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수’ 맞은 대권 빅3 ‘330프로젝트’ 대해부

“설 ‘밥상민심’ 못 잡으면 330일 설설 긴다”

[일요시사=서형숙 기자] 제18대 대통령선거를 330여 일 앞둔 시점에서 민족 최대의 명절인 설을 맞았다. 통상 명절은 수도권과 지방 간의 민심 교차를 통한 여론의 흐름이 변화할 수 있는 시기다. 이에 맞춰 ‘미래권력’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잠룡들은 저마다 설 민심잡기에 속도를 내는 모양새다. 명절 밥상에 안주거리를 제공하겠다는 복안이다. 특히 안철수?박근혜?문재인 등 유력 잠룡 3인방은 새해 벽두부터 ‘미국행’ ‘공천 개혁’ ‘지역민 상견례’ 등 예사롭지 않은 일정을 소화하며 주목받고 있다. 각자의 색깔에 맞게 발 빠르게 움직이며 ‘밥상 품평’ 장악에 나선 3인방. 3박 4일 연휴 끝에 과연 누가 함박웃음을 짓게 될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안- ‘방미보따리’에 거물급 인사 빌게이츠 후광 담아 관심집중
박- 갖은 악재에 ‘속도전’ ‘정면 돌파’ 시도…MB 선긋기 본격화
문- 문?성?길 트리오 조성…낙동강 벨트 구축해 PK민심 흔들기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이 도래했다. 벌써부터 정치권의 시계는 총?대선에 맞춰진 분위기다. 특히 새해 벽두부터 안철수?박근혜?문재인 등 미래권력들이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며 총?대선의 체감지수를 바짝 앞당겨 놓은 상태다. 설 민심을 흡수해야 총?대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밥상민심’을 사로잡으려 동분서주하는 3인방의 설날 특별구상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

‘미국행’ 안철수 노림수는 무엇?   

가장 파격적인 행보를 보이는 건 ‘앞서가는 주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다.  그는 새해부터 미국의 거물급 인사들과의 만남을 선보이며 남다른 파워(?)를 과시했다. 지난 8일 방미 일정에 오른 안 원장은 지난 9일 에릭 슈미츠 구글 회장에 이어 지난 11일 빌 게이츠 전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과 잇따라 접견했다. 

그는 이번 방미 목적을 두고 억측이 난무하자 서울대 교수 요원 채용 면접과 기부재단 설립에 앞서 게이츠 전 회장의 조언을 듣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안 원장의 설명을 곧이곧대로 해석하지 않는 분위기다. 오히려 안 원장이 새해벽두부터 세계적인 명사들과의 교감을 통해 여론의 주목을 끌어 ‘대권 직행설’을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다.

빌 게이츠의 기부재단을 벤치마킹하려면 실무자들을 보내거나 외부 전문업체에 의뢰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바쁜 두 거물은 국내 내로라하는 인사들에게도 좀처럼 시간을 내주지 않기로 유명하다. 때문에 정치전문가들은 안 원장의 이번 접견을 두고 이례적이라는 평과 함께 국민들에게 차별화된 이미지 구축을 노린 것이 아니겠느냐는 평을 내놓는다.


한국MS 관계자는 “미국에선 ‘무명’이나 마찬가지인 안 원장을 만나는 건 빌 게이츠 본인이 결정한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고 전했다. 미국 기업의 각국에 대한 정보력은 상상초월 그 이상임은 두 말할 나위없는 사실이다. 그런 세계적 거물급 인사들이 한국의 국민적 정서를 모를 리 없을 것이고, 그들을 접견한 안 원장의 중량감은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무엇보다 안 원장의 기부재단은 빌 게이츠의 조언이 곁들여지며 그 ‘후광’을 등에 업게 됐다. 개인 재산의 절반가량을 기부한데 이어 빌 게이츠와의 만남까지 더해지면서 기부재단 설립에 대한 주목도와 가치가 한층 높아진 것.

