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격토로>H사립학교의 불편한 진실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03.21 10:3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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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남선생은 왜 여학생을 호텔방으로 불렀나?

[일요시사=김설아 기자] 1인 시위가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억울한 사람 누구나, 하고 싶은 말 있는 사람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진행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혼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나 홀로 시위’라고 해서 그 주제까지 가볍진 않다. 그들은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안고 절실한 마음을 담아 거리에 홀로 선다. 그 중에서도 최근 자신이 20년 간 재직하던 고등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한 여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8시.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앞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전직 교사 김민원씨를 만나봤다.

“상담해줄게”…여학생 돌아가며 성추행한 파렴치 남교사
학교명예 위해 교사권리도 포기하고 성추행도 눈 감아라?

경기도 양주 남면에 위치한 H고. 지난 2008년 12월 이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여학생 A양이 자퇴를 했다. 그리고 약 8개월이 지난 2009년, A양의 친구 B양이 자살을 시도한다. 이어 2010년 2월 이 고등학교에서 20년을 넘게 근무했던 여교사 김민원씨가 학교로부터 파면처분을 받고 배제된다. 그리고 2010년 8월 남교사 C씨가 학교로부터 해임된다.

과연 이 학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성추행 교사 고발한 여교사

2008년 당시 김씨는 학생부에서 여학생 생활지도와 성희롱.성폭력 예방 담당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던 중 A양이 자퇴를 하면서 학생들 사이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남교사 C씨의 괴롭힘에 견디다 못 해 여학생이 자퇴를 했다는 것.

뒤에 이어지는 소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남교사 C씨와 깊은 관계였던 B양이 A양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빼앗겼고 A양은 일기장을 빼앗았다는 이유로 C교사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견디다 못해 학교를 자퇴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수년간 C교사가 여학생들 사이에 변태라는 소문을 접하고 있었고, 그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했다.


간혹 학교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에게 민망한 신체접촉현장이 목격되곤 했지만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A양이 자퇴를 하면서 소문은 점점 퍼져나갔고, 급기야 김씨는 B양의 일기장을 보게 됐다.

일기장에는 학생 B양과 C교사 사이의 애정행각이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학교와 C교사의 집에서 주로 이루어진 애정행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병가로 쉬고 있던 여교사 김씨의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B양의 일기장을 읽게 된 학교장이 당사자들을 불러 사실여부를 물은 결과 “B양과 C교사는 사실을 부인하며 학생이 선생님을 좋아해 상상하여 쓴 글이었다”라고 주장하며 일기장 사건은 그렇게 묻히는 듯 했다.

이를 지켜본 김씨는 답답했다. 학생들이 전해주는 얘기에 따르면 C교사는 매년 10명 이상의 여학생들을 유혹했다. 마음에 들면 주말에 만나 밥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며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늦은 밤 수시로 전화를 걸어 학생들의 환심을 샀다. 그러다 마음을 주는 여학생이 생기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욕구를 채웠다고 한다. B양 또한 일기장에 그런 걱정을 적어 놓았다.

C교사는 또 관광과 교사로 호텔체험이라는 명목으로 특급호텔에 학생들을 재우며 밤에는 여학생을 방으로 불러 욕구를 채웠고, 이어 시내중심가의 오피스텔을 얻어 여학생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으며, 방과 후 활동비로 받은 돈으로 오피스텔을 얻었다고 학생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김씨는 동두천 경찰서에 근무하는 이모 경위로부터 수사협조요청을 받게 된다. 인터넷 원조교제를 조사 중에 결정적인 증거를 접하게 된 이 경위는 김씨에게 법률상 성희롱.폭력은 친고죄에 해당돼 피해당사자의 진술이 없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데 피해자 진술 확보가 어려워 수사를 종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당시 나는 농어촌 특별전형을 위해 위장전입한 학생 학부모의 수행평가를 다시 보게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학부모가 학교와 교육청에 나에 대한 무고한 사유로 진정을 하면서 시끄러웠고, 그로인해 학교 명예실추를 이유로 직위해제가 된 상황이었다”며 “내가 이 위기에서 이 사건까지 협조하게 되면 인사상 불이익이 가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내가 사람이고 교사인데 우리학교 아이들이 이렇게 당하고 있는 걸 도저히 지켜만 볼 수가 없어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에 협조 했다. 피해학생들의 명단을 작성한 뒤 피해학생들이 진술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피해 진술이 접수되고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김씨는 “추행교사를 비호하던 학교는 긴급회의를 열어 그를 구제할 방법을 논의했고 추행사건을 마치 내가 학교와 학교장에게 앙심을 품고 일으킨 것처럼 피해 진술 학생의 부모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진술한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이 번복을 했다”며 “이로 인해 추행교사는 여학생들의 거짓 진술과 이를 뒤에서 선동한 여교사에 의해 마치 누명을 쓴 것처럼 상황이 반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꿋꿋이 피해 진술을 번복하지 않은 세 명의 용기 있는 학생들에 의해 C교사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항소를 하여 벌금 700만원 확정 판결을 받고 사건은 2010년에 종결됐다.

교직생활 엎을 만큼 큰 죄?

이와 관련 김씨는 지난 2010년 2월, H고등학교로부터 파면처분을 받았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으로 같은 해 6월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학교에 복직했지만 허위진술의 부당함을 밝히고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학교 측도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1심과 2심 선고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김씨의 공익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파면이 확정됐다. 파면 처분이 과하나 사립학교인 H고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없다라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김씨는 “사립학교의 재량권이라는 것이 남용됐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통과 나눔을 실천해야 할 학교재단이 학교의 명예를 운운하며 교사의 공익적인 의도를 매도하여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행사한 것에 대해 법원이 그 진실을 외면한다면 정의사회 구현은 다른 세계의 일이 될 것”이라며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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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