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최대 아킬레스건 '정수장학회' 실체

‘장물’ 논란에 버리자니 아깝고 취하자니 걸리고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의 속이 시커멓게 타들어가는 모양새다. 중요한 고비마다 강탈 논란을 빚은 정수장학회가 아킬레스건으로 따라 붙으면서다. 지난 2007년 대선에 이어 최근 다시 정수장학회 장물 논쟁이 불붙으며 박 위원장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 그간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에 대해 “나와 상관없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박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최필립 이사장이 계속 버티며 야권의 타깃이 되고 있다. 총ㆍ대선 전 털고 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지만 박 위원장이 직접 나설 경우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던 해명과 배치되는 관계로 그마저 여의치 않아 보인다. 때문에 아버지의 유산(?)인 정수장학회 처치에 골머리를 앓고 있는 박 위원장이다.

2007년 대선 경선서도 정수장학회가 박근혜 발목 휘감아
야권 ‘장물’ 논란으로 4ㆍ11 총선쟁점 부각시키기 안간힘

잘나가던 박근혜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난관에 봉착했다. 또다시 정수장학회에 발목 잡히면서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의 기업인이자 언론인이었던 고 김지태씨가 설립한 부일장학회가 전신이다.

김씨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5ㆍ16 쿠데타로 집권한 직후 부정축재 혐의로 구속돼 국가를 위해 재산을 기부한다는 각서를 쓴 뒤 석방됐다. 때문에 고인이 자발적으로 헌납했느냐, 아니면 강제로 내놓았느냐를 두고 논란이 일었다.

김씨 유족은 그간 “재산을 강탈당했다”고 주장해왔다.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1995년 정수장학회 8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박 위원장은 2005년 퇴임했다.

지난 대선 당시도
정수장학회로 십자포화

이후 2007년 6월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정원 산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는 “정수장학회는 강압에 의한 헌납”이라고 결론내리며 재산환원 권고 조치가 내려졌다. 이를 빌미로 지난 대선 경선 당시 박 위원장은 당 안팎으로 십자포화를 당하며 고배를 마셨다.


그러다 최근 정수장학회 문제가 다시금 불거졌다. PK(부산ㆍ경남) 지역 최대 일간지인 <부산일보> 사태가 벌어지면서다. 정수장학회는 <부산일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다.

지난해 11월18일 <부산일보> 1면에는 ‘정수장학회의 사회 환원’을 촉구하는 <부산일보> 노조의 기자회견 기사가 실렸다. 사측은 편집국장을 대기 발령 조치하고 노조위원장을 해고했다.

이에 기자들은 ‘부당 징계’ 기사도 1면에 게재하려 했고, 사측이 신문 발행을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화살은 다시 박 위원장에게로 향했다. 박 위원장의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측근이었던 최필립 전 리비아 대사가 현재 이사장을 맡고 있어서다.

때문에 박 위원장이 여전히 재단의 막후에서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태다.

최 이사장은 1970년대 말 청와대에서 의전비서관을 지내며 박 위원장과 인연을 맺었다. 최 이사장은 박 위원장이 미래연합을 만들었을 때 운영위원을 맡았고, 2007년 대선 경선 때도 막후에서 박 위원장을 적극 도왔던 인물이다.

게다가 정수장학회 이사 4명 중 송광용 전 서울교대 총장과 김덕순 전 경기경찰청장은 박 위원장의 이사장 시절 임명된 인사들이다. 신성오 전 필리핀 대사와 최성홍 전 외교통상부 장관은 최 이사장의 외교통상부 후배들이다. 이 같은 이사진 구성 때문에 정수장학회가 사실상 박 위원장 영향권 아래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격의 최전방에
거물급 문재인 나서


하지만 정수장학회는 지난 23일 ‘정수장학회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보도자료를 통해 “7년 전에 이사장에서 물러나 현재 장학회와는 아무 관련도 없는 박근혜 위원장과의 과거 인연을 이유로 정치 쟁점화하는 것은 정말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학회는 특히 <부산일보> 파업 사태와 관련해 “<부산일보>는 현재 편집국장을 기자들이 직접 선출하기 때문에 어느 언론사보다 완벽히 편집권이 독립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향후 진로에 대해서는 아무 언급이 없었다.

때문에 정수장학회에 대한 논란은 수그러들지 않는 양상이다. 특히 정치권에서는 이미 박 위원장을 공격하는 최고의 무기가 되고 있다.

