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비밀 대해부

알고 있잖아? 모든 길은 BBK로 통한다는 걸!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MB정부가 미국 앞에만 서면 유난히 쪼그라드는 모양새다. 전 국민적 반대에 부딪쳤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강행에 이어 한미FTA를 기어이 밀어붙여서다. 급기야 정부는 미국서 광우병 젖소가 발견됐는데도 안전하다며 되레 미국의 대리인까지 자처하는 양상이다. 대체 왜 그럴까?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현 정부가 출범 이전부터 미국과 ‘밀약’을 맺은 탓에 옴짝달싹 못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아킬레스건을 보호하려다 단단히 외통수에 걸린 MB정부의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미국산 쇠고기’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며 또다시 이명박 대통령의 발목을 붙잡는 양상이다. 미국에서 광우병에 걸린 젖소가 발견된 것. 6년 만에 발병한 광우병에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국민건강과 직결된 사안에 여야와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모두가 한목소리로 “즉각 미국산 쇠고기 수입중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을 강화하면 충분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또다시 의혹의
중심에는 ‘BBK’

이에 여야 정치권은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며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국회는 지난 1일 열린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서 즉각적인 검역중단과 수입위생조건 재협상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며 정부를 압박했다.

특히 농식품위는 이날 서규용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을 국회로 불러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검역 중단 조치를 취하지 않는 이유를 집중적으로 따져 물었다. 황영철 새누리당 의원은 “국민들의 (광우병) 트라우마를 치료하기 위해 검역중단 정도도 미국에 요구할 수 없느냐”고 날을 세웠다.

김우남 민주통합당 의원 역시 “미국에서 답변서가 오기도 전인 지난달 26일에 안전하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이냐”며 “현재 미국도 역학조사 중이라고 하는데 소의 정확한 연령이라도 파악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특히 4년 전 당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던 정부는 국민들의 깊은 우려와 반발이 이어지자 광우병이 발생하면 수입을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지난 2008년 5월7일 ‘미국 쇠고기 개방 국회청문회’에서 당시 정운천 농림부장관은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즉각 수입을 중단하겠다”면서 “통상마찰이 발생해도 (같은)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튿날에는 농림부와 복지부 공동명의로 신문광고까지 냈다.

하지만 실제로 광우병이 발생한 현재 정부는 검역강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때문에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정부에 대한 불신과 함께 비난 여론이 봇물처럼 쏟아지는 실정이다. 특히 당시 정부의 발언이 촛불집회로 표출된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임기응변이었음을 자인한 셈이다.

무엇보다 현재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발하자 인도네시아는 지난 4월26일(현지시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잠정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참여정부 역시 미국에서 처음 광우병이 발생하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던 전례가 있다.

검역중단 결의안 채택한 국회…보수?진보 초월 수입중단 촉구
뭇매 맞아도 미국 앞에만 서면 자꾸 쪼그라드는 MB정부…왜?

MB정부의 미온적 대처를 두고 지나치게 미국의 눈치를 보는 게 아니냐는 비판이 이어지는 이유다. 하지만 정부는 오히려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국민적 불안에도 안전하다며 미국의 대리인까지 자처하며 과잉충성(?)하는 모습이다. 때문에 MB정부의 미국에 대한 저자세를 두고 ‘밀약’이 있던 것 아니냐는 의혹들이 일제히 고개를 내밀고 있는 상태다.

그 의혹의 시선은 자연스럽게 이 대통령의 임기 내내 아킬레스건처럼 따라붙는 ‘BBK 주가조작사건’으로 향하고 있다. 이 대통령의 당선 이전부터 불거진 BBK문제는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이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

무엇보다 BBK사건은 2003년 이래로 미 연방법원에서도 꾸준히 관할해 왔던 사안이기도 하다. 게다가 폭로전문 웹사이트 ‘위키리크스’의 외교문서 폭로를 통해 의혹을 증폭시키는 정황들도 곳곳에서 포착되며 한미 간의 밀약설에 무게를 더하고 있다.

위키리크스 전문에 따르면 이 대통령이 후보자 시절부터 BBK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의 송환을 미뤄줄 것을 미국 측에 요청했다. 지난 2007년 대선정국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BBK사건은 가장 중요한 변수였다. 특히 당시는 미국 법원이 한미 양국 간 체결된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김씨를 한국으로 송환해야 한다는 결정이 내려진 상태였다.


이에 2007년 10월 한나라당 공동선대위원장을 맡고 있던 유종하 전 외무장관이 버시바우 대사를 만나 “김씨의 한국 송환은 이 후보의 선거운동에 정치적 영향력이 크다”면서 “미국이 김씨를 대선기간에 송환한다면 이는 내정간섭이 될 것이다”며 송환을 미뤄줄 것을 호소한 사실이 밝혀져 의구심을 자아냈다.

