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 양정철 <민주통합당 중량을 예비후보>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2.14 10:4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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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적 가치’ vs ‘이명박적 가치’ 제대로 한번 붙어보자!

[대담=이주현 기자] 참여정부 시절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보수언론들의 끈질기고도 집요한 공격들을 온 몸으로 막아온 사람, 퇴임 후 “자네. 봉하로 내려와 나를 좀 도울 수 있겠는가. 자네가 나를 꼭 좀 도와줬으면 좋겠는데…”라는 한마디에 두말 없이 내려가 마지막까지 신의를 다한 ‘의리의 남자’ 양정철이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 그것도 “정치하지 마라!”는 노 전 대통령의 간곡한 권고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기자는 ‘마지막 말씀을 어기고 신의를 저버리는 것일까?’라는 의문도 들었지만 인터뷰 내내 확고한 의지와 신념으로 뭉친 그의 모습에 그 의문은 기우에 불과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노 전 대통령의 마지막 비서관을 지낸 양정철 민주통합당 중량을 예비후보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총선에 임하는 각오를 들어봤다.

“MB정권 심판하고 대통령 바꾸기 위해 어려운 싸움 자청”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스럽죠. 너무나 죄송스럽습니다...”라며 눈시울을 붉힌 양정철 예비후보는 인터뷰 도중 노 전 대통령이 언급 될 때마다 몇 번이나 눈시울이 붉어졌다.

그와 반대로 이명박 정권을 평가하고 자신의 포부와 각오를 밝힐 때에는 누구보다 강직하고 결연한 눈빛을 보인 양 예비후보였다.

최근까지도 꿈속에서 입관 전 마지막 모습이 꿈속에 나타나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는 그에게서 그리움과 사죄의 마음, 지켜드리지 못한 죄송함과 그를 사랑하는 마음 등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고 대통령을 바꾸기 위해 어려운 싸움을 자청했다”는 양 예비후보는 서울 중량을에 출사표를 던지고 정권교체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
다음은 일문일답.

- 노무현 전 대통령이 생전에 “정치하지 마라”는 권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는데?
▲ 노 전 대통령께서는 아끼는 참모들에게 “정치하지 마라”는 말씀을 여러 번 하셨다. 정치에 뛰어들고 나면 정치인들이 느껴야 될 여러 가지 질곡, 주변사람들에게 신세를 지게 되고 민폐를 끼쳐야 될 상황, 선거를 치러야 되고 정치를 하는 과정에 거짓말, 돈, 신의를 지키지 못할 유혹 등 여러 잘못된 유혹을 느끼게 된다. 그런 유혹들로부터 수렁에 빠져 희망보다 실망을 줄 가능성이 큰 것이 한국정치의 지형적 구조라 보셨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 간곡한 권고에도 출마를 결심한 배경은?
▲ 그럼에도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는 3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로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에 대단히 힘들어 하고 실망스러워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 대해 참여정부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책임과 의무가 있다 생각한다. 책임이란 정권을 이어가지 못하고 내준 것이다. 결자해지의 마음으로 출마를 결심했다. 두 번째로 안타깝게 서거한 노 전 대통령이 가지고 계신 철학과 가치를 이을 수 있는 사람들이 보다 많이 국회에 들어가서 아름다운 명예회복이 될 수 있게 해야 하는 사명감이 있다. 또 하나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어려운 결심을 할 수 있게 간곡한 권유를 드린 한 사람으로서 원내에서 힘이 되고자 출마를 결심하게 됐다.

- 중량을구를 선택하게 된 이유는?
▲ 중량은 강북에서도 교육·주거·교통 등 여러모로 많이 낙후된 지역이다. 정치적으로도 비교적 보수적인 성향을 띠는 곳이다. 처음 정치에 입문하는 사람으로서 이왕이면 어려운 싸움을 해서 값진 승리를 이루고 싶었다. 낙후된 지역일수록 할 일이 많고 보람을 느낄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또한 현역 의원인 새누리당 진성호 의원은 친이계의 핵심적인 인물이고 상징적인 인물이다. 나는 반대로 노무현적 인물이다. 노무현적 가치와 이명박적 가치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평가 받고 싶었다. 이명박 정권 심판의 상징적 전장으로 중량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진 의원과 진검승부를 벌여보겠다.