부산지역에 출사표를 던진 야권의 거물급 잠룡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공격의 최전방에 나선 상태다. 문 고문은 지난 16일 파업 중인 <부산일보> 노조를 방문한 뒤 “정수장학회는 김지태 선생의 부일장학회가 강탈당한 장물이다”며 “참여정부 때 국정원 과거사조사위와 진실화해위가 강탈의 불법성을 인정했는데도 지금까지 해결되지 않고 있다”고 날을 세웠다.

최필립 버티기에 진땀 빼는 박근혜, 돌파구에 골머리 앓아
박정희 업적, 정치적 자산이자 대선 가로막는 ‘양날의 검’

문 고문은 이어 “장물을 남에게 맡겨놓으면 장물이 아닌가요? 머리만 감추곤 ‘나 없다’ 하는 모양을 보는 듯하다”고 재차 박 위원장을 겨냥했다.

지난 23일에도 트위터에 “박 위원장이 정수장학회에서 10년간 2억5000만원 가량 이사장 연봉 받았다고 오늘 경향(신문)이 보도했네요. 상근도 안하면서요”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해마다 2억5000이면 몇명분 장학금입니까?”라며 “지금은 손 뗐다면 과거 장물에서 얻은 과실은 어떻게 합니까?”라고 반문했다.

민주통합당 역시 당 차원에서 정수장학회를 고리로 박 위원장에 맹공을 퍼부으며 4ㆍ11 총선 쟁점으로 부각시키는 양상이다.

한명숙 대표는 지난 24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박 위원장의 아바타인 정수장학회는 부산시민의 대변자인 <부산일보>의 입을 막았다”며 “<부산일보>와 부산일보장학회를 박정희 독재정권이 강탈해 정수장학회를 만들더니 박 위원장은 이제 <부산일보>의 영혼마저 빼앗으려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성근 최고위원도 “부산의 민심을 듣고 싶다면 먼저 정수장학회를 사회에 환원하고 <부산일보>를 시민의 품에 돌려줘야 한다”며 “진정으로 부산의 목소리를 경청하러 가는지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2007년 과거사정리위가 정수장학회와 <부산일보>는 강요에 의한 헌납이라고 판단했는데, 정수장학회의 성명은 정통성을 가진 국가의 판단을 근본적으로 부정하는 행위로 보수주의자로서 자처하기에 민망하지 않는가”라고 몰아세웠다.

정수재단 사회 환원을 위한 공동대책위도 꾸려졌다. 지난달 17일 발족한 ‘독재유산 정수장학회 사회 환원과 독립정론 <부산일보> 쟁취를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8일 서울시교육청에 정수장학회에 대한 감사 청구와 설립허가 취소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서울시교육청 역시 올 7월 정수장학회에 대한 실태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감사 민원이 들어온 데 이어 2005년 이후로 실태조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란 게 시교육청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처럼 정수장학회가 야권과 시민단체의 타깃이 되며 총선 쟁점으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는 상태다. 이에 박 위원장은 정수장학회 논란을 털어버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친박 일각에서는 정수장학회를 정리할 수 있는 방법으로는 박 위원장과 무관한 인물로 이사진을 새로 구성하는 방안, <부산일보>와 'MBC' 지분을 매각하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모두 최 이사장의 결심이 필요한 사안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20일 방송기자클럽 토론회에서 “제가 어떻게 하는 것보다 정수장학회가 분명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한 건 최 이사장 스스로 거취를 결정해 달라는 의사를 간접적으로 전달한 것이라는 게 내부 해석이다.

하지만 박 위원장이 최 이사장의 사퇴 등을 요청하기는 어렵다. 그동안 정수장학회와 무관하다고 수차례 밝혀온 상황에서 사퇴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논리적 모순이 될 수 있다.

게다가 최 이사장은 박 전 대통령의 유산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이 강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주변에 “박 위원장은 실제로 정수장학회에 아무런 권한이 없다. 내가 이사장직에서 내려오면 관선이사가 올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박 전 대통령이 남긴 정수장학회의 흔적은 없어진다”며 현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논란 털겠다는 박근혜
유산 지킨다는 최필립


때문에 박 위원장은 뾰족한 해법을 찾지 못한 상태다. 야권의 맹공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냥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수도 없기에 고민이 깊어지는 눈치다.

‘박정희의 향수’는 지금의 박 위원장의 가장 큰 정치적 자산이 되었다. 동시에 아버지의 과오는 박 위원장의 발목을 잡는 양상이다.

