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아레나’ 유흥대부와 공무원들 ‘검은 커넥션’ 의혹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2.03 09:37:31
  • 호수 1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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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황제’ 업소에 물건 대준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최근 <일요시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클럽 아레나 강모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 중인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비리 공무원들이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찰, 구청 공무원 출신들로 현직 때 유흥업자에게 뒷돈을 받아 실형을 살았던 경험이 있다. 일각에선 강 회장의 후견인인 이모 고문이 전직 비리 공무원들을 앞세워 관(官)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펼쳤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서울 강남 일대 화류계는 ‘밤의 왕국’으로 불린다. 이 왕국의 밑바닥엔 ‘삐끼’와 ‘웨이터’가 넘쳐난다. 정상에 올라 황제에 등극하는 건 꿈같은 일. 꿈을 이룬 자는 신화가 된다. 최근 화류계서 신화의 반열에 오른 인물이 있다. 

임직원으로 취직
바지사장 역할도

강남 클럽 아레나의 실소유주로 지목되고 있는 강모 회장이다. 최근 국세청은 클럽 아레나에 대한 세무조사를 실시한 후 추징금 120억원과 벌금 37억원을 부과했다. 국세청 고발로 수사에 나선 강남경찰서는 구체적인 탈세 내용과 함께 아레나의 실소유주를 추적하고 있다. 

강 회장은 청담동 S호텔 나이트클럽 웨이터 출신이다. R 호텔 나이트클럽 간부를 거쳐 2006년 시작한 가라오케 G1을 비롯해 현재 12개에 달하는 유흥업소를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본지 1191호 ‘경찰이 쫓고 있는 밤의 황제’ 참조).

강남 화류계의 한 관계자는 “강 회장이 운영하고 있는 업소는 항상 장사가 잘 됐다. 매각할지언정 망해서 문 닫은 업소는 없었다”며 “강 회장의 업소는 지난 10년 동안 2차 영업을 했음에도 적발된 적이 없었다. 성매매로 서릿발이 내리던 시절 강 회장 업소는 살아 남았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강 회장 비호설이 나오고 있는 상황. 그런데 <일요시사> 취재결과 강 회장이 차명으로 소유하고 있는 유흥업소에 과일·주류·안주 등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전직 공무원 다수가 취직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유통회사 역시 사실상 강 회장 계열인 것으로 파악된다. 

영업장 과일·주류 등 납품 유통회사
경찰·국세청·관할구청 출신들 재직

전직 강남구청 공무원 출신 A씨를 비롯해 전직 경찰 B씨와 C씨가 강 회장 계열의 유통회사서 근무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유흥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살았던 공무원들이다. 

A씨는 강 회장의 업소에 과일과 음료 등을 납품하는 유통회사 S유통과 K청과의 대표이사·사외이사 등을 맡고 있다. S유통 등기등본부에 따르면 A씨는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가 있다. S유통은 음료수 및 식자재 유통, 판매업 등을 목적으로 2011년 6월13일에 설립됐다. 그해 10월31일 A씨는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현재까지 등재돼있다.  
 

▲ 클럽 아레나 사진=JTBC

A씨는 강 회장의 업소에 과일을 납품하는 K청과의 공동대표이사로도 등재돼있다. K청과는 2003년 4월15일, 농산물 중·도매업을 목적으로 설립됐다. A씨는 2015년 1월16일 대표이사로 취임해 2017년 3월27일 사임한 후, 같은 달 31일 공동 대표이사로 다시 이름을 올렸다. 

A씨는 강남구청 공무원일 당시 유흥업소 업자에게 뇌물을 받은 혐의로 실형을 산 적이 있다. 판결문에 따르면 불법 유흥업소에 영업허가를 내주기 위한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수뢰 후 부정처사죄 등 유흥업소 업자에게 뒷돈을 받은 혐의로 2009년 12월11일 징역 10월과 추징금 800만원을 선고받았다. 

비리로 잘리고 
유흥업소 거래


전직 경찰이었던 B씨와 C씨는 현재 강 회장의 업소에 안주와 주류를 납품하는 K유통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C씨는 2015년 1월2일부터 현재까지 K유통에 근무하고 있다. B씨는 지난해 1월1일부터 현재까지 K유통에 재직 중이다. 더불어 B씨는 강 회장과 연관된 것으로 전해진 유통회사 S사에도 근무했다. B씨는 S사에서 2015년 1월2일부터 2017년 1월1일까지 재직했다. 

K유통의 법인 등기등본부는 대법원 등기소에 나오지 않았다. S사의 등기등본부에도 B씨의 이름은 찾을 수 없었다. 다만 화류계에선 B씨와 C씨가 등기임원이 아닌 ‘영업사장’ 직함을 가지고 해당 유통회사서 근무하고 있다고 전했다. 

