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킹메이커’ 이해찬과 함께 뛸 정권교체 적임자는?

‘이해찬 대세론’ 먹혔듯 ‘문재인 대세론’ 먹힐까?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이변은 없었다. 대세론의 주역 이해찬 대표가 지난 6·9 전대를 통해 통합민주당의 지휘봉을 움켜쥔 것. 경선전은 당초 ‘이해찬 대세론’으로 인해 싱거운 승부가 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역전에 역전을 거듭하는 명승부가 펼쳐졌다. 막상 뚜껑열린 경선에서 ‘김한길 역대세론’이 파란을 일으켰던 것. 하지만 역 대세론을 누르고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하며 이 대표가 사령탑에 오르자 잠룡들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진 양상이다.

 

과연 ‘이해찬-박지원’ 쌍대포의 위력은 어느 정도일까?

민주통합당의 새로운 지도부가 베일을 벗었다. 민주당은 지난 9일 전당대회를 통해 대선정국을 이끌 지도부를 선출했다. 이해찬 대표를 사령탑으로 김한길·추미애·강기정·이종걸·우상호 후보가 차례로 최고위원에 당선됐다. 당초 민주당 당권은 ‘이해찬 대세론’이 형성되며 싱거운 승부가 될 것으로 예측됐다. 하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지역경선에서 김한길 최고위원이 파란을 일으키며 초반 대세론에 금이 갔다.

친노 프레임 비판 속
김한길 역대세론 형성

김 후보는 10곳의 지역 순회 경선 중 무려 7곳에서 승리를 거뒀다. 이렇게 ‘김한길 역대세론’이 불기 시작하며 승기가 점점 김 후보 쪽으로 기우는 듯했다. 하지만 시민선거인단이 참여한 모바일 투표에서 다시 한 번 판세가 뒤집어졌다.

이 대표는 70%의 가중치가 부여된 당원·시민 현장투표와 모바일 투표에서 5만1333표를 얻어 4만7439표를 얻은 김 최고위원를 크게 앞섰다. 이로써 이 대표는 총 6만7658표를 얻어 6만6187표를 얻은 김 최고위원을 제치고 민심을 얻으며 민주당 사령탑에 올랐다.


이제 이 대표에게는 대선필승과 정권교체라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주어졌다. 이를 위해 지역주의와 이념대결이라는 구태정치의 한계를 뛰어넘고, 민심을 사로잡을 묘수를 마련하는 것이 급선무로 보인다.
당초 전대에 앞서 ‘이-박 연대’가 대선정국서 문재인 상임고문을 지원한다는 역할분담론이 불거지며 역풍이 거셌다. 그들만의 ‘지분 쪼개기’라는 이유에서다.

현재는 통합진보당 사태로 말미암아 정파나 계파정치의 부작용이 확실하게 드러난 상태다. 국민적 시선 역시 구태의연한 계파정치 희석이라는 변화와 쇄신을 요구하는 실정이다. 이는 경선전에서도 김한길 역대세론을 형성시킨 원인이었다.

이번 당권은 킹메이커로서 정권교체를 이뤄내야 한다는 막중한 임무가 주어진 상태다. 하지만 민주당은 지난 총선 패배로 기력을 상실한 것. 이런 와중에 ‘전략기획의 달인’으로 통하는 ‘이해찬 대세론’이 금이 가자 일각에서는 ‘이-박 투톱’으로 기사회생하고, 그 기세로 대선정국을 장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 모두 대여공세에 능한 전략통으로 분류돼서다.

때문에 이번 전대에서 친노라는 구태의연한 계파 프레임을 떠나 이 대표의 다양하고 풍부한 국정경험과 지략 등이 더 높이 평가됐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갈수록 점점 더 견고해지는 ‘박근혜 대세론’이 오버랩되며 이 대표에게 다시 표가 갈 수밖에 없었다는 것.

‘이-박 기관사’가 운전하는 대선급행열차에 오른 문재인
‘리틀 노무현’ 김두관 ‘중원의 맹주’ 손학규 타격 불가피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만든 기획자이자 집행자다. 전략통으로 꼽히는 두 사람은 달인급 기획력을 선보이며 이회창 대세론을 깨뜨리고 정권교체와 정권재창출을 이뤄낸 전력이 가장 큰 장점이다.

