잡혀 단속을 받아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20세기파는 변함없이 세대교체를 해가며 부산지역 남포동 일대를 근거지로 오락실 운영과 퇴폐업소 섭렵으로 자금줄을 확보했다. 약자를 상대로 한 금품갈취 또한 상당했으며 일반인 상대 청부폭력도 개의치 않고 진행했다. 조직의 세력 확장을 위해 새벽녘에도 난투극을 벌이는 극악범죄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신20세기파 세대교체의 주요 타깃은 고교 시절에 야구, 복싱, 레슬링, 유도, 태권도 등 운동선수 출신의 운동신경이 뛰어난 자들과 소위 일진세력에 속해있는 사람들로 구성됐고 인위적으로 그들에게 접근해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직원들은 조직 재건을 위해 미성년자에게까지 손을 뻗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치졸한 영입을 이어왔다. 

그 중에 프로야구 선수출신 위모씨도 포함돼 있었는데 그는 ‘남포동 대가리’라는 별칭으로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치면서 고교싸움의 일인자로 불렸다. 위씨는 2007년 SK와이번스로 입단해 고교야구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주목받기도 했으나 5년 전 그가 퍽치기 범행의 전과를 보유하고 있다는 소문이 네티즌들 사이에 일파만파로 퍼지며 거센 비난을 받았다. 그는 바로 임의탈퇴 명을 받고 구단을 떠났다. 군대를 다녀온 후 위씨는 곧 신20세기파 조직원으로 활동하며 조직의 세력을 넓혀가는 데 일조했다.

알짜 오락실 옆 조폭 이권 따라 혈투…밥그릇 챙기기
조직원들 ‘조폭의리’로 줄줄이 자수…조직 사실상 와해

한편 부산지검 강력부는 이번에 신20세기파의 와해를 목적으로 치밀하게 증거확보에 돌입했는데, 그 이유는 칠성파의 최근 동향 때문인 것으로 파악된다. 칠성파는 아직도 부산의 최대 범죄조직으로 자리를 확보하고 있지만 지난 2010년 두목 이강환을 검거한 이후 조직 활동을 세분화 시켰다. 당시 두목 이씨는 부산의 모 건설업체 대표를 위협함과 동시에 4억원 상당의 금품갈취와 납치폭행 혐의로 구속됐는데, 다름 아닌 시민의 제보로 검거됐다.

부산의 대표폭력조직인 칠성파의 두목이 검거되자 검찰은 자연스럽게 경쟁조직 중 대표인 신20세기파 두목을 그 다음 타깃으로 삼았다. 검찰은 과거부터 현재에 이르는 신20세기파의 흉악범죄 증거사례들을 차례로 확보해 올해 1월부터 6개월 동안 두목 홍씨의 검거에만 힘을 쏟았다. 이후 두목 홍씨가 검거되자 서로 짜기라도 한 듯 주요 간부급 조직원들이 줄줄이 자수를 감행해 사실상 부산의 거대조직중 하나인 신20세기파의 와해가 성립됐다. 이것은 검찰이 남은 토착 폭력조직들 또한 좌시하고 있지 않겠다는 경고를 대신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올해 초 개봉했던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봤듯 과거처럼 거리에 활보하고 다니기는커녕 검찰의 손바닥 안에서 요리조리 몸을 숨기며 발붙일 곳을 찾아 헤매는 폭력조직들의 현재 모습이다. 심지어 칠성파도 부산지역 곳곳에 소두목을 두고 관리하는 형태로 시스템을 바꿔 검찰의 단속을 조금이라도 피하려 애쓰고 있다. 아직도 뒤에서는 더욱 진화된 방법으로 경찰과 검찰의 눈을 피해 범죄를 일삼는 어둠의 조직들이 곳곳에 살아 숨 쉬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숨통도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대교체하며
조직세력 넓혀

검찰은 이번 수사 이후 “파악된 첩보를 근거로 전통적인 폭력조직의 자금줄인 불법오락실, 퇴폐업소에 관해서도 비정기적인 단속을 실시해 조직 활동이나 세력 확장을 위한 자금 마련을 차단할 것이다. 가능한 수사역량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결집하고 지속적인 수사로 대형범죄조직의 와해를 위해 조직원 검거에 충실할 것이다”라고 강력한 선전포고를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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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