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경철의 부동산테크 필승전략 <80>불꽃 튀는 마천루 경쟁

‘하늘로 하늘로’코리아 스카이라인이 바뀐다

“높이, 더 높이”
하늘에 맞닿을 정도로 까마득한 ‘마천루(摩天樓)’ 경쟁이 치열하다. 대한민국의 스카이라인을 완전히 바꿔놓을 초고층 빌딩들이 전국에 속속 자리 잡고 있다.

‘구름 맞닿을’초고층 빌딩들 전국 속속 자리 잡아
305m 동북아타워 최고…620m 용산트리플원 주목

'마천루’는 매우 높고 많은 층을 가진 건물을 말한다. 초고층 건물이라고도 한다. 1931년 세워진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381m)이 유명하다. 어느 정도 높이 이상의 건물을 마천루로 분류할지에 대한 공식적이거나 세계 공통인 기준은 없다.

‘삼일빌딩…63빌딩…
 동북아무역타워…’

하지만 사람들은 보통 150m 이상의 고층 건물들을 마천루로 분류한다. 현재 사람이 거주하고 있는 건물 중에서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에 있는 ‘부르즈 칼리파’가 828m로 가장 높다.

국내에선 서울 종로구 관철동의 ‘삼일빌딩’(31층·114m)을 최초의 마천루로 본다. 이후 완공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지어진 ‘63빌딩’(63층· 249m)이 한동안 가장 높은 건물이었다. 그러나 2003년 ‘목동 하이페리온’1차(69층·256m), 2004년 ‘타워팰리스’3차 G동(73층·264m), 해운대 ‘두산위브더제니스’등의 아파트가 완공되면서 1위 자리를 내주었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높은 빌딩은 ‘동북아무역타워’다. 동북아무역타워(Northeast Asia Trade Tower, NEATT)는 인천 송도신도시에 있는 마천루다. 305m로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빌딩. 전망대는 2010년 2월 개장했다. 인천지하철 1호선 인천대입구역과 송도유시티 옆에 있다.

최근엔 ‘용산국제업무지구’에 들어서게 될 초고층 건물의 설계안이 공개되면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뉴욕 ‘그라운드 제로’설계의 총괄 책임자인 다니엘 리베스킨트, 파리의 ‘퐁피두 센터’로 유명한 렌초 피아노 등 세계적인 건축거장이 다수 참여해 용산 일대를 수놓을 환상적인 스카이라인을 선보였다. 그중에서도 이탈리아 건축가 렌초 피아노가 설계한 ‘트리플 원’이란 빌딩은 총 층수 111층, 높이 620m에 이르는 규모로 주목을 받았다.

‘단군 이래 최대 도심 개발사업’이라고 평가되는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용산화물·차량센터가 있는 철도정비창과 한강철교에서 원효대교 사이 서부이촌동 일대 56만6800m² 땅에 랜드마크 타워를 비롯해 쇼핑몰·호텔·백화점·아파트 등 60여 개 동을 짓는 복합 개발 프로젝트를 말한다.

총 사업비만 31조원 이상 들어가는 세계 최대 규모의 도심 개발사업으로, 이 사업은 당초 2006년 8월 추진 계획이 확정됐다. 하지만 각종 난관에 부닥치면서 별다른 진척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지속되다 최근 들어 다시 사업 추진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실제로 용산역일대는 입지 면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황금입지’란 평가가 많다. 지하철과 철도만 15개 노선이 교차하는 교통의 중심부인 데다 KTX로 인천공항까지 31분이면 가고 전국 어디든 2시간대에 돌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강 접근도가 높고 국내 최초의 국가공원인 ‘용산공원’으로 조성될 미8군 용지도 걸어서 5분 정도면 갈 수 있다.

사업성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보니 토지의 주인인 코레일이 2007년 사업자 공모를 시작하자 코레일과 SH공사를 비롯한 국내 유수의 금융회사와 건설사가 대거 사업자로 참여했다. 개발 시공을 맡게 되는 건설투자자로는 컨소시엄을 주도한 삼성물산을 비롯해 GS건설, 현대산업개발 등 17개사가 참여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악재가 잇따라 터지면서 사업 추진에 빨간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가장 큰 문제는 2008년 말 금융위기 이후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이 생긴 것이었다. 지급됐어야 할 땅값이 계속 연체되자 2010년경 코레일은 건설사들에 지급보증을 요청했다.


건설사들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인한 자금난 등을 이유로 이를 거부하면서 갈등이 커지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건설투자자 컨소시엄을 이끌었던 삼성물산이 코레일 측과 심각하게 대립하다 사업 주도권을 내놓고 철수하는 위기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여기에 현지 주민들의 반발, 경기 침체로 인한 사업성 악화도 원활한 사업 추진을 어렵게 만들었다.