게다가 이 대표는 친노를 대표하고 박 원내대표는 DJ계와 호남을 대표하기에 양대 세력이 결합만으로도 파급력을 배가 시킬 수 있다. 당의 한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은 김종필 전 총리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2인자 역할을 하며 충청이 영남의 보완재가 되었을 때와 유사하다”고 전했다.


특히 이번 승패는 시민선거인단 투표에서 판가름이 났다. 신청 마감 직전 이틀 동안 8만명 정도의 신청자가 무더기로 몰렸다. 이를 두고 입지가 위태로워진 이 후보와 가까운 친노성향의 시민사회단체가 대거 참여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게다가 이 대표의 초반 대세론에 흠집이 나자 경선 막판에 <나는꼼수다> 멤버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인 ‘미권스’ 회원이 공개적으로 이 대표 지지를 선언한 것도 승리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제 민주당 잠룡들의 속내는 더욱 복잡해진 눈치다. 문재인-이해찬-박지원 삼각연대설이 현실화되면서다. 앞서 민주 당권은 삼각연대설에 맞선 잠룡들이 당권전쟁에 뛰어들며 ‘친문재인 vs 반문재인’ 구도로 전개됐다. 이제 그 결과에 따라 잠룡들의 희비쌍곡선이 극명하게 엇갈리는 분위기다.

먼저 문재인 상임고문은 대선 급행열차를 타게 됐다. 앞서 극구 정치참여에 손사래를 치던 문 고문을 삼고초려 수준으로 현실 정치권에 입문시킨 당사자가 바로 이 대표다. 게다가 킹메이커인 이 대표가 그리는 대권구상은 ‘이-박-문 삼각연대’란 사실은 이미 경선과정에서부터 널리 알려졌다.

이 대표가 문 고문을 현실 정치로 끌어들인 데는 당내 다른 대선주자들의 지지율이 너무 낮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의 싸움에 승산이 없다는 정략적 판단이라는 것이 측근인사들의 견해다. 문 고문은 이제 오는 7∼8월로 예정된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본격적인 세몰이에 돌입하며 대권행보에 탄력을 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친노계-DJ계 연합
정권교체 발판 놓기?

반면 반문진영으로 묶였던 김두관ㆍ손학규ㆍ정세균ㆍ정동영 등 잠룡 4인방은 대선 급행열차에서 멀어지며 적잖은 타격을 입게 됐다. 때문에 이들은 틈새공략을 통해 반등을 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반문진영은 이제 ‘각자도생’의 길로 분화가 시작될 전망이다. 이제 대권고지 선점을 위한 잠룡 간의 세력재편 및 전략수정 등으로 대혈투가 벌어질 전망이다.

반문진영의 최전선에 나섰던 김두관 경남도지사는 타격이 큰 상황이다. 특히 친노와 PK지역이라는 같은 지지층을 기반으로 둔 김 지사와 문 고문은 향후 대선정국서 경쟁이 불가피한 대체제 관계여서다. 일단 급행열차를 타게 된 문 고문에 김 지사 입지가 그만큼 좁아질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김 지사는 대선출마 시기 및 대권 전략 수정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실제로 김 지사는 노무현 전 대통령과의 거리두기에 나섰다. 지지층을 넓히기 위해서는 특정 진영에 얽매이는 것이 불리하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지사는 ‘노무현 계승’이 아닌 ‘비욘드(beyond) 노무현’을 주장하고 있다.

김 지사는 “노 대통령의 공은 공대로 승계하되 참여정부에 약간의 과가 있다면 그것을 뛰어넘는 게 비욘드 노무현”이라는 설명이다.

‘중원의 맹주’ 손학규 상임고문의 타격도 큰 상태다. 특히 친손계 조정식 후보가 지도부 입성에 실패하면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만 손 고문은 한국노총 등을 움직이며 김한길 최고위원의 선전에 가능성을 확인해 향후 비노진영의 구심적 역할을 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손 고문 측에서 결선투표제 도입을 주장한 것도 대선경선 국면에서 ‘친노 vs 비노’ 구도를 고착시키겠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손 고문 측근은 “대선기획단을 구성한 후 결선투표 방식을 포함한 대통령후보 선출 관련 당규규정 제정에 나설 것이다”고 밝힌 바 있다.

