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치권 ‘여풍당당(女風黨黨)시대’ 개막

여장부들의 ‘파워게임’이 총선 승부 가른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바야흐로 ‘여성 정치시대’가 개막했다. 여성들이 당의 간판으로 전면에 나서면서다. 한나라당에는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등판했고, 민주통합당에는 한명숙 대표가 새로 선출됐다. 여기에 통합진보당의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까지…. 이만하면 ‘여인천하’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코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진두지휘할 여장부들의 ‘파워게임’의 결과는 이제 최대 관심사가 되었다. 게다가 여야 모두 여성 신인들의 공천 비율을 높이는데 의견을 같이해 여풍은 더욱 거셀 것으로 전망된다.

한나라 박근혜 위원장 등판?민주통합 접수한 한명숙 새 대표
통합진보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까지…여의도는 ‘여인천하’

여의도에 ‘여풍당당’ 시대가 열렸다. 한나라당에 갖가지 악재가 겹치자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이 당의 전면에 나섰다. 진보세력을 아우른 통합진보당 역시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가 당을 이끌고 있다. 여기에 지난 15일 민주통합당의 전당대회에서 한명숙 대표가 선출되며 말 그대로 ‘여성 정치시대’가 열렸다는 평이 나온다.

정치 ‘들러리’에서
‘핵’ 급부상한 여성

그간 ‘들러리’ 정도로 여겨졌던 여성 정치인은 이제 여의도 정치의 핵으로 급부상 중이다. 전문가들은 여성 대표시대가 열린데 대해 ‘조화와 타협’ ‘부드러움’을 강조하는 여성 리더십이 새로운 정치풍토를 조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민의의 전당이 폭력과 돈 봉투 파문으로 얼룩지며 추락하는 상황이라 여성 수장들의 의회문화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도 “여성들이 (정치권에) 반 정도만 들어가게 되면 정치 분위기가 많이 바뀔 것이다”라고 기대감을 표출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열린 2012년 신년인사회에서 이같이 말한 뒤 “우선 싸우는 일이 없어질 것 같고, 부정도 없어질 것이고 공정하게 될 것 같다”며 정치권의 여성계 비중이 커진 현상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계 안팎에서는 선거의 해인 2012년 여성 대표들의 리더십과 경쟁력이 4?11 총선에서 승부를 가를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박 위원장과 한 대표 사이에는 이미 대립구도까지 형성된 상태다. 한 대표는 당선 전부터 “박 위원장에 맞서 선명한 대결 구도를 만들겠다”고 공언했다. 무엇보다 박 위원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딸’로 한 대표는 ‘박정희 시대 재야 여성 운동가’로 대결이 본격화된 양상이다.


한 대표와 이ㆍ심 공동대표는 우호적인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야권은 공조를 통해 한나라당과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협상과정에서 각 당의 이익에 따라 불협화음이 노출될 가능성이 다분한 상황이다.

결국 이들은 서로의 정치적 입장에 따라 대립, 경쟁, 공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여장부들의 파워게임 결과는 총선에서 오롯이 나타나고, 이를 통해 리더십을 평가받을 전망이다. 이에 여성 수장들의 움직임은 벌써부터 선거판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먼저 여성 대표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박 위원장은 당의 총체적 위기에 정면대응과 공천개혁으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그는 여성 대표가 ‘하늘의 별따기’ 시절이던 1997년 한나라당의 창당과 함께 당의 간판으로 등장했다.

8년 전 ‘차떼기’ 사건에 이어 ‘탄핵 역풍’으로 당이 존폐 위기에 몰렸을 때 구원투수로 등판한 박 위원장은 ‘천막당사’를 세우고 총선을 진두지휘해 121석을 건지며 난파 직전의 당을 살렸다. 이때부터 ‘선거의 여왕’이라는 타이틀이 따라붙었다.

여성 당대표 ‘하늘의 별따기’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얘기

현재도 한나라당은 ‘디도스 파문’과 ‘돈 봉투 살포’ 등으로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여기에 쇄신파 의원들의 ‘탈당’이 줄을 이었고, 당내 계파 간의 갈등과 ‘당 해체’ 주장이 봇물처럼 쏟아지며 당은 또다시 분열위기에 처했다. 나락으로 떨어지는 한나라당을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박 위원장은 다시 당의 전면에 등 떠밀려 나선 상태다. 

박 위원장은 강력한 쇄신드라이브를 내걸며 당 정비와 총선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특히 총선 일정이 80일 정도 남은 상황을 감안하면 시간은 빠듯한 상태다. 그가 속전속결의 행보를 보이는 이유다. 그는 돈 봉투 살포 파문이 일자 즉각 검찰에 수사를 의뢰하며 정면돌파에 나섰다. 여기서 계파 간의 갈등으로 번진 돈 봉투 의혹을 하루빨리 털고 매듭지어야 한다는 박 위원장의 의지가 읽힌다.