안 원장의 파격적인 행보에 정치권은 다시 긴장하는 눈치다. 실제로 재단 설립을 위한 통큰 기부 당시 안 원장이 극구 부인했음에도 ‘정치출사표’라는 시각이 팽배했다. 계속해서 안 원장의 정치참여에 대한 발언에 미묘한 변화까지 감지된 상황이다. 

난해 추석을 앞두고 불기 시작한 ‘안풍’에 대해 당사자인 안 원장은 “정치는 내 성격에 맞지 않는다”고 단호한 선을 그었다. 안 원장은 그러나 지난해 12월1일 신당 창당설과 강남 출마설에 한정해 “그럴 가능성이 없다”며 대선 출마의 여운을 남겼다. 그러다 방미 중이던 지난 10일(현지시간) 안 원장은 “정치 참여를 지금도 고민 중이다”며 발언의 수위를 조금씩 조절하는 뉘앙스를 풍겼다. 

기존 정치권은 현재 ‘돈 봉투 살포’라는 폭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다. 이에 반해 안 원장은 기부재단 설립으로 정치권과 차별화를 선보이며 또다시 국민적 기대감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게다가 설 연휴 전에 재단 관련 구상이 발표되면 연휴 기간 온가족이 모여든 ‘밥상 민심’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안 원장이 ‘빌&멜린다 게이츠 자선재단’ 설립과 운영에 깊은 관심을 표명했고, 빌 게이츠 측에 조만간 한국을 방문해 기부재단에 대한 조언을 해줄 것을 부탁했다고 전해진다. 만약 빌 게이츠가 안 원장을 만나러 한국에 온다면 안 원장의 파워는 더욱 막강한 화력을 뿜을 것으로 전망된다. 계속해서 안 원장의 공식 일정에 세간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마음 급한 박근혜 속전속결 강조 


명절 밥상에 ‘디도스’와 ‘돈 봉투’ 대신 ‘공천 개혁’을 올려야하는 박근혜 한나라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행보도 눈에 띄게 빨라졌다. 박 위원장은 갖가지 위기에 ‘속도전’과 ‘정면돌파’로 탈출전략을 세운 상태다.

실제로 박 위원장은 지난 12일 비대위 회의에서 “국민이 설날에 모이면 한나라당의 변화에 관심이 많을 것이다. 비대위가 결과물을 내놔야 하지 않겠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박 위원장이 설 민심을 의식했다는 얘기다. 

특히 디도스 파문과 돈 봉투 살포란 악재로 한나라당에 대한 설 민심이 더욱 악화된다면 이는 당장 총선으로 직결될 공산이 높다. 무엇보다 올해 총선은 대선의 바로미터로 불릴 만큼 어느 해보다 중요한 선거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설 민심이 그의 정치적 생명은 물론 한나라당의 미래와도 직결되어 있다는 점에서 속도전을 펼치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때문에 박 위원장은 비대위원들에게 보다 빨리 국민 기대에 부응하는 쇄신의 결과물을 내놓아줄 것을 촉구했다. 박 위원장은 공천기준을 포함한 쇄신안을 16일까지 내놓고 17일 의총에서 1차 토론을 거친 뒤, 비대위 회의 후 19일 의총에서 쇄신안을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설 연휴 전에 쇄신안을 마련해 발표하겠다는 의지다.

 봉투 파문에도 정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고승덕 의원에 의해 박희태 국회의장은 돈봉투 살포 용의자로 지목된 상태다. 그런 박 의장의 거취가 논의될 수 있는 17일 의원총회 개최 제안에 대해 박 위원장이 반대 의견을 제기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계파 간의 갈등으로 번진 돈 봉투 의혹을 하루빨리 털고 매듭지어야 한다는 생각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박 위원장은 또 ‘MB와 선긋기’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비대위 회의에서는 한 비대위원이 KTX 철도 운영에 민간 참여 경쟁체제를 도입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4대강 사업에 협조한 대기업에 혜택을 주려는 것 아니냐”는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여론도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국민의 우려와 반대가 크고, 그런 것은 질 높고 저렴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니 우려와 반대 입장을 표명하자”고 공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해 명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은 현 정부 들어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올 예산안 심사에서도 감지됐다. 정부의 인천공항 민영화 방침은 예산심의 과정에서 인천공항 지분 매각 수입 약 4000억원이 세입에서 빠지면서 무산됐다. 여기에는 ‘특혜’라는 야권 및 시민사회의 반발을 감안한 박 위원장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재인 '낙동강 고지전’에 출사표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은 처음으로 부산 사상구에 총선출마 의사를 밝힌 만큼 지역 순방에 심혈을 기울이는 눈치다. 그의 한 측근은 “문 고문은 현재 지역민들과 만나 상견례를 진행 중이다”고 전했다.