- <노무현의 사람들, 이명박의 사람들>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어떤 책인가.
▲ 시민들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싶었다. 노 전 대통령을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고, 아끼는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따뜻하고 인간적인 면모, 의리와 도리를 다했던 모습과 반대로 이 대통령의 사람들은 철저하게 이익중심으로 뭉쳐있고 책임질지 모르는 정반대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것들을 사람들 얘기를 통해 대비시켜보고 그것이 역사와 국민들에게 어떤 결과를 낳았는지 비교하고 싶어 출간하게 됐다.

- 노 전 대통령의 퇴임 후 서거 때까지 모신 마지막 참모로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를 돌이켜 본다면?
▲ 제일 가슴이 아픈 것이 전혀 몰랐다는 것이다. 그런 독한 결심을 오래전에 하셨다는 것을…. 지금 생각해보면 꽤 오래전에 그런 결심을 하신 것 같다. ‘고독감’ ‘사나이로서…’ ‘여러 사람을 책임져야 되는 사람으로서’ ‘운명적인 고독함’ 등 여러 단어로 심경들을 내비추셨지만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재판으로 다 해결될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변의 몇몇 분들이 "허물에 대해 당신이 끌어안아야 모두를 살릴 수 있다"고 압박했디 때문에 독한 결심을 하신 것 같다. 죄송하다. 못 지켜드린 게…. 그런데 참…. 살아가는 사람들이 평생 안고 살아가야할 책무고 숙제고 도리, 의무다. 운명 같은 거…. 그것으로부터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 같다. 당시 남아있던 7~8명의 참모들은 현재까지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다. 염하고 입관할 때 마지막 인사를 드렸다. 마지막 모습이 주무시는 것 같이 무척 평온해 보였다. 그 모습이 지금도 꿈에 나타나고 있다.

- 문재인 고문이 후원회장을 맡았다. 어떤 배경에서였나.
▲ 정말로 문 고문은 정치를 하기 싫어했다. 세상 밖으로 나와 정치를 바꾸고 대한민국을 바꿔달라고 간곡하게 부탁드려 여기까지 오셨다. 저에 대한 고맙고 안쓰러운 마음이 있으셔서 다른 분들은 맡지 않으셨지만 맡아주신 것 같다. 이번 총선이 중요하니 열심히 해서 함께 좋은 결과를 이뤄내자고 용기를 주셨다.

“정치하지 마라!” 노 전 대통령의 간곡한 권고에도 출마
MB정권 건국 이래 최악의 정권”, 어떠한 공과도 없다!

- 참여정부 시절 홍보기획비서관을 3년 반 넘게 지내며 보수언론의 집중 타깃이 됐었는데?
▲ (웃으며) 또 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또 그 상황이 온다면 피할 수 없을 것 같다. 당시 노 전 대통령에 대해 평가와 언론의 비판이 너무 과도했다. 하지만 누군가는 대통령을 대신해 방호하고 해명하고 이해를 구해야 했다. 대통령께서 그런 점들을 저에게 기대하신 것도 있고 직책상 할 수밖에 없었다. 시시비비를 가려야 했지만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다. 주군을 지키는 일인데…. 가급적으로 그런 일들은 하고 싶지 않지만 다시 그런 상황이 온다면 또 다시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지켜야 될 주군이 계시지 않고…(눈물 글썽). 개인적으로 당시 힘들고 불편했던 기자들과는 다 화해하고 관계를 풀었다.


- 이명박 정권을 평가한다면?
▲ 혹독한 평가이긴 하지만 ‘건국 이래 최악의 정권’이라 생각한다. 어느 정권이든 공과는 다 있어왔다. 하지만 이명박 정권은 내세울 업적이 단 한 가지도 없다. 너무 많은 측면에서 국민들은 실망시켰다. 역사에 남을 공과가 무엇인지 물어 보고 싶다. 지난 10년 동안 큰 성과였던 민주주의와 복지·평화를 무너뜨렸다. 그런 차원에서 ‘최악의 정권’이라 평가할 수밖에 없다.

