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설아 기자] 1인 시위가 전국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억울한 사람 누구나, 하고 싶은 말 있는 사람 누구나 언제든지, 어디서든지 진행할 수 있기 때문. 그러나 혼자서 가볍게 할 수 있는 ‘나 홀로 시위’라고 해서 그 주제까지 가볍진 않다. 그들은 저마다 절박한 사연을 안고 절실한 마음을 담아 거리에 홀로 선다. 그 중에서도 최근 자신이 20년 간 재직하던 고등학교 앞에서 시위를 벌이는 한 여성이 있어 주목받고 있다. 지난 13일 오전 8시.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한 고등학교 앞에서 억울함을 토로하는 전직 교사 김민원씨를 만나봤다.
“상담해줄게”…여학생 돌아가며 성추행한 파렴치 남교사학교명예 위해 교사권리도 포기하고 성추행도 눈 감아라?
경기도 양주 남면에 위치한 H고. 지난 2008년 12월 이 고등학교 1학년생이었던 여학생 A양이 자퇴를 했다. 그리고 약 8개월이 지난 2009년, A양의 친구 B양이 자살을 시도한다. 이어 2010년 2월 이 고등학교에서 20년을 넘게 근무했던 여교사 김민원씨가 학교로부터 파면처분을 받고 배제된다. 그리고 2010년 8월 남교사 C씨가 학교로부터 해임된다.
과연 이 학교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성추행 교사 고발한 여교사
2008년 당시 김씨는 학생부에서 여학생 생활지도와 성희롱.성폭력 예방 담당업무를 맡고 있었다. 그러던 중 A양이 자퇴를 하면서 학생들 사이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남교사 C씨의 괴롭힘에 견디다 못 해 여학생이 자퇴를 했다는 것.
뒤에 이어지는 소문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남교사 C씨와 깊은 관계였던 B양이 A양에게 자신의 일기장을 빼앗겼고 A양은 일기장을 빼앗았다는 이유로 C교사에게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하다가 견디다 못해 학교를 자퇴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수년간 C교사가 여학생들 사이에 변태라는 소문을 접하고 있었고, 그의 행동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알지 못했다.
간혹 학교 여기저기서 여학생들에게 민망한 신체접촉현장이 목격되곤 했지만 정도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A양이 자퇴를 하면서 소문은 점점 퍼져나갔고, 급기야 김씨는 B양의 일기장을 보게 됐다.
일기장에는 학생 B양과 C교사 사이의 애정행각이 아주 상세하게 기록되어 있었다. 학교와 C교사의 집에서 주로 이루어진 애정행각은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병가로 쉬고 있던 여교사 김씨의 고민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B양의 일기장을 읽게 된 학교장이 당사자들을 불러 사실여부를 물은 결과 “B양과 C교사는 사실을 부인하며 학생이 선생님을 좋아해 상상하여 쓴 글이었다”라고 주장하며 일기장 사건은 그렇게 묻히는 듯 했다.
이를 지켜본 김씨는 답답했다. 학생들이 전해주는 얘기에 따르면 C교사는 매년 10명 이상의 여학생들을 유혹했다. 마음에 들면 주말에 만나 밥을 사주고 영화도 보여주며 상담이라는 명목으로 늦은 밤 수시로 전화를 걸어 학생들의 환심을 샀다. 그러다 마음을 주는 여학생이 생기면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욕구를 채웠다고 한다. B양 또한 일기장에 그런 걱정을 적어 놓았다.
C교사는 또 관광과 교사로 호텔체험이라는 명목으로 특급호텔에 학생들을 재우며 밤에는 여학생을 방으로 불러 욕구를 채웠고, 이어 시내중심가의 오피스텔을 얻어 여학생들을 불러들이기 시작했으며, 방과 후 활동비로 받은 돈으로 오피스텔을 얻었다고 학생들에게 자랑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다 김씨는 동두천 경찰서에 근무하는 이모 경위로부터 수사협조요청을 받게 된다. 인터넷 원조교제를 조사 중에 결정적인 증거를 접하게 된 이 경위는 김씨에게 법률상 성희롱.폭력은 친고죄에 해당돼 피해당사자의 진술이 없으면 죄가 성립하지 않는데 피해자 진술 확보가 어려워 수사를 종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당시 나는 농어촌 특별전형을 위해 위장전입한 학생 학부모의 수행평가를 다시 보게 해달라는 요구를 거절함으로써 학부모가 학교와 교육청에 나에 대한 무고한 사유로 진정을 하면서 시끄러웠고, 그로인해 학교 명예실추를 이유로 직위해제가 된 상황이었다”며 “내가 이 위기에서 이 사건까지 협조하게 되면 인사상 불이익이 가중될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지만 내가 사람이고 교사인데 우리학교 아이들이 이렇게 당하고 있는 걸 도저히 지켜만 볼 수가 없어 돕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확실한 물증을 확보한 상태에서 수사에 협조 했다. 피해학생들의 명단을 작성한 뒤 피해학생들이 진술할 수 있도록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피해 진술이 접수되고 사건은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김씨는 “추행교사를 비호하던 학교는 긴급회의를 열어 그를 구제할 방법을 논의했고 추행사건을 마치 내가 학교와 학교장에게 앙심을 품고 일으킨 것처럼 피해 진술 학생의 부모들을 찾아다니며 설득했고, 진술한 다섯 명 가운데 두 명이 번복을 했다”며 “이로 인해 추행교사는 여학생들의 거짓 진술과 이를 뒤에서 선동한 여교사에 의해 마치 누명을 쓴 것처럼 상황이 반전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꿋꿋이 피해 진술을 번복하지 않은 세 명의 용기 있는 학생들에 의해 C교사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를 선고받았지만 항소를 하여 벌금 700만원 확정 판결을 받고 사건은 2010년에 종결됐다.
교직생활 엎을 만큼 큰 죄?
이와 관련 김씨는 지난 2010년 2월, H고등학교로부터 파면처분을 받았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으로 같은 해 6월 정직 3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고 학교에 복직했지만 허위진술의 부당함을 밝히고자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학교 측도 맞소송을 제기하면서 지금에 이르렀다.
1심과 2심 선고에서는 학생들을 위한 김씨의 공익성을 인정받지 못하고 파면이 확정됐다. 파면 처분이 과하나 사립학교인 H고가 재량권을 남용했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없다라는 것이 판결의 요지다.
김씨는 “사립학교의 재량권이라는 것이 남용됐다고 볼 상당한 이유가 어디까지인지는 모르겠지만 소통과 나눔을 실천해야 할 학교재단이 학교의 명예를 운운하며 교사의 공익적인 의도를 매도하여 파면이라는 중징계를 행사한 것에 대해 법원이 그 진실을 외면한다면 정의사회 구현은 다른 세계의 일이 될 것”이라며 “진실을 위해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