문 고문은 지난 11일 선거사무소인 ‘문이열린캠프’를 정식으로 오픈하며 본격적인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특히 문 고문은 친노세력을 중심으로 ‘낙동강 벨트’ 전략을 추진 중이다. 문재인(사상구)-문성근(북강서을)-김정길(부산진을)로 이어지는 이른바 ‘문성길 트리오’를 조성해 PK 지역 세몰이에 나서며 고지전에 돌입한 상태다.

문 고문은 특히 부산저축은행 사태와 영남권 신공항 백지화 등으로 변하는 PK민심을 사로잡으면 총선승리와 정권교체가 가능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고문은 지난 11일 경남 김해의 한 문화센터에서 열린 김경수 김해을 후보의 <봉하일기> 출판기념 북콘서트에 참석해 “부산?경남의 민심은 이미 한나라당을 떠났다”며 “이곳에서 분 동남풍이 전국으로 퍼지도록 해야 하는데 그 시발점은 김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총선에서 승리하고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뤄 민주정치로 노 전 대통령의 부활을 이루자”고 각오를 다졌다.

이처럼 그 역시 PK 지역에서의 흥행 성공과 친노의 부활을 위해 연일 지역민심을 훑고 낙동강 전투를 강조하며 명절 밥상에 안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과연 누가 울고 누가 웃게 될지는 이번 3박 4일간의 설 연휴 행보에서 어느 정도 예측될 것으로 보여 ‘설 특수’를 노리는 대권주자 빅3의 ‘330프로젝트’에 세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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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당정 충돌’ 검찰개혁 엇박자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추석 연휴 전에 검찰개혁을 진행하려던 더불어민주당이 신중한 입장에 들어갔다. 검찰개혁 초안을 발표하려던 당의 의견에,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수장 정성호 장관이 다른 의견을 내면서다. 정 장관의 의견에 대해 여권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비판까지 했다. 당정 간 불협화음으로 검찰개혁이 무너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우려도 나왔다. 당 지도부와 정부는 뒷수습에 나섰지만, 완전히 진화될지 관심이 모인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계속 강조해 온 ‘검찰개혁’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공언대로 ‘추석 전 검찰개혁 입법 마무리’를 목표로 속도전에 돌입한 가운데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인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민주당 지도부와 결이 다른 의견을 연일 내놓으며 당정 간 불협화음이 나타났다. 속도전 앞두고… 민주당 국민주권 검찰 정상화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회의를 열고 검찰개혁의 대원칙인 수사권·기소권 분리 내용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확정할 방침이었다. 민주당은 이번 개정안으로 수사권·기소권의 분리 대원칙을 실현하기 위해 검찰청을 폐지한다. 그리고 기존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이관하기 위해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설치할 예정이다. 공소청은 기존 검찰의 기소권을 이관받아 기소와 공소 유지, 영장 발부 등 검찰의 고유 업무를 도맡는다. 중수청의 경우, 검찰의 수사 대상이었던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의 수사를 담당한다. 이 외에도 국수위 설치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국수위는 국무총리 산하 기관으로 경찰을 비롯해 중수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국가 수사 기관 전체를 통솔하는 시스템이다. 이번 검찰 조직 재편으로 수사 기능을 갖게 될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중 어느 소속으로 할지 등의 쟁점 현안들도 정리돼 개정안에 담길 것으로 보인다. 현재 검찰을 제외한 수사기관은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있다. 이들은 각각 행안부와 대통령 직속기관으로 소속돼있다. 이 같은 초안에 대해 당 안팎에선 우려를 제기했다. 