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④] 8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설훈 당선자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17 16:10:46
  • 댓글 0개

“박근혜는 일시적 대세론, ‘허구’였다는 것 알게 될 것”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얼마나 기다렸던가? 민주통합당 설훈 당선자가 부천 원미을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15·16대에 이어 8년 만의 국회 입성이다. 1980년 신군부가 조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그는 암울했던 시절 ‘김대중 선생’의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20년을 넘게 보필한 그에게 ‘영원한 DJ의 비서’라는 호칭이 붙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삭발과 단식 투쟁으로 반대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뚝심의 설훈’답게 부천에 둥지를 튼지 3년 만에 10개 동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며 화려한 부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9대 국회 개헌을 앞두고 분주한 시점, 부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설훈 당선자는 ‘8년 만의 재입성에 감회가 남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의원회관도 새롭게 만들었고 눈에 띄는 변화가 많더라”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제대로 된 의정활동, 제대로 된 정치를 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정권을 평가하는 대목에선 누구보다 신랄하고 매서웠다.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힘주어 주장한 것도 이명박정권의 실정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이고 한나라당은 이명박정권인데 새누리당이 저질러 놓은 4년간의 행적을 보면 도저히 맡겨 놓아선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 설훈 당선자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8년간의 야인생활이 몹시 고단하셨을 텐데?
▲ 3년 전에 부천으로 와서 원미을지역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위해 일했다. 2004~5년은 중국 북경대학교 아태연구원에서 동북공정을 막기 위해 일했다. 당시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감정적 대립이 심한 시기였다. 동북공정이 잘못됐다는 결정적인 문서를 확보해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을 운운하지 못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참 보람 있었다. 나머지 3년은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당의 흐름을 지켜보며 지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단식·삭발투쟁까지 벌이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과 당시 심정은 어땠는지?
▲ 우리가 당선시킨 대통령이 배신하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은 민주당 측면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탄핵은 한 대 맞았다고 상대를 칼로 찌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하며 단식과 삭발을 강행했다.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은 막지 못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민주당을 심판했다. 탄핵을 막지 못한데 책임을 느끼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지도부가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 내 말대로 했으면 민주당이 그렇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 원미을에 둥지를 튼 지 3년 만에 10개 동 전 지역을 석권하는 성과를 냈다.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정치적 상황 자체가 이명박 대통령이 워낙 실정을 했고 지역 주민들께서 정확히 상황을 판단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셨다. 또 그동안 지역위원장으로서 주민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 노력했고 지역정서를 잘 반영한 것이 투표로 드러났다 생각한다.

- 15·16대에서 교과위(당시 교육위원회)에서만 활동해왔다. 19대에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 당내 사정상 3선급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할 상황이다. 딱 데드라인이다. 원하기로는 그간 활동한 것도 있고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키기 위해 교과위에서 활동하고 싶지만 당의 요청이 있다면 조율해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 현 지도부 구성에 대한 입장은?
▲ 한때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었지만 원내대표 구성은 잘 정리됐다 생각한다. 당이 지도력을 발휘해서 대외투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 잘 반영됐다. 앞으로 남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구성이 문제인데 아직 후보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하기 이르다 생각한다.

“MB정권의 실정 너무 심해 정권교체 반드시 이뤄내야”
‘정치다운 정치를 하자’는 지론, 정치선진화 일조하겠다“

- 18대 대선을 전망해 본다면?
▲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 단언한다. 전제가 있다면 야권단일후보가 된다는 조건 하에서다. 이번 총선결과를 보고 판단하더라도 답이 나온다. 현재 박근혜 위원장의 지지율에 말이 많은데 단일후보를 도출해 낸다면 결국은 51:49 싸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실정이 너무나 깊이 파여 있고 실정에 대한 심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잘 판단하실 것이다.

