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주역 릴레이 인터뷰⑤] ‘여의도 입성한 강북투사’ 이노근 의원

“대선 때 ‘김용민 막말’ 이상의 비장의 카드 꺼내겠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지난 4?11 총선에서 노원갑은 단연 화제의 지역구였다. ‘나는 꼼수다’를 통해 정권심판론의 선봉장에 섰던 김용민 민주통합당 후보가 출마하면서다. 게다가 강북정서 역시 야권으로 승기가 기울어져 있었다. 하지만 금배지는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의 손으로 들어갔다. 더욱이 전체적인 총선결과는 새누리당의 압승으로 귀결됐다. 바로 선거 막바지 이 의원이 찾아낸 ‘김용민 막말동영상’이 판세를 뒤집으면서다. 동영상의 존재를 찾아내며 단숨에 새누리당 승리의 일등공신으로 떠올랐던 이 의원을 <일요시사>가 만나봤다.

선거는 흔히 ‘총성 없는 전쟁’으로 불린다. 때문에 전쟁의 주요 전술인 ‘지피지기’는 선거전에서도 ‘백전백승’을 위한 중요한 전략이 된다. 지난 총선에서 적의 과거까지 완벽하게 들춰내는 지피지기 전략으로 승리의 나팔을 울린 당사자가 있다. 바로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다.

물론 그는 완벽한 후보 검증을 위해 상대측인 김용민 후보의 막말 동영상을 찾아냈을 뿐 이것이 아니라도 승리를 확신했다는 입장이다. 바로 김 후보의 지지층이 ‘사이버인간’이라는 점과 투표는 오프라인의 유권자들이 한다는 이유에서다.

즉 이 의원이 노원구청장으로 재직하며 이룩한 성과물들로 인해 오프라인에서는 자신의 인지도가 더욱 막강하다는 것. 공직으로 잔뼈가 굵은 그는 정치신인이지만 공직과 마찬가지로 투명?신뢰?공정?소통이라는 4대 인프라를 마음속에 심어 사회정의를 실천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상태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나꼼수>의 인기와 화려한 멘토단을 등에 업은 김용민 후보를 꺾었다.

▲김 후보의 인기는 사이버공간상의 인기다. 정치인으로 인기 있는 사람도 아니고 정부정책으로서 경력 쌓은 인사도 아니기 때문에 저는 오히려 승산이 있다고 봤다. 돌팔이 의사에게 성형을 맡겨 부작용에 고통 받은 사람이 얼마나 많았나? 정치 역시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나꼼수>의 영향력을 부인할 수 없지만 저는 더 충분한 전략과 정책 등을 가지고 이긴 것이다. 때문에 정봉주 전 의원이 나왔어도 승리할 자신이 있었다. 김 후보는 자의반 타의반으로 왔지만 잘못 선택한 것이다.


-김용민 막말 동영상을 찾아낸 계기는.

▲지도자가 되려면 국민검증을 거쳐야 한다. 이는 후보자의 소신과 과거발언, 군문제, 세금문제 등 은폐하거나 알려지지 않은 사실들에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는 이른바 생산적 네거티브 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저는 이러한 합리적인 비판 차원에서 상대측에 대한 정보를 모아 유권자들의 의사결정에 유용한 재료를 제공했고, 판단은 유권자들께서 하신 것이다.

-<나꼼수> 대항마로 트위터부대 육성을 언급했는데 어떤 의미인지?

▲라디오?TV?신문이 전통적 매스미디어라면 요즘엔 인터넷?스마트폰 등이 뉴매스미디어 시대다. 요즘은 SNS라는 개인병기를 이용해 여과 없이 장착해서 쏜 정보가 계속 퍼진다. 새누리당은 바로 뉴미디어의 공격성이 약하다. 이런 취약점을 위해 사이버 서포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상대측의 허위거짓폭로에 대응사격으로 정당방어를 함과 동시에 공격전을 이어가는 것이다.

-트위터부대가 구체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서포터를 할 수 있나?