박 위원장에겐 양날의 검이 된 아버지의 존재. 박 위원장이 과연 발목 잡힌 과거사를 깨끗하게 털어내고 대권가도를 질주할 수 있을지 향후 귀추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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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지르고 보는 정청래 두 번째 카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스스로 리더십 도마 위에 올라섰다. 1인1표제 재추진과 조국혁신당과의 합당이라는 두 개의 승부수를 동시에 던지면서다. 양쪽에서 후폭풍이 몰아치는 형국이다. ‘자기 정치’ VS ‘당원의 뜻’이라는 명분과 명분이 거칠게 붙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의 합당 논의가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지난달 22일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혁신당을 향해 “지방선거를 따로 치를 이유가 없다”며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당의 반발과 ‘흡수 합당은 싫다’는 혁신당의 주장이 부딪히면서 합당 테이블조차 마련되지 못하고 있다. 중구난방 가쁜 숨만 합당 논의 초반부터 혁신당 측의 반발이 이어졌다. 혁신당 서왕진 원내대표는 최고위원회의서 “본격적인 통합 논의가 시작되기 전에 오해가 형성되는 것에 강력한 유감을 표한다. 통합은 뻔한 몸집 불리기가 아니라 새로운 희망을 제시하는 가치 연합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는 앞서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이 합당과 관련해 “민주당이라는 큰 생명체 내에서 혁신당의 DNA도 잘 섞이게 될 것”이라고 밝히자 이를 ‘흡수 합당’이라고 받아들인 것에 대한 유감 표명으로 풀이된다. 혁신당이 합당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전했다. 서 원내대표는 MBC 라디오를 통해 “이미 민주당은 162명 거대 정당이고 (여기에) 혁신당 12명이 합쳐지는 것은 단순한 몸집 불리기”라며 “그 이상 의미는 없다”고 평가했다. 이어 “합당 논의 자체를 본격적으로 할 필요가 없다. 제안 방식이나 준비된 내용 자체가 없고, 오히려 지금 준비하고 있는 지방선거에 상당히 악영향이 있으니 당장 (논의를) 중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동시에 합당 논의라는 것 자체가 불가피한데 우리 원칙과 기준에 맞게, 질서 있게 논의는 진행할 필요는 있다는 긍정적 입장도 상당히 있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에서도 합당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지도부에서 친명(친 이재명)계로 불리는 이언주·황명선·강득구 최고위원은 합당 발표 다음 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통합을 위해서라도 정청래식 독단은 이제 끝나야 한다”며 정 대표를 겨냥하고 나섰다. 이들은 “이번 합당 제안에 앞서 정 대표와 이재명 대통령 간 교감이 있었던 것처럼 언론 보도가 됐는데,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어 “당무는 당의 책임이고, 당이 결정해야 한다. 마치 대통령이 관여하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방식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며 합당 논의에 이 대통령을 끌어들인 것에 이의를 제기했다. 이들은 기자회견 말미에 ▲정 대표의 공식 사과 ▲독선적 당 운영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마련 ▲합당 제안을 언제, 누구와, 어디까지, 어떻게 논의하였는지 등을 밝힐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합당·1인1표제, 쏟아지는 안건 “뭐부터 해결해야…” 여당도 혼란 이런 상황서 정 대표의 대표 공약인 ‘1인1표제’가 최종 관문인 당 중앙위원회(이하 중앙위) 표결에 다시 부쳐지면서 논란이 재점화할 전망이다.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행사 가치 비율을 현행 20대 1 이하에서 1대 1로 변경하는 것을 골자로 지난해 중앙위원회에서 재적위원 과반수를 채우지 못해 부결됐다. 정 대표가 압도적 당심으로 당선된 만큼 정치권 일각에서는 1인1표제 통과로 인한 권력 재편을 견제해왔으나 두 달 만에 또다시 날 선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지난달 19일 당무위원회는 해당 안건 상정을 중앙위서 결정한 뒤 같은 달 22~24일 권리당원 투표 절차를 마무리했다. 1인1표제 안건에 대한 투표 결과 ▲찬성 85.3%(31만5827명) ▲반대 14.7%(5만4295명)로 집계됐다. 당은 이달 2일 중앙위원회를 개최해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안건을 투표로 부칠 예정이며 중앙위원 온라인 투표는 3일까지 진행된다. 권리당원 투표 결과가 발표되자 정 대표는 “당원들의 압도적 다수의 뜻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1인1표제 굳히기에 나섰다. 정 대표는 “당원들의 뜻을 받들어 민주당을 더 좋은 민주주의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당의 모든 의사와 진로는 당원들이 가라는 대로 가고 당원들이 하라는 대로 하겠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조승래 사무총장도 페이스북에 “참여율은 지난번 16.81%에 비해 15% 가까이 높아졌고, 찬성률은 비슷하다. 