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ㆍ11 라이벌 인터뷰④> ‘FTA대전지’ 강남을 김종훈 vs 정동영

외나무다리서 사생결단 벌이는 ‘FTA 맞수’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여야 모두 19대 총선에 나설 ‘옥석’이 가려짐에 따라 대진표가 확정됐다. 링 위에 오른 선수들은 벌써부터 불꽃을 뿜어대며 그야말로 총선정국은 뜨겁다. 특히 서울 강남을은 ‘한미FTA 대전지’로 변모하며 전국민적 주목도가 높아진 상태다. 바로 ‘한미FTA 전도사’ 김종훈 새누리당 후보와 ‘한미FTA 저격수’ 정동영 민주통합당 후보가 격돌하면서다. 그간 여당의 텃밭으로 불리는 강남을은 해보나마나한 지역구였다. 하지만 야권의 거물급 인사인 정 후보가 적진의 심장부에 뛰어들며 단숨에 강남을은 격전지로 급부상했다. 수년째 FTA 설전으로 날선 공방을 펼쳐왔던 두 후보는 이제 강남을이라는 외나무다리에서 사생결단을 낼 전망이다. 바닥민심 사로잡기에 고군분투 중인 김 후보와 정 후보. 과연 강남을 주민들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게 될까?

 

‘FTA 전도사’ 김종훈 후보(새누리당)

“극단적 대립 일삼고 말 바꾸는 태도, 강남이 심판할 것”

“공천 늦어 출발 늦었다

토론보다 지역민 만나는 것이 급선무”

-강남을을 선택한 이유는. 

▲(현장을 둘러보니) 그늘지고 보호를 받아야 하는 곳이 많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도 한국은20~30년 전과 비교하면 보호와 지원시설이 늘어났다. 이런 것들이 더 늘어나야 하며 내용이 알차게 개진돼야 한다는 생각이다. 특히 강남을은 서울의 외곽지역으로 빈땅도 많고 임대주택도 많아 강남갑과는 다르다. (저는) 그동안 국가의 성장을 위해 많이 노력했는데 성장에서 나오는 부가가치를 좀 더 어둡고 힘든 쪽에 지원이 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한다면 점차 조화를 이뤄 모범이 될 수 있는 지역이 강남을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에서는 잔뼈가 굵었지만 정치로는 신인이다. 어떤 각오인지?

▲경제통상 분야에서만 일을 하다 정치나 선거 분야는 처음 하는 것이라 걱정을 많이 했다. 더구나 정동영 후보는 선거에 관한 베테랑이고 9단급 정치인이라 긴장도 많이 된다. 하지만 거리로 나가서 만나는 택시기사들?주부들?어른신들께서 반갑게 맞아 주시는 분들이 많아 힘이 난다. "나랏일 하느라 욕봤다"며 손을 꼭 잡아 주시는 분들을 접하면서 한미FTA를 하면서 불면의 밤을 지샜던 것이 보람으로 다가왔다. 더욱 더 분발해서 대한민국 경제영토를 넓히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각오를 다진 상태다.

-강남을이 FTA격전지로 주목받고 있다. 지역민들의 반응은?

▲여기서 만난 분들이 적극 찬성한다고 밝히셨다. 체제 내용을 잘 알고 계시진 않을 것이다. 다만 수출이라는 것이 우리에게 중요한 부분이기에 그런 생각을 감사하게 생각한다. 무엇보다 주민들은 국가전체의 정책에 관심보다는 자신 삶에 (와 닿는) 변화에 더 관심이 있다. 때문에 (국가정책과 지역정책 사이의) 거리를 좁혀 조화와 균형을 이루는 정치를 할 생각한다.

-FTA와 관련, 정동영 후보와의 토론을 피해 비판이 일고 있는데?