▲지난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 부재자 투표에서는 나경원 후보가 전부 이겼다. 하지만 그 사이에 ‘1억 피부과’ 논란이 트위터를 도배했다. 결국 허위사실로 판결됐지만 선거당시에는 잘 대처하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때문에 허위사실에 대해 절대 믿지 말라고 계속해서 꼼수주의보나 경계령을 내리는 것이다. 이런 사이버 전쟁을 신속하게 전개해 여론 오염을 막고 동시에 역공하는 역할이다.

-청와대가 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불법사찰과 관련 있다는 문건이 공개됐다. 청와대 책임 있다고 보나?


▲저도 비서실에서 3년 근무해봤지만 청와대가 엄청난 비밀과 비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는 마법의 사무실이 아니다.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정확히 잘 모르겠지만 공직윤리담당관실은 공직의 투명성을 위해 윤리에 반하는 사람을 잡는 곳이다. 게다가 대통령도 모든 것을 총괄하기에 수많은 정보가 필요한 자리다. 그런 차원에서 공직사회에서 정보라인이 필요하다. 하지만 총리실이 너무 의욕이 넘쳐 과잉충성으로 업무 범위 이탈이 문제가 된 것 같다.

-새누리당의 당대표?원내대표?사무총장 등 모두 친박계 의원으로 ‘박근혜당’이 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황우여 대표는 그분의 경륜과 지도력으로 당심을 잡은 것이다. 이한구 원내대표 역시 경제분야에 능통하고 경험도 많다. 다만 조직이라는 곳은 코드가 맞아야 하고 이심전심으로 통해야 하는 곳이다. 때문에 파벌 차원이 아니라 이를테면 지도부의 궁합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차원에서 대다수 분들이 정권재창출에 적합한 인사인지, 야당 원내대표의 적수가 될 수 있을지를 최우선 기준으로 두고 판단한 것이다.

“청와대는 마법의 사무실 아냐…잘 보이고픈 총리실의 과잉충성이 문제”
“나경원 1억 피부과 사태는 새누리당의 SNS 대응력 취약점 드러낸 것”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새누리당에 대한 젊은층의 지지도는 낮은 상태다.

▲대선에 앞서 새누리당의 정책과 전략이 중요하다. 이미 새누리당은 일자리와 복지, 경제민주화 등을 위한 정책개발을 다방면으로 이루고 있다. 하지만 이것을 어떻게 묶느냐는 전략이 더욱 중요하다. 약을 투여했다고 환자가 반드시 낫는 것은 아니다. 약을 쓰는 시기와 횟수 등 전략이 먹혀야 약발도 받는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준비한 정책들을 어떻게 가공해서 만들어 내놓을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대선에서도 김용민 동영상과 같은 생산적 네거티브 전략이 있는지.

▲저 개인적으로는 대선 때 활약할 비장의 카드가 있다. 이 역시 국민검증 차원이다. 특히 선거에서는 무엇보다 운도 중요하다. 운에는 횡재운과 천운이 있다. 횡재운은 우연이지만 천운은 아무나 돕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약효가 발휘될지는 모르겠지만 승리를 위해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겠다.

-그간 노원구청장을 역임하며 강남 못지않은 강북을 만들겠다고 강조했는데 가장 손에 꼽는 성과는? 

▲강남은 서울시의 도시?교육?주택정책 등 국가의 제도와 법률을 통해 돈을 벌었다. 하지만 이러한 정책은 하루아침에 바뀔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저는 재정분야의 법령을 개정해 강남북의 불균형제도를 개혁했다. 강남북 간의 서울시교부금 분배 차별시정과 시세징수교부금 분배 차별철폐 등을 주도했고, 노원구에 매년 400-600억이라는 안정적 세수를 확보했다.

-행정가로는 잔뼈가 굵지만 정치인으로는 신인이다. 어떤 각오인가.

▲초지일관의 자세로 임할 생각이다. 조선시대에는 ‘인의예지신’이라는 규범이 중요했다. 이것을 현대적 의미로 해석하면 도덕성이 포함된 투명성과 신뢰성?공정성?소통성이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4대 소셜캐피탈을 지키면 사회정의가 실천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이런 인프라들을 마음속에 구축하고 활동할 것이다.


