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우량주’ 손학규 수상한 잠행의 비밀

남들은 급행열차 타는데…어디서 뭐하나?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가 수상하다. 손 고문은 그간 ‘안풍’ ‘문풍’에 직격탄을 맞고 추락하며 대선주자로서의 존재감이 약해진 상태다. 이쯤 되면 손 고문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법도 하다. 하지만 올해 초 1·15 전당대회 이후 일절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무려 두 달째 잠행중인 것. 손 고문은 바닥 치는 지지율에도 만만치 않은 내공 탓에 ‘저평가 우량주’로 분류된다. 그의 조용한 행보가 흡사 폭풍전야의 분위기처럼 느껴지는 이유다. 과연 그는 잠행 끝에 어떤 용트림을 쏟아내려는 것일까?

야권통합 산파역할 이후 언론 노출 꺼리며 이상한 잠행
물밑에서 ‘산행정치’로 지지세 결집하며 ‘때’ 기다리나?

너무 조용하다.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행보를 두고 하는 말이다. 그간 ‘안풍’의 지속세와 ‘문풍’의 성장세에 밀려 손 고문의 대선후보 지지율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태다. 게다가 손학규계 공천 가뭄으로 당내 입지까지 좁아지게 생겼다. 손 고문의 대권행은 그야말로 ‘첩첩산중’처럼 보인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법도 한 손 고문이지만 어쩐 이유에선지 여전히 존재감을 찾기 어려울 정도로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는 중이다.

문풍?안풍 직격탄
‘첩첩산중’ 대권행

지난 민주통합당의 1·15 전당대회 이후 손 고문은 공식석상에서 자취를 감췄다. 언론에 노출을 꺼리는 기색도 역력하다. 지난 7~10일 미국 시라큐스대 맥스웰스쿨과 독일 NGO가 공동주최하는 한반도 문제 관련 세미나에 초청받아 미국을 방문했을 때도 손 고문의 자세한 방미일정은 측근들의 입이 아닌 외신들에 의해 알려졌을 정도였다.

바닥을 치는 지지율에도 왜 손 고문은 잠행하고 있는 것일까. 한 정치전문가는 손 고문이 ‘때’를 기다리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손 고문이 지금처럼 친노의 약진으로 불리해진 상황에서 섣불리 나서기보다는 총선정국 이후 자연스럽게 비집고 들어갈 틈을 노리고 있다는 얘기다.


사실 이번 총·대선은 MB정부에 대한 심판론적 성격이 짙은 선거임에 틀림없다. 유권자들이 참여정부와 MB정부의 비교 학습효과로 회고적·응징적 성격의 투표가 될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 이의 연장선상에서 현재는 참여정부의 상징성을 가진 친노세력이 약진한 상태다.

하지만 친노의 좌장인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경우 향후 보수세력들의 집요한 공세가 불을 보듯 빤한 상황이다. 게다가 문 고문은 ‘노무현의 그림자’를 자처해 참여정부의 공과를 모두 떠안아야 할 입장이다. 문 고문이 보수세력과 정면 대결할 경우 참여정부의 과오가 문 고문의 아킬레스건이자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때문에 당 일각에서도 문 고문만으로는 위험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상태다. 또 친노세력은 다가오는 4·11 총선의 성적표에 따라 입지가 재정립될 수 있다. 이에 대비한 듯 손 고문은 잠행하는 동안 ‘산행정치’를 통해 전열을 정비하고 지지세를 결집하며 물밑에서 착실히 기반을 다지고 있다.

물밑에서 줄기차게
대선 준비해온 ‘손’

손 고문의 측근은 “손 고문은 두 달간 푹 쉬면서 책도 읽고, 공부도 하고 지지자들과 산행을 이어갔다”고 전했다. 실제로 손 고문은 지난 1월28일 광주 무등산을 등반했다. 무등산 등반은 손 고문이 연초마다 지지자들과 함께한 연례행사다. 하지만 이번 산행은 달랐다는 것이 동반자들의 전반적인 평이다.

손 고문의 무등산행에는 팬클럽 및 총선 예비후보자 등 무려 1000여 명이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손학규 대통령”이란 연호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질 정도로 모두 결기가 대단했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무등산 서석대까지 선두로 등반한 손 고문은 이 자리에서 4·11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다. 비례대표에도 출마하지 않겠다는 의사도 내비쳤다. 그는 또 “2013년은 통합의 시대”라며 ‘사회통합, 남북통합, 정치통합’을 새 시대의 비전으로 제시했다. ‘통합’은 손 고문이 오래전부터 자신의 정체성으로 삼아온 중심개념이다.

