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주역 릴레이 인터뷰④] 8년 만에 화려하게 부활한 설훈 당선자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5.17 16: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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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는 일시적 대세론, ‘허구’였다는 것 알게 될 것”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얼마나 기다렸던가? 민주통합당 설훈 당선자가 부천 원미을에서 화려하게 부활했다. 15·16대에 이어 8년 만의 국회 입성이다. 1980년 신군부가 조작한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에 연루돼 옥고를 치른 그는 암울했던 시절 ‘김대중 선생’의 비서로 정치권에 입문했다.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할 때까지 20년을 넘게 보필한 그에게 ‘영원한 DJ의 비서’라는 호칭이 붙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당시 삭발과 단식 투쟁으로 반대하며 불출마를 선언한 ‘뚝심의 설훈’답게 부천에 둥지를 튼지 3년 만에 10개 동을 석권하는 쾌거를 이루며 화려한 부활의 마침표를 찍었다. 19대 국회 개헌을 앞두고 분주한 시점, 부천에 위치한 사무실에서 그를 만나봤다.

설훈 당선자는 ‘8년 만의 재입성에 감회가 남다르지 않느냐?’는 질문에 “의원회관도 새롭게 만들었고 눈에 띄는 변화가 많더라”라며 소회를 밝혔다.

이런 변화에 발맞춰 제대로 된 의정활동, 제대로 된 정치를 해야겠다는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하지만 이명박정권을 평가하는 대목에선 누구보다 신랄하고 매서웠다. ‘정권교체’의 당위성을 힘주어 주장한 것도 이명박정권의 실정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에서였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이고 한나라당은 이명박정권인데 새누리당이 저질러 놓은 4년간의 행적을 보면 도저히 맡겨 놓아선 안 된다”고 강력히 주장한 설훈 당선자였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8년간의 야인생활이 몹시 고단하셨을 텐데?
▲ 3년 전에 부천으로 와서 원미을지역위원장을 맡아 지역을 위해 일했다. 2004~5년은 중국 북경대학교 아태연구원에서 동북공정을 막기 위해 일했다. 당시 중국이 고구려 역사를 자신들의 역사로 편입시키기 위해 감정적 대립이 심한 시기였다. 동북공정이 잘못됐다는 결정적인 문서를 확보해 중국정부가 동북공정을 운운하지 못하는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 참 보람 있었다. 나머지 3년은 한 발 떨어진 곳에서 당의 흐름을 지켜보며 지냈다.


-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며 단식·삭발투쟁까지 벌이며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배경과 당시 심정은 어땠는지?
▲ 우리가 당선시킨 대통령이 배신하고 열린우리당을 만든 것은 민주당 측면에선 억울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당시 나는 ‘탄핵은 한 대 맞았다고 상대를 칼로 찌르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주장하며 단식과 삭발을 강행했다. 극구 반대했지만 결국은 막지 못했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민주당을 심판했다. 탄핵을 막지 못한데 책임을 느끼고 불출마를 선언했다. 당시 지도부가 바보 같은 짓을 하고 말았다. 내 말대로 했으면 민주당이 그렇게 망하지는 않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 원미을에 둥지를 튼 지 3년 만에 10개 동 전 지역을 석권하는 성과를 냈다. 비결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정치적 상황 자체가 이명박 대통령이 워낙 실정을 했고 지역 주민들께서 정확히 상황을 판단해 투표권을 제대로 행사하셨다. 또 그동안 지역위원장으로서 주민들의 뜻을 받들기 위해 노력했고 지역정서를 잘 반영한 것이 투표로 드러났다 생각한다.

- 15·16대에서 교과위(당시 교육위원회)에서만 활동해왔다. 19대에서는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지? 
▲ 당내 사정상 3선급에서 상임위원장을 맡아야 할 상황이다. 딱 데드라인이다. 원하기로는 그간 활동한 것도 있고 반값등록금을 실현시키기 위해 교과위에서 활동하고 싶지만 당의 요청이 있다면 조율해 기대에 부응할 것이다. 

- 현 지도부 구성에 대한 입장은?
▲ 한때 ‘이(해찬)-박(지원) 연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이 있었지만 원내대표 구성은 잘 정리됐다 생각한다. 당이 지도력을 발휘해서 대외투쟁력을 높여야 한다는 입장이 잘 반영됐다. 앞으로 남은 당 대표와 최고위원 구성이 문제인데 아직 후보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에 판단하기 이르다 생각한다.

“MB정권의 실정 너무 심해 정권교체 반드시 이뤄내야”
‘정치다운 정치를 하자’는 지론, 정치선진화 일조하겠다“

- 18대 대선을 전망해 본다면?
▲ 정권교체가 될 것이라 단언한다. 전제가 있다면 야권단일후보가 된다는 조건 하에서다. 이번 총선결과를 보고 판단하더라도 답이 나온다. 현재 박근혜 위원장의 지지율에 말이 많은데 단일후보를 도출해 낸다면 결국은 51:49 싸움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승리할 것이다. 이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실정이 너무나 깊이 파여 있고 실정에 대한 심판을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국민들이 잘 판단하실 것이다.