압도적인 찬성 여론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며 힘을 실었다. 1인1표제를 놓고 갑론을박이 이어질 때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을 방패처럼 소환했다. 정 대표는 “1인1표제는 당원이 주인 되는 정당, 당원주권정당, 당원주권시대 등 여러 가지 표현으로 이재명 당 대표 시절부터 3년여간 꾸준히 요구되고 논의했던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리 튀고 저리 튀고 이어 “당원과 대의원 1대 20 미만을 결정할 때도 많은 반대와 저항이 있었다. 그 당시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1인1표제는 논의할 만큼 논의했고 영남권 등 전략 지역 원외위원장들께서도 그 당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양해했던 사안으로 저는 기억하고 있다”고 밝혔다. 1인1표제는 이 대통령이 추진했던 사안인 만큼 민주당이 이를 반대할 명분이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민주당과 당원들은 정 대표가 충분한 논의 없이 중요한 사안을 본인 페이스대로 밀어붙인다는 것에 불만을 제기했다. 지난해 27표 차이로 1인1표제가 처음 부결됐을 당시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과반에 가까운 상당수 최고위원이 우려를 표하고 숙의를 원했음에도 강행, 졸속 혹은 즉흥적으로 추진된 부분에 대해 유감”이라며 정 대표를 공개 지적하기도 했다. ‘자기 세력 강화’를 위해 합당 카드를 꺼내 들었다는 의심이 가라앉기도 전 1인1표제로 또다시 당을 흔들면서 반청(반 정청래) 정서가 퍼졌다.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여당이 흔들리자 정 대표의 진퇴를 물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합당 발표 이튿날 서울 여의도 민주당 당사 앞에선 당원들이 주도하는 합당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들은 ‘정청래 사퇴’ 등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합당 반대”를 외쳤다. 민주당 일각에도 정 대표의 ‘졸속 추진’ 행보가 이어진다면 사퇴 요구 가능성을 열어두겠다는 이들이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의 모든 행동이 ‘자기 정치’ 프레임으로 귀결되면서 승부수가 자충수가 됐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정 대표는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라는 도종환 시인의 ‘흔들리며 피는 꽃’ 전문을 자신의 SNS에 공유했다. 자신의 선택을 두고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우회적으로 심경을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겨냥한 듯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자신의 SNS에 “뿌리 깊은 나무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당원의 뜻은 독단으로 결코 꺾을 수 없나니, 흔들리는 것은 뿌리 없는 꽃뿐”이라며 저격 글을 게시했다. O? X? △도 필요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혁신당과의 합당과 1인1표제 추진에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문제는 사전 논의 없이 진행된 점 등 정 대표의 독단적인 행동이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지호 대변인 역시 “당내 문제 제기는 합당 자체보다는 의견수렴 절차가 급작스럽게 진행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정 대표가 당권을 쥐었을 당시 잡음은 예상됐으나, 일단 지르고 수습하는 예측 불허한 행동이 반복되면서 신뢰를 잃은 게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 대표 취임 이후 ‘명청 갈등’ ‘당정 불협화음’ 등으로 민주당은 계속해서 흔들렸다. 최고위원들의 반발 역시 당에서도 정청래 체제에 대한 위험성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근거로 해석된다. 당 대표 임기 종료까지 반년이 남았지만 정 대표의 연임 의혹은 여전한 만큼 갈등 역시 쉽게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정 대표는 당원주권시대를 거듭 강조했지만 막상 중요한 사안은 독단으로 결정하면서 당 안팎으로 불만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1인1표제로 당원 중심 원칙을 강화하자”면서 합당 등 중요한 사안을 대표 혼자 결정하는 건 모순이라는 설명이다. 혁신당과의 합당 제안에 당내 반발이 이어지자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당원들이 이 문제를 최종 결정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다. 