이어 손 고문은 지난 2월5일 대구 팔공산도 등반했다. 당시에는 대구 수성갑에 출마한 김부겸 의원과 동구갑에 출사표를 던진 임대윤 전 동구청장, 그리고 ‘손학규를 사랑하는  대구모임’ 팬클럽회원 등 400여 명이 참석했다. 손 고문은 이어 2월26일에는 자신의 사조직인 ‘민심산악회’와 함께 충남 계룡산을 오르는 산행정치를 이어가며 지지세 결집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선거는, 특히 대선은 자체적인 조직으로만 치를 수는 없다는 점에서 손 고문의 행보는 지극히 자위적인 행보로 비춰지고 있다. 결국 손 고문에게 뭔가 숨은 비장의 카드가 있지 않겠느냐는 해석이 뒤따르는 이유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1년여도 남지 않은 시기에서 이렇게 여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다.

일부 정치전문가들은 대선을 앞두고 인물평가와 정책비전을 따지는 단계가 되면 손 고문의 경쟁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시각을 제기하고 있다. 그것이 바로 손 고문의 노림수라는 것. 잠시 정치권에서 한발 물러나 관망하며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일 결정적 한방(?)을 준비하는 게 손 고문으로선 유리하다는 관측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우량주’로 불리는 손 고문의 화려한 스펙은 그를 밑받침하며 언제든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손 고문은 20년에 걸친 민주화 투사 경험과 정치학 교수·3선 국회의원·보건복지부 장관·경기도지사에 당 대표까지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흔히 전문가에서 정치인, 또는 운동권에서 정치인이 되는 것이 정치입문의 일반적 경로다. 손 고문은 운동권, 전문가(학자), 정치인을 다 거친 보기 드문 인물이라는 평을 받아왔다. 여기에 숱한 검증을 통해 이미 맷집도 단련된 상태다.

‘손학규표’ 정책개발에 몰두…청년 일자리 만들기 주력
인물평가와 정책비전을 따지는 단계면 손학규 재평가?

게다가 경기도지사 시절의 손 고문의 업적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도지사 시절 110개가 넘는 외국 첨단기업에서 총 141억불의 외자를 유치했고, 거기서 파생된 일자리 8만개를 도민들에게 돌려줌으로써 이미 탁월한 경영능력을 선보였다. 때문에 이러한 경력을 내세워 정책을 마련한다면 충분히 다시 한 번 해볼만 하다는 목소리가 정치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실제로도 손 고문은 잠행기간 동안 분야별 정책개발에 몰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의 싱크탱크인 ‘동아시아 미래재단’과 함께 ‘손학규표’ 정책개발에 매진한 것. 특히 그는 각 분야의 교수들과 스터디를 통해 오래전부터 정책을 구상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측근에 따르면 국민 일자리 창출로 대표되는 서민 실생활에 도움 되는 공약 마련에 방점을 찍은 상태다. 그의 측근은 “경제정책과 외자유치 경험, 대북관계 등 경기도지사 시절의 성공적인 경험을 살려 공약을 마련하고 있다”고 은밀하게 귀띔했다.

손 고문은 특히 산행도중 지지자들에게 “청년들에게 약속할 수 있는 한 가지는 일자리다”면서 “고용창출을 위해 재벌 중심의 경제구조에서 탈피해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으로 일자리 확대를 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최근 이슈인 청년의 정치 참여 확대와 복지 확대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관심을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손 고문은 그간 서울과 지방을 오가며 단수후보 지역으로 공천이 확정된 인사들을 만나 지원사격에도 나섰다. 그의 정무특보인 강훈식(충남 아산) 후보를 비롯해 박수현(충남 공주ㆍ연기)ㆍ노영민(청주 흥덕을)ㆍ홍제형(청주 상당)ㆍ오제세(청주 흥덕갑) 후보의 지역구를 조용히 방문해 선거운동을 도왔다.

손 고문의 측근은 현재 공천이 한창 진행 중인 상황을 감안해 공천 잡음에 휘말리지 않기 위해 조용한 유세를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손 고문은 지난해 4·27 재보선 당시 한나라당의 텃밭이던 경기 성남 분당을 지역의 승리를 통해 자신의 입지를 공고히 하고, 대권 지지율 상승을 이끌어냈다. 게다가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 등이 야권의 승리로 귀결되자 손 고문은 일순 탄력을 받는 듯했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불거진 당내 정체성 논란 및 ‘안풍’ ‘문풍’에 직격탄을 맞으며 가시권 밖으로 밀려나 자존심을 구겼다.

정책비전 검증단계
손학규표 정책 뜰까?


그는 특히 야권통합이라는 옥동자 탄생의 산파 역할로 승부수를 띄웠지만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지진 못했고 계속해서 5%대 미만을 맴돌며 고착상태를 보이고 있다.

손 고문의 측근은 “공천 명단이 모두 발표되고 나면 본격적으로 후보자들 지원유세에 적극 나설 것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총선지원을 시작으로 손 고문의 발걸음은 더욱더 빨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지지율 답보상태로 손 고문에게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손 고문은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돌파구 마련에 나선 상태다.

무엇보다 손 고문은 저평가된 우량주라는 점에서 그의 또 다른 승부수가 기대되고 있다. 잠행기간 동안 손 고문이 준비한 대권플랜이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아 다시 한 번 지지율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