▲6년째 토론하고 있다. 하지만 저는 공천이 늦어져 출발이 늦었다. 때문에 하루ㆍ1시간ㆍ1분을 아껴서 지역주민들 더 많이 만나고 싶다. 토론이야 시간만 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루일정을 짤 때 급선무는 주민들, 지역민들 만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FTA가 국가적인 의제다 보니 필요하면 (토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상대편은 반대만하고 있어 제 입장에서는 선거에서 쟁점화하는 것이 곤란하다. 이미 한미FTA는 발효됐고 잘 활용하도록 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지 않겠나.

-정동영 후보 측의 한미FTA 폐기주장에 대한 생각은?


▲과거에도 개혁개방을 위한 새로운 정책을 추진 할 때마다 야권 정치인들과 좌파진보 세력들은 금방이라도 나라가 망할 것처럼 주장했다. 90년대 쌀 개방 때도 그랬고 WTO체제 출범 때도 그랬다. 그러나 5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난 뒤 모두가 거짓허위 주장이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 아직까지 반성하고 사과하는 정치인은 없었던 것 같다. 그들은 이밖에도 경부고속도로를 반대했고, 월남 파병을 반대했고, 박정희 대통령을 반대했지만 모두 엉터리였다는 사실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한미FTA는 말할 것도 없고 제주해군기지마저 반대하고 있다. 강남유권자는 이 같은 낡고 시대에 뒤진 정치인을 반드시 심판하리라 믿는다.

-개포동의 재건축이 지역구 주요 이슈인데 어떤 입장인지?

▲개포지구 아파트는 수도에선 녹물이 나고, 빗물이 새고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열악하고 노후화된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불편 등을 감안해 재건축사업은 시급히 추진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무엇보다 해당주민들의 의사가 최우선으로 존중되어야 하는데 그간 주민들의 뜻이 일치점을 보여 최근 원활하게 (재건축 사업이) 진행 중이었으나 서울시의 규제로 극심한 혼란이 야기되고 있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일관성 없는 행정은 하루속히 없어져야 한다. 저는 지역구 후보로서 뿐만 아니라 차후 당선이 되면 국회의원 자격으로 사업의 조속한 추진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다. 현재 이러한 저의 입장을 강남구청에 서면으로 제시한 바 있고, 서울시장과 면담도 요청한 상태다.

-강남을의 김종훈표 정책은?

▲37년의 공직생활을 뒤로하고 신뢰와 열정, 희망이라는 좌표를 가지고 더 큰 강남과 더 큰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장정에 들어가겠다. 이를 위해 먼저 주거?교육?환경?문화공간에 대한 갈증 해소를 위한 도시재생, 그리고 청년 일자리를 위해 교역국과 매칭 등을 통한 해외 일자리 창출과 안전한 학교, 수준 높은 교육을 공약으로 준비 중이다. 

-강남을이 새누리당 텃밭인데 총선을 스스로 전망한다면?

▲여권의 텃밭이라고 하더라도 새누리당이 잘못할 경우 민심은 언제든지 회초리를 들 수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구나 상대 후보는 대통령 후보까지 지낸 정치거물 아닌가? 결코 방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언론의 여론조사를 보니 내가 조금 앞서 있다. 하지만 그 정도로는 안 된다. 더욱더 열심히 주민들 만나고 해서 (격차를) 벌려야 한다는 생각이다.  

-정동영 후보를 평가하자면?

▲말을 바꾸는 것이 가장 안 좋다. 동작에 뼈를 묻겠다고 했는데 강남을에 왔고, FTA에 대한 입장도 바뀌었다. 해군기지도 야당이 되니 반대한다. 한쪽으로만 가고 극단적 대립과 반대를 일삼고 말을 바꾸는 것은 곤란하다. 그런 지도자에게 우리의 미래를 맡길 수 없다.