좌초되는 듯했던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이후 새로운 투자해법들이 제시되며 다시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우선 삼성물산이 사업운영권을 내놓은 뒤 LG CNS, LG전자 등이 신규 사업자로 참여하게 됐다. 지난해 7월엔 사업 참여자들이 유상증자로 자본금을 늘리는 한편 땅 주인인 코레일이 4조원이 넘는 랜드마크 빌딩의 사전매입, 토지대금 분납에 따른 이자 대폭 인하 등에 합의하면서 전기를 맞게 됐다.

도심에 100층짜리
업무용 빌딩도 늘어

이를 통해 용산국제업무지구 조성 사업은 자금 압박을 상당 부분 덜어내게 된 것이다. 사업에 다시 탄력이 붙은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최근 이곳에 들어서게 될 23개 초고층 빌딩의 최종 디자인을 완성해 공개했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사업의 자산관리위탁회사(AMC)인 용산역세권개발 측은 이 설계안을 바탕으로 오는 9월까지 기본설계를 마치고, 내년 상반기에 건축허가를 받은 뒤 곧바로 착공에 들어간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2016년에 완공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도심에 100층짜리 업무용 빌딩 신축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주거용 건축물의 마천루 경쟁도 본격화되고 있다. 특히 주거용 건축물의 경우 입주민들이 생활하는 터전이라는 점에서 주거만족도를 높이는 각종 첨단기술 및 공법이 적용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도심지역 땅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만큼 주거용 건축물도 초고층으로 지을 수밖에 없고, 이에 따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각종 첨단기술이나 공법도 꾸준히 개발되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랜드마크 빌딩 시공사가 선정된 이후 초고층 주거용 건축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포스코건설은 인천 청라지구에 58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더 레이크파크’를 짓고 있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청라지구 A28블록에 들어서는 이 건물은 766가구 규모다.

주거용 건물도 “높이, 더 높이”
건설사들 최첨단 공법 적용

서울 용산지역에 들어서는 용산랜드마크 빌딩은 동부건설 작품이다.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은 35층짜리 주상복합건물로, 이미 골조공사 등이 마무리된 상태다. 이 건물이 완공되면 용산공원과 남산까지 볼 수 있는 최적의 단지라는 평가다.

풍림산업은 인천 남구 학익동에 53층짜리 초고층 주상복합 ‘용현학익 엑슬루타워’를 공사 중에 있다. 지상 53층으로 아파트 중에서는 삼성동 아이파크를 뛰어넘어 역대 최고층이다.

금호건설은 경기도 부천시 중동신도시에 ‘리첸시아중동’을 분양 중이다. 최고 66층 238m 높이로 ‘부천의 타워팰리스’로 불리며 부천 스카이라인을 바꿀 랜드마크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분양 중인 주거 중에서 가장 높은 층수를 자랑한다.


업무용 빌딩과는 달리 주거용 건축물은 입주형태가 다르기 때문에 여러 가지 공법이 적용된다. 입주민들이 함께 살고 있기 때문에 삶의 질을 철저하게 보장해야 되는 과제가 있다.

포스코건설은 창호근접추종공법을 개발, 인천 청라지구에 58층짜리 주상복합건물 ‘더 레이크파크’에 적용하고 있다. 이 공법은 건축물의 창호공사를 골조공사 후 최단기간 내에 시공하는 것이다.

일반건축물의 경우 골조가 10층 올라가면 1층부터 창호공사를 시작하는데, 창호근접추종공법은 골조가 3층 올라가면 1층부터 창호공사를 시작하는 것이다. 회사 관계자는 “이럴 경우 공기가 크게 단축되는 효과가 있고, 당첨자들도 여유 있게 이사를 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국토 좁아 앞으로
 블루오션이 될 것”

동부건설은 내년 입주를 앞둔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서울’에 BIM (Building Information Modeling)을 기반으로 통합설계관리를 적용했다. BIM은 3차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건축물을 입체적으로 설계하는 기법으로, 기존의 2차원 설계방식에 비해 설계 오류 및 시공상의 문제점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어 공사비를 절감할 수 있다.

현재 마무리공사가 한창인 현대산업개발의 지상 72층짜리 주상복합아파트 ‘해운대 아이파크’도 새로운 공법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현대산업개발은 해운대 아이파크를 건설하면서 고강도 콘크리트 기술, 칼럼쇼트닝 보정 설계 등을 적용했다.


고강도 콘크리트는 초고층 건축에서 필수적인 사항으로 현대산업개발은 장시간 화재에 노출됐을 때에도 견딜 수 있는 내화성능까지 갖춘 고강도 콘크리트 기술을 자체 개발해 적용한 것이다. 또 초고층빌딩의 기둥축소 현상을 보정하는 칼럼쇼트닝 보정 설계를 적용해 지진 및 해일 등 자연재해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들어 초고층 건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설계나 공법 등도 새로워졌다”며 “국토가 좁고, 도심 개발용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초고층 주거용 건축물은 앞으로도 크게 각광을 받는 블루오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경철은?

- 스피드뱅크, 조인스랜드, 닥터아파트 부동산칼럼니스트
-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매일경제, 한국경제 부동산 기사 제공
- 프라임경제 객원기자
-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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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