- 박근혜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고 나온다면?
▲ 전략적으로 차별화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이고 한나라당은 이명박정권이다. 그것을 어떻게 탈색하겠는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덫에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일시적 대세론이다. 가을이 온다면 ‘그 대세론이 허구였구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월등히 앞서지는 않고 팽팽한 싸움은 하겠지만 1:1 구도를 형성한다면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 안철수 원장의 민주통합당 경선 참여 유무와 당 후보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 참 답답하다. 6개월 남았는데 아직도 안 원장을 만난 적도 없고 육성을 들은 적도 없다. 개인적으로 안 원장이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가 궁금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하는 자리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희생해야 되고 목숨까지 걸 각오가 필요한 자리라 생각한다. 안 원장이 그런 각오까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지역구 발전과 유권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본다면.
▲ 전략적 발전 방안으로 문화·교육특구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와 교육이 특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부천이 살 길이다. 다음으로 인프라 구축이 있다. 외곽순환도로를 지하도로로 만들어 심각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선거기간 동안 주민들께 반값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들의 짐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짐을 덜어줘야 한다. 반값등록금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반값등록금을 이뤄내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다음으로 ‘정치를 정치답게 하자’ ‘말로 하는 정치로 바꾸자’가 평소의 지론이었는데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돼 잘됐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정치가 선진화 된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해보이겠다!

- 가까이서 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셨나?
▲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능가하는 사람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매우 출중하신 분이다. 국가와 민족을 대하는 자세와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범접할 수 없는 리더십, 엄청난 성실함을 갖춘 분이다. 존경스럽다.

- 이명박 대통령을 평가해 달라.
▲ 솔직히 말해서 당선 직후에는 잘 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 그러길 바랐고…. 그런데 곧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이제는 너무너무 실망했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잘못된 치적만 잔뜩 쌓여있다. 하자는 것은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다했다.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면 안 된다. 자기가 최고라 생각하고 자신의 판단은 다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나? 이것 때문에 망한 것이다. 남북관계만 봐도 그렇다. 김정일이 ‘bad mam'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누가 있는가? 초등학생도 아는 문제다. 알고도 도와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그것을 나쁘다고 몰아붙이고 상대 조차 안 해버리니 남은 것이 뭐가 있는가? 어리석기 짝이 없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 확신하건데 정권교체는 반드시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저질러 놓은 4년간의 행적을 보면 도저히 맡겨 놓아선 안 된다 생각한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환상을 갖는지 몰라도 박 위원장 역시 새누리당이다. 그들의 정책 상황에 또 맡겼다가는 대한민국이 절단난다. 안 된다. 정권교체를 해서 대한민국이 21세기에 걸맞은 선진국이 되도록 민주당이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앞장 설 생각이다. 그와 함께 부천을 발전시키는 데 앞장 설 생각이다.