- 최근 당에서 ‘여성 15% 의무공천안’을 내놓았는데 입장은 어떠한가.
▲ 경쟁력 있고 훌륭한 여성 정치 자원들에게 그런 기회를 주는 것은 굉장히 바람직하다고 본다. 하지만 이상과 현실을 잘 조화시킬 필요가 있다. 한국사회에서 여성정치인이 조금 더 배려 받고 약진할 수 있는 기회를 받는 것은 필요하다고 본다. 하지만 그것을 일정한 기준에 도리어 남성들에게 차별이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 무조건 기준에 맞추기 위해 남성들이 배타적인 차별을 받는 결과는 본래의 취지에 맞지 않다고 본다.

- 당내 경선이 국민참여경선으로 치르는데 받아들이는지?
▲ 받아들인다. 다만 국민참여경선은 말은 좋은데 허상이 있다. 국민참여경선이라 해서 완전한 국민들이 참여하는 경선은 아니다. 당원들과 당원들을 중심으로 흘러가게 될 수 있고 결국은 조직선거, 동원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차원에서 본다면 일반시민들의 보편적인 여론조사 등의 보완이 필요하다. 시민여론을 완전히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 무조건 수용은 하지만 한계들을 보안할 수 있는 방안을 당에서 만들 필요가 있다고 본다.

- 4·11 총선을 예상해 본다면?
▲ 범야권이 과반의석을 확보 할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실망과 좌절이 극에 달해 있기 때문이다. 시민사회와 통합을 이뤄냈다. 이번 대표최고위원 경선에서 시민들이 여론을 모아 승리 할 수 있는 틀도 마련했다. 당에서도 쇄신을 위한 여러 가지 작업을 하고 있고 정치신인과 역량가들이 출마를 선언해 열심히 하고 있으니 괜찮은 성적표가 나올 것이다. 무엇보다 문재인 고문을 필두로 한 부산울산경남이 격전지인데 이곳이 진원지가 되어 호남과 충청, 수도권까지 이어지는 바람이 파괴력 있게 분다면 과반 이상을 이룰 수 있을 것이라 낙관한다.

- 민주통합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이명박 정권과 새누리당이 잘못한 반사이익을 얻고 있고 샴페인을 일찍 터트리려고 한다는 지적도 있다.
▲ 지적에 동의한다. 혁신과 통합의 정신을 대선까지 끝까지 밀고 가야된다. 혁신이 먼저다. 당에 올드하고 진부한 것들을 버리고 새롭게 일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변화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밀고 나가야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공천과정이 가장 중요하다. 야성이 살아있고 참신하고 신의 있게 정치하고자 하는 좋은 후보를 많이 발굴해 공정성과 전략적 판단이 잘 결부 되는, 새누리당을 이길 수 있는 공천이 이어져야 된다. 통합도 서로 배려하고 관용으로 끌어안고 함께 갈 수 있는 공존의 자세가 이뤄져야 된다. 그런 것 없이 세력문제, 자리문제로 다툼이 이뤄지고 그런 것들로 국민들이 실망할만한 예전모습을 다시 보여준다면 한방에 훅 간다고 본다.

-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통합이 중요하다. 통합에 대한 입장은?
▲ 가장 이상적인 형태는 차이를 극복하고 하나가 되는 대통합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본다.  야권 내에서 가지고 있는 차이는 분명히 존중되고, 이해할 수 있고, 극복할 수 있다. 실질적으로 중요한 것은 모든 정당의 가치는 집권을 통해 가지고 있는 정책을 국민에게 제시하고 실행하는 것이다. 야당으로서의 견제역할이나 비전을 제시하는 것만 할 것이 아니라 작은 차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합쳐서 제안만하는 정책에 100을 갖는다면 합쳐서 실현할 수 있는 정책이 50으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그것이 훨씬 소중하고 국민에게 책임 있는 모습이다.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된다. 그분들이 가지고 있는 정신과 가치를 인정해야 된다. 그것들을 무시하고 통합만 외친다는 것은 무례하고 결례다. 통합의 의지를 대선때까지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단순한 후보단일화의 힘은 미약할 수도 있다. 시너지를 높일 수 있게 처음부터 전략적인 스케줄을 가지고 해나갈 수 있을 때 까지 해나가야 한다고 본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언급 될 때마다 붉어지는 눈시울
“아름다운 명예회복이 될 수 있게 해야 하는 사명감”