이어 지난 16일 총선 공천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의 25%를 공천 대상에서 원천 배제키로 발표했다. 현재 한나라당의 지역구 의원은 144명. 불출마 선언 의원(8명)을 뺀 136명 중 34명은 무조건 공천을 받지 못한다는 얘기다.

공천 탈락 기준은 ‘현 의원을 다시 뽑을 것이냐’와 ‘내일 선거일이라면 누구에게 투표할 것이냐’를 각각 물어 점수를 매긴다는 것이다. 두 기준을 각각 50%씩 반영한 지역 여론에 따라 현역 의원들의 경선 참여 여부가 달리게 됐다.

앞서 한나라당은 전체 지역구(245곳)의 20%인 49곳은 전략공천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위 25% 물갈이’와 상관없이 전략공천 대상지역의 현역의원도 교체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의미다. 개방형 국민참여경선에서 탈락할 의원까지 합하면 현역의원의 절반 이상이 공천을 받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박 위원장은 기자들을 만난자리에서 “25%를 (물갈이 대상으로) 정했는데 끝난 것은 아니다. 넘을 수도 있다”며 인적 쇄신의 폭이 더 클 것임을 시사했다.

이 밖에도 박 위원장은 당내 갈등 해결과 대여공세 차단, 무엇보다 국민에게 진정성을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떠맡아 결코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수세에 몰린 상황에서 박 위원장의 지휘에 들어간 당이 다시 한 번 민심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새로운 여풍의 주역은 한명숙 민주통합당 새 대표. 정당역사에서 여성 정치인이 선출직으로 대표에 당선된 것은 한 대표가 처음이다. 특히 민주당에서는 여성을 배려하고 여성의 정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여성 몫을 보장해왔다.

하지만 지난 15일 선출을 통해 새 지도부에 여성 후보들이 두 명이나 진입한 것은 처음이다. 제1야당 지도부에 한 대표 외에 박영선 최고위원까지 3위로 당선되는 기염을 토한 것.

여성 수장 4?11 총선 진두 지휘?우먼파워 누가 셀까?

한 대표는 MB정권의 실정을 부각시켜 심판의미를 덧칠하고 한나라당과 차별성을 극대화해 총?대선에서 승리하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야권의 통합이나 연대를 통해 한나라당과 1대1 대결 구도 만들기와 공천 개혁을 포함한 강력한 쇄신 의지를 밝혔다.

민주통합당은 통합과정에서 ‘국민경선 70% 이상+전략공천 30% 이하’로 공천 개혁의 원칙을 세우고 계속 논의 중이다. 한 대표는 “공천권을 국민에게 완전히 돌려 드리겠다”며 원칙을 재차 강조했다.

한 대표는 구민주당과 시민세력 등 계파를 초월해 두루 지지를 받을 정도로 통합의 아이콘으로 떠오른 상태다. 특히 그의 부드럽고 온화한 이미지는 당내 계파 간 첨예한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데 적임자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게다가 한 대표는 뇌물수수 혐의에 연루되어 2년 동안 검찰과의 싸움을 치러내면서 ‘철의 여인’이라 불릴 정도로 투사적 이미지가 덧칠해졌다. 또 여성부?환경부 장관과 여성 첫 국무총리를 지내며 국정운영을 경험했고, 1970년대부터 옥고를 치르며 투신한 시민운동 경험이 더해져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리더십 평가는
4?11 총선 결과로


반면 한 대표는 너무 온화한 이미지 때문에 피 튀기는 선거전을 치를 수 있을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때문에 한 대표가 이러한 우려들을 종식시키고, 당의 화학적 통합 및 야권연대 등에서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총?대선의 여정을 무리 없이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여기에다 통합진보당까지 이정희?심상정 공동대표가 앞장서고 있는 상황이라 한국 정치판은 여성들이 이끌어 가는 셈이 된다. 통합진보당은 세 명의 공동대표 가운데 여성이 두 명이나 있음에도 당내에 전혀 어색함이 없을 정도로 여성 정치인의 위상이 이미 높아져 있다.

무엇보다 여야는 총선 공천에서 여성 정치인들의 지역구 공천 비율을 대폭 높이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성 신인에게 20% 가산점을, 민주통합당도 지역구에 여성을 15% 이상 공천할 방침이다.

현재 한나라당 영입대상 1순위로 거론되는 여성 인재는 나승연 전 평창 올림픽유치위원회 대변인이다. 나 전 대변인은 지난해 7월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에서 평창 겨울올림픽유치를 위한 호소력 있는 프레젠테이션으로 눈길을 끌었다. 나 전 대변인에 급속도로 국민적 관심사가 높아지며 한나라당은 영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야권은 소셜테이너로 분류되는 개그우먼 김미화와 배우 김여진, <도가니> 원작자인 소설가 공지영까지 영입대상 물망에 오르내리고 있다. 때문에 총선이 지나면 여의도에 ‘여풍’은 더욱 강하게 휘몰아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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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