대선정국서 ‘이-박 연대’ 쌍포 위력 어느 정도일까?
‘반문(反文)’ 진영 ‘각자도생’…틈새공략 더욱 치열해져

그간 원내에서 범친노진영을 이끌었던 정세균 상임고문도 ‘친노 프레임’ 탈피로 외연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특히 정 고문은 전폭적으로 지원했던 강기정 의원이 4위로 지도부 입성에 성공한 여세를 몰아가겠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 고문은 대중적 지지율이 가장 낮은 점이 최대의 약점이다. 때문에 정 고문은 스스로 김대중·노무현 세력을 하나로 아우를 수 있는 통합형 대선주자를 자처하며 존재감 부각에 열을 올리는 눈치다. 특히 낮은 지지율에 관해서도 정 고문은 “‘저평가 우량주’는 장이 서면 제대로 평가를 받는다”고 답변하며 자신감을 내비친 상태다.

‘대권 재수생’ 정동영 상임고문은 이종걸 최고위원이 지도부 입성에 성공하면서 고무적인 분위기이다. 정 고문은 지난 4·11 총선에서 강남을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불모지 개척에 실패했다. 하지만 자신이 지원한 이 최고위원이 지도부에 들며 자존심을 회복한 상태다. 정 고문의 최대 난제는 낮은 대선지지율이 다. 때문에 이미 한 번의 대선경험을 최대한 살려 돌파구 마련에 심혈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제 지도부 선출로 전열정비를 끝낸 민주당은 급속도로 대선정국 속으로 빨려들어 갈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다섯 잠룡이 뛰고 있는 대선불판에 당헌당규까지 개정되면 잠룡들의 수가 더 늘어나며 기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민주당은 ‘당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선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대선 전 1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당헌 25조에 명시된 상태다. 하지만 이러한 당권대권 분류조항이 개정되면 문성근·박영선·이인영 전 최고위원 등 다수의 대선출마가 예상된다.

계파색 지우고
외연확장 나서

때문에 민주당의 점점 커지는 대선판에 ‘안방 리그전’부터 치열한 혈투가 펼쳐질 전망이다. 전당대회의 승패가 가려진 만큼 잠룡들의 한차례 희비쌍곡선도 함께 그려진 상태다.