- 언론인 출신으로서 종편에 대한 입장은?
▲ 국회에 입성한다면 문방위에서 활동해 해직기자 복직과 조중동 종편 특혜에 대한 청문회 두 가지는 꼭 이뤄내고 싶다. 청와대와 방통위가 공정하게 심사해서 사업권을 정당하게 줬는지 꼭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심사과정과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조금이라도 특혜가 있었거나 불법 부당한 비리가 있었다면 반드시 책임을 묻고 처리과정을 위한 국민적 공론화 과정이 필요하다. 전파는 공공제이고 국민자산이다. 그것을 정권이 특정한 매체에 당근처럼 활용하기 위해 사업권을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랬다면 중대한 범법행위고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적어도 국민들이 그것에 대한 진실을 알 권리가 있다고 본다. 반드시 청문회가 이뤄져야 된다고 생각한다.

- 대선을 예상해본다면?
▲ 지금의 추세로서는 총선에서 좋은 성적표를 얻을 것 같다. 박 위원장은 총선에서 과반의석에 실패하면 대세론이 여지없이 무너질 것이라 본다. 그렇다면 새누리당은 엄청난 변곡점을 겪으며 내분이 일어날 것이다. 반면에 야권의 강력한 두 주자 안철수와 문재인은 특별한 변수가 없는 이상 대선까지 갈 것으로 여겨진다. 두 사람이 서로간의 탐욕과 정치적인 욕심 때문에 대립까지 갈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아름답게 화합해서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게 힘을 합치는 보완적 관계가 될 것이다. 두 사람이 어떻게 힘을 합치느냐에 따라 범야권 집권가능성은 어느 때보다 높다고 본다. 문 고문의 저력이 후반전으로 갈수록 훨씬 공고해 질 것이다. 문 고문의 대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 나 또한 그런 역할에 일조하기 위해 정치에 뛰어들었다.

-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평가한다면?
▲ 개인적으로 박 위원장이 자신의 목소리와 자신의 생각으로 국민에게 앞으로 뭘 하겠다고 구체적으로 밝히는 것이 책임 있는 모습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대중정치의 시대다. 박 위원장은 이미지 정치를 하고 있다. 자신의 정치적 비전과 공약을 국민에게 말하고, 책임 있게 말하고, 소통해야 하는데 그분의 화법은 늘 다른 사람을 통해 들어야 된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도 문제다. 박 위원장은 지난 4년간 집권당에 있으며 당내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대주주였다. 하지만 모든 책임은 이 대통령이 다 지고 있다. 이해가 가지 않는다. 집권당은 대통령과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이 받고 있는 모든 비판에 대해 박 위원장은 빠져있다. 이제 와서 대통령이 인기 떨어지고 욕 들으니 당명 싹 바꾸고 대통령 탈당까지 요구 한다. 정치적 신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다고 본다. 얼마나 비겁한 행동인가? 가장 책임져야할 인물이지만 모든 반사이익을 혼자 다 받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4년에 대해 이번 총선에서 심판이 이뤄진다면 박 위원장은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책임을 져야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책임은 뭔지, 자신은 어떤 책임을 질 건지 말이다.

- 총선을 맞이하는 각오는?
▲ 일부러 어려운 싸움에 어려운 지역을 택했다. 멋지게 이기고 싶고 압승하고 싶다. 그 승리의 영광을 제가 아닌 노무현 전 대통령과 문재인 고문에게 돌아갈 수 있도록 꼭 만들고 싶다.(눈물 글썽이며 잠시 침묵 후)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웃음)

 