<설훈 당선자 프로필>

▲ 마산중·고등학교 졸업
▲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 ‘긴급조치 9호 위반’ 구속
▲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구속
▲ 민주화청년연합(민청련) 창립 주도
▲ 김대중 총재 비서
▲ 제15대 국회의원 당선
▲ 아태재단 이사
▲ 제16대 국회의원 당선
▲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총선 불출마
▲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경선후보 상황실장
▲ 민주화평화연대 조직위원장
▲ 부천 원미을 지역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당선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관세 협상’ 일본과 비교해보니⋯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트럼프발’ 통상 전쟁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앞서 못 박은 시한은 끝났다. 우리나라는 유예 기간이 끝나기 전날 타결했다. 이제 협상 결과를 두고 계산기를 두드려야 할 때다. 일본과 유럽연합(EU), 그리고 한국. <일요시사>가 세부 내용을 들여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각국에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을 상대로 돈을 번, 즉 대미 무역 흑자를 거둔 나라들이 표적이 됐다.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 이후부터 전 세계는 ‘트럼프발’ 통상 전쟁에 휘말렸다. 트럼프 대통령이 숫자를 외칠 때마다 세계 경제가 요동쳤다. 하루 전 극적 타결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에 비해 다소 늦게 통상 협상을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고 지난 6월 조기 대선이 치러질 때까지 ‘무정부’ 상태나 다름없었기 때문이다. 탄핵심판 등 대형 정치 이슈가 거듭되면서 미국과 협상을 하고 싶어도 테이블에 앉을 사람이 마땅치 않은 상태였다. 실제 한덕수 전 국무총리나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등이 협상에 나섰지만 당시 야당이었던 더불어민주당이 새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 제동을 걸었다. 또 한 전 총리의 대선 출마 선언, 최 전 부총리 탄핵안 상정 등의 상황이 겹치면서 미국과의 협상은 큰 진전 없이 시간만 흘렀다. 이후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다. 우리나라는 좀처럼 미국 실무진과 접점을 찾지 못했다. 그 사이 트럼프 대통령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모든 한국산 제품에 대해 산업별 관세와는 별도로 25%의 일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보냈다. 시한은 지난 1일로 못 박았다. 우리나라는 미국과 FTA 체결로 사실상 무관세 수준이었기에 관세 부과가 현실화하면 경제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했다. 자동차나 반도체 등 핵심 수출 품목에 붙는 관세 외에도 비관세 장벽(관세 이외의 수단으로 무역을 제한하는 조치)을 허물라는 압박도 가해졌다. 쌀이나 소고기 등 농·축산물 시장 개방, 정밀 지도 반출,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증액 등이 협상 테이블에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상황과 맞물려 쉽게 내주기 어려운 조건들이었다. 일·EU와 같은 15%로 막아 대미 투자는 3500억달러로 협상도 난항을 겪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2 통상 협상을 하루 앞두고 출국하려다 미국 측의 취소로 불발하는 일이 일어났다. 앞서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방한을 닷새 앞두고 일정을 취소하기도 했다. 미국 고위급 인사들과의 만남이 잇따라 무산되면서 ‘한미 관계에 문제가 생긴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다. 일본과 유럽연합(EU)이 차례로 미국과 협상을 타결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커졌다. 특히 일본의 협상 결과가 공개되면서 우리나라가 최소한으로 맞춰야 할 기준이 생겨버렸다. 우리나라와 일본은 자동차 등 수출 품목이 일부 겹치기에 일본보다 관세가 높아지면 수출 경쟁력이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일본과 무역 협상을 완료했다고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일본산 수입품에 부과하는 상호관세는 15%다. 기존 25%에서 10%포인트 줄어들었다. 일본이 미국에 5500억달러(약 759조원)를 투자할 것이고 이 중 90%의 수익을 미국이 받게 된다고도 했다. 동시에 자동차와 농산물을 일부 개방한다는 조건도 달렸다. 지난달 27일에는 미국과 EU가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EU로부터 수입되는 모든 품목에 대해 일괄적으로 1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산 에너지 7500억달러(약 1030조원) 구매 및 대미 투자 6000억달러(약 820조원) 확대 방안을 담은 ‘무역협정 틀’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일본과 EU의 협상 타결로 미국의 협상 전략이 윤곽을 드러냈다. 관세를 낮추는 조건으로 무엇을, 얼마나 내놓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관심이 집중된 부분은 대미 투자액이었다. 애당초 통상 전쟁 자체가 타국이 얻는 대미 무역 흑자를 줄이겠다는 명목으로 시작된 터라 트럼프 대통령은 상대국에 대미 투자라는 일종의 ‘청구서’를 요구한 셈이다. 일본이 5500억달러, EU가 6000억달러를 미국에 각각 투자하기로 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나라에 날아올 청구액에 관심이 쏠렸다.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언론보도 등을 통해 3000억달러, 4000억달러 등의 추측이 난무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제멋대로’ 외교에 우리나라 협상팀이 휘둘리고 있다는 말도 나왔다. 쌀 소고기 지켰다는데 우리나라는 협상 시한을 하루 앞둔 지난달 31일 한국산 제품에 대한 상호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내용을 골자로 협상을 타결했다. 일단 일본, EU와 동일한 수준으로 관세 인하를 이끌어낸 것이다. 관심을 모았던 자동차 관세율은 15%, 철강·알루미늄·구리는 기존 관세율(50%)을 유지하기로 했다. 