B씨와 C씨는 2012년 유흥업자의 불법영업을 눈감아준 대가로 뇌물을 받아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이들은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이었다. 서울지방경찰청 여성청소년계 소속 경찰은 서울 전역 풍속·성매매 지도 단속을 주업무로 한다.

강남 화류계 살아있는 신화 강 회장
뒷돈 받고 잘린 비리 공무원들을 왜?

B씨와 C씨는 2009년 5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유흥업자에게 매월 500만원의 상납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뒤 직위해제됐다. 서울중앙지법은 B씨와 C씨에게 뇌물수수 혐의로 2012년 12월11일 징역 3년6개월과 벌금 5000만원씩을 선고했다. 
 

▲ 렉스 클럽 아레나

국세청 출신 세무사가 강 회장의 모든 기장(세무)을 담당한 것으로 전해진다. 2012년 명예퇴직한 국세청 출신 D씨는 19년 동안 공직생활을 했다. D씨는 퇴직 전 7년 동안 강남권 세무서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파악된다. 그는 삼성세무서 재원관리3과(2005년), 서울청 조사3국(2006∼2007년), 송파세무서 재산2과(2008년), 역삼세무서 세원관리3과(2010년) 등에서 근무했다. 2012년 역삼세무서에서 7급으로 명예퇴직했다.

유통회사 역시 
강 회장 회사?

강 회장의 유흥업소가 있던 지역서 D씨가 세무서 직원으로 근무한 것이다. 한때 화류계서 이름을 날렸던 한 인사는 “D씨의 국세청 인맥이 어마어마하다. 강 회장의 세무 업무를 모두 D씨가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D씨는 강 회장이 주주로 있는 주류회사의 골프모임에도 자주 나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비리 공무원들이 어떤 경로로 유흥업소에 물건을 납품하는 유통회사에 취직했을까. <일요시사> 취재 결과를 종합하면 강 회장의 후견인으로 불렸던 이모 고문이 뇌물 혐의로 파면된 공무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 고문은 강 회장의 2인자로 불리던 인사다. 강 회장의 업소와 관련된 모든 계약을 직접 체결했으며 공무원 로비를 전담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과거 강 회장과 일을 함께했던 화류계 한 인사는 “강 회장은 업소를 인수할 때 한 번도 전면에 나선 적이 없다. 항상 이 고문은 바지사장을 대동하고 현금으로 업소를 인수했다”고 귀띔했다. 이어 “오랫동안 화류계서 일하며 공무원을 상대했다”고 덧붙였다.
 

이 고문은 유흥업자에게 뇌물을 받고 실형을 선고받은 전직 공무원들을 도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회장 후견인이 일자리 제공?
비호 의혹… 전방위 로비설도


화류계 관계자들은 “지난 10년 동안 강 회장 계열의 유흥업소는 단 한 번도 단속에 적발된 적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2012년 7월 신현희 전 강남구청장은 ‘성매매특별단속 TF팀’을 구성, 호텔과 룸살롱 등 유흥업소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단속을 벌였다. 당시 수많은 유흥업소들이 문을 닫았다.

그때도 강 회장 계열의 유흥업소는 모두 살아남았다고 한다. 

화류계에선 이 고문이 당시 이명박정부와 연이 닿아 있었기 때문이라고 의심했다. 실제로 이 고문의 아내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영부인 김윤옥 여사의 담당 메이크업 아티스트였다. 이 전 대통령 임기 동안 이 고문의 아내는 매일 새벽 3~4시에 청와대에 출근해 김 여사의 메이크업을 담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강남권서 유명 메이크업 숍을 운영하고 있다. 
 

이 같은 의혹에 대해 당사자들은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았다. 강남구청 공무원 출신인 A씨는 “강 회장이랑 이 고문을 알지만, 그쪽에 물건을 납품한 사실이 없다. 유흥업소들 영업 관련 로비도 하지 않는다. 그때 사건 이후 몇 명 친한 직원 제외하고, 일절 연락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 출신 B씨가 근무했던 S사 관계자는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S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강 회장 계열 유흥주점에 사과 한 쪽도 납품하지 않는다. 다 자기들이 유통회사 차려서 직접 가락시장서 물건을 사서 쓴다”며 “내가 B씨와 C씨를 안다. 이 둘은 이 선배(고문)랑 얼굴도 모르는 사이다. 현재 B씨는 S사에 다니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세청 출신 세무사?
회장의 세무 자문

국세청 출신 세무사 D씨는 강 회장의 세무업무를 맡고 있다고 인정했다. D씨는 “그(강 회장) 법인으로 있는 거 우리가 (세무업무) 하고 있다. 내 입장서 자세한 답변은 어렵다”고 말했다. K유통과 S유통은 ‘없는 번호’로 통화가 되지 않았다. 이 고문에게도 수차례 문자 등을 남기며 통화를 시도했지만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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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