박 수석대변인은 “(합당이라는) 당 대표의 제안은 정무적 판단과 그에 따른 정치적 결단의 영역”이라며 “그렇기에 앞으로 이런 문제에 대해 전 당원 토론, 투표 등 정해진 절차를 거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활발하게 당원의 의견을 묻는 그런 토론의 장을 마련하겠다”며 “당원주권시대에 걸맞게 당원의 뜻을 최종적으로 묻고, 최종 결정을 내리게 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당원이 합당하라면 하는 것이고 하지 말라고 하면 못 하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나 정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당원에게 ‘예’ ‘아니오’로만 의견을 묻는 행위가 당원주권정당의 취지에 어긋난다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말로만 당원 주권 시대? “이제는 숙의 민주주의로” 이에 한 정치권 관계자는 “1인1표제의 경우 정 대표는 당원들의 찬성률이 압도적이었다고 말하지만 투표율은 저조했다. 이것이 무엇을 시사하는지 들여다 보지 못하고 숫자에만 매몰됐다”며 “이것을 당원주권정당이라고 말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현재 소수의 당원이 당의 여론을 이끌고 있다. 일반 국민의 시선에서 ‘나머지 당원들은 무책임하게 방관하느냐’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지금까지 과정을 보면 당 대표가 논의를 띄우고 ‘자, 여기에 O, X로만 투표해!’ 하는 식이니 당과 당원 간의 간극이 생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인1표제와 혁신당과의 합당 모두 찬성 여론이 높다. 그럼에도 정 대표를 향한 반발은 거칠다. 결국 민주당이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이 아니라 배의 키를 쥔 선장을 향한 불만이 표출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합당 방식에 반발한 민주당 최고위원들 역시 “정 대표의 선택적 당원주권”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대통합을 가로막는 정 대표의 독선과 비민주성을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한다”며 “선출된 최고위원들이 의견조차 낼 수 없는 구조, 대표 결정에 동의만 강요하는 구조는 민주적 당 운영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고자 하는 방향은 같지만 목적지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서 파열음이 나는 만큼 결국 정 대표의 리더십이 관건이다. 3대 개혁의 빠른 추진, 혁신당과의 합당을 통한 지방선거 승리, 이정부의 성공 등 각종 요구가 쏟아지면서 이를 한데 어우르는 ‘통합형 당 대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 대표의 자기 정치 프레임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그동안 자기 정치 의혹이 숱하게 제기된 만큼 조 사무총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당내 가장 큰 경쟁자인 한동훈 전 대표를 내치려고 하는 것은 당권을 계속 강화하거나 유지하기 위한 그야말로 자기 정치 아닌가”라며 “반면 정 대표는 경쟁자가 될 수 있는 조국 대표와 함께하자고 하는 것인데 이걸 자기 정치라고 하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엄호에 나섰다. 민주당의 민주주의 체제에 경고등이 켜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모자이크 민주주의 평화 그룹 백왕순 대표는 <일요시사>를 통해 “숙의 민주주의의 부재”를 꼬집었다. 민주주의 제자리걸음 백 대표는 “1인 1표제가 맞냐 틀리냐 갑론을박이 이어지는데 당원주권시대에는 이 방법이 옳다. 다만 이득을 놓고 계파 간의 힘겨루기만 이어지니 문제가 풀리지 않는 것”이라며 “혁신당과의 합당도 마찬가지다. 통합하면 이기고 분열하면 진다. 그런데 이를 차기 당권 문제와 연결해 해석하니 복잡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은 숙의 민주주의가 아닌 절차 민주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에 찬반이 극명한 사안에 대해 쉽게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당원이 직접 토론하고 의견을 내는 오프라인 공간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불안한 민주당 혁신당도 ‘흔들’ 합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놓고 조국혁신당이 자당 의원들 입단속에 나섰다. 혁신당 황운하 의원이 “민주당과 합당할 경우 혁신당 조국 대표가 통합한 당의 공동대표를 해야 한다”고 주장하자 경고한 것과 더불어 입조심을 당부한 것이다. 혁신당은 조국 대표가 즉각 황 의원의 이날 발언에 경고했다고 밝혔다. 혁신당 대변인실은 입장문을 통해 “혁신당 최고위는 이 문제(황 의원 발언)에 대해 논의하고, 이 같은 논의를 전혀 한 바가 없으며 매우 부적절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며 “조 대표 역시 강한 경고를 했음을 알린다”고 밝혔다. 이어 “혁신당은 공식적 기구를 통해 합당과 관련된 논의를 해왔으며 위와 같은 논의는 전혀 언급된 바가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조 대표를 비롯한 혁신당 구성원 누구도, 민주당과 합당과 관련된 실무 논의를 진행한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