<양정철 예비후보 프로필>

▲ 외국어대 법과대학 졸업
▲ 언론노보(현 미디어오늘) 기자
▲ 위성방송 스카이라이프 이사대우
▲ 민주당 대통령후보 언론보좌역
▲ 대통령직 인수위 당선인 비서
▲ 노무현 대통령 국내언론비서관
▲ 노무현 대통령 홍보기획비서관
▲ 노무현재단 초대 사무처장
▲ (현) 노무현재단 상임운영위원
▲ (현) 19대 총선 서울중량진구 예비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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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단독] 국방부, 내란 문건 ‘대청소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김철준 기자 =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국방부 문건이 대규모로 파쇄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조치는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의 지시로 이뤄졌다. 오 전 기획관은 검찰 특수본과 재판서 정보사와 수사2단 인사안의 문제점을 증언했던 인물이다. 자신이 비상계엄에 적극적으로 가담한 사실을 숨기기 위해 수사에 협조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이다. “올해 초 신년맞이 대청소라면서 문서를 대량으로 파쇄했다.” <일요시사>와 접촉한 국방부 직원들의 말이다. 파쇄된 문건들은 12·3 내란 사태와 관련된 자료라고 한다. 지시자는 오영대 전 국방부 인사기획관이다. 검찰 수사에 협조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으나 실상은 다르다는 게 군 내부자들의 주장이다. 뭘 숨기나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말 취임하면서 시작한 첫 번째 군 개혁은 인사다. 신임 인사기획관에 일반 공무원 출신인 이인구 군사시설기획관을 임용한 건 안 장관이 강조해 왔던 ‘군 문민통제’와도 맞닿아 있다. 인사기획관은 본래 예비역 장성이 맡아왔다. 이 신임 기획관의 전임자였던 오 전 기획관도 예비역 준장 출신이다. 군 내부에서는 국방부에 여전히 12·3 내란 사태에 협조한 군인들이 남아 있다고 지적한다. 핵심으로 인사기획관실의 총괄과이자 인사기획관의 일정, 예산 등을 모두 관리하는 인사기획관리과가 언급된다. 다수의 국방부 관계자들은 “오 전 기획관은 물러났지만 책임져야 할 다수의 인물이 아직 자리를 보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부서의 간부들은 전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다. 과장 김모 대령은 오 전 기획관이 대령이었을 때 소령으로 근무했고, 총괄 이모 중령은 오 전 기획관이 특전사 여단장을 역임했던 1공수여단서 중대장과 707중대장을 거쳤다. 장군인사팀장 김모 대령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수도방위사령관으로 근무했던 시절 비서실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김 전 장관과 가깝거나 육사 출신인 이들이 국방부 인사의 핵심부서인 인사기획관리과에 포진하면서 계엄 실행을 위한 보직 이동이 이뤄진 셈이다. 김 전 장관은 실제 대통령경호처장일 때부터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과 군 인사에 대해 논의했다. 직무에서 배제되지 않은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장관이 모든 책임을 오 전 기획관에게 묻는 형식으로 퇴직을 시켰으니 우리는 지시를 받아 어쩔 수 없이 한 것처럼 조용히 지내면서 정부초기 개혁의 소나기만 피하면 진급 가능’이라며 서로서로 쉬쉬하고 있다고 한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인사기획관리과 간부들은 내란 이후인 지난해 12월 중순 오 전 기획관의 지시에 따라 문건 파쇄를 계획했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이후 인사기획관리과장 김 대령 및 총괄인 이 중령 외에는 계획되지 않은 대면보고는 금지했고 내부 보안에 심혈을 기울였다. 인사과 간부들 계엄 실패 후 12월 계획···1월 파쇄 “지시자는 검찰 수사 응했던 오영대 전 인사기획관” 한 달여 뒤 이 중령은 모든 과에 ‘신년맞이 대청소’를 하라고 전파했다. TF 자리 배치와 오래된 문건을 정리한다며 유독 인사기획관리과만 복도로 책상을 빼고, 대량 세절이 가능한 세절실을 예약해 엄청난 양의 문서들을 파쇄했다. 여기엔 내란 핵심 파일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안 장관은 이와 관련해 국회에서 오 전 기획관에게 여러 차례 질문한 바 있다. 당시 오 전 기획관이 당황해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이 담긴 동영상이 퍼지기도 했다. 이 중령은 동영상을 보며 웃는 직원들의 명단과 안 장관에게 제보한 인물을 색출하기 위해 탐문 활동을 벌여 오 전 기획관에게 추정해 보고했다. 