특히 국수위의 권한이 자칫 과도해지면, 정부의 수사 통제와 외압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또 앞서 밝힌 것처럼 행안부 산하에 이미 경찰이라는 수사기관이 있는 상황에서 중수청까지 포함될 경우, 행안부의 수사 기능이 자칫 과도하게 커지는 것도 우려되는 지점이다. 공소청의 보완수사권에 대한 당과 정부의 이견도 걸림돌이다. 당은 수사와 기소 분리 대원칙 측면에서 공소청에 보완수사권을 부여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법무부는 경찰이 수사종결권을 가진 상황에서 원활한 사건 처리를 위해서는 공소청에 보완수사권 부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6일 초안 발표 예정이었지만 구체안 두고 특위·법무부 입장 차 지난달 25일 민주당 검찰정상화특위는 국회 의원회관에서 비공개 회의를 열었지만 최종안을 내지 않았다. 민형배 특위위원장은 지난 7일 비공개 당정대 협의 후 기자들과 만나 “속도 조절론은 없다”며 이날 회의를 최종안 확정을 위한 데드라인으로 예고했지만, 180도 달라졌다. 대신 이날 회의는 법안의 완결성에 집중했다고 한다. 특위 간사인 이용우 의원은 "초안이 사실상 나왔다고 보면 된다"면서도 "그야말로 특위안이고, 당정대 간의 논의 과정이라든지 국민적 공론화를 해 나가는 과정이라든지 이 과정이 여전히 많이 남아서 최종적으로 가다듬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의 속도조절 배경에는 개혁의 주체이자 객체인 법무부의 입장이 있던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5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송기헌 의원은 정 장관에게 ‘검찰개혁의 핵심이 수사와 기소의 분리냐’고 물었다. 이에 정 장관은 “그렇다”면서 “검찰이 수사를 개시하거나 인지해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권한은 분리해낸다는 게 1차적인 목표”라고 답했다. 다만 정 장관은 “현재는 (검찰이) 보완수사 요구 또는 재수사를 할 수 있는데, (사건이) 핑퐁처럼 왔다 갔다 하다가 과거보다 사건 처리 기간이 2배 이상 늘었다”며 “이런 문제가 심화할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사건) 전건 송치를 할 것인지, 전건 송치를 하지 않는다면 수사지휘권을 줄 것인지, 송치된 사건에 대한 보완 수사 범위를 어느 정도로 할 것인지 복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문제”라고 부연했다. 정 장관은 민주당이 중수청을 행안부 산하에 두려고 하는 것에 대해서도 사실상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그는 “경찰·국가수사본부·공수처·중대범죄수사청 4개 수사기관이 모두 행안부 밑에 들어가면 권한이 집중된다”고 우려했다. 또 기존 검찰청을 공소청으로 바꾸는 것에 대해서도 “검찰은 헌법상 검찰총장 임명 관련 규정들과 검사 관련 규정들도 있기 때문에 위헌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장관의 다른 의견 국수위에 대해서는 “지금 나와 있는 안에 의하면 국수위가 경찰의 불송치 사건에 대한 이행을 담당하게 돼있는데 최근 통계에 4만건 이상 된다”며 “독립된 행정위원회가 4만건 이상 사건을 다룬다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26일 예결위 전체회의에서도 국민의힘 정점식 의원이 ‘검찰 조직을 폐지하는 것이 적절하냐’고 묻자 정 장관은 “검찰을 해체한다고 표현하지만 저는 검찰이 수행해오던 기능을 재분배하는 과정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에 대해 “민주당의 당론은 아직 아니”라며 “1차 수사기관, 특히 경찰의 부실·봐주기 수사를 보완할 제도적 장치는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이 ‘검찰청 폐지로 검찰의 전문 수사 역량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취지로 질문하자 정 장관은 “굉장히 중요한 과제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을 교란하는 금융 범죄 또는 조세 사건은 굉장히 난이도가 높아 고도의 수사 기법이 필요하고 법리적 쟁점들이 많다”며 “이런 전문 수사 역량을 중수청에 어떻게 이어갈지 고민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은 회의 당일 페이스북을 통해 “검찰의 수사개시권과 인지수사권은 완전히 배제돼야 한다”면서도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고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검찰개혁의 본질은 잊지 말아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견설 진상은? 