-국회 폭력이 난무하며 그 어느 때보다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확산된 상태다. 19대 국회는 좀 달라질 수 있을까.

▲오늘날 국회에서 갈등의 원인이 한쪽이 이기고 지는 제로베이스게임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여야협상을 위해 양보의 개념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 된 창의적인 절충안과 대안을 마련해서 여야 모두 윈윈 게임으로 갈 생각이다.

<이노근 의원 프로필>

▲1973 청주공업고등학교 
▲1977 중앙대학교 경제학 학사 
▲2011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행정학 박사 
▲1976 행정고시 합격
▲1990 대통령 비서실 행정관
▲1994 서울시청 문화과 과장
▲1999 서울시 금천구?종로구?중랑구 부구청장
▲2005 서울시 종로구 구청장 권한대행
▲2006 서울시 노원구 구청장
▲2012 제19대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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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엘리엇 1300억원 소송’ 마지막 남은 반전 기회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2015년 진행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여파가 아직까지 남아있다. 정부는 당시 합병으로 인해 외국계 투자회사인 엘리엇 매니지먼트및 메이슨 캐피탈과 국제투자 분쟁에 휩싸였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으로 정부는 이들에게 약 2100여억원을 배상해야 하는 상황 중 아주 작은 소생의 실마리가 나왔다. 엘리엇 분쟁 사건의 판정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승소한 것이다. 정부가 미국계 해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와의 8년간 진행 중인 국제투자 분쟁에서 반전의 기회를 잡았다. 1300여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 분쟁 판정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의 항소심에서 승소하면서다. 이로 인해 배상 판결이 취소될 가능성도 되살아났다. 사건 발단 짚어보니… 법무부에 따르면 영국 항소법원은 지난 17일 한국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여 1심 법원인 고등법원에 사건을 환송했다. 이에 따라 사건을 되돌려받은 영국 고등법원은 엘리엇에 대한 한국 정부의 배상을 결정한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의 재판 관할권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한국 정부로서는 중재판정 자체를 무효화할 가능성을 다시 확보하게 된 셈이다. 엘리엇 배상 사건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이다. 해당 사건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정부가 국민연금공단(이하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이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다. 엘리엇은 해당 의혹이 발발한 지 3년이 지나서야 7억70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며 ISDS를 제기했다. 엘리엇의 ISDS 제기는 대한민국 정부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했다. 만약 엘리엇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경우, 막대한 국민 세금이 배상금으로 지급돼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국제 중재 절차는 매우 복잡하고 오랜 시간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국가의 대외 신인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었다. 대한민국 정부는 법무부를 중심으로 전담팀을 구성하고 국제 법률 전문가들과 협력해 엘리엇의 주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양측은 수년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네덜란드 헤이그에 위치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서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국정 농단 사건의 재판 결과와 국민연금 관계자들의 증언 등이 중요한 증거로 활용됐다. 기나긴 법적 공방 끝에 지난 2023년 6월20일, 네덜란드 헤이그의 PCA는 엘리엇의 ISDS 사건에 대한 최종 판정을 내렸다. 판정 결과는 대한민국 정부에게 상당한 충격이었다. PCA는 한국 정부가 엘리엇에 5358만6931달러(당시 환율로 약 690억원) 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이는 엘리엇이 청구한 금액인 약 7억7000만달러의 약 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 정부가 국제 중재에서 패소해 배상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PCA는 판정문에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 행위가 한국 정부에 귀속되는 행위며, 이로 인해 엘리엇에 손해가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민연금이 공적기금으로서 정부의 통제 하에 있으며, 그 의사결정이 정부의 행위로 간주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또 정부가 국민연금의 의사결정에 부당하게 개입해 엘리엇의 정당한 주주 권리를 침해하고 투자가치를 훼손했다고 봤다. 