이들은 모두 오 전 기획관으로부터 승진추천, 성과상여금, 각종 포상 등 인사상 불이익을 본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이 문건을 파쇄한 이유는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내란 당일 오후 10시가 넘은 시각임에도 퇴근하지 않고 사무실에 있던 오 전 기획관의 지시를 받은 이 중령은 각 과의 총괄 담당자들을 소집해 ‘계엄 선포가 됐는데 선제적으로 인사 관련 조치를 왜 안 하냐’ ‘합참에는 계엄사령부가, 지작사령부에는 지역계엄사령부가 곧 창설될 텐데 각 군 본부 및 지작사와 인사 지침을 협의해 계엄령 취지에 맞게 배포하라’고 강조했다. 특히 오 전 기획관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 본회의 테이블을 통과했음에도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서 이 중령에게 “(계엄이) 해제되긴 했는데 다시 시행될 수도 있으니 빨리 계엄사 창설 지원을 위한 인사 조치를 완성하고 지작사 병력에 대한 휴가 지침 및 통제 등 건의 사항을 받아보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 전 기획관은 내란 직전까지 김 전 장관의 의중에 따라 군 인사를 반영했다. 최근 내란 특검팀이 군 장성급 인사 자료 확보에 나선 것도 이에 관해 들여다보기 위한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최근 국방부 장군인사팀과 육군본부 장군인사실 등을 압수수색해 해당 부서 내 인사 관련 파일 등을 확보했다. 정치권에선 지난 2023년 11월과 지난해 4월 이례적인 인사가 이뤄졌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진급에 절박한 군 인사들을 계엄 실행 세력으로 활용했단 의혹이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윤석열정부 장군 인사는 특이하고, 이례적인 경우가 유독 많았다”며 “인사를 통해 군을 장악하고, 내란을 준비했다는 의혹 관련 특검의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2·3차 계엄 대비 문건 없애” 증거 인멸 국회서 해제 불구 지작사와 인사 논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은 지난 2023년 11월 인사에서 소장에서 중장으로 진급했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은 ‘75주년 국군의 날 행사기획단장 겸 제병지휘관’ 등 한직에서 2023년 10월 육군참모총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4월엔 지휘부에 이어 작전본부 인사가 이어졌다. 원천희 당시 육군 소장이 4차 진급으로 합참 정보본부장으로 승진했고, 이승오 소장은 군단장을 거치지 않고 합참 작전본부장으로 진급했다. 안찬명 당시 육군22사단장은 임명 5개월 만에 합참 작전부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통상 사단장은 1년 반~2년가량 보직을 맡는다. 군 안팎에서 이례적이란 평가가 나왔던 이유다. 경질 위기이던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은 유임됐다. 그는 지난해 6월 정보사 군무원의 블랙요원 명단 국외 유출 사건 및 박민우 전 정보사 100여단장과의 갈등 등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당시 국방부 장관이던 신원식 전 안보실장은 지난해 8월 국회에서 “후속 조치를 강하게 할 생각”이라고 언급했지만, 다음 달 본인이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는 군 관계자에게서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장군들 인사에 대해 논의했고 오 전 기획관에게 전달됐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위기감을 느낀 오 전 기획관은 특수본 수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기 시작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오 전 기획관의 특수본 진술조서를 보면 그는 “신원식 (전 국방부) 장관이 저와 원천희 국방부 정보본부장에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보직해임·정보사령관 교체 검토를 지시했으나 지난해 9월6일, 김 전 장관이 취임하면서 문 전 사령관에 대한 ‘현 보직 유지’를 지시했다”며 “납득하기 어려운, 이해하기 어려운 인사였다”고 했다. 앞뒤 달랐다 오 전 기획관은 “(문 전 사령관이 박 준장으로부터 고소당한 혐의가)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지만 문 전 사령관에 대한 인사 조치는 없었다”며 “공론화된 문제고 어느 정도 사실로 확인됐는데도 이렇게 유야무야 넘어가는 일은 거의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