하지만 계속된 잠룡들의 갖은 승부수에 ‘대권행’의 주인은 한 치 앞도 예단하기 힘들다.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잠룡들의 대권전쟁의 최종승자가 누구일지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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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들을지언정 정국 대응에 일사불란하다. 이는 강성 지지층의 압박으로 형성된 중앙집권 형태의 정치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봉건 영주처럼 군림하는 봉건제 형태 정치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무기력함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맹탕’이란 표현이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올해엔 ‘추태’란 표현도 나왔다. 미국 의회에선 상시 청문회 제도를 안착시켜 아주 촘촘한 청문회 제도를 운용한다. 이를 토대로 “정기 국정감사를 없애고, 상시 국정감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어김없이 나왔다. 변함 없는 맹탕 국감 국민의힘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과거 이력과 함께 그와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에 당력을 기울였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물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도 그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범여권에선 방어막을 쳤다. 당력을 기울여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태도는 김 실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키운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김 실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더라도 국민의힘이 그에 대한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4일엔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반말 논란으로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법사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질의를 이어갔다. 박 의원이 발언 시간 초과로 마이크 전원이 나간 이후에도 계속 질의를 이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제지하려 들었다. 박 의원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자, 신 의원은 “왜 반말을 하느냐”고 반발했고 다시 박 의원이 “난 옛날부터 너한테 말 내렸다” 등 언쟁을 벌였다. 한술 더 뜨는 논쟁은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이어졌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박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 중엔 박 의원이 김 의원에게 “에휴, 이 찌질한 X아”라는 욕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때 박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에 항의하던 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한심한 XX는 나가”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은 “지난달 2일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방통위 관련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저를 지칭해 ‘저 인간만 없으면 과방위가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며 “김 의원이 시끄럽게 전화 통화까지 하길래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제 가족 사진까지 화면에 띄우면서 저를 비판했다”며 “김 실장의 경기동부연합 연루 사실까지 폭로했더니 제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고 강조했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지난달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진행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 대법원장과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사진을 제시하면서 ‘조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다음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도움되지 않았고, 조 대법원장을 국회에 불러 압박해 망신을 줬단 프레임에 갇혔다”며 “지나치게 과했다”고 지적했다. 강성 지지층 눈치에 몰아치는 민주당 특유의 봉건제…국감서도 의욕 상실 최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배우자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을 상대로 “나 의원의 언니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내연남 김충식씨의 새 내연녀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김 법원장은 “나 의원에겐 언니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최 의원에 대한 비판·조롱이 이어졌다. 최 의원은 이튿 날 진성철 대구고등법원장에게 재판소원 관련 질의를 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옆에 있다가 바라보는 자세로 몸을 돌렸다. 이어 주 의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딸 결혼식을 진행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 의원이 배포한 모바일 청첩장엔 신용카드 결제 링크가 포함돼있었다. 지난달 초엔 청첩장을 과방위 소속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도 전달했다. 최 의원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는 기이한 해명을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달 26일엔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보좌진에게 “축의금을 피감기관들에 돌려주라”고 지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결혼식 축의금 50만원을 냈다가 돌려받은 사람 중 1명은 다름 아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지정한 경조사비 한도는 5만원이다. 여야의 정쟁 때문에 국정감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이 일어나는 사례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국정감사엔 다수의 증인·참고인이 출석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시간을 쪼개 출석 의무에 응했거나, 출석할 필요가 없는데도 출석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시간·일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모적인 정쟁을 거듭하면서 이들 증인의 시간도 잡아먹는다. 이는 국회의원 특유의 꼰대질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이 욕설을 주고받는 현장엔 사이버 레커들로부터 피해를 본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있었다. 쯔양은 이들이 욕설을 주고받자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몰아치는 사법개혁 이날 여야는 박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한 공방을 밤 늦게까지 이어갔다. 양당은 국정감사가 이어진 지난달에도 자신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 의원이 박 의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한 후 박 의원은 이날 내내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내는 문자폭탄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는 재판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추진되는 듯했다가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의 반대로 사그라들었던 법원행정처 폐지도 다시 추진할 조짐을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1일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후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게 대법원을 겨냥하고 있다. 대법관 수 증원은 민주당 내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확정한 방안이다. 