또 반도체와 의약품 관세 부과 시 최혜국 대우도 약속받았다. 다른 나라보다 불리한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 부분도 일본, EU와 같은 합의 내용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민감한 품목으로 분류됐던 쌀과 쇠고기 등의 개방은 하지 않는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농산물 전면 개방을 언급해 향후 변동 가능성을 지켜봐야 한다. 대미 투자액은 3500억달러(약 490조원)로 결정됐고 1000억달러(약 140조원) 상당의 액화천연가스(LNG) 또는 기타 에너지 제품을 수입하기로 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한국과 일본의 대미 무역 상황은 지난해 기준 각각 660억달러 흑자, 685억달러 흑자로 규모가 유사한 상황에서 일본보다 작은 규모인 3500억 달러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며 “기업이 주도하는 조선펀드 1500억달러를 제외하면 우리 펀드 규모는 2000억달러로 일본의 36%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합의에서 가장 주목할 점은 미국과 조선업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한 것”이라며 “한미 조선협력펀드 1500억달러는 선박 건조, MRO(유지·보수·정비), 조선 기자재 등 조선업 생태계 전반을 포괄한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 협상팀은 조선 협력을 내세운 게 협상 타결의 ‘키’였다고 자평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브리핑을 하며 마스가(MASGA·Make American Shipbuilding Great Again) 프로젝트가 협상 타결에 가장 큰 기여를 했다고 밝혔다.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라는 뜻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 구호인 ‘매가(MAGA·Make America Great Again),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에서 따온 표현이다. 자동차는 관철 못 해 아쉬운 부분으로는 자동차 관세를 꼽았다. 이전까지 우리나라 자동차는 관세가 0%였다. 2.5%였던 일본과 비교해 근소하게 가격 경쟁력을 가졌다. 하지만 이번 협상 타결로 일본과 똑같은 15% 관세가 결정되면서 자동차 업계는 가격 경쟁력을 잃게 됐다. 우리나라 협상팀이 끝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요구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통령은 “큰 고비를 하나 넘었다”며 “이번 협상으로 정부는 수출 환경의 불확실성을 없애고 미국 관세를 주요 대미 수출 경쟁국보다 낮거나 같은 수준으로 맞춤으로써 주요국들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조건으로 경쟁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고 평했다. 협상 결과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일단 ‘최악은 면했다’는 의견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협상 타결이 이뤄지기 전까지 유예 기간을 놓쳐 관세 25%를 맞을 수도 있다고 우려한 것에 비하면 나름 ‘선방했다’는 의견이다. 동시에 미국이 내민 청구서의 구체적인 부분을 더 살펴야 한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일본 등은 트럼프 대통령의 협상 타결 발표와 실제 합의 내용이 다르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결정된 사항을 즉흥적으로 바꾸는 등 외교 과정에서 ‘오락가락’하는 면모를 보인 적이 여러 차례 있다.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불확실성을 극대화하는 협상 기술을 사용한다는 평이다. 정밀 지도·국방비 등 안보 이슈 백악관서 만나 대통령끼리 담판?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와의 협상 타결 내용을 발표하면서 언급한 정상회담이 ‘진짜’라는 주장도 제기된다. 그는 “한국이 투자 목적으로 상당한 금액을 추가 투자하기로 합의했다”면서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과 백악관에서 정상회담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투자액이 발표될 것이라고 했다. 추가 청구서가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이번 통상 협상에서 논의되지 않은 정밀 지도 반출 문제가 협상 테이블에 올라갈 가능성이 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지도 반출 등 안보 사안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별도로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지도 반출과 관련해) 우리가 계속 방어해왔다. 추가 양보는 없다”고 말했다. 미 무역대표부(USTR)는 지난 3월 <2025 국가별 무역 장벽 보고서>에서 정밀 지도 반출 제한을 한국과의 디지털 무역 장벽 중 하나로 지목했다. 우리나라 정부는 군사기밀 유출을 우려해 정밀 지도의 국외 반출을 막아왔다. 정밀 지도에 해외 기업이 가진 위성사진을 결합하면 국가 안보와 직결된 지도 정보로 완성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정계와 IT업계는 정밀 지도를 반출해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협상에서는 다뤄지지 않았지만 정상회담의 의제로 오를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뜻이다. 주한미군 주둔 방위비 분담금, 국방비 문제도 거론될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동맹국들에 국내총생산(GDP) 대비 5% 이상을 국방비 예산으로 잡으라고 압박했다. 우리나라에도 대선 후보 시절부터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달러를 내야 한다고 여러 차례 말하는 등 전방위로 요구한 바 있다. 추가 청구 나올까? 한미 정상회담은 이 대통령의 ‘외교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취임 직후 G7 정상회의에 참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지 못했다. 나토 회의에는 이 대통령 대신 위성락 안보실장이 참석했다. 이번 정상회담이 ‘안보’ 회담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이 어떤 딜을 벌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