- 박근혜 위원장이 이 대통령과 선긋기를 하고 나온다면?
▲ 전략적으로 차별화를 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이고 한나라당은 이명박정권이다. 그것을 어떻게 탈색하겠는가? 아무리 발버둥 쳐도 그 덫에서 피해갈 수 없을 것이다. 박근혜 대세론은 일시적 대세론이다. 가을이 온다면 ‘그 대세론이 허구였구나’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월등히 앞서지는 않고 팽팽한 싸움은 하겠지만 1:1 구도를 형성한다면 우리가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 안철수 원장의 민주통합당 경선 참여 유무와 당 후보와의 관계 설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 참 답답하다. 6개월 남았는데 아직도 안 원장을 만난 적도 없고 육성을 들은 적도 없다. 개인적으로 안 원장이 의지가 있는지 없는지가 궁금하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모든 것을 다 버려야 하는 자리다. 조국과 민족을 위해 희생해야 되고 목숨까지 걸 각오가 필요한 자리라 생각한다. 안 원장이 그런 각오까지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 지역구 발전과 유권자들에게 비전을 제시해 본다면.
▲ 전략적 발전 방안으로 문화·교육특구로 만드는 것이다. 문화와 교육이 특별한 도시를 만드는 것이 부천이 살 길이다. 다음으로 인프라 구축이 있다. 외곽순환도로를 지하도로로 만들어 심각한 교통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 임기 동안 꼭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 선거기간 동안 주민들께 반값등록금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청년들의 짐이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짐을 덜어줘야 한다. 반값등록금을 과감하게 시행해야 한다. 어떤 노력을 해서라도 반값등록금을 이뤄내는 것이 희망사항이다. 다음으로 ‘정치를 정치답게 하자’ ‘말로 하는 정치로 바꾸자’가 평소의 지론이었는데 국회선진화법이 통과돼 잘됐다고 생각한다. 국민들에게 정치가 선진화 된 것을 보여줘야 한다. 해보이겠다!

- 가까이서 본 김대중 전 대통령은 어떤 분이셨나?
▲ 앞으로도 수십 년 동안은 김대중 전 대통령을 능가하는 사람이 나오기는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매우 출중하신 분이다. 국가와 민족을 대하는 자세와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력, 범접할 수 없는 리더십, 엄청난 성실함을 갖춘 분이다. 존경스럽다.

- 이명박 대통령을 평가해 달라.
▲ 솔직히 말해서 당선 직후에는 잘 할 것이라 생각했다. 또 그러길 바랐고…. 그런데 곧 그게 아니란 것을 알게 됐다. 이제는 너무너무 실망했다. 역대 최악의 대통령이 될 것이다. 잘못된 치적만 잔뜩 쌓여있다. 하자는 것은 안 하고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해서는 안 된다는 것도 다했다.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국민을 무시하면 안 된다. 자기가 최고라 생각하고 자신의 판단은 다 맞다고 생각한다. 이런 엉터리가 어디 있나? 이것 때문에 망한 것이다. 남북관계만 봐도 그렇다. 김정일이 ‘bad mam'이라는 것을 모를 사람이 누가 있는가? 초등학생도 아는 문제다. 알고도 도와줄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처지다. 그것을 나쁘다고 몰아붙이고 상대 조차 안 해버리니 남은 것이 뭐가 있는가? 어리석기 짝이 없다.

- 마지막으로 한 말씀 하신다면?
▲ 확신하건데 정권교체는 반드시 해야 한다. 새누리당이 저질러 놓은 4년간의 행적을 보면 도저히 맡겨 놓아선 안 된다 생각한다. 박근혜 위원장에 대한 환상을 갖는지 몰라도 박 위원장 역시 새누리당이다. 그들의 정책 상황에 또 맡겼다가는 대한민국이 절단난다. 안 된다. 정권교체를 해서 대한민국이 21세기에 걸맞은 선진국이 되도록 민주당이 해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권교체를 위해 앞장 설 생각이다. 그와 함께 부천을 발전시키는 데 앞장 설 생각이다.

<설훈 당선자 프로필>

▲ 마산중·고등학교 졸업
▲ 고려대학교 사학과 졸업
▲ ‘긴급조치 9호 위반’ 구속
▲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구속
▲ 민주화청년연합(민청련) 창립 주도
▲ 김대중 총재 비서
▲ 제15대 국회의원 당선
▲ 아태재단 이사
▲ 제16대 국회의원 당선
▲ 노무현 대통령 탄핵 반대 총선 불출마
▲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경선후보 상황실장
▲ 민주화평화연대 조직위원장
▲ 부천 원미을 지역위원장
▲ 제19대 국회의원 당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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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