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떠도는 ‘비행 블랙리스트’ 실체

항공기 못 타는 회장님 누구?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재계에 항공기 탑승주의보가 발령됐다. 셀트리온 서정진 회장이 모 항공사 1등석에 탑승해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눈길이 쏠린 것은 서 회장 갑질 의혹의 근거다. 관련 내용을 보도한 한 언론사는 해당 항공사의 내부 보고서를 근거로 내세웠다. 1등석 단골 고객인 재계 주요인사의 행동에 제약이 걸릴 전망이다.
 

지난 20일, 재계가 발칵 뒤집혔다. 국내 규모 바이오제약 기업 셀트리온을 이끌고 있는 서정진 회장의 갑질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갑질 의혹이 제기된 곳은 항공기 1등석이었다. 서 회장은 이곳 1등석에서 폭언 등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괴롭히고 

JTBC 뉴스 보도에 따르면 서 회장은 기내 승무원을 상대로 폭언과 갑질을 했다는 의혹의 시선을 받고 있다.

서 회장은 지난 16일 미국 LA서 인천으로 향하는 대한항공 여객기 1등석에 탑승했다. 서 회장은 당시 이코노미석에 있던 직원들을 1등석 전용바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사무장이 규율을 이유로 이를 제지했고 서 회장이 사무장과 승무원에게 항의하는 과정서 갑질을 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눈길이 쏠리는 점은 해당 매체가 서 회장의 갑질 의혹을 제기할 수 있었던 근거 자료다. JTBC 뉴스는 비행이 끝난 뒤 사무장이 서 회장의 행적을 보고한 문건을 토대로 이같이 보도했다.


보고된 문건은 서 회장의 행적을 구체적으로 서술한 것으로 전해지는데 해당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게 왕복 얼마짜리인 줄 알아? 왕복 1500만원짜리야. 너희들이 그만큼 값어치를 했는지 생각해봐. 젊고 예쁜 애들도 없고 다들 경력은 있어 보이는데 고작 이런 식으로 이런 걸 문제화해서 말하는 거야. 너는 네 일을 잘한 거고 나는 이런 규정이 있는 비행기는 안 타면 그만이다. 두고 봐, 연 매출 60억원을 날리는 거야!”

서 회장은 측은 관련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셀트리온 측은 “서 회장은 저녁 식사 대용으로 라면을 한 차례 주문했으며, 취식 시 덜 익었음을 표현했고, 주변서 이를 들은 승무원이 먼저 재조리 제공을 제안해 한 차례 다시 제공받았다”며 “이후 재주문 요청은 없었다. 서 회장이 승무원 외모 비하 발언 등 여성 비하 발언을 했다는 보도 내용 역시 본인이나 동승했던 직원들에게 확인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확인됐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사실 여부와 관계없이 재계에선 항공기 탑승주의보가 떨어졌다. 보고서 형식으로 자신의 행적이 문서화돼 곤혹을 치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항공사 탑승과 관련해 재계의 주요인사 갑질이 종종 문제가 된 바 있어 재계는 긴장하고 있다.

보고서 형태로 오너들 갑질 공개
승무원 내부 통신망에 자주 거론

지난 2013년 불거진 포스코에너지 A 상무의 라면 갑질 논란은 항공기 갑질 논란이 제기될 때마다 회자되곤 한다. A 상무의 갑질 의혹이 제기된 근거도 보고서(승무원일지)였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포스코에너지의 상무였던 A씨는 이에 대해 “고객정보에 해당하는 승무원일지를 인터넷에 유포해 명예와 사생활에 불이익을 입었다”며 대한항공을 상대로 소송을 내 고법까지 간 결과 패소했다.

법원은 “승무원들이 사내 사이트에 경위를 기록한 사내 보고서를 작성해 게재하고 언론에 사건이 보도되고 해당 승무원일지가 SNS, 인터넷 등을 통해 유포된 사실이 인정된다”면서도 “유출의 구체적 경위나 행위자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아무런 자료가 없고 승무원일지에 A씨의 개인정보가 포함돼있지 않는 등 대한항공이 불법행위자로서 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 2013년 4월15일 인천국제공항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가는 대한항공 비즈니스석에 탑승했다.  

A씨는 탑승 후 ‘밥이 설 익었다’ ‘라면이 짜다’ ‘아침 메뉴에 죽이 없다’는 등 불만을 표시했고 이 과정서 잡지책으로 승무원의 얼굴을 때린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승무원은 미국 공항에 도착해 A씨의 폭행 사실을 알렸고 미 연방수사국(FBI) 요원은 현지 조사를 받거나 한국으로 돌아갈 것을 요구, A씨는 입국을 포기하고 국내로 돌아왔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이후 사건이 알려지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논란이 일자 포스코에너지는 같은해 4월22일 A씨를 보직해임하며 진상조사 후 인사조치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다음날 A씨는 사표를 제출했고 회사는 이를 수리했다.

점잖기로 소문난 A회장
비행기만 타면 본성을?

2016년에는 기내난동 동영상이 퍼지면서 구속된 임두준씨가 화제가 됐다. 임씨는 두정물산의 임병선 회장의 아들인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샀다. 해당 영상은 임씨와 같은 비행기를 탔던 팝가수 리차드 막스가 임씨의 행각을 제압하는 것을 돕고 SNS에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임씨는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베트남 하노이공항을 출발해 인천공항에 도착 예정인 대한항공 여객기 KE480편 비즈니스석에서 술에 취해 옆자리에 앉은 한국인 A씨(56)의 얼굴을 한 차례 때리는 등 2시간가량 난동을 부린 혐의를 받았다.

또 포승줄로 묶으려던 객실 사무장 B씨(36·여)를 포함해 여승무원 4명의 얼굴과 복부 등을 때린 혐의도 받았다.

항공기 기내 갑질이 불거지자 꿈자리가 뒤숭숭할 인사도 보인다.

모 기업 B 회장 역시 그의 갑질 의혹에 대한 뒷말이 솔솔 나오고 있는 것. 점잖기로 소문난 B 회장이 비행기만 타면 본성을 드러낸다고 알려지고 있다. 해외를 자주 나가는 B 회장은 승무원들을 괴롭히고 성회롱도 심하다는 전언이다. 음식도 꼬투리를 잡기 일쑤라는 것. 한 항공사의 승무원들 사이에선 B 회장을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탑승을 거부하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성희롱도


재계의 한 관계자는 “항공기에 갑질 논란의 경우 보고서가 존재하는 경우가 있어 언론 등을 통해 보도되면 이미지 타격이 상당하다”며 “재계의 주요 인사들의 경우 그 여파가 해당 기업에게까지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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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