재판소원은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당 지도부와 협의해 당론 법안으로 별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안을 일컬어 “과도하다”고 비판한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기 전엔 법원의 각종 숙원사업을 들어주려고 했다”며 “판결 이후 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이라며 “법원이 마음에 안 드는 결정을 할 때마다 단세포적으로 대응한단 느낌마저 든다”고 해석했다. 반대 진영의 날 선 지적에도 민주당은 특유의 몰아치기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법원 등 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관념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강성 지지층의 욕구는 몰아치기와 일부 의원들의 과도한 언행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최 의원도 대법원·국민의힘 공격 최전선에 서자,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반대로 예의 무기력함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나름대로 ▲김 실장 관련 의혹 제기 ▲정희철 단월면장 사망 등 김건희 특검의 과잉 수사 의혹 제기 ▲10·15 부동산 대책 비판 등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힘 특유의 무기력함이 국민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선 별다른 의욕도 느껴지지 않고, 국민이 관심가질 만한 내용도 발언으로 채우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이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진짜 친윤)’ 그룹의 존재를 주장한 이후 많은 사람에게 인식된 국민의힘 특유의 봉건제로부터 비롯된다. 토착 세력 주도 형태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대구·경북·강원 등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두고, 지역구 관리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지역구의 왕이자 소리 없이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핵심 그룹이다. 이들은 “당권을 지켜 공천만 계속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기반을 완전히 움켜쥐고, 중앙 정치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토착 세력이 주도하는 정치 형태는 봉건제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국민의힘 내부의 봉건제는 전제 왕조 시절의 봉건제보다 후퇴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언더 찐윤 의원들이 지역구를 스스로 개척해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봉건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중국 주나라에선 왕이 제후들에게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이민족 중심 미개척지를 봉토로 하사했다. 이는 “미개척지를 개척·장악하면, 봉토로 인정해주겠다”는 취지였다. 주나라는 봉건제를 토대로 중앙의 왕이 각지의 제후들을 통제하는 통치 형태를 완성했다. 초기엔 주로 종친들을 제후로 책봉했기 때문에 가부장적 질서가 유지됐지만, 세월이 흘러 혈연 의식과 왕실의 힘이 약해지자 춘추전국시대란 난세가 열렸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중앙 정치에선 적당히 치적으로써 지역에서 내세울 만한 ‘사진’만 얻으면 된다. 이런 성향이 핵심 지지 기반에 퍼져 굳어지자,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추진했던 체질 개선이 번번이 무력화됐다. 그럴수록 당은 무기력해지고, 존재감을 잃는다. 반면 민주당에선 강성 지지자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의원들도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당론을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는 중앙집권형 정치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는 국민의힘 같은 무기력한 야당을 만나면 상대적인 장점으로 보일 소지가 강하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한번 어긋나면 결정적인 파국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였던 지난 2021년 12월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갈등하던 중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이들을 ‘봉건 영주’라고 지칭했다. 당시 이 대표는 “윤 후보가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봉건 영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선을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 정치는 ‘사진’만 얻으면 그만? 귀족이 왕권 능가했던 백제의 끝은? 이들이 바로 훗날 김 의원이 규정한 ‘언더 찐윤’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 지역 기반에서 자리 잡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앙당으로부터 지역구를 ‘분봉’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분봉받은 지역구의 공작 작위를 받아 공국을 구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 봉건제 국가에서 외침이 발생하면 제후들이 각자 군을 이끌고 와서 연합군을 구성한 후 전쟁에 나선다. 따라서 왕이 제후와 사이가 안 좋으면, 제후가 방어에 협조하지 않아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친다. 백제 개로왕은 왕권 강화를 시도하면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존 귀족을 배제하고, 잦은 토목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던 중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를 침략해 큰 위기를 맞았다. 고구려는 공격 7일 만에 수도 한성을 함락했고, 개로왕은 고구려군에 사로잡혀 죽었다. 귀족은 아무도 개로왕을 돕지 않았고, 당시 동맹이었던 신라만 구원군을 보내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후 백제에선 문주왕·삼근왕·동성왕 등이 연이어 귀족에게 피살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백제 마지막 임금 의자왕은 즉위 후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정적들을 추방하고, 아들 40명을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좌평에 임명해 중앙 정계에 진출시켰다. 백제가 멸망하는 과정엔 귀족이 구원군을 제대로 보내지 않았던 영향이 있다는 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실제로 영화 <황산벌>에선 이 설을 그대로 반영해 귀족이 의자왕에게 “당신이 아들 40명을 좌평에 임명했을 때, 우리의 조국은 진작 망했다”고 비웃는 장면이 묘사됐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도 미개척지가 많은 영토 특성 때문에 세습령병제가 시행됐다. 이는 신하가 병사를 대대로 소유하면서 마음대로 부리는 제도를 말한다. 이 때문에 오나라는 위나라·촉한의 침략은 성공적으로 막았지만, 두 나라를 상대로 한 영토 확장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신하들의 이권도 함께 걸려 있던 남방 개척은 성공적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백제와 오나라의 상황은 핵심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엔 능숙하지만, 중앙 정치에선 기행을 거듭하는 등 불성실한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초유의 기행을 거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옹립된 대선후보였다. 체계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이익에 따라 큰 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거칠게 요약하면, 역사는 봉건제를 중앙집권제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선 많은 변혁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체질 개선을 거부했다. 계획 없이 그때그때 장동혁 대표도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에선 혁신 담론이 아예 실종됐다. 장외투쟁에 대해선 보수 성향 신문도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웬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는 국민의힘 내부에 스며든 봉건제로부터 비롯된 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보면 봉건제가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봉건제를 알아야 국민의힘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말 봉건 영주의 연합정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