배상 취소 소송 항소심 승소 한미FTA상 성립 불가능 판단 그러나 대한민국 정부는 이 판정을 그대로 수용하지 않았다. 법무부는 판정 직후 즉각적으로 불복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2023년 7월18일, 정부는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하는 동시에,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판정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는 판정에 법리적 오류가 있거나 중재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주장하며 판정을 뒤집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특히, 정부는 엘리엇 사건이 한미 FTA상 ‘성립 불가능’한 사건이라는 점을 취소소송에서 가장 크게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국제투자 분쟁은 해외 투자자가 ‘투자국’의 협정 위반 행위에 대해 제기하는 국제중재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상업적 행위’일 뿐 국가의 행위로 볼 수 없다는 게 정부의 논리였으나 1심 법원에서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정부는 해당 판결에 대해서도 항소를 진행했고 지난 17일 영국 항소법원은 우리 정부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이에 따라 사건은 다시 1심 법원인 영국 고등법원으로 환송됐으며, 영국 고등법원은 배상 판결을 한 상설중재재판소(PCA)에 애초 재판 관할권이 있었는지부터 다시 심리하게 된다. 이 판결은 한국 정부가 거액의 배상을 면할 수 있는 반전의 기회를 마련한 것으로 평가된다. 엘리엇 배상 사건의 발단은 삼성물산 제일모집 합병에서 촉발됐다. 지난 2015년 5월26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은 합병 계획을 발표하며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1대 0.35의 비율로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그룹 경영권 승계 및 지배력 강화를 위한 것으로 해석됐으나, 삼성물산 주주들에게는 불리한 합병 비율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8년 소송 결말은? 당시 제일모직의 주가는 삼성물산의 약 3배였지만, 자산총액 기준으로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의 3배에 달했기 때문이다. 이에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이하 엘리엇)는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음을 공시하며 합병 반대 의사를 표명하고, 합병 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반대 운동을 펼쳤다. 당시 엘리엇은 삼성물산의 가치가 지나치게 저평가됐으며 합병 조건이 불공정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법원은 엘리엇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기각하며 삼성의 손을 들어줬다. 합병의 가장 중요한 변수는 삼성물산의 최대주주였던 국민연금이었다. 국내외 의결권 자문사들이 합병 반대 의견을 내놨음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은 내부 투자위원회를 거쳐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 결국 2015년 7월17일, 삼성물산 주주총회에서 합병안이 통과됐고, 그해 9월1일 통합 삼성물산이 공식 출범했다. 이후 박근혜정부 국정 농단 사건이 불거지면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불법성 의혹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지배력 강화를 위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이 이뤄졌고, 이 과정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제공하는 등 불법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특히 국민연금이 합병에 찬성하도록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관련 인사들이 재판에 넘겨졌다. 2025년 7월17일, 대법원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과 관련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등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 대해 전부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로써 이 회장은 약 10년간 이어져 온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다. 리스크 해소 다양한 반응 엘리엇 배상 사건이 새로운 국면을 맞으면서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항소심에서 ‘한국 승소’로 뒤집히자, 취소 청구를 주도한 법무부 장관으로서 환영했다. 