당선자 신분임에도
쇠고기 개방 약속

여기에 이 대통령이 채 취임하기도 전에 정권 핵심인사들이 미국 측에 쇠고기 개방을 약속했던 사실도 폭로됐다. 전문에 따르면 지난 2008년 1월 중순경 MB정부 인수위에서 활동하던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현인택 전 통일부장관이 당시 버시바우 주미대사와 점심식사를 하며 4월로 예정된 이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개방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시바우 대사는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재개한 이후 4월 이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한다면 더욱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현 전 장관은 “이 대통령의 방미에 앞서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한국 시장이 개방될 것이다”고 화답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 대통령이 당시 당선자 신분으로 물밑에서 급하게 쇠고기 협상을 추진한 배경은 의혹을 증폭시키기에 충분한 대목이다. 2008년에도 미국에서는 BBK 재판이 한창 진행 중이던 정황을 감안하면 미국산 쇠고기와 BBK의 연관관계를 떼놓고 생각할 수 없어서다.

무엇보다 한미 쇠고기 협상타결 과정도 한국 정부가 미국에 대폭 양보하며 졸속으로 이뤄진 점도 의혹을 낳고 있다. 당시 촛불집회에 비판적이던 <조선일보>마저 지난 2008년 5월8일자 보도를 통해 이례적으로 졸속협상 과정을 낱낱이 보도하며 의혹제기에 동참했다. 정부는 당시 쇠고기 협상이 시작되기 전까지만 해도 “동물성 사료 제한 조치를 더 강화하지 않으면 30개월 이상 쇠고기는 수입할 수 없다”는 입장을 취했다.

하지만 <조선>의 보도에 따르면 합의 내용은 당초 우리 쪽 입장을 대폭 양보한 연령 제한 없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했다. 이 같은 정부의 수입 강행은 즉각 대규모 촛불집회가 발생한 계기가 됐다. 특히 이 대통령이 부시 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위해 캠프 데이비드에 도착하기 11시간 전에 이미 협상타결이 된 것으로 보도됐다. <조선>은 “이런 정황은 이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을 만나기 전에 쇠고기 협상을 타결하려고 한국 정부가 뭔가 양보했다”면서 한미 간의 이면협상 내용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 같은 정황들을 근거로 MB정부가 전국민적인 거센 저항에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한 배경 이면에는 BBK사건 처리에 대한 미국과의 ‘밀약’이 있었을 것이라는 추측이 제기된 상태다. 

되살아난 ‘광우병 망령’ 재점화 된 ‘촛불집회’ 탈출구 전면봉쇄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 뚫려…과연 무사히 아킬레스건 지켜낼까?

게다가 MB정부는 국민적 반대가 심했던 미국산 쇠고기 수입 협상에 이어 한미FTA까지 거세게 밀어붙였다. 미국과 엮이는 사안만 생기면 저자세로 급선회하는 정부의 태도 탓에 또다시 미국과의 밀약설이 불거졌다. 한미FTA의 처리여부가 BBK사건과 연관 있다는 이른바 ‘빅딜설’이다.

지난해 11월 당시 한나라당의 날치기로 한미FTA 비준안이 강행처리 됐다. 특히 불평등한 ISD조항은 이 대통령이 발효 후 3개월 내에 재협상의지를 피력할 만큼 문제가 있음을 자인했고, 피해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이러한 상황에서 충분한 국민적 설득도 없이 FTA를 강행한 것을 두고 ‘청와대 지령’이란 목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BBK사건은 미국 검찰 손으로 넘어가며 다시금 사태가 재점화 됐다. 당시 미국 검찰의 수사가 발표될 경우 정치적 파급력은 상상을 초월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검찰이 진실이 밝혀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었다.

때문에 다급해진  MB정부가 미국 검찰의 수사결과 발표를 막기 위해 저자세로 한미FTA 협상에 속도를 냈다는 의혹이 증폭된 상태였다. 한미FTA가 협상과정에 돌입하며 실제로 지난해 7월8일로 예정됐던 미국 검찰의 BBK 수사발표는 무슨 연유에서인지 무기한 연기됐다. 때문에 한미 간이 빅딜설에 대한 의혹이 들끓으며 정국을 달궜다.


현재도 MB정부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병했음에도 당초 약속과 다르게 수입중단 조치를 내리지 못한 상태다. 이에 따라 성난 민심은 4년 만에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다. 식품안전과 광우병위험 감시를 위한 국민행동(광우병국민행동)은 지난 2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집회를 열고 미국산 쇠고기 수입 중단과 재협상을 촉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약 5000여 명이 참석해 미국 광우병 소와 관련된 정부 대응을 강력 비판했다. 이들은 "국민이 옳았다. 촛불이 옳았다. 이명박이 틀렸다" 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MB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무너진 최전선 방어막
재점화 된 제2의 촛불

게다가 현재 MB정부는 마지막 최전선 방어막까지 뚫리며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이다. 이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들인 이상득?최시중?박영준 실세 3인방이 검찰에 줄줄이 불려가며 철창신세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대 트라우마였던 ‘광우병 망령’이 되살아나 여?야?보?혁을 막론하고 이 대통령을 압박하고 있어 탈출구가 전면 봉쇄된 것.

아킬레스건 하나 지켜내려다 되레 외통수에 걸린 이 대통령. 촛불이 환하게 타오를수록 MB정부의 앞날은 더욱더 어두워지는 양상이다. 과연 이 대통령은 끝까지 아킬레스건을 보호하고 무난하게 퇴임식을 치를 수 있을지 궁금증이 더해지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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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