그러면서 “수사기관과 공소기관 사이의 ‘핑퐁’ 등 책임 떠넘기기, 수사 지연, 부실 수사로 인해 국민이 피해를 입는 일이 없도록 현실적이고 촘촘한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개혁은 구호가 아니라 현실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성공한다”고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정 장관의 발언 이후 당 안팎에서는 정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를 냈다. 민주당 검찰개혁 특위 위원장인 민형배 의원은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보완수사권 전면 폐지를 재논의해야 한다는 정 장관의 입장에 관한 질문에 “당 지도부는 장관께서 좀 너무 나가신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특위안에는 그런 내용이 없고, 당정에서 합의됐거나 의논해서 한 건 아니”라며 “법무부 장관이 개인적 의견을 말씀한 것 같다”고 언급했다. 정 장관이 행안부 산하 중수청 설치 방안에 우려를 밝힌 데 대해서도 “당에서 입장을 내지 않았는데 그렇게 말씀하신 것에 대해서 장관 본분에 충실한 건가, 이런 우려가 좀 있다”면서 “(장관이) 저희 특위 초안을 모르는 상태 같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의 의견을 내세워 정 장관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 것이다. 이른바 ‘검찰개혁 4법’을 발의하고 관련 논의를 주도해 온 김용민 의원 역시 이날 페이스북에서 “바꾼다고 모든 것이 개혁은 아니다”라며 “개혁을 왜 하려고 하는지 출발점을 잊으면 안 된다”고 말했다. 지도부·정부 나서 진화 “당 결정대로 따라갈 것” 민주당과 정 장관의 의견이 갈리면서 ‘당정이견’설이 분출한 가운데, 당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28일 오후 인천 파라다이스시티 호텔에서 열린 국회의원 워크숍 지도부 인사말에서 “개혁의 작업은 한 치의 오차·흔들림·불협화음 없이 우리가 완수해야 할 시대적 과제”라며 “이 과정에서 당정대는 원팀 원보이스로 굳게 단결해서 함께 나아가야 할 것”이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김병기 원내대표도 “국민주권정부의 실질적 성과는 당정대 원팀 정신이 그 중심에 있다”며 “다음 주부터 우리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첫 정기국회가 시작된다. 이재명정부 국정 기조와 국정 과제의 실천을 (당이) 더 확실하게 뒷받침해야 한다”고 당정 일치 기조를 강조했다. 정부와 대통령실에서도 수습·진화에 나섰다. 이날 워크숍 현장에 방문한 정 법무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이견은 없다”며 “어쨌든 입법의 주도권은 정부가 아니라 당이 갖고 있다. 당에서 잘 결정되는 대로 잘 논의해서 따라갈 것”이라고 한발 물러났다. 우상호 대통령실 정무수석도 당과 법무부 사이 이견에 대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며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 만찬에서 전체적인 로드맵을 합의했다. 정부와 당이 각자 검찰개혁안에 대한 여러 가지 각론에 대한 의견들을 제기하기도 하고 수렴하기도 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당과 정부의 의견만 다른 게 아니라 당 내부에도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런 각각의 의견들이 다 도출되는 과정이라고 본다. 말하자면 일종의 공론화 과정에 이제 들어간 것이다. 대통령실은 이 내용들을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 수석은 “다만 바라건대 내용 자체의 토론에 좀 집중했으면 좋겠다”며 “특정인과 좀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사람에 대한 공격 같은 건 하지 말고 이렇게 내용 토론으로 좀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갖고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법조계 의견은? 한편 법조계에선 정 장관이 민주당과 다른 목소리를 내는 것은 평소 소신과 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사장 출신 한 법조인은 “정 장관은 외골수처럼 직진하기보다 남의 편을 설득하고 내 편을 혼내가면서 합의점을 찾는 정치를 해온 사람”이라면서 “강성 개혁에 집착하기보다는 국민의 삶에 도움이 되는 실용적인 변화를 추구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kcj5121@ilyosisa.co.kr>