한 전 대표는 “최선을 다하고 성과를 낸 많은 ‘좋은 공직자’들에게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한동훈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제가 법무부 장관으로서 지휘했던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중재판정의 취소소송 항소심에서 대한민국이 이겼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더불어민주당이 저 소송(취소소송 제기) 관련해 저를 많이 비난했었다”고 정쟁적 비판을 상기시켰다. 그는 “‘국익’이 걸렸지만 결과가 나쁠 수도 있는 위험 부담이 큰 문제를 결정할 때, 몸 사리면 공직자들은 편하다. ‘지면 네 돈 낼 거냐’는 폭력적인 질문 앞에서 ‘안 하고 말지’ 생각이 들게 마련”이라며 “그래도 몸 사리지 않고 국익을 생각한 좋은 공직자들이 있다. 이 경우가 그랬다”고 설명했다. 특히 “엘리엇 항소에 대해 ‘질 가능성이 크니 항소하지 마라, 그래서 지면 한동훈 사비로 돈 대신 내라’는 감정적 비난이 많았고, 그런 제목의 언론 사설까지 있었다”면서 공직사회에 “피 같은 국민 세금 아끼기 위해 많은 분들이 혼신의 노력을 해온 것을 제가 잘 안다”고 격려를 보냈다. 한 전 대표는 “의미있는 승리지만 이 사안은 아직도 갈 길이 먼, 쉽지 않은 싸움”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해 국익을 지켜주시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법조계에서는 엘리엇 배상 사건처럼 메이슨 캐피탈이 같은 이유로 제기했던 ISDS의 중재판정 취소소송 항소 포기에 대한 아쉬움을 내비쳤다. 한 국제통상 전문 변호사는 “엘리엇과 메이슨은 같은 이유로 ISDS를 제기했다”며 “엘리엇은 취소소송의 항소심을 진행하면서 메이슨은 지연이자 등으로 항소심을 진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엘리엇 사건이 항소심에서 승리하면서 메이슨도 같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 아쉬울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법무부는 지난 4월 정부 대리 로펌 및 외부 전문가들과 논의한 끝에 정부의 메이슨 ISDS 중재판정 취소 청구를 기각한 싱가포르 국제상사법원의 1심 판결에 대해 항소를 제기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발단 “이재명정부가 구상권 제기해야” 메이슨은 지난 2018년 9월 우리 정부가 자유무역협정(FTA)을 위반했다며 손해배상금 1억9139만달러(약 2609억원)와 판정일까지 연 5% 월 복리이자를 지급하라는 ISDS를 제기했다. 정부는 한미 FTA상 ‘정부가 채택하거나 유지한 조치’는 공식적인 국가 행위를 전제로 하는데, 개별 공무원의 불법적이고 승인되지 않은 비위 행위는 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중재판정부는 지난해 4월 우리 정부를 향해 메이슨 측에 3203만876달러(약 438억원) 및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정부는 지난해 7월 취소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달 싱가포르 법원은 메이슨 측 주장을 받아들여 한국 정부 측에 손해배상을 명한 중재판정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법무부는 "법리뿐 아니라 항소 제기 시 발생하는 추가 비용 및 지연이자 등 여러 가지 사정을 종합해 결정했다"고 항소 포기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번에 항소심에서 정부가 승리했지만, 여전히 문제는 국민 세금으로 내야 할 배상액이다. 정부가 메이슨에 지급해야 할 돈은 지연이자까지 포함해 약 887억원이 됐다. 엘리엇에 배상해야 할 금액은 당초 1300억원에서 지연이자까지 더하면 약 1500억원가량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시민단체에서는 엘리엇과 메이슨이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며 소송을 제기한 만큼 당시 합병을 주도한 이 회장과 두 기업의 합병 과정에서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상대로 구상권을 제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리이자가 계속 쌓이면서 배상액도 천문학적으로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이라, 이재명정부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5월 대선을 앞두고 참여연대는 대선후보들에게 엘리엇·메이슨 ISDS 배상금 구상권 행사 여부를 듣기 위해 질의문을 보냈다.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은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참여연대는 “단순한 침묵이 아니라 대통령 후보로서 세금 수천 억원의 손실을 되돌리기 위한 의지와 책임을 보여야 할 자리에서 책무를 방기하고 있다는 점이 중대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지난 17일에는 이재용 회장의 대법원 판결이 나온 직후 다시 한번 “재벌 봐주기 판결로 사회 정의를 무너뜨리고 총수 일가의 전횡을 용인하는 해로운 판례를 남긴 법원을 강력히 규탄한다”는 주장과 함께 정부를 향해 구상권 청구를 요청했다. 구상권 문제는? 다만 국제통상 전문가로 활동한 송기호 변호사가 대통령실 국정상황실장에 있다는 점에서 변화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있다. 송 실장은 변호사 시절 “법무부는 당시 중과실로 불법 행위한 대한민국 공무원들, 이들과 공모 관계라고 인정된 이재용 회장을 상대로 신속하게 구상권 청구를 해야 한다”며 “박 전 대통령 등 공무원에겐 국가배상법에 따라 당사자에게 청구하고, 이 회장에 대해선 민법상 공동불법행위자로서 청구할 수 있다고 본다”고 밝힌 바 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