<김종훈 프로필>

▲ 연세대 경영학과 졸업

▲ 제8회 외무고시 합격


▲ 주미 대사관 경제참사관

▲ 주제네바 공사

▲ 주샌프란시스코 총영사

▲ APEC 고위관리회의 의장

▲ 한미FTA 협상 수석대표

▲ 외교부 통상교섭본부장


▲ UN 아시아태평양 총회 의장

 

‘FTA 저격수’ 정동영 후보(민주통합당)

“FTA 말고 내세울 것 없는 후보에 미래 맡겨서야…”

“죽을 각오로 현장을 이 잡듯 발로 뛰어

강남혁명 일으킬 것”

-노동현장에서 발로 뛰다 부촌으로 불리는 강남을을 선택한 이유는?

▲강남을은 강남갑과 사정이 조금 다르다. 이곳은 고층아파트와 판자촌이 공존하는 대한민국 양극화의 축소판이다. 즉 대한민국이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강남을도 같이 안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강남 주민들이 변화를 선택한다면 한국의 정치ㆍ경제ㆍ사회의 지형을 바꾸게 될 것이다. 제가 강남에 왔기 때문에 지난 수십년동안 (민주통합당이) 포기했던 지역이 격전지로 떠오른 것만 해도 큰 변화다. 이제부터 격전지를 극적인 역전의 터로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할 생각이다.

-바람을 일으키기 위한 정동영표 전략이나 정책은?

▲출세ㆍ탐욕ㆍ경쟁ㆍ돈 이런 것 말고 나눔ㆍ돌봄ㆍ협동ㆍ공동체를 중요시 할 것이다. 이번 선거 구호도 ‘함께’로 외치고 있다. ‘돈돈돈’이 아닌 ‘사람사람사람’ 중심의 의제가 강남의 그리고 한국 사회의 운영원리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때문에 강남을에서 가장 중심이 되는 재건축문제와 교육문제도 무조건 사람 중심으로 풀어나갈 것이다. 이 구호가 강남 주민들에게 스며들게 되면 저를 선택해주시리라 믿는다.

-한미FTA 폐기를 주장하는데 이미 발효됐다.

▲국민적 반대가 심한 한미FTA는 재협상을 거친 폐기가 민주통합당의 최고당론이다. 먼저 폐기를 말하기 전에 이번 총선에서 여소야대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여소야대가 되면 정부에 재협상을 촉구하고 FTA가 날치기될 때 같이 통과된 약사법ㆍ우체국법ㆍ지적재산권법 등 14개 법률안을 원상회복시킬 것이다. 이 법률안들의 폐기는 FTA 이행에 제동을 걸게 돼 자연스레 재협상 테이블이 마련된다. 재협상이 아예 안 열렸다면 한미FTA 협정문 24조 5항에 의거해 폐기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어느 일방이 이 협정에 대해서 종료를 희망할 경우에 문서를 통보하면 180일 뒤에 협정은 종료된다고 절차가 친절하게 명시되어 있다.

-상대 후보의 참여정부와 MB정부에서 한미FTA 관련 입장번복이라는 비판에 대해?

▲참여정부 당시 한미FTA의 본질을 직시하지 못했다. 그래서 국민들 앞에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참회한 것이다. 하지만 한미FTA는 명백한 불평등 협정이며 우리의 경제ㆍ정책ㆍ사법 주권을 빼앗기는 협정이다. 잘못된 것을 알면서도 고집을 부리는 것은 더 큰 잘못이라는 생각이다. 반성하고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책임 있는 정치인의 모습이라 생각한다.

-개포동의 재건축이 지역구 주요 이슈인데 어떤 입장인지?

▲솔직해져야 한다. 제가 재건축문제를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 될 것이다. 그 권한은 서울시장 있다. 그래서 저는 재건축문제를 위해 박원순 시장과 주민들 사이에 열심히 다리를 놓고 있다. 실제로 박 시장을 지난주에 만나 주민과 협의 없는 강행은 절대 없을 것이라는 약속을 받았다. 이에 주민들이 대규모 집회도 취소했고, (재건축 불만을 담은)플래카드도 곧 걷어질 것이다. 이 문제를 풀 권한은 없지만 다리를 놓는 일은 누구보다 적임자라고 생각한다.

