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 ‘여풍당당(女風黨黨)시대’ 개막

여장부들의 ‘파워게임’이 총선 승부 가른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바야흐로 ‘여성 정치시대’가 개막했다. 여성들이 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서면서다.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했고, 민주통합당에는 한명숙 대표가 새로 선출됐다. 여기에 통합진보당의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까지…. 이만하면 ‘여인천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진두지휘할 여장부들의 ‘파워게임’의 결과는 이제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게다가 여야 모두 여성 신인들의 공천 비율을 높이는데 의견을 같이해 여풍은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 박근혜 위원장 등판?민주통합 접수한 한명숙 새 대표
통합진보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까지…여의도는 ‘여인천하’

여의도에 ‘여풍당당’ 시대가 열렸다. 한나라당에 갖가지 악재가 겹치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전면에 나섰다. 진보세력을 아우른 통합진보당 역시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지난 15일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가 선출되며 말 그대로 ‘여성 정치시대’가 열렸다는 평이 나온다.

정치 ‘들러리’에서
‘핵’ 급부상한 여성

그간 ‘들러리’ 정도로 여겨졌던 여성 정치인은 이제 여의도 정치의 핵으로 급부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대표시대가 열린데 대해 ‘조화와 타협’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여성 리더십이 새로운 정치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민의의 전당이 폭력과 돈 봉투 파문으로 얼룩지며 추락하는 상황이라 여성 수장들의 의회문화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성들이 (정치권에) 반 정도만 들어가게 되면 정치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2년 신년인사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우선 싸우는 일이 없어질 것 같고, 부정도 없어질 것이고 공정하게 될 것 같다”며 정치권의 여성계 비중이 커진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계 안팎에서는 선거의 해인 2012년 여성 대표들의 리더십과 경쟁력이 4?11 총선에서 승부를 가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박 위원장과 한 대표 사이에는 이미 대립구도까지 형성된 상태다. 한 대표는 당선 전부터 “박 위원장에 맞서 선명한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한 대표는 ‘박정희 시대 재야 여성 운동가’로 대결이 본격화된 양상이다.


한 대표와 이ㆍ심 공동대표는 우호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야권은 공조를 통해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과정에서 각 당의 이익에 따라 불협화음이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대립, 경쟁, 공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여장부들의 파워게임 결과는 총선에서 오롯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리더십을 평가받을 전망이다. 이에 여성 수장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먼저 여성 대표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박 위원장은 당의 총체적 위기에 정면대응과 공천개혁으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그는 여성 대표가 ‘하늘의 별따기’ 시절이던 1997년 한나라당의 창당과 함께 당의 간판으로 등장했다.

8년 전 ‘차떼기’ 사건에 이어 ‘탄핵 역풍’으로 당이 존폐 위기에 몰렸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위원장은 ‘천막당사’를 세우고 총선을 진두지휘해 121석을 건지며 난파 직전의 당을 살렸다. 이때부터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여성 당대표 ‘하늘의 별따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현재도 한나라당은 ‘디도스 파문’과 ‘돈 봉투 살포’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여기에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이 줄을 이었고, 당내 계파 간의 갈등과 ‘당 해체’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며 당은 또다시 분열위기에 처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나라당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박 위원장은 다시 당의 전면에 등 떠밀려 나선 상태다. 

박 위원장은 강력한 쇄신드라이브를 내걸며 당 정비와 총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총선 일정이 80일 정도 남은 상황을 감안하면 시간은 빠듯한 상태다. 그가 속전속결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그는 돈 봉투 살포 파문이 일자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여기서 계파 간의 갈등으로 번진 돈 봉투 의혹을 하루빨리 털고 매듭지어야 한다는 박 위원장의 의지가 읽힌다.


이어 지난 16일 총선 공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25%를 공천 대상에서 원천 배제키로 발표했다. 현재 한나라당의 지역구 의원은 144명. 불출마 선언 의원(8명)을 뺀 136명 중 34명은 무조건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공천 탈락 기준은 ‘현 의원을 다시 뽑을 것이냐’와 ‘내일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를 각각 물어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두 기준을 각각 50%씩 반영한 지역 여론에 따라 현역 의원들의 경선 참여 여부가 달리게 됐다.

앞서 한나라당은 전체 지역구(245곳)의 20%인 49곳은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위 25% 물갈이’와 상관없이 전략공천 대상지역의 현역의원도 교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에서 탈락할 의원까지 합하면 현역의원의 절반 이상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난자리에서 “25%를 (물갈이 대상으로) 정했는데 끝난 것은 아니다. 넘을 수도 있다”며 인적 쇄신의 폭이 더 클 것임을 시사했다.

이 밖에도 박 위원장은 당내 갈등 해결과 대여공세 차단, 무엇보다 국민에게 진정성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떠맡아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박 위원장의 지휘에 들어간 당이 다시 한 번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여풍의 주역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새 대표. 정당역사에서 여성 정치인이 선출직으로 대표에 당선된 것은 한 대표가 처음이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여성을 배려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여성 몫을 보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선출을 통해 새 지도부에 여성 후보들이 두 명이나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제1야당 지도부에 한 대표 외에 박영선 최고위원까지 3위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한 것.

여성 수장 4?11 총선 진두 지휘?우먼파워 누가 셀까?

한 대표는 MB정권의 실정을 부각시켜 심판의미를 덧칠하고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극대화해 총?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야권의 통합이나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과 1대1 대결 구도 만들기와 공천 개혁을 포함한 강력한 쇄신 의지를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통합과정에서 ‘국민경선 70% 이상+전략공천 30% 이하’로 공천 개혁의 원칙을 세우고 계속 논의 중이다. 한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 드리겠다”며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구민주당과 시민세력 등 계파를 초월해 두루 지지를 받을 정도로 통합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그의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는 당내 계파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적임자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한 대표는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되어 2년 동안 검찰과의 싸움을 치러내면서 ‘철의 여인’이라 불릴 정도로 투사적 이미지가 덧칠해졌다. 또 여성부?환경부 장관과 여성 첫 국무총리를 지내며 국정운영을 경험했고, 1970년대부터 옥고를 치르며 투신한 시민운동 경험이 더해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리더십 평가는
4?11 총선 결과로


반면 한 대표는 너무 온화한 이미지 때문에 피 튀기는 선거전을 치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때문에 한 대표가 이러한 우려들을 종식시키고, 당의 화학적 통합 및 야권연대 등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총?대선의 여정을 무리 없이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에다 통합진보당까지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가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 정치판은 여성들이 이끌어 가는 셈이 된다. 통합진보당은 세 명의 공동대표 가운데 여성이 두 명이나 있음에도 당내에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여성 정치인의 위상이 이미 높아져 있다.

무엇보다 여야는 총선 공천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지역구 공천 비율을 대폭 높이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성 신인에게 20% 가산점을, 민주통합당도 지역구에 여성을 15% 이상 공천할 방침이다.

현재 한나라당 영입대상 1순위로 거론되는 여성 인재는 나승연 전 평창 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이다. 나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유치를 위한 호소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 전 대변인에 급속도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지며 한나라당은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야권은 소셜테이너로 분류되는 개그우먼 김미화와 배우 김여진, <도가니>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까지 영입대상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때문에 총선이 지나면 여의도에 ‘여풍’은 더욱 강하게 휘몰아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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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