-대치동은 사교육의 메카로 위장전입 등의 교육문제가 계속해서 불거지는 지역이다. 

▲내 아이에게 최고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려는 부모의 간절함이 처절하고 아프게 느껴진다. 지난 몇십 년간 줄곧 외쳐왔던 경제성장 중심의 사회 운영이 결국은 아이들의 교육에 있어서도 승자독식ㆍ무한경쟁ㆍ탐욕의 사회를 만든 것이다. 또 비교과영역의 경우 부모들의 부와 지위가 교과과정에 비해 더 크게 반영되어 양극화의 대물림이 직접적으로 나타나게 됐다. 입학사정관제 역시 그 취지는 의미가 있으나 실제 우리 교육 현실에 부합하지 못했다. 이 또한 사교육 부담의 핵심이 되고 있어서다. 때문에 충분한 상담과 치유를 위한 공간을 만들고 비교과영역을 대폭 축소할 것이며 이 연장선상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폐지하는데 일조할 생각이다.

-현장에서 느낀 민심은?

▲강남에 사는 분들 모두 행복할 것이라 생각하시는 분들도 많은 것 같은데 제가 활동하면서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다 힘들다고 하신다. 사교육비ㆍ경기 불황ㆍ고용 불안 때문에 힘들어하시는데 강남도 예외는 아니다.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대한민국의 문제는 강남의 문제이기도 하다. 물론 그런 것으로부터 여유로운 분들도 있다. 하지만 대표적인 중산층 동네로 근면성실하게 일해 자수성가 한 분들. 또 어려운 서민들도 많이 계신 지역이다. 강남에 계신 분들이 지금 대한민국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고 답답해하신다. 또 "과거와 다를 것이다, 무조건 새누리당 되는 선거 아니다"라고 말씀해주시는 것을 보면서 강남 주민들이 변화를 갈망하고 있음을 느낀다.

-총선을 스스로 전망한다면?

▲지난 25년간 강남은 새누리당이 깃발만 꼽으면 무조건 되는 곳으로 민주당에게는 불모지였다. 그런 강남을이 최고의 격전지로 꼽히고 있다는 자체가 강남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는 증거다. 또 한 달 사이에 10% 이상 격차도 좁혀져 가능성이 열리고 있는 상태다. 얼음덩어리는 망치로는 못 깨지만 바늘로는 덩어리가 깨진다고 하였다. 적극적인 투표참여가 예상되기 때문에 시간이 갈수록 격차는 좁혀질 것이며, 결국은 승리할 것이라 확신한다. 무엇보다 지금과 같은 무한경쟁 승자독식 탐욕의 사회를 인정한다면 김종훈 후보를 찍어야 할 것이지만, 협력과 배려 그리고 연대의 사회를 원한다면 정동영을 찍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김종훈 후보를 평가하자면?

▲김종훈 후보가 FTA 통상교섭본부장으로서 ‘나름’의 역할은 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상대측 후보가 FTA 말고 무엇을 얘기할 수 있을지 주민들이 아주 궁금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백분토론에 같이 출연하기를 희망했는데 안타깝게도 (사실상 거부의사로) 유권자의 알 권리를 충족시켜야할 국회의원 후보로서의 도리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 FTA 협상을 하면서 국제적 공공선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의 주권 일부는 자를 수 있다고 말한 후보에게 강남과 대한민국의 미래 운영을 맡길 수 없다.

<정동영 프로필>

▲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 영국 웨일즈대학원 저널리즘 석사

▲ MBC 뉴스데스크 앵커

▲ 제15대 새정치국민회의 국회의원

▲ 제16대 새천년민주당 국회의원

▲ 통일부 장관

▲ 열린우리당 당의장

▲ 제17대 대통합민주신당 대통령 후보

▲ 제18대 민주당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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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